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01
00501 노력의 결과 =========================
연회라고 하지만 나도, 그리고 순유도, 거기에 종요까지.
다 술을 그렇게까지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연회라니.
그냥 밥 먹고 떠드는게 전부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간단하게 술만 마신 상황.
과실주 한동이를 반도 비우지 못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만족한 상태가 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진동장군. 부인의 음식 솜씨가 아주 대단하시군요. 다음에는 저희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기대하겠습니다. 영천으로 초대해주시는 겁니까?”
“예. 영천에 제 가족들이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때 보여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대부. 저도 데리고 가시는거요?”
“하하하! 당연한 말씀을. 함께 가시지요. 형주의 정벌이 무사히 끝나면 그때 제가 연회를 베풀겠습니다.”
“그럼 저는 조화원에 자리를 잡는 연회를 준비해야겠군요! 우하하하!!”
“기대 하겠습니다. 상서령.”
아까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조화원.
요새 문관들이나 무관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이란다.
조식이 하후돈과 산책을 하다가 시상이 떠올라 커다란 바위에 시를 휘갈겨 썼는데 그게 워낙 명문이라 그곳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곳이다.
풍경도 좋고 또 잘 꾸며놔서 단숨에 허도의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다.
그곳을 언급하는 종요를 향해 난 웃어보인 후 말했다.
“마차를 준비해놓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제부터는 함께 해야 할 군사이신데. 행여나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가 더 곤란해집니다. 부디 준비한 마차를 타고 가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이것 참. 그럼 장군의 호의를 받아들이지요.”
우리를 훈훈하게 보던 종요는 나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이거 참. 어째 저보다 더 친해지신 듯 싶습니다?”
“종 상서령과 저의 사이는 이미 지우가 아닙니까? 섭섭하게 무슨 그런 말씀을.”
“으하핫! 그렇지요? 아무렴요. 지우지요. 지우.”
기분 좋게 웃은 종요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그는 몸가짐을 바로 한 채 순유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요화가 준비해 놓은 마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떠난 것을 확인한 후 난 한숨을 내쉬었다.
“순유라…”
가 사형도, 그리고 순욱도. 조앙도.
그들이 모두 순유에게 날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덕분에 순유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까지 처신을 잘하긴 했군.”
가 사형도 그렇고 조앙도 그렇고.
지금까지 모난 일 없이 친분을 잘 유지해왔다.
그리고 가장 놀랄만한 일은 순욱까지도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만 시키길래 이 인간이 날 굴렁쇠로 아는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챙겨주기는 챙겨주는구나.
“태사가 되려면 많은 이들의 존경과 협력이 있어야 하니…”
태사는 공적 좀 많이 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황제의 스승 자리에 아무나 오를 수는 없는 법.
특히나 나같은 정치인들은 쉽게 그 자리에 갈 수는 없었다.
어쨌든 정치라는 것이 뒷공작도 많이 해야 하고, 또 더러운 일도 꽤나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어찌 태사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겠는가.
굳이 된다면 동탁처럼 군사를 일으켜서 스스로 태사의 자리에 오르는 정도다.
그것이 아닌 이상에야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할 만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존경은 결국 인맥이지.”
이래서 인맥이 중요하다는 거다.
독불장군은 결코 존경을 받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순유의 반응은 내가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하하…”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난 코를 쓱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아! 청아!!”
“네?”
“왜 부르십니까?”
“우리도 한잔 할까? 애들 다 불러! 오늘은 내가 산다!”
기분이 좋다.
난 웃으며 말했고 영이와 청이는 발랄하게 웃었다.
“정말요!?”
“헤헤~ 오래간만에 술을…”
“넌 마시지마.”
청이는 시무룩해졌고 난 안도했다.
이래서 기분에 따라 말하면 안된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청이만 빼고 아내들과 간단하게 한잔 하고 밖으로 나왔다.
청이가 무척이나 아쉬워했지만 오늘 밤에는 갈 곳이 있었다.
아내들을 재운 후 밖으로 나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난 요화만 데리고 곧장 순욱의 집으로 향했다.
몇번 찾아왔기 때문일까?
날 본 하인은 늦은 시간에 찾아 온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무슨 일인가? 이 늦은 시간에?”
밤이 깊었는데도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방에서 죽간에 무언가를 쓰고 있던 그는 고개만 든 채 날 향해 물었고 난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일단은 감사인사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감사인사? 뭐 감사할 것이 있다고.”
“순 대부에게 제 이야기를 해주신 것 아닙니까?”
“하… 이거 참.”
순욱은 머쓱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거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나 한잔 하겠나?”
순욱이 대접해주는 차를 마셨다.
순욱도, 나도.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차만 마셨다.
차를 반쯤 마셨을 때가 되어서야 순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조카에게 자네를 소개시켜 준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뭡니까?”
“자네를 믿기 때문일세.”
“…..”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순욱은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무덤덤한 얼굴로.
무심한 음색으로.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라면 충분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겠지. 어쩌면 많은 신료들의 존경을 받을 수도 있을거야.”
“그렇습니까?”
“그래. 내가 늙어 죽고 나면… 승상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그때쯤 되면 아마 그 분의 후계자라고 하더라도 자네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거야. 그야 당연하지. 조가의 어른이기도 할테니까 말이야.”
사실이다.
진씨 성을 가지고 있지만 청이와 결혼함으로써 나 역시도 반은 조가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누가 조조의 후계자가 되든 나는 조가에서 꽤나 높은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뻘짓만 안한다면 말이다.
“조금 걱정이 되는구만.”
“걱정… 이요?”
날 똑바로 응시하며 순욱은 머뭇거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쉰 후 결국 품고 있던 마음을 열었다.
“내가 죽고, 또 승상께서 죽고, 그 후계자가… 결국은 한을 넘어트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
“늘 생각했던 것이네. 경애와 존경. 아주 훌륭하지. 하지만 가끔씩은 그 경애와 존경을 무시하는 망나니가 나오기도 해. 현명한 승상의 후손 중에서 그 망나니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고.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니까.”
“그렇겠죠.”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두렵더군. 현재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조앙도, 조비도. 그리고 조창이나 조식도… 다들 내가 걱정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을 걷겠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생각은 항상 나를 괴롭히더군.”
“그래서… 저를 밀어주시는 겁니까?”
“그래. 자네라면 현명한 사람이니까. 조가가 아니기에 스스로 나서지 않을 사람이고, 욕심이 없기에 과한 위치를 바라지 않지. 자네라면 내 사후 내 유지를 이어받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네.”
부드럽게 웃은 순욱은 남은 차를 단번에 마셨다.
“승상부주의 유지는 승상부주의 아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걸 왜 엄한 저에게…”
“하하하. 이 사람아.”
내 말에 순욱은 크게 웃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를 더 타 온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내 아들이지만 그 녀석은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해. 왜 인지 아나?”
“안정된 세력에서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내 아들들은… 가진 채 태어났어. 위기의 천하보다는 안정된 천하를 더욱 바라보며 살아갔지. 승상에 의해서 점점 안정화되어가는 천하를 보았기에… 이리 말할 것이야. 한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가. 한이라는 나라보다 오히려 승상이 더 위대하지 않은가. 그 존경과 경애는 승상의 것이 되어야 당연하다… 라고 생각할거야.”
“….”
“흔들리는 천하를 보며 생각을 한 나와 다르다는 걸세.”
“저도 딱히 흔들리는 천하 속에서 고통받은 적은 없는데…”
내가 웃으며 말하자 순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 역시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네. 난 자네를 믿어.”
“그래서 영천 씨족들과 연계될 수 있도록 이렇게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시는 겁니까? 그들과 관계를 맺은 후… 그들의 힘을 얻으라고?”
“그래.”
느긋하게 대답한 그는 자리에 앉은 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죽으면. 자네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싶네만. 도와줄 수 있겠나?”
“하아…”
순욱의 유지.
한을 존속시켜달라.
가 사형의 뜻.
한을 끝장내버리겠다.
난 순욱의 말에 쓰게 웃었다.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주게나. 자네 아니면 이런 것을 맡길 사람도 없으니까.”
간절한 표정이다.
그의 표정을 마주하며 난 손사레를 쳤다.
“아니 무슨. 혹시 내일 병풍 뒤에서 향냄새라도 맡으실 예정이 있으십니까? 곧 죽을 사람처럼 그리 말하다니.”
“하하하하! 난 아직 정정하네. 허나 자네 역시 고집이 아주 강한 사람이지. 그런 사람을 무너트리려면 천천히 이렇게 꼬드겨야 하지 않겠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심히 꼬드기다보면 자네가 귀찮아서라도 넘어오겠지.”
솔직히 나쁜 것은 아니다.
영천 씨족들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
문관들에 대한 영향력과 세력이 적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일이다.
순욱은 죽기 전까지 한을 지키기 위해서 애를 쓸 것이다.
그가 죽고 난 이후에는?
뭐 어쩌겠냐.
난 이 세상에 귀신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귀신이 있었으면 내 목 따러 수천, 수만이나 되는 도적들이 날뛰었겠지.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그래. 한번 잘 생각해보게나. 내 차근차근 영천의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겠네. 아주 훌륭한 사람이 많아.”
“소개시켜 주신다고 해도 얼마나 있다고…”
“하하하하! 자네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니 걱정말게나.”
순욱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정치가다.
즉 한입으로 두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뭔가 서약서라도 만들거나 연판장이라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말로는 저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다 줄 수 있겠지만.
순욱은 바보가 아니다.
내가 중립의 위치에 있고, 또 가 사형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간파할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저 인간이 죽은 다음에 그게 알려지는 건데…”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이들과 손을 잡고 있으려니 힘들구만.
뒤통수가 쎄하다.
난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이 되자마자 관청으로 향했다.
조조가 승상이 된 이후로는 관청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뭔 놈의 예법이 그리 긴지.
무기를 놓은 후 몸수색까지 끝나고 나서야 승상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나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방을 보며 감탄했다.
“어서 오게나. 무슨 일인가?”
“얼굴 뵙기 힘듭니다.”
“하하하! 워낙 일이 많아야지. 앉게나.”
내 투덜거림을 듣고 크게 웃은 조조는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나에게 조조는 술을 따라주었다.
“아침부터 술입니까?”
“오래간만에 사위 얼굴을 봤는데 한잔 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 말게. 죽엽청이나 화신주가 아니니까.”
달콤한 과실주다.
이정도라면야 뭐.
술을 한모금 마셨을 때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형주 공략 때문에 찾아 온건가?”
“예. 뭐 그것도 있고.”
“그것도 있고…? 뭐 따로 얘기할 것이 있나?”
“이번 형주 공략때 오관중랑장을 데려가고 싶습니다.”
“…..”
어제 밤새 가 사형과 순욱에 대해서 생각하며 뒤척거렸다.
내린 결론은 아직 없었다.
지금 결론을 내릴 필요도 없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당장 내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한이라는 나라가 있어줘야 하는 상황이니 가 사형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지.
그때까지는 결정을 미뤄둬도 된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보다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 내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조비.
그 자식이 뭔 일을 터트릴지 모르니 대처는 해야 한다.
우환이 될 만한 이는 옆에 두어야 하는 법이다.
내 말에 조조는 입을 다물었다.
“물론 오관중랑장의 직위가 도성을 지키는 역할이라는 것은 압니다만. 그래도 데려가고 싶습니다.”
“허… 그 녀석을 데려가서 뭘 어쩌려고?”
어쩌긴.
문제 생길 것 같으면 바로 쳐내 버리려고 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