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13
00513 형주로 가는 길 =========================
행군 도중에도, 그리고 야간에 쉴 때 조차 검을 휘두르던 관평이다.
관우와 헤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마음의 상처가 좀 치유된 줄 알았는데.
“알았어. 그럼 가보지.”
“예.”
여남군수 치소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장합의 말대로 그곳에는 훈련을 하고 있는 관평이 있었다.
아니, 관평 뿐만이 아니다.
“느려!”
“큭!!”
“빌어먹을!!”
손관과 관평.
거기에 감녕까지.
셋이 연무장에서 미친듯이 대련하고 있었다.
이제는 방천화극을 다루는 것이 수준급으로 올라간 감녕은 관평의 대검을 후려쳐내고 그의 다리를 걸어 균형을 무너트린 후 빙글 돌아 복부를 물미로 찍어버렸다.
아프겠다.
제대로 힘이 실렸음에도 불구하고 관평은 어떻게든 버텨내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덤벼드는 관평.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손관.
그야말로 맹장과 같다.
“하아아압!!”
“이야압!!”
“흥!!”
그리고 그 둘을 상대하면서 전혀 밀리지 않는 감녕.
감녕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뀐 후 방천화극을 빙글 돌려 내려 쳐 관평을 밀어내고 손관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뒤 무릎으로 그의 턱을 갈겨버렸다.
“이렇게 약해빠져서 어떻게 전장에서 제대로 싸우겠냐!! 일어나!!”
평소 놀고먹으며 농담만 하던 감녕 답지 않다.
악귀처럼 인상을 쓰며 손관과 관평을 닥달하던 감녕은 그들의 눈에 분노와 전의가 실리자 히죽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표정이 나오는구만! 나는 적이다! 무기를 잡고 마주한 이상 누구라도 적이다!!”
“죽여버리겠어!!”
“이번에는 반드시 쓰러트린다!!”
관평과 손관이 달려든다.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 심각해보여서 다가가려고 할 때 근처에서 쉬고 있던 하후상이 일어나 날 막았다.
“괜찮습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감 교위는 엄청난 고수입니다. 그에게 저렇게 실전과 같은 대련을 받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쭉쭉 늘어날 수 있습니다. 험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너 눈은 왜 그러냐?”
하후상은 미남이다.
물론 나 정도는 아니지만.
영이랑 청이가 그랬다.
내가 하후상보다 더 잘생겼다고.
아무튼 나보단 못하지만 그럭저럭 미남인 하후상의 한쪽 눈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부어 있었다.
“아하하하… 감 교위에게 맞고 기절했었습니다. 아까 전에…”
“하아… 적당히를 몰라. 적당히를.”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 바로 전장이니… 이정도는 감사히 받아야지요.”
씩 웃은 하후상은 검을 잡았다.
왜?
그 순간 감녕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하아아아압!!”
후려쳐지는 방천화극.
그것에 어깨를 제대로 맞아버린 손관이 무릎을 꿇었을 때 감녕은 그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찼다.
투구에 감싸진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손관이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을 때 관평이 대검을 휘둘렀다.
“좋은 수다! 하지만 느려!!”
허리를 노리는 공격을 막아내고 감녕은 관평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관평도 작은 체구가 아닌데 한방 맞은 순간 뒤로 크게 밀려날 정도다.
손관과 관평이 쓰러지자 감녕은 방천화극을 빙글 돌려 옆에다 꽂아 넣은 후 말했다.
“그래도 완전히 버러지들은 아니군.”
“제길…”
“젠장… 반드시 저 얼굴을 짓이겨버리겠어…!!”
“꼬우면 강해져서 덤벼봐라. 이상. 오늘은 여기까지다.”
“감 교위님! 저도!”
“넌 제일 먼저 나가 떨어졌잖아. 자유 대련은 하루 한번인거 몰라? 너무 심하게 상처입으면 전투에 지장이… 어라? 도련님. 왔수?”
아까 전까지 악귀처럼 다른 이들을 가르치던 감녕이다.
그는 날 보자마자 다시 푼수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에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구만.”
“뭐하냐?”
“뭐하긴. 애들 좀 가르치고 있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냥 도적 잡으러 가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어깨를 으쓱인 감녕은 하후상과 손관, 관평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는 강한 자가 있다면서? 황충이랑 위연이라는… 그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게하고 싶지는 않수. 그리고… 손책. 그 인간을 물리친 놈도 있다면서?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지.”
“흐음…”
감녕 나름대로 자기 사람들을 챙기는 법인가?
여포마저 인정할 정도로 감녕은 강자다.
어쩌면 내 부하들 중에서도 순수하게 무력만으로 따진다면 감녕을 따라갈 자가 없을 것이다.
스스로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노력하는 감녕은 투구를 벗으며 씩 웃었다.
그도 몇대는 맞은 것인지 얼굴 여기저기에 멍이 나 있었다.
땀투성이가 된 채 밤바람을 쐬던 감녕은 완이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 아가씨는 왜 그리 쳐다보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미안했어요.”
“뭐가?”
“…그게 항상 가볍기 그지 없는 사람이라서. 장군님에게 진지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그간 당신을 무시해서 미안했습니다.”
감녕이나 흑귀대를 좋게 보지 않던 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걸까?
그녀의 진심어린 모습에 머뭇거리던 감녕은 볼을 긁적거리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우하하하하! 뭘 그런 걸 가지고. 아유~ 됐시다. 됐어. 아가씨가 보던 모습이 내 원래 모습이 맞으니까. 그냥 그렇게 알고 계쇼. 부끄럽게 시리.”
“후후후.”
그래도 둘의 사이가 좀 나아져서 다행이다.
내가 미소짓자 감녕은 투구를 옆구리에 낀 채 물었다.
“그런데 오밤중에 도련님은 왠 일이우? 수련하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잠이 안와서 산책이나 갈까 했거든. 괜찮으면 같이 갈래?”
“흠. 뭐 그러지. 어차피 오늘 대련도 끝났고. 어이!! 관평!”
“끙… 예!”
“정리해놔! 난 도련님이랑 아가씨 호위하고 올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들에게 연무장의 정리를 맡긴 감녕은 다시 투구를 착용했다.
이렇게까지 무장할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아. 야. 감녕.”
“왜 부르슈?”
“이거 네가 쓸래?”
조조에게 받은 의천검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무력에 자신 없다.
의천검을 들고 싸워도 아마 관평은 커녕 하후상도 이기지 못할거다
이런 걸 보고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고 하지?
내가 칼 뽑고 싸울 정도가 되면 그 전투는 그냥 망했다고 보는게 맞다.
그럼 차라리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놈에게 넘기는게 낫지.
내가 의천검을 넘기려 하자 감녕은 무지하게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으으으… 그 검. 그거지? 전에 썼던거랑 비슷한… 됐수. 난 이거면 되니까.”
여포에게 물려받은 방천화극을 들어 올린 감녕은 셋을 보았다.
“줄거면 준예나 공명에게 주는게 맞을거요. 아니면 상이를 주든가. 저 놈. 재능만큼은 진짜 뛰어나니까. 잘하면 내 나이때 됐을 때 천하 제일도 노릴 수 있겠는데?”
“그정도야?”
“뭐… 그만큼 성장하게될지는 모르겠지만.”
“관평은 어떤데?”
그래도 관우의 아들이다.
그럼 재능이 넘쳐날텐데.
내 질문에 감녕은 머뭇거렸다.
“어, 그게.”
“왜 그러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저 녀석. 별로요.”
“뭐?”
관평이?
관평도 내 밑에서 일하며 많은 전투를 치뤘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훈련을 하고 많은 도적들을 잡은 걸로 아는데?
그런데도 별로라고?
내가 어이없어하자 감녕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순수하게 무의 재능만으로 따진다면 관평과 하후상은 비슷하지.”
“그런데?”
“명가가 왜 명가라고 불리는 거겠수? 그만큼 오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 당연히 훈련법에 대한 것도 많이 있어.”
감녕은 어깨를 으쓱인 후 아까 전 하후상이 쉬고 있던 나무 옆의 물통을 들어 마셨다.
“푸하! 상이 녀석은 하후가에서 거기장군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지. 체계적이기도 하고. 차근차근 쌓아 둔 기본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재능을 꽃피우는데 큰 힘을 줄거요. 하지만 관평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은 감녕은 안타깝다는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은 타고난 신체적 능력만을 가지고 제대로 배우지 않았어. 고급의 기술도 없고. 가진 것은 전투에서 스스로 익혀나간 정도에 불과해. 아니면 관우의 기술과 전투법을 흉내내는 정도고.”
“관우에게 꽤 배웠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수염쟁이한테? 하아. 도련님. 아쉽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수.”
“…독이라니?”
“관우. 그 사람은 자신이 가진 본인의 능력만으로 그 위치에 오른거요. 아마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졌겠지.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아버지의 피를 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그와 같을 수는 없는 법이지.”
“…이럴수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한계가 보인다는 건가?
안쓰러워 죽겠다.
스스로 관우와 척을 지고 내 곁에 남은 녀석.
그렇다면 관평은 나의 사람이다.
나의 가족이고 내가 아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한계가 있다는 말에 난 당황스러웠다.
“그럼?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데?”
“음. 뭐 그래도 한계까지 올라가면 적어도 지금의 장합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의 장합 정도?
나에게 있어서는 아득한 경지이지만 감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간 다리가 찢어지는 법이지.”
“관우를 너무 따라하려고 한다는 건가?”
“음. 관평의 이상은 바로 그 수염쟁이요. 너무 오랫동안 그 수염쟁이를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투법을 자꾸만 하려고 하더군. 두드려 패가면서 고쳐주고 있지만.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네. 관우의 전투법을 버리고 자신의 전투법을 찾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씁쓸히 말한 감녕은 다 마신 물통을 나무 밑에 던져 놓은 후 말했다.
“그게 안된다면 조만간 한계는 올거요.”
마음이 안좋다.
학소를 놓친 것 때문에 불편하던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관평의 한계라.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걸까?
감녕만큼이나 관평을 지도해주던 서황과 장합이다.
그들이라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감녕. 부탁인데.”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수. 준예도, 그리고 공명도. 하지만 자신의 이상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유.”
감녕 역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나보다.
그의 말에 나도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심란한 마음 술로 달래볼까?”
“아니. 산책이나 가자. 술보다는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봐야겠어.”
감녕과 완이를 데리고 관청 밖으로 나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달빛은 좋지만 사람은 없었다.
“너희들은 뭐하냐?”
“술이나 한잔하려고 그러는데…”
오래간만에 주둔해서 쉬는거다.
어느정도는 풀어지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에 흑귀대원들은 손에 술병을 들고 있었다.
“마을에 폐는 끼치지 마라.”
“에이~ 우리가 무슨. 그런데 어디 가십니까?”
“그냥 산책이나 좀 하려고. 심란해서 말이지.”
내 말에 흑귀대원들은 피식 웃은 후 무기를 챙겼다.
얘들은 왜 따라와?
세명의 흑귀대원들이 무기를 들고 다가오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여기가 어떤 동네 인 줄 알고 감 대장만 데리고 가십니까? 우리도 붙겠수다. 여차하면 장군님이랑 아가씨는 도망치게 시간을 벌어줘야지.”
“어? 그럴 필요 없는데.”
“쓸데없는 사양은 마십쇼. 산양군이나 허도라면 우리도 웃으면서 보내겠지만 바깥에 나온 이상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야. 우리가 복귀 안하면 애들 풀어. 이 현에 있는 놈들을 다 죽이더라도 도련님을 찾아야 한다. 알았지?”
“알았으니까 도련님이나 잘 모셔!”
남은 흑귀대원들이 술병을 들어 올리자 그는 씩 웃었다.
그런 그들을 보던 완이는 머뭇거리다가 내 손을 잡았다.
“왜?”
“…제가 정말 잘못생각하고 있었나보네요.”
감녕이나 흑귀대원들이나.
비록 하는 행동은 거칠고 무례하지만 진심으로 날 걱정하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다.
완이가 자신의 마음가짐에 부끄러워하자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했지?”
“예에… 제가 잘못했으니까 벌을 주세요.”
“…응? 아니 벌 까지야.”
“아뇨! 벌을 받아야 해요!”
“….”
얘야.
눈이 무섭구나.
그리 쳐다보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