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46
00546 절대란 건 없더라고 =========================
채가와 괴가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준다는 보장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후돈과 정욱, 순유는 인상을 쓰며 고민하다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보게.”
“물론 불가능한 수는 아닙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저희가 유표를 치는 이유는 그자가 진짜 황제 노릇을 하려고 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안다.
형주 일대를 차지하여 천하를 일통하기 위함임은.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채가와 괴가는 반드시 방해가 될겁니다. 그들이 형주 일대에 자리를 잡은 시간은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그들을 쳐낼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아요.”
순유의 떨떠름함이 노골적인 말에도 난 웃었다.
“순 대부의 말씀대로이기는 합니다.”
“이보게. 조카사위. 채가와 괴가는 다른 명가들과는 달라. 그들은…”
“그래봤자 명가에 불과합니다.”
다른 명가들과 다르다고?
천만에.
내가 보기에 채가와 괴가는 그저 그런 다른 명가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가문을 중요시여긴다.
그렇기에 가문을 위해서 힘을 쓸 것이고, 가문이 멸문당할 바에는 좀 더 쉽고 안전한 길을 걸으려 할 것이다.
“그들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양양현을 공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런데도 그들을 끌어들여야겠나?”
“채가와 괴가가 내부에서 움직여 준다면 쓸데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지요. 그 이득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차라리 이렇게 하는게 낫습니다.”
“자네 말대로 한다고 합세. 그렇다면 나중은? 형주의 정벌을 끝내고 채가와 괴가에게 형주를 맡길 생각인가?”
“아니요.”
“그럼?”
“괴가는 허도로 올려보낼 생각이고 채가는 일단은 그곳에 내버려 둘 생각입니다. 제가 알기로 채모는 수군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꽤나 큰 재능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 생각이지만 그들 스스로가 크게 양보를 하겠지요. 안전을 위해서.”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그냥 유표 목만 넙죽 내어주고 말지는 않겠지.
만약 선전포고를 한 후라면 모를까 이만큼 군대가 움직였고 바로 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가문의 안전을 위해서 볼모라 꽤 중요한 인물들을 허도로 보낼 가능성이 높았다.
“수군이라… 채모를 끌어들여서 강남 쪽을 공략할 생각을 하는 건가?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 없어.”
“하지만 지금은 그게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너무 당장만 보는 것 아닙니까? 유표와 함께 그들을 쳐낸다면 향후 쓸데없는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현재 채가와 괴가는 안달이 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형주를 다스릴 때를 생각해도 그들의 충성을 받아내기 좋은 수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하후돈의 질문에 난 담담히 말했다.
“반역죄에 연류된 집안이지만 승상의 배려로 인해 그 공을 인정받아 사면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그야…”
“그 죄에 대한 언급이 다시 이루어지는 것을 막으려 하겠지요. 결국 유표를 대신 할 이를 보내고, 그가 제대로만 해준다면 괴가나 채가는 그 관리자에게 잘보이려 할 것입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말이지.
그리고 방통이라면 충분히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아… 뭐 그렇다고 치고. 그래. 자네는 왜 이렇게 무리한 수를 두려는 건가? 그냥 공격을 해도 이길 수 있는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니까요. 그리고…”
“그리고?”
“오와 유장을 경계하고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내가 괴가나 채가를 끌어들이려 하는 이유는 쓸데없는 전투로 병력이나 물자의 소비를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노숙 때문이었다.
가 사형도 그렇고 마준도 그렇고.
그들 모두 노숙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유하의 지식.
즉 삼국지에서도 노숙은 오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양을 점령하게 되면 영안, 강릉, 강하와 인접하게 된다.
현재 영안은 익주의 군이 자리를 잡고 있고 강하는 오의 밑으로 들어간 황조가 관리하고 있다.
강릉이야 뭐 이렇다 할 이름난 이가 없으니 그렇다고 치고.
아무튼 적어도 두곳에서의 공격과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 둘을.
그러려면 한명의 병사라도, 한톨의 군량이라도 아껴두는 것이 좋았다.
또한 채가와 괴가를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현재 양양에 대기중인 병사들까지 어느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으니 병력도 증가시킬 수 있고.
한번 양보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난 당연히 그것을 선택할 거다.
“오와 유장이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네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네만.”
정욱은 심각한 얼굴로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우리의 목표는 유표의 목을 따는 것이지 형주를 완전히 우리의 손아귀에 넣는 것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형주의 많은 군에 조조의 깃발을 꽂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천하를 끌어안는 것.
당장 눈 앞의 일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형주에서 승상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도 있어. 그것에 대한 생각은 해두었나?”
그건 내가 할게 아니라 방통이 할 일이지만.
하후돈의 질문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걔가 알아서 다 해주겠지. 뭐.
내가 답하자 하후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자네 말대로 한번 해보지.”
“허 참나. 채모와 괴가에 대한 설득은 자네가 하게.”
정욱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불안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위험한 다리를 건널 필요는 없었다.
“그럼 일단 저희가 군을 움직이기는 해야겠군요.”
만약 서찰 한두번으로 끝날 만한 일이었으면 이렇게 오지도 않았다.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경계심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움직여서 괴가와 채가가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어야 했다.
순유는 내 생각을 빠르게 간파한 후 정욱과 하후돈에게 권했다.
어차피 양양현으로의 진격은 예정되어 있던 일이다.
굳이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원래 예정되었던 대로 이동하면 된다.
“내 자네에게 단단히 경고하겠는데. 행여나 그들과 만날 때 엄한 곳에서 만나 목숨 잃을 생각은 하지 말게나.”
“하하하. 알겠습니다.”
두 가문을 설득하는 일이다.
아무리 그들이 똥줄이 타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글 몇자만으로는 그들을 쉽게 설득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만나야 하는데 내가 미쳤다고 위험을 감수하겠나.
아쉬운 쪽은 그들이니 내가 원하는대로 그들이 움직이게 해야지.
애초에 내가 그렇게 호구같이 나올 필요도 없고.
칼자루를 잡고 있는 것은 우리다.
“양양현 근처는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고보니 자네도 오랫동안 양양에 살았다고 했지? 쯧쯧. 그런데 자네를 챙겨 줄 명가와 연을 맺지 못했나?”
“하, 하하하.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당장 수경상점을 운영하고 가르침을 받기 바빴는데 명가와 연을 어떻게 맺냐.
그들과 얼굴 붉히지 않은 정도만으로도 다행이지.
“그럼… 이제 가시지요.”
“저희가 없는 동안 전홍성은 누가 다스립니까?”
“유 군수가 남아주기로 했으니까 걱정말게. 그리고 하후 도위도 있어줄거고.”
“그러고보니 남양에서의 연락은 없습니까? 분명히 괴가 소속의 부대가 남양 인근에 있다고 들었는데…”
“아. 그들은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만 군수와 장 군수의 공격에 의해 크게 패퇴했다고 하니 말야.”
“그거 대단하군요.”
괴가의 가주인 괴월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괴월을 잡은 건가?
그럼 다행이겠지만.
아무튼 남양에서의 공격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면 오히려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그럼 저도 가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딱히 준비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양양에 연이 있고, 또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넘쳐났으니까.
“야야야! 다들 집합해!”
“뭐요?”
도란도란 모여서 골패를 맞추고 있는 흑귀대의 부대에 향했다.
양양에서부터 따라왔던 최고참들이 어슬렁거리며 모이기 시작했다.
“채가와 괴가에 좀 다녀와줬으면 하는데. 몸이 날래고 지리를 잘 알고…”
“그거라면 내가 적임이지.”
“농담이겠지? 날 빼고 무슨…”
“무슨 소리를. 난 전에도 양양에 좀 다녀왔었다고. 옛날이랑 비교해서 얼마나 바뀌었는데.”
흑귀대원들은 자신이 잘한다며 신나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놀러가는 거 아닌데 왜 이러는 건지.
지금까지 출장이나 타지로 임무를 보낼 때 포상금과 함께 간 김에 놀다오라는 명령을 내려서 그런지 다들 자원하려고 한다.
“야. 진짜 중요한 일로 가는 거거든?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이번 임무는 놀 틈 없어.”
“뭐 때문에 그러슈?”
딱히 농담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이들에게까지 숨길 생각은 없었고.
채가와 괴가에 가서 해야 할 일들을 말해주자 그들과 악연인 몇몇은 손을 내렸지만 그래도 자원하는 이들은 남아 있었다.
“많이 갈 필요는 없지. 지원금이나 좀 챙겨주쇼. 채가의 하인 중에 아는 놈이 좀 있으니까. 그들에게 뇌물로 줄 돈, 그리고 현에 들어갔을 때 쓸데없이 마주치는 놈들에게 줄 돈. 그정도면 될 것 같은데?”
“그럼 맡기지.”
나머지는 내가 준비하면 되는 건가?
굳이 명문을 쓸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말만 쓰면 되니까.
빠르게 그 자리에서 글을 적었다.
채가와 괴가에 보낼 두통의 서찰을 만들어낸 나는 직인을 모두 찍고 봉인한 후 나선 흑귀대원에게 주었다.
“자. 그리고 이거 전달하면 곧장 양무원으로 가서 대기해.”
양양현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사원이다.
예전에 사부님과 몇번 간 적이 있는 곳이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곳.
거기에 병사들을 숨기기 아주 좋은 곳이다.
“양무원? 거기서 만날거요?”
하지만 그정도로는 곤란하지.
좋은 곳이지만 너무 좁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다른 곳을 골라야 한다.
“아니. 그곳에서 숨어 대기하다가 채모와 괴가의… 아마 지금 가주는 부재중이니 괴량이 오겠지. 그들이 적은 수의 호위만 데리고 온다면 그들을 데리고 흑죽림으로 들어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이번 일은 신뢰가 중요하다.
만약 그들이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내 작전은 그냥 말짱 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그렇게 바보같은 선택을 할까?
아무리 잘났다고 해봤자 지금 상황에서 그들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적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들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과연 유장이나 오가 가만히 있을까?
우리가 물러간다면 바로 그들이 쳐들어 갈 것이 분명했다.
어찌 되든 유표와 채가, 괴가의 끝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보낸 서찰은 그들에게 있어서 든든한 동앗줄이 되겠지.
그 동앗줄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한 놈들이라면 나도 필요가 없다.
“아무튼 뒷일은 좀 부탁할테니까 잘해.”
“알겠수다.”
흑귀대원들을 선발로 보내고 다음날.
전홍성에서 출진을 할 시간이 되었다.
딱히 준비가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순유와 유복이 다녀오는 동안 출정의 준비는 끝낸 상태였으니까.
“만약 진동장군의 뜻대로 일이 풀린다면 전투 자체는 의미가 없겠군요.”
“더 큰 전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더 큰 전투가 있어야 하지요.”
나와 함께 선두에 선 순유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채가와 괴가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유표의 목을 가지고 온다면.
그럼 양양에서의 전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위협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강하를 가지기 위한 전투를 치뤄야 한다.
단순히 완이와의 결혼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제갈량.
그가 있는 곳이 강하다.
그렇다면 그곳을 공략할 준비를 해둬야 하는 법.
“…도망치지는 않겠지?”
양양성에 입성하면 감녕과 장합을 강하로 보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