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47
00547 절대란 건 없더라고 =========================
군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정찰병을 항상 운영해야했다.
이번에도 당연히 정찰병을 보내 양양의 움직임을 살폈다.
양양현은 성이 없는 곳이다.
기껏해야 도적을 방비하기 위한 낮은 높이의 성벽과 몇몇 곳의 진지만 존재할 뿐, 실제 도적이 나타나면 양양현의 관청에서 군을 보내 그들을 토벌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음… 여기로 가면 될겁니다.”
알고 있으니 쉽구나.
과거 수경상점을 운영하면서 감녕과 함께 도적 토벌을 해 지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되었다.
정찰병들을 보낼 곳을 선택하는 것은 나와 순유가 맡았다.
이곳의 대략적인 지리는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
적들이 숨을 만한 곳, 기습을 당하기에 좋은 길목, 그리고 물이 있는 곳.
과거 도적들이 주둔지로 쓰던 곳들을 지도에 표시하자 순유는 피식 웃었다.
“양양현에서 오래 사셨다고 하더니… 확실히 편하기는 하군요. 수경원에서 도대체 뭘 하신 것입니까? 이정도로 ”
“수경원에서 뭘 했다기보다는… 하하. 예전에 양양현에 있을 때 현령을 도와 도적토벌을 많이 했었으니까요.”
정경유착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었다.
양양현의 현령 입장에서는 도적은 줄여야 했고 상인인 나 역시도 도적의 수를 최대한 줄여나가야 했었다.
전투를 위한 물품을 관에 납품하는 것과 동시에 현령이 우리에게 신뢰를 갖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물건을 사게 하기 위한 홍보효과까지.
도적 토벌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수경상점에 대한 백성들과 소규모 보부상인들의 신뢰도가 무척 올라가니 꽤나 할만한 것이었다.
덤으로 미쳐 날뛰는 감녕과 그 패거리들을 얌전하게 할 수도 있었고.
“도적토벌이라… 어렸을 때부터 훌륭한 일을 하고 계셨군요.”
“별 것 아닙니다. 실제 도적토벌은 양양보다는 산양군에서 더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아. 여기도 가야합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찍어 준 위치를 확인한 순유는 각각의 위치에 대한 지도를 그렸다.
수십장으로 양산한 지도를 든 채 나에게 몇번 보여줘 내용을 확인한 그는 그것을 정찰부대에게 넘겼다.
“철저하게 확인하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정찰부대가 떠난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던 순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군.”
“예?”
“유표와의 전투가 끝나면… 장군께서는 바빠지실 겁니다.”
“그렇겠죠.”
언제는 한가했나.
갑자기 이 얘기는 왜 꺼내는 거지?
내가 의문을 담아 바라보자 순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용히 할 얘기라도 있는 걸까?
그와 함께 막사로 들어갔다.
“장군께 부탁이 있습니다.”
“하하하. 순 대부의 부탁이라면 들어드려야지요. 뭡니까?”
“이번 유표의 토벌이 끝나면 장군께서는 북쪽으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되게 뜬금없네.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만 왜?
더 이상 북쪽에 대한 일은 없는 것 아닌가?
내가 말없이 바라보자 순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민했다.
“무슨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순 대부. 저는 순 대부를 더 이상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전장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아.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이군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무엇입니까?”
“후계자의 문제 때문입니다.”
왔구나!
드디어 순유가 후계권에 관련되어 나에게 자신의 판단을 알려주었다.
내가 기대하며 바라보자 순유는 머뭇거렸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저의 숙부님과 다르게 저는… 조앙을 지지합니다.”
이건 예상했던 일이다.
실제로 순유는 조앙과 함께 장양의 군세를 막아내기도 하였고 꽤 오랫동안 그와 함께 일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한다면 순유가 조앙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숙부님과 다르게라면 순 승상부주께서는…”
“그분께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셨을 겁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비와 조식, 조창 때문이지요.”
“흐음…”
“승상의 마음에 대해서는… 장군께서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고 있지.
조조는 조앙이 후계자가 됨으로써 조비나 조창, 조식이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반항하다가 나에게 죽을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조조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며 기회가 된다면 조조의 아들이든 나발이든 칼같이 쳐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 조비가 지금 무언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오관중랑장이라지만 지금 조비는 조앙의 밑에서 일하고 있을 뿐 이었다.
조비는 투덜거렸지만 그가 조앙의 밑으로 들어간 것은 나에게서 피신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순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역시 경조윤이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래도 승상의 뜻 정도는 헤아리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장군께서 잠시 그 문제에서 손을 놔주셨으면 합니다.”
“저를 경계하시는 겁니까?”
“그럴리가요. 다만 제 충의가 승상께 있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승상의 뜻을 따르고 싶을 뿐입니다.”
자신의 아들들이 힘을 합쳐 후계자가 결정된 이후에도 권력을 문제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지 못하게 하겠다.
그것이 조조의 뜻이다.
조앙을 지지하지만 조조의 뜻은 따르겠다는 건가.
순유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순 대부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하아. 감사합니다. 솔직히 조금 두려웠습니다. 장군께서 허락하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다만 한가지만 약속해주십시요.”
“한가지가 아니라 열가지라도 약속해드리겠습니다.”
“반드시 경조윤이 후계자가 되게 해주십시요.”
“하하하… 당연한 말씀을 저는…
“승상께서 왜 오관중랑장을 장안에, 조식을 서주에 보냈는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그야… 잠깐만.”
순유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말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괜히 쓸데없는 짓으로 조앙을 다치게 하지 마라.
그는 나의 방패이며, 또 채 사저와 결혼을 한 이상 나의 진짜 가족이기도 했으니까.
“제가 제 사람을 끔찍히 생각하는 놈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장군.”
“또한…”
“네?”
“순 대부께서도… 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요.”
“하하하하… 그거 영광이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순유의 표정이 좀 더 진지해졌다.
유표의 토벌이 끝나면 이제부터는 진짜 후계자 결정권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부터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기게 된다.
순유라면 알고 있겠지.
그는 내 대답을 들으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저 역시 노력을 하겠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니.”
내 막사로 돌아왔을 때 완이가 날 반겨주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간단한 음료를 만들어 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표정?”
완이는 동경을 꺼내 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딱딱하게 굳어 있다.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은 내 얼굴을 만져 본 나는 히죽 웃었다.
이제야 원래 내 표정이 나오네.
“장군님은 항상 웃는 표정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 웃으면 복이 오니까 말야.”
“헤헤~”
그래.
웃어야지.
내가 완이의 웃는 얼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놀고 있을 때 막사의 문이 열렸다.
“장군님.”
“어. 그래. 왜?”
나에게 인사를 한 장합은 내 앞에 서 있는 완이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뭐. 왜. 뭐.
이제 결혼할 사람이랑 놀고 있는데 불만이냐?
우리의 시선을 마주하던 장합은 어깨를 으쓱인 후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흑귀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장난은 그만쳐야겠군.
그나저나 벌써 연락이 올 줄이야.
그들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뭐라디?”
“양무원에 채모와 괴량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슬슬 흑죽림으로 출발하시면 될겁니다.”
“그래? 다들 준비는 됐나?”
“감녕과 관평이 준비를 했습니다만… 제가 가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뭐, 굳이 너까지 올 필요는… 있겠군. 아니. 그냥 다 데려갈까?”
만약 채모와 괴량이 미쳐서 황충이나 위연을 데리고 온다면 그들을 잡을 방도 정도는 생각해두는 것이 좋았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멍청한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약은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좋을 듯 싶습니다.”
장합의 진지한 말에 완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장군님도 아시겠지만 명가의 사람들은…”
“음험하기 그지 없지. 좋아. 애들한테 알려. 흑죽림으로 간다. 완이 너는 여기 있고.”
“네.”
자기가 가봤자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것을 완이는 알고 있었다.
채가와 괴가를 설득하는 것은 나 혼자면 충분하다.
굳이 소개를 받을 필요도 없고 말이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날 올려다보며 베시시 웃었다.
“부디 무사히 다녀오시길 빌게요.”
“오냐.”
막사에서 나온 나는 준비를 마친 흑귀대원들과 조가의 정예병들이 정렬해 있는 것을 보았다.
벌써 준비를 마친 것인가?
장합이 방패와 검을 챙겨 나오는 것을 본 나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에… 전에 말했다시피 이번 임무는 흑죽림에서 매복을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그냥 얌전히 있도록 해.”
“저들이 수작을 부리면 어찌합니까?”
“그럼 움직여. 활은 다들 챙겨가고 있지?”
“예.”
대나무가 무성한 흑죽림이지만 약속장소는 흑죽림 안에 있는 정자다.
탁 트인 정자인 만큼 흑죽림 근처에 이들이 숨는다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지.
“그럼 가자.”
괴가와 채가를 설득하는 것은 이미 하후돈과 정욱에게 허락을 받았다.
굳이 인사까지는 필요 없었기에 나는 간단하게 장비만 한 채 말에 올랐다.
“장군.”
“순 대부?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출발하려고 할 때 순유가 달려왔다.
헐떡거리던 그는 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주었다.
“이게 뭡니까?”
“상처에 좋은 약입니다. 위급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들이 허튼 마음이라도 품는다면…”
“하하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언제든지 손관이 이끄는 부대가 흑죽림으로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하하…”
“장군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저희의 미래가 바뀔테니까요.”
순유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보았다.
미래라.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군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무사히 다녀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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