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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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후돈과 만남을 마치자마자 우리는 진가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챙긴 후 정북부로 향했다.
정북부에 들어가니 관평과 하후상이 대련을 하는 것이 보였다.
“하아아압!!”
“으랴압!!”
검과 검이 수십차례 맞부딪힌다.
지금 상황에서 본다면 관평이 더 유리한 것 같은데.
관평의 대검이 강하게 후려치는 것을 막아낸 하후상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자 장합이 소리쳤다.
“그만!! 이 멍청아! 그게 아니야!! 제대로 집중 못하냐!”
“죄, 죄송합니다.”
“집중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라면 그만 둬!!”
와.
냉정하구만.
장합이 저렇게 열받은 듯한 모습은 처음이다.
“죄송합니다…”
“오늘 네 훈련은 여기까지다! 마음부터 다스리도록 해라! 벌로 휘두르기 이천번을 명하겠다!”
“예. 감사합니다.”
하후상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의 허리를 툭 쳐 준 감녕은 우리 쪽을 가리켰다.
“뭐 이렇게 힘들게. 다들 고생이 많아. 하후상. 넌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어… 예.”
장합의 허락을 받은 하후상이 안으로 들어오자 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각 가문의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 어떻게 되셨습니까?”
“승상께서는 네가 첩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하셨어. 그리고 조부님 역시도.”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하후상이 눈을 빛내며 날 바라보자 난 차분히 답해주었다.
“민이와 먼저 결혼을 해.”
“…예?”
“민이와 결혼하라고. 그게 선행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처나 첩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거야.”
하후상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지만 나는 말을 바꾸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이래저래 생각을 해봤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그거더라고.”
“하지만 저는 민이를…”
“걔를 싫어하는거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민이는 제 동생같은 아이라서.”
머뭇거리는 그를 향해 난 쓰게 웃었다.
“걔는 널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건 그렇지만…”
하후상은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런 그를 향해 난 여유로운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문제가 있나?”
“…..”
하후상은 입술을 우물거리기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이겠지.
“만약 그녀가 싫거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토할 것 같거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결할 것 같은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냥 결혼해.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명가의 사람으로서 혼인을 통해 가문에 이득을 주는 것은 의무다.”
“….”
복잡한 표정이다.
왜 이렇게 됐나 싶겠지?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너도 왕이를 만나기 전에는 민이와 결혼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잖아. 안그래?”
견희를 얻었을 때 원래는 하후상에게 넘기려고 했지만 그때 하후상은 정혼자가 있다는 이유로 견희를 거절했었다.
조민과 견희를 두고 비교하면 누구라도 견희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도 하후상은 한번의 고민 없이 조민을 선택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미모따위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겠지.
그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것을 선택하려 한다는 거다.
“조민에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라면. 괜찮아.”
“제가 안괜찮은데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야. 누군가는 필요에 따라서, 또 누군가는 가족처럼 살아가다보니. 그리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고 가족이 되어 살아가지.”
“….”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하아…”
“네가 왕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야. 뭐 내가 끼지 않으면 네가 첩이나 후처를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서 하후가든, 조가든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막아준다는거지.”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꼭 그래야 합니까?”
“다른 방법도 있기는 한데. 좀 좋지 않은 방법이라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
“그게 뭡니까?”
“조성민의 가문에 역모와 관련된 누명을 씌우는 거지. 그런 방식으로 조성민의 가문을 약화시켜나간 후 그들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나간다면… 아니면 조민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소문을 내고 그녀의 정절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보자. 물론 그 과정에서 조민은 좀 상처입겠지만…”
“그건 좀 너무한 것 아닙니까?”
하후상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죄 없는 조민은 파혼된 것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하겠지. 그거나 정절에 대한 부분을 문제삼는거나. 결국 괴로운 건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그건 좀 다르지 않습니까.”
“달라봤자 정도의 차이일 뿐.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결국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어. 최소한 모두가 적은 상처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네가 그것이 싫다면. 나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야지.”
“….”
“이득은 보고 싶은데 남들이 고통받는 것은 싫다는 건가? 그런 걸 보고 도둑놈 심보라고 하는데 말야.”
“그…”
내 말을 들은 하후상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람이란게 원래 그런거다.
이해는 한다.
다른 놈이었다면 여기서 재기불능할 정도로 쓰레기로 만들어버리겠지만… 그래도 내 부하이니까 내가 챙겨야지.
난 차분히 웃었다.
내 웃음에 하후상은 고개를 숙였다.
“조성민의 가문에 피해를 주는 것이 싫다면 네가 후처를 먼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제시한 방법 뿐이야. 아니면 아예 혼담 자체를 취소시켜버리든지. 그걸 원해?”
“그, 거기까지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하후상은 허겁지겁 나를 말렸다.
이 혼담을 박살낸다는 것은 결국 내가 조가, 그리고 하후가와 한판 뜨자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날 잡자 난 자리에 앉은 후 천천히 말했다.
“결국 네가 원하는 것은 아주 원만한 방법을 원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해.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하아… 결국 그 방법 밖에 없는 겁니까?”
“그 전에 내가 묻자. 조민이 싫어?”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아까 보고 왔는데… 그 아이. 무척이나 귀엽던데. 그리고 사랑스럽게 생겼고. 널 무척이나 좋아해주는 것 같은데 뭔가 문제라도?”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인식의 문제야. 네가 조민을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지. 살 맞대고 살아가면 결국 정이 생기기 마련이야. 나라고 해서 처음부터 청이나 완이, 견희가 좋았던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지.”
“하지만 그런 거짓을 통해… 행복한 결혼생활이 만들어질까요?”
“그게 왜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행복하지 않잖습니까.”
“이 세상에 마냥 행복한 결혼생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내 말에 하후상은 기겁했다.
“그게… 장군님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이걸 행복… 이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하지. 살아가는 거야. 나도 영이나 청이, 완이, 견희와 다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결국 남자가 하기 나름이야.”
네명의 아내를 데리고 살면서 서로간에 질투와 시기가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중재, 그리고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되먹은 남편이라면 그것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두명 이상의 부인을 데리고 살려면 말이지.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아내들끼리 투기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어렵네요.”
“네가 하는 말은 결국 네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아. 힘들겠냐? 부인 한둘 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것을 이루지 못하는 자는 큰 것을 이룰 수 없다… 가 내 지론이야.”
결국 대의의 기본이 되는 것은 소의다.
자신의 몸을 키우고, 가정을 이뤄 가정을 돌볼 수 없다면 그게 어찌 사내라고 할 수 있겠나.
“능력만 있으면 애정은 무한해질 수 있지. 물론 정력은 무한하지 않지만.”
“하하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휴. 힘들어 죽겄어.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왕이를 너에게 후처로 줄 수 있다. 그 부분은 내가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하지만 그 전제조건은 네가 조민과 결혼을 하는 것이야. 아내로서 사랑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가족으로서 그녀를 사랑해라.”
“…그…”
“못하겠나? 해보지도 않고 못하겠다고 생각하는거야?”
하후상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됐다.
“좋아. 그럼 조민과 결혼을 하는 것으로 알겠어. 결혼을 하고 일년 정도만 지나면 왕이와 결혼을 하게 해주지.”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장군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고 하더라도 왕 소저는… 그 시녀인데.”
“구색은 맞춰야겠지. 사마가의 양녀로 일단 방계 형태는 만들어 놓을거야. 그것을 위해서라도 어차피 시간은 필요해. 일년동안 열심히 해봐라.”
“하하하…”
메마른 웃음을 짓는 그를 향해 마주 웃었다.
하후상과의 대화를 마치고 내가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청이는 걱정스레 물었다.
“어떻게 됐나요?”
“바보는 아니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정도는 알아듣겠지.”
“다행이네요.”
“자. 그럼 나도 이래저래 일을 좀 해봐야겠네.”
“무슨 일이 또 있나요?”
“음… 왕이를 사마가의 방계로 보내 양녀로 만들게 해야지. 이건 장인어른께 부탁하면 되겠군.”
부하 하나 결혼시키려고 별 짓을 다한다.
내 말에 청이는 빙긋 웃었다.
“고생하셨어요.”
“그냥 말 몇마디만 한 것 뿐인데 뭐.”
“그 말 몇마디가 중요한 거라구요. 만약 당신이 그리 말씀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 놓지 않았다면… 상이도, 그리고 민이도 힘든 결혼생활을 했겠죠.”
청이는 애 팔을 끌어안은 후 볼에 살짝 입맞췄다.
“역시 당신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조율하는 일을 아주 잘하는 것 같아요.”
“응. 오죽했으면 방통이나 서복이 이런 문제는 내가 담당이라고 했겠어?”
청이의 입맞춤을 받아 준 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결혼 준비 뿐인가…”
진가로 복귀했을 때 못보던 마차가 보였다.
험상궂은 인상을 한 놈들이 서 있는 것을 보던 나는 허리의 검에 손을 가져갔다.
“너희 뭐냐?”
“음? 어… 아하!”
어색한 한어다.
우리가 긴장했을 때 그는 마부석을 툭툭 쳤다.
“왔다! 왔다!”
“음? 오오! 오래간만입니다!”
“장료잖아!?”
사마의와 함께 북쪽으로 갔던 장료다.
그가 왔다는 것은?
“중달이 왔어?”
“예. 지금 안에 있습니다.”
장료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북방에 갔다왔기 때문일까?
그의 얼굴은 꽤나 거칠어져 있었다.
“더 강해진 것 같군.”
“아무래도 험난한 생활을 해왔으니까요. 거의 매일이 전투였습니다.”
작게 미소지은 그는 다른 이들을 가리켰다.
“북방에서 동료가 된 이들입니다. 이봐. 인사드려. 진동장군님이시다.”
“이제는 정북장군이다.”
“오! 승진하셨습니까? 축하드립니다!”
장료는 씩 웃었고 아까 장료를 부른 건장한 사내는 두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난제 호주천이라고 합니다. 호주천이라 불러주십시요.”
어색한 존대다.
아직까지는 한어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인지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중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선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선우라면… 흉노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야~ 이거 대단한 사람이네?”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거렸다.
“선우라고 하지만 세력이 보잘 것 없습니다. 그게…”
장연이 북방에서 깽판을 친 탓인가.
흉노족과 선비족, 오환족, 그 외 다른 민족들이 힘다툼을 하는 곳이 바로 북방이다.
“중달이 장군께서 저희를 도우실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글쎄. 뭐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려는지 모르겠군.”
“중달이 말했습니다. 장군께서… 조만간 북방으로 가신다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그런데 왜 다들 이렇게 밖에 있는거지?”
“밖에 있는 이유는 내가 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했기 때문이지. 가문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외간남자들을 함부로 들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진가의 안쪽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난 고개를 돌렸다.
“…중달.”
“오래간만이다.”
장료와 마찬가지로 피부가 무척이나 거칠어져 있고, 좀 더 날카로워진 사마의는 눈을 빛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어서 들어와라.”
“여긴 내 집이거든? 뭘 주인처럼 말하고 있어?”
“흥.”
오래간만에 봤지만 여전히 짜증나는 놈이군.
“너희도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와.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텐데 일단 푹 쉬라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호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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