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07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
이미 흉족을 이용해서 유화에게 협력하는 선비를 칠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끌어들일 이들이 있다는 건가?
곽가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피에는 저동항이라는 항구가 있지.”
“예. 압니다만…”
“그 항구를 통해 교역을 하는 무리들이 있어. 말이 교역이지 실제로는 밀무역이지만 말야. 그리고 해적의 무리들도 있고.”
“해적… 골치아픈 놈들이지요.”
“맞아. 골치아픈 놈들이지. 수적들과 다르게 바다에서 움직이는 놈들인 만큼 잡기도 어렵고.”
그런데 그 얘기를 왜 하는 거지?
우리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곽가는 히죽 웃었다.
“업에 내려오기 며칠 전에 해적들의 한 무리를 잡을 수 있었지. 그리고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어.”
“해적 끌어다가 어디다가 쓰시려는 겁니까?”
“과거 전풍은 공손강을 끌어들인 후 그들을 이용해서 바다를 통해 청주에 들어갔어. 그건 자네도 알지 않나?”
“예.”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지. 생각보다 바닷길이 꽤 좋다는 것을. 그 해적들을 놔주는 대신 무역상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덤으로 노략질도 좀 허가해주고.”
“…..”
이건 또 뭔 소리야.
그럼 지금 대놓고 나서서 밀무역을 하겠다는 건가?
외국과의 교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허가된 곳은 서량과 병주, 그리고 사예주 뿐이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국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인데 범법을 대놓고 하겠다고 하는건가?
진짜 막 나가네.
우리 모두가 어이없어하자 곽가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가 수적들과 건달들을 끌어들여 흑귀대를 만든 것과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 그렇지만 그거와 이거는 좀 차이가 있잖습니까.”
“정도의 차이일 뿐이야. 금지되고 있는 약탈도 몇몇 부대에서는 은밀히 하고 있어. 그렇지만 그 처벌은 없지. 자. 승상부주. 이것에 문제라도 있나?”
“문제는 없지만… 해적 및 도적들은 기본적으로 처형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그 원칙을 깰 생각인가?”
“가끔씩은 파격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들도 있어.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야.”
“뭐가 중요합니까? 그럼?”
곽가는 품에서 철괴 하나를 꺼내 올려 놓았다.
“이건…”
“상당한 고품질의 철이지. 해적들이 가지고 있던 것 중 하나야.”
“꽤 되는군요. 이정도면.”
서주에서 만들어지는 철괴 이상의 품질이다.
내가 감탄하자 서복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해적들이 이걸 어떻게…?”
“그들이 밀무역과 노략질을 통해서 얻었다고 하더군. 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으음…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
“이 철을 만들어낸 나라. 고구려라고 하더군. 해적들에게 물어보니 고구려는 요동 지방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 부여와 마찰이 심하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을 끌어들이면 적어도 부여의 참전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고구려라는 이야기에 난 손가락을 튕겼다.
“그거 괜찮은 수로군요.”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고구려는 상당히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였다.
내가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간신히 만든 중무장 철갑기병을 벌써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맥궁을 이용한 고급 활을 쓴다. 그 뿐만 아니라 쇠뇌까지도 보유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다.
그들이 부여의 뒤를 공격해 부여가 이쪽에 관여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북방의 정벌이 한결 더 쉬워진다.
“다만 그들은 상당히 호전적이라 들었습니다. 그들이 쉽게 저희와 손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데요.”
“오? 자네도 아나?”
아는 것은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기록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곽가는 피식 웃었다.
“해적들의 이야기로는 고구려의 전대 왕인 고남무가 아들이 없어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고연우가 왕위에 올랐지만… 다른 형제인 발기가 무척이나 분노했다고 하네.”
“그렇습니까?”
그쪽도 왕위 계승 때문에 난리네.
솔직히 이정도로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곽가는 빙긋 웃으며 재미있어하는 우리에게 천천히 말했다.
“남의 불행은 곧 우리의 행복이라지만. 사실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야. 고연우의 형들은 왕이 되지 못한 것에 분노하며 공손강과 손을 잡았으니까.”
“우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되겠군요.”
“그렇지. 공손강은 유화와 손을 잡은 사람이야. 적의 적은 곧 이용의 대상이 되는 법. 만약 유화가 유주 일대를 공고히 다지게 된다면 유화는 공손가와 연계하여 선비, 오환, 거기에 부여를 끌어들이게 되지. 뿐만 아니라 그 병력으로 남하하게 되고. 또 공손강과 오환이 협력하여 고구려를 칠 수 있게 되는거야.”
“하지만 공손강에게는 고구려를 칠 이유가 없지 않잖습니까.”
“이유따위는 얼마든지 만들어내면 되는 거야. 발기가 공손강에게 몸을 의탁할 때 자식이 있었고, 그야말로 고구려의 위대한 왕이다. 라고 떠들어대면 그만이지. 어차피 지금 고연우에게는 자식이 없어. 잘만 되면 고구려에도 공손가의 힘을 미치게 할 수 있고 더 잘 되면 고구려라는 하나의 나라를 제대로 집어 삼킬 수 있게 된다.”
“고연우라는 자… 고자랍니까? 왜 자식이 없죠?”
“발기가 그의 처자식을 전부 죽이고 공손강에게로 튀었다고 하더군.”
진짜 흥미진진하다.
이게 남일이니까 되게 재밌구나.
우리가 신나하자 곽가는 킬킬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 일 때문에 고구려의 입장에서는 공손강이 거슬릴 수 밖에 없지. 고발기는 고연우에게 비록 형이지만 자신의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그를 도와 줬으니까. 또한 공손강 역시 마찬가지야. 만약 고연우만 없으면 적당한 인물을 내세워 더욱 세력을 넓힐 수 있을테니까.”
“그렇다면… 고연우의 입장에서는 고립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까?”
“그렇지. 당장 전대 고구려 왕인 고남무가 재위 중일 때 많은 업적을 쌓은 명재상인 을파소의 건강도 좋지 않은 상황인만큼 그들로서는 당장 외환을 없애고 싶어할거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손을 내밀어준다면 구미가 당기겠지.”
꽤 재미있는 의견이다.
곽가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순욱은 빙긋 웃었다.
“단순히 해적의 정보 치고는 꽤 자세한데?”
“맞아. 내 생각에는 고구려에서 일부러 그 정보를 내어 준 것이라고 생각해. 따로 조사를 해보니 을파소는 무척이나 현명하고 지략이 대단한 사람이라 하더군.”
을파소라면 이유하의 기억에도 있을 정도의 대단한 사람이다.
무려 그곳의 유력자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진대법을 실시하여 많은 백성을 구한 사람이니까.
진대법은 일종의 구휼제도다.
흉년기나 춘궁기에 국가가 나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양곡을 빌려주고 수확기에 갚게 하는 제도인데.
당연하겠지만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좋지만 돈 많고 땅 많은 이들에게는 피토할 만한 제도다.
사람은 궁하면 무슨 일이든지 한다.
흉년에 자식에게 쌀 한톨을 먹이기 위해서 몸을 파는 여인도 있고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노비가 되는 이가 있을 정도다.
있는 자에게는 오히려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흉년인데 그 흉년에 있는 자들이 부를 축적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를 시행해버린 자다.
진대법이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유력자들이 얼마나 방해를 했을지 안봐도 뻔한데 그것을 성공시킨 것을 보면 을파소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해적들의 본거지가 남피 인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 현재 고구려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 해적들에게 일부러 알렸다고 밖에 볼 수 없어.”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할 정도라면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또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다른 것도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정도 뿐이라고 생각해. 음… 그 밖에는. 아아. 그렇지. 지금 고구려의 국력은 꽤나 약해져 있는 상황이야. 혹시 형사취수라는 제도에 대해서 아나?”
“그건 이민족들의 방식이잖습니까. 형이 죽으면 형수를 동생이 가진다…”
“맞아. 고연우는 형사취수를 통해 고남무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받아들였어. 다만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결혼한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들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는 거야.”
“호오.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건가?”
있지.
내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나 을파소가 아직까지 국상의 자리에 있는 이상 유력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왕이 죽는 순간 누가 왕이 될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면 내부에 귀족들이 왕위를 노리게 된다.
당연히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국력은 금방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자칫 잘못했다간 손을 잡기는 커녕 고구려가 내부에서 곪아 터지고, 또 외부에서 때려 금방 무너질지도 몰라. 그러니 빠른 선택을 하는게 좋겠지.”
“을파소라는 작자가 죽기 전에?”
서복의 말에 곽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약 내 생각대로 을파소가 일부러 그런 정보를 흘렸다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도 지금 한참 애가 타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현 상황에서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임을 알거야.”
곽가가 말을 마치자 순욱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런 것이라면 괜찮겠군.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네. 그들과 손을 잡고 싶다고 하더라도 뱃길을 이용한다면 상당한 위험이 있어. 당장 배도 없는 상황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해 둔 것이 있어. 배는 있다.”
“배가 어디 있습니까?”
“동해군에 배가 있지 않나?”
“전에 전풍이 두고 간 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해체해서 다른 곳에 쓰려고 하지 않았나…?”
그쪽의 일은 방통과 서복에게 맡겨서 난 잘 모르는데.
내가 서복을 보자 서복은 피식 웃었다.
“아니. 그 배는 아직 동해군에 남아 있어. 굳이 배를 해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서 내버려 두었지. 언젠가는 쓸 것 같았기 때문에 말이야.”
“몇척이나?”
“약 스무척 가량. 양평의 안평항에서 동해군의 창양항까지 내려오는 뱃길은 험하기 그지 없는데 그 뱃길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튼튼한 배라면 충분히 고구려까지 왕복할 수 있어.”
“그리고 해적들이 사용하는 배 역시 항해를 하기에 괜찮은 배지. 뱃길도 전부 조사해 놓았어.”
이미 준비를 끝낸건가.
난 곽가를 보며 물었다.
“뭐 다 좋은데… 그들과 협상은 누가 합니까? 저희가 갑니까? 아니면 그들을 부릅니까? 그리고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줍니까?”
“해적들에게 듣기로 현재 고구려는 작년과 재작년에 흉작이 들어 곡식이 부족하다고 하더군. 밀무역과 노략질을 통해 곡식의 거래를 한다고 했으니. 곡식을 내어주든, 아니면 농법을 전수하든 그것을 한다면 그들은 우리와 협정을 맺을 것이네.”
곽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난 거절했다.
“곡식의 거래는 괜찮지만 농법의 전수는 불가합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가장 바라는 것이 농법의 전수일텐데? 청주와 서주, 연주 일대에서 몇년째 계속 풍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을 걸세. 그렇다면 농법을 탐내서…”
“절대 불가.”
곽가는 입맛을 다셨고 순욱과 서복은 내 의견에 동의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의 입장이네. 농법을 전수해 그들이 성장하게 된다면 차후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어. 이이제이는 두 적을 모두 잡기 위한 방법이지 하나의 적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야.”
“쩝. 그렇다면 곡식이 꽤 많이 필요하겠는데… 그건 어디서 받을 생각이지? 병주에 병력을 보내 흉족을 키우려면 소요되는 곡식의 양이 상당할텐데.”
곽가의 말대로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은 유주의 공략이었다.
병주와 고구려의 안정까지는 계획에 없었던 것이고 그 말은 추가적인 비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당장 서주와 청주의 물자를 병주로 보낸다고 치더라도 고구려로 보내려면 보통 물자로는 곤란한데.”
“연주와 사예주, 예주의 물자를 공급받을 수 밖에 없겠군.”
“가능하겠나?”
이렇게 나와버리면 우리는 힘을 못 쓴다.
나와 서복, 곽가는 순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순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부탁하지.”
“여윽시! 승상부주라 대단하구만!”
“이인자잖습니까. 이인자. 이야~ 이거 참. 승상부주를 모셔오길 잘했네.”
“휴가로 온 것인데 어째 일이 늘어나는 것 같구만. 어쩔 수 없군. 허도로 서찰을 보내야겠어. 승상께는 죄송스럽지만…”
순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좀 오랫동안 내가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네. 여기 있는 인원만으로 그 일을 다 하기는 무리일테니까.”
“그 말씀은?”
“이번 북방 원정에 나도 한 팔 거들도록 하겠네. 정북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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