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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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가 광양군을 공격했다는 것은 그가 유화와 저수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굳이 그 위쪽은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사마의 혼자라면 지원이라도 해주겠지만 사마의의 옆에는 호주천과 여포가 있었다.
가장 거슬리는 문제인 유화와 저수를 해결했다면 지가 알아서 하겠지.
사마의가 바보도 아니고 그 정도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탁군에 남아 있던 우리는 탁현을 점령한 후 근처의 다른 현을 점령하고 또 다른 호족들이나 명사들을 찾으러 다녔다.
군대는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움직일 필요가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답돈과 보도근을 제거한 것으로 우리 군의 강함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탁군을 점령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공포.
군대를 움직여 주변 호족들을 싸그리 멸족시켜버리고 그곳을 관이 차지하는 것.
서복과 염유는 그것이 좋으니 그 방법을 쓰자고 했지만 난 다른 방법을 택했다.
굳이 피 안보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그럴 필요 있나.
나는 두번째 방법을 택했다.
바로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탁현에 주둔하던 병사들에게 근처의 치안 조정과 더불어 탁군 내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둔전을 일구게 했다.
어차피 군대.
놀려먹어도 물자가 소모되는 것이라면 생산을 해야지.
둔전을 실시한다는 말에 병사들의 불만이 솟구쳤다.
이곳은 유주다.
유주에서 둔전을 일궈봤자 병사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있잖은가.
대민지원이라고.
탁현을 기준으로 전답이 늘어나고 그곳에서 자생할 수 있을 정도의 생활력이 갖춰지고, 또 다른 군에서도 비슷하게 전답을 늘려간다면 북방으로 자원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되면 자연스레 세금은 줄어들게 되고 남쪽에 있는 병사들의 가족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내 설명에 납득한 병사들이 나서서 전답을 일구기 시작하자 탁군의 백성들은 당연히 좋아했다.
어쨌든 관전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이니까.
역시 사람을 꼬시는데는 먹이는게 제일이라고 생각했고 우리가 둔전을 일구며 전답을 늘리기 시작하자 탁군에 있던 호족들은 당황하며 우리에게 손을 뻗었다.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북방의 원정을 위해 한차례 진군했다가 원정을 실패하고 물러났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답돈과 보도근까지 잡아내며 강한 기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식량의 자급 밑 관의 재산을 늘리기 위한 둔전을 실시한다면?
조조가 정권을 잡은 이후 관의 세금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군을 운영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관전이 늘어나고 관이 호족들이나 명가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그들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많은 땅을 가지고 그 땅과 거기서 나오는 식량과 물자로 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겠지만 관전이 늘어나게 되면 그것이 불가능해진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관전에서 내어주는 소작은 백성들이 호족이나 지주의 전답을 소작하는 것보다 더 적은 소작료를 내게 된다.
당연히 땅이 없는 백성들은 관전을 소작하려 하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호족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새로 들어 온 호족이 아닌 관이 하는 일이다.
호족들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들 수는 없다.
결국 그들은 소작농들을 빼앗기게 될 것이고 기존에 가지던 권한도 상당부분 축소된다.
그 상황을 읽은 이들은 앞다투어 나에게 연락을 하며 만나기를 청했다.
내가 나서서 갈구기 전에 자기들 스스로 엎드리겠다는 것이다.
제일 빠른 것은 내가 트집을 잡아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지만 이 방법을 쓰면 굳이 피 안보고, 또 험한 소리 안듣고도 호족의 통제가 가능해진다.
수북히 쌓인 초청장.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나는 서복에게 뒷일을 맡기고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였다.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다.
호족 중에는 공손강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이들도 있었다.
혹시 모를 그들의 습격을 걱정하며 서황과 하후상은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었고 항상 오십의 백귀대를 데리고 다녔다.
그 때문일까?
공손강에게 협력하던 이들은 나와 몇마디 나눈 후 아쉬움없이 그를 버리고 조조를 섬긴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관리가 아닌 공손강과 협력한다는 것은 그들이 대세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이다.
공손강이 뭐가 그리 잘나서 그에게 붙었겠는가.
결국 유주의 세력관계를 호족들은 읽은 것 뿐이고 그리 생각한다면 그들이 나에게 붙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몇몇의 호족들을 포섭하고, 그들에게 충성의 서약을 받아내며 시간을 보냈다.
“후아.”
거나하게 대접받고 장원에서 나오며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전장에 나왔는데 오히려 살이 더 찌겠네.
요새 가는 곳마다 날 살찌우려고 하는 것인지 특산음식이라며 별 희안한 요리들을 내온다.
개중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덜 익은 고기도 있었다.
서황이나 하후상은 당황하며 먹지 못했지만 나야 뭐.
이유하의 기억이 있으니 레어 스테이크라고 생각하며 먹었고 그 덕분에 현가의 안주인은 크게 기뻐했다.
“그나저나 너무 많이 드신 것 아닙니까? 으… 피가 그렇게 떨어지는 고기를…”
맛있는데 뭐.
나중에 집에가면 한번 해먹어볼까?
하후상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난 웃었다.
“그정도는 먹어줘야 저들이 좋아한다고. 음식을 하는 것은 안주인의 역할이야. 만약 내가 음식을 대충만 먹고 나와봐라. 저들이 나를 좋아할지.”
베겟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다.
바깥 주인을 공략하려면 결국 안주인을 먼저 잡아야 하는 것이다.
범양 현가의 가주는 벌써 삼대째 범양현에 머무르고 있던 오래된 호족 중 하나였다.
그와 연계하고 있는 다른 호족들도 꽤 되고, 뿐만 아니라 그의 처남이 상곡군 탁록현의 현령이라고 하니 친분을 다져두면 나중에 상곡군으로 들어갈때도 꽤 편해질 것이다.
그래서 현가 안주인이 직접 만든 음식을 꾸역꾸역 다 먹은 것이다.
“하하. 맛있기도 했잖습니까.”
“정말입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꽤 많이 먹은 서황이 웃으며 말하자 하후상은 떨떠름히 물었고 서황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래.
영이나 완이, 견희가 만든 것에 비하면 못하겠지.
북방의 음식은 확실히 진한 맛과 제대로 익힌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는 좀 맞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냐.
함께 밥 먹는 것 역시도 정략 중의 하나인데.
필요하다면 덜 익은 고기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야 한다.
하후상이 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자 난 그의 어깨를 툭 쳐주었다.
“개인의 취향차이지.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북방의 문화는 중원의 문화와 다르니까.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차별이 발생하고 야만인이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거야. 이제 유주도 승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오는데 남들 볼 때 그런 소리 해라. 응?”
“으… 죄송합니다.”
쓰게 웃으며 사과한 하후상은 품에서 작은 단환 몇개를 꺼내 나와 서황에게 주었다.
이당지가 보내 준 소화제다.
나도 그렇고 서황도 그렇고 꽤나 많이 먹어서 속이 더부륵했는데.
잘됐다 싶어하며 그것을 받아 입에 넣었다.
“쓰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더군요.”
그것을 우리가 씹어먹었을 때 전령의 깃발을 단 이가 달려왔다.
꽤나 급한 모양인데.
의아해하는 동안 내 앞에서 말을 멈춘 기병은 황급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깃발의 문양을 보니 탁현에서 보낸 것 같은데.
그가 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
“응. 그래. 뭐냐? 뭔 일이라도 터졌냐?”
아직까지 딱히 별 일이 없을텐데?
혹시 사마의가 실패했나?
내가 인상을 구겼을 때 그는 품에서 한통의 서찰을 내밀었다.
“서 성주님께서 보내신 서찰입니다!”
“서복이?”
이제 슬슬 탁현으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전령까지 보낸거지?
그가 내민 서찰을 받아 펼쳐보았다.
천천히 내용을 읽자 하후상과 서황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설마 광양군으로…?”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깜짝 놀랬네.
서복의 서찰에 적혀져 있는 내용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사마의가 공손강을 잡았다.’
이 말은 북방 원정이 끝났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서찰을 서황에게 넘겼다.
그것을 본 서황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하후상은 궁금해하며 그의 옆으로 가 내용을 읽었고 밝게 웃었다.
“호오… 행군사마께서 역시…”
“그럼 이제 끝난거라고 볼 수 있는 겁니까?”
하후상의 표정에 기쁨이 어렸다.
좋아보이네.
하긴 북방에 계속 있는 것도 지겹겠지.
특히나 북방의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하후상이다.
하후상이 기뻐하며 웃자 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광양군을 점령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지만.”
“아… 역시.”
다시 시무룩해지는 그를 향해 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뭐 굳이 너까지 있을 필요는 없겠지. 이미 북방에 남아서 잔업을 해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까.”
“그게 누굽니까?”
“서복과 전에 이야기를 했어. 사마의, 조휴, 장료, 그리고… 한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 아마 주령 아니면 관평을 남길 생각인데.”
북방에 남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조휴와 장료. 그리고 한명 더.
이 셋이 광양군으로 가서 사마의와 아직 점령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리 되면 북방에 대한 임무는 끝이고.
굳이 점령 작업을 위해 우리가 모두 있을 이유는 없었다.
내 말에 하후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별다른 일 없이 끝나게 되는군요.”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야지.”
북방에 있는 것도 이제 지겹다.
빨리 내 아내들과 아이들, 그리고 아버지를 보고 싶다.
내가 흥얼거리며 말하자 하후상은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그럼 차기 유주목은 누가 되는 겁니까? 그리고 병주목은? 지금까지 유주목과 병주목은 없었잖습니까.”
“병주의 문제를 행군사마가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행군사마는 장군님 휘하입니다. 그 두 곳의 주목을 추천할 것은 정벌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군님의 권한 아닙니까?”
“그렇지.”
“장군께서는 누구를 추천하실 생각이십니까?”
병주도, 유주도.
둘 다 조금 애매한 곳이다.
서주나 청주, 연주처럼 자원 생산량이 많은 곳이 아니다.
거기에 틈만나면 이민족들의 침입이 잦은 곳이니 당연히 병사가 많이 있어야 하고 꽤 오랫동안 남쪽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만큼 어지간한 인물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병주목과 유주목의 자리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날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천천히 말했다.
“병주목은 좀 생각을 해봤는데…”
“병주목으로? 누구를 추천하시려는 겁니까?”
하후상이 궁금해하며 묻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사마의가 정리를 한 병주는 아마 사마가의 사람이 나서서 관리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쨌든 병주쪽의 일은 중달의 공이 커. 그 뿐만 아니라 공손강을 잡은 것도 사마의고, 또 흉족과 친분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그간 북방에서 그가 고생한 공적도 생각한다면 사마가의 사람이 되는 것이 맞겠지.”
“사마가의 사람이라면?”
그렇다고 사마의에게 병주목의 자리를 줄 수는 없다.
그는 경험도 적을 뿐더러 아직까지 조가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마가의 준걸이라는 소문은 나고 있지만 그가 병주목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다른 이들의 저항이나 불만이 많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쉽게 떠들지 못할 연륜과 경험, 그리고 타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옳다.
“내 장인이신 사마 건공 어르신께 부탁드려 볼 생각이야. 과거 낙양령에 경조윤, 그리고 치서어사까지 역임하셨으니까. 주목의 자리에 오르시기에는 충분해. 다만 하실지는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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