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52
관청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들 입을 다문 채 내가 말을 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자리에 있는 것은 아까 전의 소동에 있었던 서황, 그리고 하후상.
날 구한 관우.
마지막으로 서복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축제의 순찰을… 금방 올겁니다.”
내 질문에 서황은 떨떠름히 답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축제는 그냥 하게 놔뒀다.
비록 소동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축제를 멈출 수는 없는거다.
하지만 그만큼 더 철저히 관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병영에 있던 장료와 주령, 그리고 조휴에게 순찰 업무를 주었다.
아까의 일을 떠올리던 나는 시녀가 따라 준 차를 무덤덤히 마시는 관우에게 말했다.
“일단…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하나?”
“그럴 필요 없소.”
관우는 내 인사에도 무덤덤할 뿐 이었다.
그를 힐끔 본 서황은 어색해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장군님이 무사할 수 있었소. 고맙소.”
“별 말을 다하는군.”
허도에서의 일로 서로에게 무기를 겨눴던 서황과 관우다.
조금 어색해보이는군.
그들이 우물쭈물하는 동안 난 탁자를 치고 일어나며 말했다.
“늦은 시간이니 다들 가서 쉬도록.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지.”
“하지만 장군님!”
“관우. 넌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그럽시다.”
서황과 하후상이 떨떠름해하며 나가자 관우는 다시 차를 홀짝였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나?”
“이래저래 바쁘게 살았소.”
“이래저래?”
“천하를 돌았지.”
“그 결과는?”
“흐음…”
긴 수염을 쓰다듬은 그는 눈을 감았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그런 것 따위는 지금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할 말을 머릿 속에서 정리하는 동안 서복은 가볍게 얼굴을 쓸어만진 후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법과 규칙.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라는 정도는 알고 있겠지.”
모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지금까지 꾸준히 잠자코 있던 서복이 툭 내뱉자 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난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면 장비는.”
“내가 데려가고 싶소. 이번 일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사죄하겠소.”
“승상께서 개정하신 법과, 기존 한의 법을 따진다면 관리를 해하려 한 자는 최소 태형이고 최고로는 삼족을 멸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텐데?”
관우 역시 한때는 우리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이다.
당연히 승상이 개정한 법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
서복의 말에 관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
“그렇다면… 지금 네가 요청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정도는 알고 있겠지?”
“무리한 요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관우는 빈 찻잔을 내려 놓았다.
“허도에서 있었던 일 정도는 알고 있소.”
“응?”
허도에서 있었던 일?
뭔 일이 있었나?
관우의 말에 서복은 인상을 찌푸렸다.
“과를 덮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공 뿐. 그것은 승상과 당신, 그리고 조정의 많은 신료들이 허가한 정책 아니오?”
“….”
설마.
내가 바라보자 관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망지는 관리를 공격하고 승상을 모욕했소. 그리고 그 죄는… 유이가 공을 세워 그 과를 덮었다고 들었소만.”
하.
여기서 이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내가 혀를 내두르자 서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고작 주부를 공격한 것과 정북장군을 공격한 것. 유망지와 장비의 과가 같을 것이라 생각하나?”
“허나 정북장군을 구한 것은 나요.”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개수작을 부렸을지 누가 아나?”
과거 유요를 공격할 때 함께 했던 서복과 관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냉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개수작이라. 굳이 개수작을 부릴 필요가 왜 있겠소? 만약 내가…”
관우는 날 보며 피식 웃은 후 손을 들었다.
“저자를 죽이길 원했다면 아까 전에 죽였을거요.”
“그건 또 그렇지.”
그의 입가에 맺혀 있는 미소를 응시하던 서복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보는 사람이 적었다면 당신의 말대로 했을지도 모르지. 이번에는 좀 달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았다. 자칫 잘못하면 잘못된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많아.”
틀린 말은 아니다.
서복의 말에 관우는 수염을 쓰다듬다가 쓰게 웃었다.
“당신은 어찌 생각하시오?”
관우의 화살이 나에게 날아왔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
그래.
그건 인정한다.
장비는 내 부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무인이다.
그런 무인이 내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를 죽이는 것이 옳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비를 제거하고 싶군.”
“그렇군.”
관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과거의 증오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공을 무시할 수는 없어.”
과를 덮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 뿐이다.
나를 죽이려 한 장비.
그리고 그것을 막은 관우.
만약 관우가 관직에 있는 상태였다면 모를까 그는 관직을 버리고 떠난 일개 재야인에 불과했다.
그런 이가 공을 세웠다면 그 공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공을 세운 이에게 합당한 상을 내리지 않으면 누구도 공을 세우려 하지 않을 것이오.”
“그렇지. 그래서 내가 고민하는거야.”
“내가 이룬 공의 무게는 알고 있소. 그러니 그 공에 대한 상을 요청하겠소. 익덕을 죽이지 말아주시오. 다른 처벌은 상관없소. 그를 죽이지 않았으면 하오. 당신을 구한 공의 보상은 그것 외에는 필요 없소.”
“흐음…”
관우의 요청을 들으며 서복은 신음했다.
그 역시도 고민이 될 것이다.
“일단 나가봐.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상의를 해봐야 하니까.”
서복의 축객령에 자리에서 일어난 관우는 나와 서복에게 작게 목례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서황과 하후상이 들어왔다.
“인정해서는 안됩니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서황과 하후상은 대놓고 반대했다.
이 자식들 가서 쉬라니까 밖에서 듣고 있었군.
그들을 향해 내가 인상을 찌푸렸을 때 서복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자신의 빈 잔에 차를 따르며 무덤덤히 말했다.
“허나 관우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만약 이 일이 그냥 숨길 수 있는 일이라면 상관없어.”
서복의 말대로 이번 일은 너무 크게 일어났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너무 많은 이들이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정북장군이며 유주의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암살하려는 사건이 대놓고 일어났을 뿐더러 그것을 막은 관우의 행동 역시 너무 대놓고 일어났다.
“함구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문제가 되겠지.”
공과 과.
그것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순간 균형이 무너진다.
내가 중요시여기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아는 서황과 하후상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서복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으음…”
서복이라면 닥치고 그냥 죽여 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발언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개인의 감정만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나 역시 장비를 죽이는 것에 동의한다. 사람들의 입 정도야 어떻게든 막으면 되는거야.”
“…..”
“그렇지만 분명히 흠은 생긴다. 만약 우리에게 더 이상 적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정도 흠은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그래.”
우리에게 아직 적은 많았다.
황제도 있을 뿐더러 오, 익주, 그리고 아직까지 적이라 규정짓지 못했지만 확실한 아군이라고도 할 수 없는 마등이 있었다.
“공을 세워도 그 공을 인정하지 않고, 과만을 받아들여 처벌을 진행한다면 세력 내의 사기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건 알고 있겠지?”
“알어.”
서복의 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 바로 나다.
공에 따른 포상에 대한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널리 퍼트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나니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위험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지.
그렇기에 자신의 일만 생각하게 되고 그렇기에 부정과 부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그리고 조조는 그것에 집중했다.
점차 넓어지는 세력을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얻을 수 없는 이상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
당근과 채찍.
공을 이룬다면 반드시 포상한다.
과를 저지른다면 반드시 처벌한다.
물론 그 경중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조정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만약 여기서… 관우의 공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문제가 되겠지. 또한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는 곳에서도 그것을 이용할 것이고.”
서복은 담담히 말했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째야 하나.”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정치가의 역할 아닌가? 아무튼.”
자리에서 일어난 서복은 서황과 하후상에게 눈짓했다.
그들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일어나자 서복은 날 향해 말했다.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우리는 군말없이 따르겠다.”
“하아…”
그들이 나가고 잠시 후 청이가 들어왔다.
아직까지 내가 습격을 당해 죽을 뻔했다는 것 때문에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내 옆으로 온 그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날 바라보자 난 웃으며 청이를 안아주었다.
“별 일 없으니까 괜찮아.”
“그치만…”
“괜찮다니까. 울지말고. 뚝.”
“훌쩍.”
콧물을 한껏 들이킨 청이가 고개를 숙이자 난 그녀의 머리칼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아. 어째야하나…”
간신히 청이를 달래주었다.
그녀가 진정을 되찾자 난 쓰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
청이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복잡하겠지.
눈을 뜬 청이는 이를 악 물고 날 노려보다가 꽉 끌어안았다.
“죽이고 싶어요.”
“그렇겠지.”
“그렇지만…”
청이의 떨리는 말투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의 일은 청이도 알고 있다.
유비의 장례식때 관우는 날 죽이려고 찾아왔었다.
그때 관평이 나서서 관우를 막았고 결국 관우는 떠났었지.
“그때… 만약 당신이 관우를 죽였다면…”
떠나던 관우를 잡아 그를 죽였더라면?
그랬다면 난 오늘 장비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여포의 일인가.”
청이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 청이는 없었지.
하지만 꽤 유명한 이야기인만큼 청이도 알고 있을거다.
내가 여포를 사로잡고 그를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
충분히 그를 처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줬던 것.
날 죽일 뻔한 고순을 살려주었고 우리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장료를 살려주었다.
또한 하마터면 감녕의 목을 날릴 뻔 했던 여포를 살려주었다.
그럼으로써 어떻게 되었지?
결국 여포는 사마의와 함께 병주를 공략하고 공손강을 잡아내는 쾌거를 울렸다.
그 뿐인가?
장료와 고순 역시 각자의 임지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살려줌으로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죽임으로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청이는 그것을 언급하고 있엇다.
어찌해야하나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청이를 끌어안은 채 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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