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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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구만.”
길었다.
출발할 때는 봄이 다가오는 겨울이었지만 이제 가을이 다 지난 겨울의 초입이다.
거의 일년 가까이를 북방에서 살아버렸구만.
난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기뻐하라고!! 허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 도착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와아아아!!”
멀리 보이는 거대한 업성을 가리키며 외치자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들을 향해 히죽 웃은 나는 천천히 말을 움직였다.
어제 우리가 오늘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을 보내놨으니 환영식이 준비되어 있겠지?
최대한 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다.
말을 움직여 마차 옆으로 향했다.
마차를 툭 친 나는 마차의 창이 열리자 웃었다.
“이제 업에 다 왔네. 어때?”
“조금 두근거리네요.”
“율이를 빨리 보고 싶어요~”
마차에 있는 것은 견희와 청이였다.
내려오는 길에 견가에 들려서 견희를 데리고 왔다.
겸사겸사 견엄에게도 관직을 주고 그에게 북방에 관련된 업무를 몇가지 맡겼다.
역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군.
사마의가 유주에서 활동을 하는 동안 그를 지원해주는 것을 부탁한 나는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내려 올 수 있었다.
“야. 너도 좀 웃어라. 오래간만에 제수씨 보는 거 아니냐.”
“흠. 뭐 그렇긴 하지.”
이런 상황에서도 서복은 무게를 잔뜩 잡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웃은 나는 업성의 바깥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았다.
“오. 마중 나왔나본데? 저정도 수면 관청에서 나온 것 같군.”
부대가 이동함에 따라 사람들이 잘 보인다.
현재 업성의 성주라 할 수 있는 순욱이 맨 앞으로 나와서 우리를 맞이하려는 것을 본 나는 웃으며 말에서 내렸다.
“부주!”
“수고했네!”
내가 오자 순욱은 양 팔을 벌리며 나를 맞이했다.
그와 강하게 끌어안은 나는 뒤로 눌러나려다가 순욱의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 놀랬다.
“헉! 양 군수께서 왜?”
보는 눈이 많아 차마 사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의 직책을 부른 나는 뚱한 눈으로 날 보는 사형에게 살짝 목례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북장군. 자세한 이야기는 관에 들어가서 하지요.”
양 사형이 왜 왔지?
지금쯤이면 허도에서 머리 터져라 일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의문을 갖고 바라보자 순욱은 고개를 저었다.
순욱도 모르겠다는 건가?
“일단 가세.”
업성을 가로지르며 행렬이 이어진다.
뭔 얘기를 하려고 양 사형이 온 걸까?
난 양 사형에게 다가가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어조로 작게 말했다.
“양 사형. 그보다 저 잠깐 집에 좀 들르면 안됩니까?”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집에 가서 마누라들과 내 새끼들부터 좀 보고 싶다.
내가 조심스레 말하자 양 사형은 날 한심하다는 듯 위 아래로 흝어보았다.
“쯧. 자네는 어째 날이 가도 변하는게 없나?”
“아니 남편이 아내 보고 싶어하는게 뭐 잘못됐습니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행렬은 끝내고 가도록 하게.”
“예에…”
양 사형의 말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순욱이면 어떻게든 설득해서 바로 집으로 가겠는데.
양 사형은 사승관계도 있다보니 함부로 대들지를 못하겠다.
그런 내 옆으로 온 순욱은 내 어깨를 툭툭 쳐 준 후 쓰게 웃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걸세. 일단 행렬만 끝나면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줄 테니 후딱 다녀오게나.”
“오오… 부주. 감사합니다. 그런데 양 사형이 직접 이렇게 온 걸 보면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랏일이 집안일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순욱이다.
그런 순욱이 내 편의를 봐주려 하다니.
내 질문에 순욱은 떨떠름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음. 사마 부인도 그렇고 교 부인도 그렇고 자네가 없는 동안 많이 도와주었으니까 말이야. 내 나름대로의 보답일세.”
“….”
“그리고 무섭기도 하고.”
“예?”
“아무것도 아닐세. 자. 웃게나. 사람들이 보지 않은가. 손도 좀 흔들어주고.”
어쨌든 나는 지금 북방을 정벌하여 백성들을 괴롭히는 이민족들을 몰아낸 영웅이다.
영웅이면 영웅답게.
이러한 행렬도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니만큼 소홀하게 할 수 없지.
그렇게 성에 도착했을 때 나는 성으로 들어가자마자 말에서 내렸다.
“서황! 하후상! 가자!”
“예에.”
“서복. 너는 안가냐?”
“나랏일을 담당하는 관리가 사욕에 움직여서 쓰나. 나까지 빠지면 보고는 누가 하냐? 너나 갔다와. 그 대신 빨리 와야 한다.”
승상부주인 순욱에게 이번 원정에 대한 결과 보고는 해야 한다.
원래라면 이번 일의 총괄 책임자인 내가 해야 하지만 내가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궁시렁거리니 그것을 서복이 해주기로 했다.
친구여! 고맙다!
“쯧쯧. 나라의 인재라는 녀석이. ”
양 사형이 투덜거렸지만 알게 뭔가.
난 지금 내 마누라들 보고 싶다고!
내가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기만 하자 양 사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쯧. 뭐 네가 이러는 것이 하루이틀도 아니지만. 아무튼 허튼 짓 하지 말고 바로 복귀하도록 해라.”
“허튼 짓이라면?”
“오래간만에 아내를 만났다고 바로 회포 풀 생각은 말라는 거다. 다들 한시가 바쁜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서 사제. 사제도 다녀오게나. 보고는 진 사제가 있을 때 함께 받도록 하지. 승상부주. 괜찮으시겠습니까?”
“하하하. 물론 괜찮네.”
순욱은 그저 즐겁게 웃을 뿐 이었다.
그들의 허락에 난 바로 몸을 돌렸고 양 사형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병사들은 일단 병영으로 보내도록 하겠다. 문제 없겠지?”
“예!”
“얼른 가보게. 부인들이 기다리고 계실테니 말이야.”
순욱이 선선히 웃으며 보내주자 나와 서복은 빠르게 말에 올랐다.
“야. 넌 아까 나랏일이니 뭐니 떠들어대더니 그 움직임은 뭐냐?”
“뭐. 왜. 뭐.”
“아니 되게 빠른데?”
내 말에 대답 대신 서복은 말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말이 튀어나가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저저. 솔직하지 못한 놈 같으니라고.
“야! 같이 가!”
원래라면 이런 거리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은 허락받지 못할 일이다.
거칠게 말이 달리다가 사람을 짓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서복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고 그 덕분에 빠르게 장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보!!”
“천아!!”
장원의 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어라?”
조용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당황하는 사이 안으로 따라 들어 온 서황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들께서는 다들 어디 가셨나?”
안채로 들어가려는 우리를 잡은 서황은 하인에게 물었고 하인은 나와 서복에게 인사한 후 말했다.
“식재료를 구입하러 시장에 가셨습니다만…”
“아이고…”
엇갈렸나?
내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영아!! 완아!!”
“와아아~~!!”
호위인 흑귀대 두명과 여인들이 들어온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던 영이와 완이가 짐을 놓고 나에게 달려오자 난 그녀들을 끌어안았다.
“아하하하!!”
“여보!”
“보고 싶었어요!”
나에게 폭 안긴 영이와 완이의 미소에 북방 원정으로 인해 고단했던 피로가 풀린다.
그녀들의 달콤한 향기를 느끼며 난 작게 속삭였다.
“다녀왔어.”
이제야 집에 온 느낌이 나네.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
성이와 휘는 벌써 많이 커서 아장아장 잘도 걷는다.
율이는…
아직 걸음마가 힘든가?
청이의 품에 안겨서 헤죽헤죽 웃고 있다.
난 휘와 성이를 양 팔에 안아 든 채 말했다.
“그동안 별 일 없었지.”
“응… 당신이 너무 늦은 거 말고는요.”
영이의 손이 내 볼을 잡고 쭉쭉 늘린다.
사랑스럽게 날 흘겨보는 것이 너무 예뻐 절로 웃음이 나왔고 영이는 방긋 미소지으며 볼을 잡던 손을 놓아주었다.
“언니가 무척이나 걱정 했다구요. 왜 이렇게 늦게 오신거에요?”
“북방 쪽을 안정화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오고 싶었다고.”
휘를 영이에게 넘겨 준 후 난 짐을 풀었다.
짐 안에 담겨져 있는 장신구, 그리고 장난감들.
그것을 본 휘와 성이가 감탄하자 난 만족스럽게 웃었다.
“애비가 되어서 해줄 수 있는게 이정도 밖에 없구만.”
출장 많이 다니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건가?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슴아프다.
“우와! 칼!”
“인형이에요…”
날이 서지 않은 짧은 목검과 잘 만든 목각인형을 받은 성이와 휘가 기뻐하며 영이와 완이에게 자랑하자 난 흐뭇하게 내 아이들을 보았다.
“아. 이건 율이꺼야.”
율이의 장난감까지 꺼낸 후 다른 부인들의 선물까지 보여주었다.
꽤나 화려한 보석이나 장신구들을 보며 감탄하던 영이는 상자의 구석에 들어 있는 검은색 큼지막한 나무토막을 보고 물었다.
“이건 뭔가요?”
“탁군에서 받은거야. 벼락맞은 대추나무 토막이라고 하더군. 귀신을 쫓는 영험한 효력이 있다고 하던데?”
“음… 벽조목이라고 하던가요?”
“알아?”
“예로부터 벽조목은 양기가 강해서 귀신을 쫓는 아주 좋은 부적이 된다고 하더군요. 음… 꽤 오래 묵은 대추나무같은데. 귀한 것을 받으셨네요.”
큼지막한 검은색 나무토막을 보며 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 그런지 영이는 신기해하다가 빙긋 웃었다.
“이걸로 뭔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주실래요?”
“응? 그야 상관없지만. 뭘 만들려고?”
“이래저래 만들 수 있는게 있겠죠? 마침 아버님께서 훌륭한 도사님께 부적을 많이 받았다고 하니까…”
“아.”
아버님이라고 하니까 생각난다.
난 영이에게 물었다.
“병주목의 자리에 아버님을 추천할 생각인데. 아버님께선 요즘 어떠셔?”
“정정하시죠.”
빙긋 웃으며 대답한 영이는 손에 쥐어져 있는 큼지막한 벽조목을 만지작거렸다.
“은퇴하신 후 개인적인 공부를 하거나 현내에서 백성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계신 모양이에요.”
“그 말씀은 충분히 아직도 일하실 수 있다는 거군.”
잘됐다.
아무래도 양표보다는 아버님이 낫지.
내가 만족스럽게 웃자 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하지만 사마 어사대부 어르신께서는 이제 관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천명하지 않으셨나요?”
그랬다.
은퇴할 때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이 없다면서 관직에서 물러났었다.
그때 조조도 사마방을 잡지 못했었지.
“휘와 성이를 데리고 가서 말씀드리면 되지 않을까?”
“어휴. 당신도 참.”
영이는 베시시 웃으며 내 팔을 살짝 때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웃은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서복이 들어왔다.
“야. 가자.”
“응? 응.”
“가다니요? 어디를?”
영이가 의아해하자 난 쓰게 웃었다.
“아직 일이 남아 있거든. 보고도 해야 하고, 또 양 사형이 오셨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그래도 이제 막 오셨는데. 식사도 아직 안하셨잖아요.”
“맞아요. 맞아요. 영이 언니랑 저랑 아침부터 여기저기 다니면서 좋은 것들만 골라왔다구요.”
내 옷자락을 잡은 영이와 완이의 간절한 말과 시선에 난감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밥까지 먹고 가면 진짜 너무 늦어진다.
순욱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양 사형이 짜증내면 피곤해지는데.
그냥 빨리 갔다오는게 나을 것 같다.
“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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