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6
00066 선택은 자유롭게, 결과는 겸허히 =========================
사마의와 헤어지고 방에 돌아 온 나는 침상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날이다.
“조조…”
조조를 어찌 할 것인가.
그와 거래를 했고 그가 만약 거래를 받아들일 시 그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
머리가 아프다. 생각을 이어나가며 차근차근 할 일을 정리하던 나는 침상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에휴.”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어요?”
“우왓!”
언제 들어온거지?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키자 문 앞에 사마의, 아니. 사마영이 서 있었다.
“깜짝 놀랐잖아.”
“후훗. 놀라라고 한 거에요.”
“아 그래…”
아까의 복순가?
난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내 반응이 시큰둥하자 사마영은 고개를 갸웃거린 후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왜 그래요?”
“그냥. 이것 저것 생각할게 많아서.”
“무슨 생각을요?”
“이것저것.”
“…장난하자는거 아니거든요?”
뾰로통해진 모습도 귀엽다.
하.
이게 내 정혼자라니.
방통과 서복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게 정혼자도 없는게 까불어!?
사마영을 보여주면 그 놈들이 얼마나 배 아파할까.
“앉아도 되요?”
“아. 물론. 앉아.”
“네.”
“…..”
아니 옆에 앉으라는 말은 아니었는데요.
싫은 건 아니다만.
내가 가리킨 것은 내 앞에 있는 의자였는데 사마영은 방긋 웃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넓은 침상의 남은 면적을 내버려 두고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은 사마영은 방긋 웃었다.
어쩜 똑같은 얼굴인데 아까 그 재수없던 사마의와 비교해서 이토록 사랑스러운지.
“싫어요?”
“아니. 그럴리가. 너무 좋아서.”
“헤헤헤~ 기뻐요.”
저도 기뻐요.
아니 이게 아니지.
방실거리는 사마영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돌린 후 탁자 위에서 흔들리는 향초불을 바라보았다.
“…..”
“평소에는 말도 잘하더니만. 왜 이렇게 조용해요?”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쥐어짜고 있으니까.”
“뭘요?”
“여자에게 잘 먹히는 유혹용 문구 100선.”
“그런건 또 어디서 배운거래요?”
“수경원에 있는 내 동문에게 배웠지. 방통이라고…”
“헤에… 제가 모르는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군요…”
약간 딱딱해진 목소리에 난 움찔 몸을 떨었다.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보니 텅 빈 눈이 무섭다.
“워워. 남자야. 친구라고.”
“알고 있어요. 따, 딱히 신경쓰는 건 아니지만. 말해두지만 질투하는 건 아니라구요? 그냥 제 남편이 될 사람이니까 좀 조사를 했을 뿐이에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사마영이 귀엽다.
아.
이제 안아도 되려나?
사실 알고보면 우리 알고 지낸지 꽤 됐잖아?
비록 실제로 만나는 날짜는 얼마 안되지만.
그때부터 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면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괜찮겠지.
에이~ 정혼도 한 사인데.
“흐흠.”
“…헤헷.”
살짝 손을 움직여 옆자리에 있는 사마영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 손길에 사마영은 베시시 웃으며 작은 머리를 움직여 내 어깨에 기댔다.
은은한 창포향이 좋다.
“창포 잘 쓰고 있나보네?”
“당신이 보내준 거니까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보내준 건 아닌데.”
“그냥 이럴때는 ‘내가 보내 준 걸 잘 써줘서 기뻐.’ 라고 하면 안되나요?”
“…내가 보내 준 걸 잘 써줘서 기뻐.”
“잘했어요~”
방긋 웃은 사마영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누나 행세를 하는게 귀엽다.
“그나저나… 좀 신기하네.”
“뭐가요?”
“우리가 실제로 만난 날은 얼마 안되잖아. 그런데 네가…”
“사람이 사람에게 빠지는게 꼭 사귄 기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이 있는 경우도 있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철천지 원수가 되는 경우가 있죠.”
“하긴.”
사마영의 오빠인 사마의를 처음 봤을 때 좀 재수없었지.
걔도 나 재수없어 했고.
운 좋은 줄 알아라.
동생 덕에 산 거다.
내가 사마의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고 있을 때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던 사마영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저기요.”
“저기요가 뭐냐?”
“그럼 서방님…?”
윽. 심장이…
“그, 그건 좀 이르니까 그냥 저기요로 해주세요.”
좀 적응할 때까지 기간이 필요하다.
내가 떨떠름하게 웃자 사마영은 헤죽 웃은 후 말을 이어나갔다.
“혼인은 언제 하고 싶어요?”
“길일이 정해지면 바로 하는게 좋겠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조조와 거래를 한 게 있어서.”
“아버님께 산양군의 군수직을 달라고 하셨다면서요? 왜 하필이면 산양군이에요?”
“이유는 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게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그때 혼례를 치루는게 나을 것 같아. 만약 조조가 거래를 거절한다면 양양이나 다른 곳으로 떠야하거든.”
“흐음…”
내 답변을 이해한 것일까?
사마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늦어지겠네요…”
“어이구. 그렇게 빨리 혼인하고 싶어?”
“네. 안되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놀리려고 했는데 내가 역공을 당했다.
으아~
이 요망한 것.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안되냐구요.”
“안될리가 있나. 대 환영이지.”
“헤헤~ 기뻐요~”
사람을 아주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사마영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며 난 마주 웃었다.
“아! 만약 조조가 거절한다면 저희 가문으로 들어오는 건 어때요?”
“나보고 처가살이하라고?”
“싫어요?”
“싫은 건 아닌데.”
사마방, 사마랑, 사마부인은 괜찮다.
다만 걸리는게 사마의지.
아까의 대화로 어느정도 관계를 구축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날 갈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상 그 인간이 날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았다.
“중달 오라버니를 걱정하는 거라면 맡겨둬요! 오라버니는 저한테 꼼짝도 못하거든요!”
아이고 든든한것.
내 떨떠름한 대답을 듣고 내가 뭘 걱정하는지 눈치챈 사마영은 내 손을 꼬옥 잡아주며 말했다.
아. 진짜 사랑스럽다.
“그래. 고맙다.”
“헤헤~ 고맙죠.”
“응.”
“그럼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요?”
“부탁? 어떤거?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근데 뭔데?”
“제가 사마비고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사마가의 비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건 알죠?”
“어. 분장도 거기서 익힌거라면서?”
“네. 그… 꼭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던 비법이 있었는데 그걸 한번 서방… 당신에게 해보고 싶어요. 괜찮나요?”
“내 몸에 해가 생기는거야?”
“그럴리가요.”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사마영은 다른 손도 내 손을 잡았다.
흔들리는 불꽃 때문일까?
사마영의 얼굴이 좀 더 붉어보인다.
“사마가의 비법에 상대가 영원히 자신을 기억하게 하는 비법이 있었어요. 다른 비법들은 그냥 오라버니들에게 써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알다시피 제 신분이 신분인지라 사마영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비법은 쓸 수 없었거든요.”
“그렇겠지. 그래서. 그걸 해보겠다고?”
사마영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비법이라.
첫 만남부터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이미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은데.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사마영은 뾰로통한 얼굴로 지그시 날 바라보았다.
“하하. 알았어.”
“그럼 눈 좀 감아봐요.”
“눈? 눈은…그래! 우리 영이가 원한다면 해주지!”
바보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왜 눈을 감으라고 하겠냐.
난 질끈 눈을 감았다.
“여, 영이… 헤헤헷~ 눈 뜨면 안되요~ 알았죠?”
“응. 뭣하면 천으로 내 눈을 감아도 좋아. 웅~”
“후후후. 못말려.”
입술을 내밀고 있자 사마영은 키득거리며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곧이어 입술에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닿는다.
“…헤헤.”
살짝 눈을 뜨니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무척이나 기뻐하는 사마영이 보였다.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첫번째 입맞춤… 이잖아요? 이런 충격적인 기억은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다고 해요. 연상이 되며… 영원히 절 기억할 거에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무척이나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마영의 모습이 귀여워 난 피식 웃었다.
첫 키스의 추억은 누구나 잊지 못하지.
이유하의 시대에 첫키스는 액정맛이라는 이야기도 있더만.
그건 정말 영원히 추억할것 같다.
“저기. 영아.”
“네.”
“비법 실패한 것 같은데?”
“네?”
내 말에 사마영은 달아오른 얼굴로 이상하다는 듯 날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한번 더 걸어보자.”
절대 내가 흑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다.
그냥 뭐랄까.
장래의 내 부인이 이토록 연구욕을 불태우는데 정혼자로서 좀 도와주고 싶을 뿐이다.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아이 참. 저란 사람이 이런 실수를 하게 될 줄이야. 그럼 다시 준비해줄래요?”
“응.”
눈을 감자마자 향기가 콧가를 간지럽힌다.
아까 전에는 그저 떨어진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부드럽게 몸에 닿는 것이 있었다.
내 품으로 다가 온 사마영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 어때요?”
“그게… 이번에도 실패 한것 같은데…..”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다시 한번!”
이래야 내 정혼자지!
이렇게 된 이상 될때까지 한다!
사마영은 머뭇거리며 다시 한번 비법을 시도했고 난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요?”
달아오른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에서 느껴진다.
사마영의 투명한 눈동자가 살며시 흐려진 것처럼 보이기에 난 손을 들어 사마영을 살짝 끌어안았다.
“어… 좀 효과가 있는 듯 한데.”
“이상하다. 잘못한 것 같은데. 다시 한번.”
“그래! 원래 연구같은 것은 여러번을 시도해서 한번의 성공을 얻어내는 거니까! 나도 이제 사마가의 가족인 만큼 사마가의 비법을 연구하는데 도움을 줘야지!”
“훌륭한 자세네요!”
이성이여.
나의 자제심을 지켜다오.
혼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을 넘을 수는 없다.
근데 진짜 부드럽고 촉촉하다.
“하아…하아…”
“이, 이제 된 것 같은데?”
점점 비법을 할 수록 사마영의 얼굴이 이상해진다.
그것을 보며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사마영은 새침하게 고개를 젓고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아직이에요. 아직…”
“워워. 진정해.”
“비법을 성공하려면…”
“진정하라니까. 오늘은 너무 무리한 것 같…”
“도련님!!”
벌컥 문이 열리자 나와 사마영은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뭐야? 이 분위기는?”
“야! 넌 주군 방에 들어 올 때 인기척 좀 내라! 심장 떨어질 뻔 했잖아!”
“아니 뭘 했길래 심장이 떨어져? 운동했… 설마!?”
나와 사마영의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감녕은 떨떠름히 말하다가 무언가 눈치채며 크게 놀랬다.
빌어먹을.
사마영이 여자라는게 걸렸나?
“어쩐지 내가 옷벗고 있을 때 날 쳐다보는 시선이 심상치가 않더니… 그런 거였수? 이 더러운 숫퇘지가!”
“…..”
넌 그냥 닥치고 있어라.
감녕의 말에 방금 전까지 훈훈하던 사마영의 표정이 또다시 죽었다.
“헤에… 그런 거였나요?”
목소리가 무섭다.
아니 방금 전까지 사랑스러웠던 미소녀는 어디갔냐?
아침에 사마가의 정문에서 적들에게 내던 목소리가 나오자 난 움찔 몸을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냐! 난 여자가 좋다고! 귀여운 여자아이 너.무.좋.아.”
“그렇지? 어휴. 깜짝 놀랬네. 아무튼 좀 조심하쇼. 양양현에서 그렇게 계집애들이 달라붙을 때 귀찮다고 떨궈버리길래 진짜 남자 좋아하는 줄 알았수다.”
“…..”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그런 걸 생각 못했네. 주제파악 못하고 남의 것에 접근하는 날파리들을 제거할 방법도 생각해야 했는데.”
넌 제발 좀 닥쳐주라.
방금 전까지의 달콤한 분위기가 거짓말 같잖냐.
“야. 그딴 쓸데없는 소리 하려고 왔냐?”
“아. 이게 아니지. 도련님. 동아현에서 급하게 도련님을 찾고 있수다. 뭔가 심각한 일인 것 같은데?”
“응? 누가 왔는데?”
“요화라고…”
“요화가?”
아버지 호위를 맡겨 둔 요화가 왜 여기에 온 거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마영도 이상했는지 아까의 살벌한 분위기를 풀며 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요?”
“몰라.”
요화가 임신한 자기 아내를 내버려두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렇다면 진짜 큰일이라는 건데.
내가 심각한 얼굴로 밖으로 뛰어나가자 감녕과 사마영도 내 뒤를 따랐다.
“아. 도련님. 이 자가…”
“내 호위 맞아. 요화. 무슨 일이길래 이 늦은 시간에 여길…”
“도련님! 큰일입니다!”
요화의 딱딱히 굳은 표정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요화는 서신을 내밀며 외쳤다.
“수경원이 불타버렸답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