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81
종요와의 만남을 마치고 나왔을 때 밖에서 하후상과 서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관청을 나섰을 때 관청 앞에 있는 왕충과 마주쳤다.
분노한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황실근위병의 통제권을 빼앗긴다는 수치심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장군께서 잘 하실 수 있겠습니까?”
“다짜고짜 무슨 소리십니까?”
“황실 근위병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부대입니다.”
“그래서요?”
“그들을 장군께서 잘 통솔하실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제가 좀 바빠서…”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 잡아먹을거면 좀 꺼져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예의바르게 해야 하다니.
난 왕충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고 왕충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장군께서 봉군도위직을 맡게 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시중부와 많이 얽히게 되었습니다.”
“왜요?”
“아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근위병에 대한 통솔은 시중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명령체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간의 관례 뿐만 아니라…”
그러니까 알아서 자기한테 기라는 건가?
근위병을 움직이려면 자신의 허락을 받으라는 거지?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왕충을 보았다.
이 인간은 도대체 무슨 깡으로 나한테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혹시 모르니 한번 확인해보자.
“저… 시중.”
“말씀하십시요.”
“그러니까… 근위병을 움직이려면 시중부를 통하라는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장군께서 좀 더 직무에 집중하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제 직무라면…?”
“장군같은 분이 황실 근위군을 그렇게 오랫동안 다스릴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외정사령관으로서 이리도 훌륭히 업적을 달성하신데다가 서주에서는 신농의 재림이라고까지 불린다지요? 그런 분이라면 언제든지 바깥 일을 하셔야 할 터.”
“…..”
“그런만큼 잘 돌아가고 있는 지금의 통제를 바꿀 필요가 있냐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놀래라.
난 또 뭐라고. 이제와서 내 밑으로 기어들어오겠다는 소리를 하려는 줄 알았네.
아무튼 내가 생각한게 맞군.
참으로 ㄹ가소롭기 그지없다.
난 왕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툭 내뱉듯 물었다.
“그 전에 제가 좀 묻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왕충의 말을 끊은 나는 웃었다.
내 자격에 대해서 떠들기 전에 댁의 자격부터 좀 알아보자.
“시중이라는 자리는 황실의 살림과 안정을 도모하는 자리이지요. 그런 곳에서 근위군을 운영하는 것은 제대로 된 일입니까?”
“그동안 마땅한 사람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럼 시중께서는 시중부에서 근위병들을 제대로 다뤄 황실의 안전을 제대로 돌보았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십니까?”
“제 나름대로는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야 많지.
“동승의 반란, 그리고 백성과 거래하던 전 태산군수와 왕자복의 관계, 거기에 복 황후의 암살시도. 또 뭐가 있지?”
“황족들의 난이 있습니다.”
내 질문에 서황이 답하자 왕충의 표정이 굳었다.
황제에게 힘이 되어주는 황족들의 이야기가 나오니 속이 무지하게 쓰리겠지.
왕충의 똥 씹은 듯한 얼굴이 더더욱 붉어지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래. 죄를 지은 유막을 구하려고 황족들이 미쳐 날뛰었었지. 맞아. 그렇지. 아무튼. 그 일에 시중부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실 수 있으십니까?”
“…큭. 그, 그건.”
사람의 얼굴이 얼마나 붉어질 수 있는지 궁금하군.
왕충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자 난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시중께서도 조심하십시요.”
“조심…이요?”
왕충이 작게 말하자 난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승상께서는 정이 많으신 분이라 웃으며 넘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남에게 들리지 않게.
하지만 그에게는 똑똑히 들리도록.
“저는 뭐랄까. 시중께서 겪어봤던 사람들과는 좀 차원이 다를 겁니다.”
“까드득.”
어금니 조심해야지.
이빨이 상하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는데.
“하하핫!! 시중께서 저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간 시중께서 황실의 살림과 더불어 치안까지 생각하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습니까!”
“….”
“이제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알아서 잘 할터이니 시중께서는 시중의 일에 집중하실 수 있으시겠군요. 아. 물론 아시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한 주를 경영하기도 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시중의 업무를 제가 받아드릴 수도 있으니 정 뭐하시면 말씀하시지요.”
“…장군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뭘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돕는 것이야 말로 저의 기쁨이며 즐거움인데요!”
“크윽…”
좀 더 그를 도발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저 웃으며 지나쳤다.
뒤통수가 따가울 정도의 시선이 느껴진다.
“저. 장군님.”
“왜?”
“이렇게 도발해도 됩니까?”
“당연하지. 야. 너희들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도발해. 저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우리의 도발을 받아도 순순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을테니까.”
“뭐, 말씀하신대로 하겠습니다만… 지금까지 근위병들은 시중부의 통제를 받고 있던 이들입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시중부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할텐데.”
“그래봤자 허접한 놈들이 모여 있는 곳에 불과해.”
그들이 진짜 제대로 능력이 있는 이들이었다면 애초에 동탁의 집권 자체가 없었을거다.
시중부에서 알아서 한다고?
그 알아서 한 결과가 이거라면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난 어깨를 으쓱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정말이지 재밌다니까!”
“뭐가 그리 재밌으십니까?”
“주제파악 못하고 날뛰는 놈들을 짓밟는 것은.”
“어휴… 장군님은 다 좋지만 그런 성품이 참 문제입니다. 지렁이도 밝으면 꿈틀하기 마련입니다.”
“꿈틀해봤자 결국은 꿈틀에 불과할 뿐이지. 그게 뭐 위협적이지는 않잖아? 뭘 그리 걱정들 하냐? 경계를 하는 것은 좋지만 과한 경계는 오히려 상대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지만 근위병들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봉군도위라고 하더라도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을텐데.”
하후상의 걱정섞인 말에 난 웃었다.
“어차피 근위병 나부랭이들이 내 명령을 제대로 들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고 있지 않았어. 자… 그럼 일단 정북부로 가볼까?”
“예?”
“정북부에서 괜찮은 놈들을 빼와야지.”
“어… 예.”
정북부에 도착했을 때 꽤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도위들이 외쳤다.
“장군님!”
“정북장군직에서 물러나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다. 야야. 줄서. 이제 근위군으로 옮겨야 하는 놈들 챙겨야 하니까.”
“으음…”
날 보고 정북부에 들어왔던 이들은 서로를 보다가 황급히 줄을 섰다.
그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본 나는 서황과 하후상에게 말했다.
“적당히 능력 있는 놈들로 골라. 근위군으로 편제를 이동시킬 예정이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편제 이동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근위병의 편제 및 편성은 시중부의 허가가 필요합니다만.”
“허가가 아니지. 정확하게는 협조다. 근위병을 운영하는 예산을 시중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중부의 눈치를 살핀 것에 불과해. 승상께서도 말씀하셨잖아. 시중부는 문관의 영역이고 근위군은 무관의 영역이라고. 문무백관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몰라?”
종요가 준 죽간에 있던 황실의 법도와 편제 체계를 읽어본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왕충에게 끌려다닐 수도 있었을테니까.
예산이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만약 근위군을 움직이는 모든 예산이 제도적으로 시중부에 속해 있는 것이라면 일이 굉장히 골치아파질 뻔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니 안심할 수 있었다.
시중부에서 집행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예산을 보내주는 곳은 승상부와 상서부다.
그럼 뭐 걱정할 것 없지.
하후상은 고개를 끄덕인 후 서황과 함께 병사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일하는 것을 보던 나는 정북부로 서복이 들어오자 손을 들어 반겼다.
“여! 정북장군!”
“하아… 이런 일은 좀 미리미리 말해두라고.”
서복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그런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차를 내온 후 조조, 그리고 종요와 나눈 이야기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던 서복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어찌되었든 지금까지 황실의 살림을 담당한 이들이다.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아.”
“딱히 무시할 생각은 없다만.”
“동탁과 이각의 압도적인 무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무력은 어떨지 모르더라도 정략 부분에서는 어쩌면 위험할 수 있어. 그러니 주의하도록.”
종요도 그렇고 서복도 그렇고.
다들 이렇게 말하니 나도 더 까불지는 못하겠군.
그렇다면 경계해야지.
적을 크게 보는 것도 현명한 행동은 아니지만 작게 보는 것 역시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적은 적 그대로를 보아야 한다.
“거기에 황제는 대놓고 네가 아닌 시중부의 손을 들거야. 그것을 생각한다면 자칫 잘못했을 때 큰일이 날 수 있다. 주의해.”
“알았어.”
“어쨌든 나는 정북장군이 되었고, 그리 된다면 황명을 따를 수 밖에 없어.”
북방 정벌이 끝난 이상 큰 일이 없다면 서복은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황제의 명령이 없을 때의 이야기.
황제가 다짜고짜 요하지역까지의 정벌을 명하게 된다면 북방을 통제해야 하는 사령관으로서 서복은 움직여야 했다.
“물론 쓸데없는 개소리는 승상의 선에서 막아질테지만 말야.”
하지만 그건 황제의 권력이 막강할 때의 이야기고.
황제가 아무리 명령을 해봤자 그 명령은 조조를 통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조조가 그 명령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그것을 잘라낼 것이 분명했다.
실제 황제의 명령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독자적인 무력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서원군과 근위군.
하지만 서원군의 수장은 조인이고 근위군의 수장은 봉군도위인 나다.
그런만큼 황제가 대놓고 쓸 수 있는 병력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지금 황제의 입장으로는 동승을 찢어죽이고 싶겠지.
그가 실패했기에 황제의 병력이 대부분 사라져버렸을테니까.
“지금 상황에서 네가 북방으로 이동할 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좋아. 특히나 자렴 숙부님께서 유주목으로 가게 되고, 또 장인어른이 병주를 담당하게 된다면 두 분이 연계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다.”
“음. 그렇지만.”
서복은 차분히 말한 후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조용히 있자.
그가 생각을 마칠 때까지 차를 마시던 나는 세잔째의 차를 다 마시고 네잔째를 따르려고 할 때 그가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
“어…”
“할 말이라도?”
“북방이 완전히 안정적인 것은 아니야.”
“문제라도?”
“유화.”
“아…”
사마의의 보고에 따르면 유화를 살려두었다고 한다.
북방의 안정 때문인데.
문제는 그가 황족이며 황실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조홍이 가고, 또 사마의가 있는 이상 그가 제대로 힘을 쓰지는 못할거다.
“유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그의 책사인 저수지.”
“흐음…”
“그가 무슨 수를 쓸 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곤란하다.”
“내가 보기엔 특별히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 것 같다만.”
“준비만전이 나쁜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종 상서령의 말대로 새로 장원을 구입할 필요는 없겠군. 당분간은 신세지도록 하지.”
“오. 그래.”
서복이 진가에 머무르기로 한 이상 정북부의 날랜 병사들로 진가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쓸데없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네.
내가 입을 다물자 서복은 쓴 입맛을 다신 후 말했다.
“그리고 근위군의 문제인데. 그들이 네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을 것이고. 어쩔거냐?”
“뭘 어째?”
“종 상서령의 말대로 근위군을 이끄는 것은 봉군도위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진일이야. 그리고 진일은 명백한 황제파고.”
“그렇겠지?”
“그럼 근위군이 네 명령대로 제대로 움직이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네가 정북부에서 뽑은 병력을 데리고 네 임무를 수행 한다고 하더라도 시중부에서는 예산집행을 하지 않을텐데. 어쨌든 근위군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테니까.”
“그렇겠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해결책이고 뭐고. 내 봉지에 있는 자금을 좀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근위군의 수는 약 오백. 그들의 무장은 꽤나 좋다. 최소한 그들을 압도할 정도의 수와 무장을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유지비가 보통이 아닐거다.”
“흥. 괜찮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테니까.”
내가 봉군도위직을 수락한 이유는 황실측이 더 이상 까불지 못하게 내리 누르려는 것에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의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
시중부에서 자금을 운영한다고?
할 수 있으면 해봐라.
그 시중부에 들어가는 자금도 막아 줄테니까.
“황실 시중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봉토와 그곳에서 들어오는 수입이라고 해봐야 뻔하지. 그것만으로는 황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 걸? 결국은 승상부와 상서부를 통하는 예산이 대부분인데. 거기서 줄여나가면 되는거야.”
“어떻게 막게?”
서복은 즐거워했고 난 히죽거렸다.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어.”
황실에 긍정하는 순욱이라도 있었다면 난감하겠지만 순욱은 지금 업에 있다.
승상부주의 업무는 양표와 양 사형이 하고 있고 상서부의 수장인 종요는 내 부탁을 들어줄거다.
결국 예산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거다.
“뭐… 아무튼 아직 시중부에서 움직이지도 않아줬는데 그 부분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속도 좋네.”
“그게 내 장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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