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11
“잘 어울리네요. 후. 역시 내 남자.”
“멋지십니다.”
“음… 괜찮아. 불편한 곳은 없죠?”
“이렇게 보니 역시 서방님께선 갑옷보다는 이런 옷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영이와 청이, 완이, 견희는 나에게 옷을 몇번이나 입혀보고 수선을 한 후에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오래간만에 문관복을 입는 듯 했다.
워낙 무관직만 하다보니 갑옷이 더 익숙해져 있는 것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조금 불편하군.
“하아. 이것 참. 조금 큰 것 같은데?”
“안에 사슬갑옷을 껴입을 수 있도록 조금 품이 넉넉하게 만들어놨어요. 갑옷과 함께 입으면 괜찮겠네요.”
확실히 영이의 손재주는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거기에 견희와 완이도 보통이 넘는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보니 옷이 화려할 수 밖에 없다.
“이거 촉금이지? 비싼 거 아니야?”
“얼마 전에 촉금을 구했거든요.”
어?
그거 맹달이 가져다 판 것 아닌가?
기분이 묘하다.
황제에게 지원금을 주기 위해 맹달이 촉금을 가져와 팔고.
그 촉금을 영이가 사고.
그리고 그 촉금으로 만든 옷을 입고 황제의 패배식이나 다름없는 조조의 즉위식에 참가하다니.
우연이라면 참 웃긴 우연이다.
내가 미소짓자 견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재밌어서. 고마워. 항상 이렇게 날 위해서 고생해줘서.”
“에이~ 고생은 무슨~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청이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화사하게 웃었다.
다른 애들이라면 몰라도 네가 그러면 안되지.
내가 빤히 바라보자 청이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뭐요! 왜요! 뭐요!”
“아냐. 아무것도.”
청이도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요근래 들어서 꽤나 뻔뻔해진 듯 하다.
이게 어머니라는 건가?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옆구리를 영이는 콕콕 찌르며 재밌어 했다.
“청이 너도 어서 자수를 좀 배웠으면 하네.”
“여, 열심히 할게요…”
시무룩해하는 청이의 모습에 모두가 웃는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훈훈함에 난 마음이 따스해졌다.
“음…”
“할 말이라도 있나요?”
역시 영이구나.
내 생각을 정확히 잡아낸 영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앉아봐.”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 그렇게 분위기를 잡으세요?”
“설마 오늘 밤은 모두 함께 자자는…?”
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하자 청이와 견희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아직까지는 좀 그런가보다.
그녀들이 부끄러워했지만 영이는 그저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눈치챈 듯 싶다.
역시 영이한테는 못 당하겠네.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 같다.
“괜찮아요.”
그래.
이제 이야기를 해줄 때도 되었지.
난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차가 있는게 낫겠지?
“제가…”
“아냐. 앉아 있어.”
머뭇거리던 견희가 나에게 다가오며 차를 대신 타주려고 한다.
그녀의 손을 잡고 데리고 와 자리에 앉힌 나는 다시 차를 준비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향해 영이는 차분히 웃었다.
“괜찮아. 앉아 있어도 돼.”
“하지만…”
“괜찮다니까. 여보. 저는 용정으로 부탁할게요.”
황제와의 일을 끝내고 조가에서 받아 온 용정이다.
이거 무척이나 귀한 차다.
황가에만 납품한다고 할 정도로 귀한 차인만큼 맛도, 향도 좋았다.
“왠일이야? 비싼 차를 다 달라고 하고?”
영이는 지금까지 내가 차를 타줄때면 그게 싼 것이든 비싼 것이든 군소리 하지 않고 마셨었다.
그녀가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 난 놀라며 용정차를 꺼냈고 영이는 웃었다.
“당신이 재밌는 이야기를 할거니까요.”
“하하… 알았어.”
다들 이해를 하지 못한 듯 하다.
그런 그녀들을 향해 웃은 나는 준비한 차와 다과를 올려 놓았다.
“오~ 이거 맛있는 과잔데~”
청이는 과자를 들어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녀와 견희, 완이가 차를 홀짝거리는 동안 나는 찻잔을 잡고 빙글빙글 돌렸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것을 본 견희는 조심스레 말했다.
“뭔가 망설이시는 것이라면 괜찮습니다. 어떤 이야기라도 저희는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어?”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의문스러워하자 완이는 히죽 웃었다.
“서방님은 고민이 있을 때는 항상 그러시더라구요.”
“내가?”
“찻잔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는거요.”
“아…”
나도 모르던 습관이다.
그러고보니 그랬다.
할 말을 찾거나, 아니면 고민을 할 때.
나는 차를 끓여 마시면서 항상 이랬던 것 같다.
“나보다 나에 대해서 더 잘 아네?”
“그야 당연하죠.”
“항상 서방님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멋으로 장군님을 사랑하는게 아니랍니다~”
세 여인들이 밝게 웃는다.
영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디가서 절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이렇게… 알겠어요.”
“하늘에 맹세코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두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난 돌리던 찻잔을 멈췄다.
찻잔 안의 찻물이 빙글빙글 회전하다가 천천히 잔잔해진다.
그 찻물이 잔잔해졌을 때 나는 입술을 떼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말할게. 내가 아홉살? 열살 때 쯤의 일이야.”
전에 영이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는 내가 나무를 타다가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처음인지라 다들 궁금해하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이후.
이유하가 되어 삼십년을 살았고, 또 그 삼십년의 어느날 다시 진유하가 되었다.
그리고 난 이후의 이야기들.
나는 차분히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어… 질문이요.”
내 이야기를 전부 듣고 한참동안이나 입을 다물고 생각하던 완이가 손을 들었다.
“해봐.”
“그럼… 지금 저희의 삶은 뭐에요?”
“글쎄?”
나도 모른다.
애초에 그건 나의 꿈에 불과하니까.
다만 그 꿈이 아직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할 뿐이고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하기엔 이유하의 지식은 실제로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그… 삼국지? 삼국지라는 것이 저희의 삶이라는 건가요?”
완이의 질문에 답한 것은 내가 아닌 영이었다.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예?”
“애초에 지금은 삼국지와는 꽤나 달라졌으니까 말야.”
영이의 대답에 다들 혼란스러워한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삼국지와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어. 대표적으로는 영기의 아버지인 여포가 있지. 삼국지대로라면 여포는 죽었어야해. 그리고…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여포에 대한 것.
그것이 내가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삼국지와 나의 삶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보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삼국지는 그저 삼국지일 뿐이다.
나의 삶은, 그리고 우리의 삶은 삼국지가 아니다.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것처럼 비누를 만들고, 또 심폐소생술을 퍼트리고, 거기에 다른 일들을 하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죽게 하지 않는 거였어.”
“….”
다들 입을 다물고 날 바라보았다.
이제는 나의 전부나 다름없는 내 가족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성공했지. 삼국지는 그저 삼국지일 뿐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성현의 말씀들과 비슷한 이야기라고 보면 되는거야.”
“궁금한게 있습니다.”
“말해보렴.”
“서방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알겠어요. 그렇다면… 그 삼국지에서 저는 어떻게 됩니까?”
무표정한 견희의 눈을 읽었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겪게 되었을지도 몰랐던 미래.
그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삼국지라는 것에는 진유하가 없어.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고. 그러니… 너와 나는 만나지 못했겠지. 업을 점령한 조비에 의해서 너는 그의 아내가 되었을거야. 뭐, 아닐 수도 있지만.”
“….”
충격받은 듯 보인다.
그래도 알려야지.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유하에 대한 기억과 삼국지에 대해서 말해준다면 어쩔 수 없이 말해줘야 하는 것이다.
사실 속일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나.
거짓을 말할 것이라면 아예 입다물고 있는게 낫다.
그러고 싶지 않았기에 밝힌 것인만큼 사실대로 말하는게 낫겠지.
청이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물었다.
“저는요?”
“너는 하후무.”
“아… 역시.”
“저는…?”
“넌 손책. 손가의 장남. 알지?”
“으… 그 인간이랑요?”
다들 질색하는구만.
하긴 조비든, 손책이든, 하후무든.
셋 다 남편감으로 멀쩡한 놈들은 아니니까.
“삼국지에 따르면 너희 모두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그럼 결국… 저희를 구원한 것은 당신이라는 건가요?”
견희의 시선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이걸 구원이라고 봐야하나?
“만약 지금 네가 행복하다면. 구원이겠지. 불행하다면… 너의 행복을 앗아간 절망이라고 할 수 있겠고. 희야. 그리고 청아. 완아. 나도 너희들에게 물어볼게.”
“…..”
충격을 받은 듯한 그녀들을 보던 나는 찻잔을 잡았다.
망설여진다.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순간만큼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머뭇거리던 나는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 영이와 눈을 마주했다.
내가 처음 이 사실을 밝혔을 때 영이는 어땠지?
그때를 떠올렸다.
영이는 그때 순수하게 웃으며 내가 이유하가 아닌 진유하라면 그딴 기억이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두려워하지 말자.
나를 믿고, 또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 준 부인들을, 내 가족을 믿자.
“너희들은 지금 행복하니?”
내 말이 떨어진 순간 청이는 벌떡 일어나 당당히 외쳤다.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당연하죠!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데요!”
깜짝이야.
왜 화를 내냐?
청이와 완이가 경쟁하듯 빽 외쳤다.
그것에 놀란 나는 찻잔을 내려 놓았다.
“다행이다. 솔직히 조금 두려웠거든.”
“그런 쓸데없는 걸로 고민하지 마세요!”
“정말이지… 저희를 뭘로 보고.”
청이와 완이가 투덜대는 것을 들으며 난 피식 웃었다.
견희는?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 어라?
견희는 좀 다른건가?
난 살며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골똘히 생각을 하던 견희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부인들의 시선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저, 저도 당연히 행복합니다.”
“그런데 왜?”
깜짝이야.
견희는 아닌 줄 알았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묻자 견희는 흠칫 놀라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침묵을 하던 그녀는 우리의 시선에 결국 도톰하고 예쁜 입술을 달짝거렸다.
“아. 아뇨 그게…”
머뭇거리던 견희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갸냘픈 어깨는 움츠려들고 고개는 숙여졌다.
귀까지 빨개지고 나서야 견희는 쥐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저… 그… 저도…”
“응?”
“…서방님과의 아이가 있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부끄러워할거면 그런 말 하지 마라.
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견희가 이렇게 자신의 욕심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내가 원하던 것이었으니까.
난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래. 노력할게.”
“우우! 저도!”
“그래. 너한테도.”
아직까지 나와의 아이가 없는 완이와 견희가 아이를 요구한다.
당분간은 열심히 아이 만들기에 집중해야겠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청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둘째를 원해요. 남자아이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 어우야.”
내 체력이 버텨줄라나?
내가 난감해하는 것을 보며 영이는 그저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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