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10
왕충의 난이 끝나고 뒷수습을 마친 지 한달여가 지났다.
가 사형은 나머지 뒷수습을 나에게 맡긴 후 병주목으로 부임하기 위해 병주로 떠났다.
이번에는 정말 가 사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중에 병주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고 요청이 들어오면 두말않고 보내줘야겠군.
난 술잔을 기울이며 히죽 웃었다.
“하하하하!!! 역시 대단하십니다!”
“별 일 아니지요. 상서령의 도움이 컸습니다.”
“제가 뭐 한 일이 있습니까? 이번 일은 진 시중께서 전부 하신 것이나 다름없는데.”
종요는 웃으며 날 칭찬했지만 여기서 내가 최고다!
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 황제를 제대로 엿먹이고 조조에게 구석을 하사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일단 교사원도 그렇고 상서부와 승상부에서의 도움도 컸다.
거기에 정북부 뿐만 아니라 장군부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래저래 끈덕지게 도움은 많이 받았군.
이 빚을 갚을 생각을 하면…
보통 일이 아니겠군.
“이걸로 승상께서 왕위에 오르시는 것과 더불어 구석을 받는 것에 대해 딴소리를 할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만약 왕충이 황제를 그냥 빼돌리는 정도만 하는 것이었다면 황제파에서는 구석에 대해 난리를 쳤을거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왕충의 협력자가 유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장이 그런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 머리 굳은 노인네들도 잠자코 있겠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일로 얻은 이득은 두가지다.
일단 조조가 구석을 받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는 황제파였던 노신들이나 명사들이 대부분 중립, 혹은 조조의 파벌로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내부적으로 권력싸움이든 입장 차이를 표명하든 하려면 어느정도 세력이 안정되어야 한다.
원소를 잡고, 또 북방 정벌에 성공하였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불안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만약 이번에 맹달이 성공하여 황제를 익주로 빼돌렸다면?
우리는 그저 일개 거대한 군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거기에 조조의 밑에서 황제를 모시던 이들 역시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유장에게 감사인사라도 하고 싶군요.”
실실 웃으며 종요는 술을 한모금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게 말입니다.”
황제파 신료들이 등을 돌린 것에는 황제에 대한 배신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황제가 황태자와 몇몇만 데리고 익주로 가버리게 된다면 남은 이들은 뭐가 되나.
그런 만큼 배신감 때문에 조조의 편으로 돌아선 이들도 있을 정도니 더 할 말이 없지.
난 팔짱을 끼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다음 대 시중에 걸맞는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아니 진 시중께서 하지 않으시구요?”
“제가 계속 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방통과 서복에게도 말했지만 내가 팔자좋게 시중직을 계속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종요 역시 인정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맛을 다셨다.
“괜찮은 인물은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조조파의 대표적인 문관 중 하나인 종요인만큼 그가 추천하는 인재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한시름 덜겠군.
“아…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이제 칠일만 있으면 승상께서 왕위에 오르시게 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이거 참. 길고 길었지요.”
그저 연주목이었던 조조가 왕위에 오르게 되다니.
정말 힘들었다.
그 사이 별에 별 일이 다 있었지.
내가 입맛을 다시자 종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배는 위왕의 등극식 이후까지 미루도록 하지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 가십니까?”
“하하하! 저도 제 나름대로 할 일이 있는지라. 그럼 진 시중. 내일 뵙겠습니다.”
한보따리 죽간과 문서를 챙긴 그가 나서자 감녕이 그를 호위했다.
왕충의 난이 정리되었다고 하나 아직까지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괜히 오밤중에 혼자 보냈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골치아프다.
종요의 호위를 위해 감녕을 딸려 보낸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나와 살금살금 걸어오던 청이는 내 시선에 머쓱하게 웃었다.
“안자고 왜 나왔어?”
“그냥요.”
“애들은?”
“놀다 지쳐서 자고 있어요. 감 교위와 영기가 놀아주는 것이 좋은가봐요.”
성이와 휘, 율이까지.
셋 모두 내 부하들을 좋아했고 내 부하들 역시 내 아이들을 좋아했다.
예전에 낯가리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놀랄 만한 일이다.
한해한해가 지날 수록 점점 성장하는 애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뒤에 서 있던 청이는 날 끌어안으며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헤헤~”
“왜 이래?”
“아뇨. 그냥. 고마워서요. 당신 덕분에 아버님이 왕위에도 오르시고… 국호는 위라고 한다면서요? 위라… 좋네요.”
왕위에 오르니 왕국으로서의 국호를 짓는 정도다.
한나라의 제후국의 형태를 갖춤으로써 한을 아직은 섬기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기 위함에 불과했다.
한이든 위든 알게 뭐람.
중요한 것은 거기에 있는 사람일 뿐이다.
“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야. 그나저나 절이라…”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결국 조조의 딸인 조절이었다.
조조의 딸이지만 사실 나도 본 적은 없었다.
조숭의 저택에서 계속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이제 열 다섯이랬나?”
“예.”
“흐음… 그동안 결혼도 하지 않고 뭐 했데.”
현재 허도에 있는 조조의 부인은 세명이다.
조앙과 청이의 양부모이며 조조의 정실인 정 부인.
그리고 조비와 조창, 조식의 어미인 변 부인.
조충의 어미인 환 부인.
그 외에 아직까지 나도 만나보지 못한 첩들까지 치면 서너명은 더 된다고 들었다.
그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첩 중 하나인 윤부인의 딸이 바로 조절이다.
“조부님의 댁에서 머무르고 있다지?”
“네.”
허도에 마련된 조숭의 집에서 명가의 여인답게 교육을 받는, 말 그대로 규중의 처녀가 바로 조절이다.
남자를 함부로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조가가 아닌 조숭의 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왜요? 궁금해요?”
청이는 내 귓가에 속삭였고 난 움찔했다.
얘야.
질투하는거니?
“그야 내 처제이기도 하니까. 워. 딴 마음을 품은 건 아니니까 그러지 마렴.”
“후훗. 알아요.”
능력도 진짜 좋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결혼을 하고도 부인들이 투기 하나 하지 않게 가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내 옆구리를 슬금슬금 만지는 청이의 손길에 난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알아줘서 고, 고맙네.”
“별말씀을요. 그럼 들어갈까요? 날이 추워요. 내일 중요한 날인데 고뿔이라도 걸리시면 큰일이라구요?”
“그렇지. 들어가자.”
청이와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채 앞까지 들어오자 청이는 아쉬워하며 손을 놓았다.
“오늘은 같이 못자겠네요.”
“그러게 말야.”
내일 있을 식 때문에 영이와 견희, 그리고 완이는 내 옷과 방통의 옷, 거기에 서복의 옷까지 새로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중요한 날이니만큼 다들 제대로 꾸미려는 모양이다.
나도 이제는 무관이 아닌 문관이니 갑옷을 입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내팽개쳐놓은 관복을 버리고 새로운 관복을 만들어준다고 벌써 며칠째 저러고 있다.
얼마나 화려한걸 만들어 주려고 그러는 건지.
난 쓰게 웃으며 팔을 벌렸다.
“헤헤~”
청이는 내 품에 폭 안겨들어왔다.
옛날에는 나보다 훨씬 큰 키에 덩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청이는 내 품에 안길 정도로 작아졌다.
아니.
내가 큰 것이겠지.
내 품에서 아양을 떤 청이는 내 입술에 입맞춰주며 말했다.
“그… 잠깐만이라면 같이 있어도 될 것 같아요. 같이는 못자더라도… 심심하시지 않아요? 차라도 함께 마셔요~”
날 위한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데 도움이 못되는 만큼 자기도 참으려는 모습이 좋다.
기대감을 품고 눈을 반짝거리는 청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나보다 연상이면서 이렇게 귀엽다니.
마치 꼬리가 있다면 붕붕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 차 한두잔 정도는 괜찮겠지?”
청이와 함께 방에 들어가자 화타가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르신? 왜 안 주무시고.”
“나이가 많아지니 잠이 적어져서… 그보다 청아. 잠깐만 나가 있어주려무나.”
“예? 알겠습니다.”
청이가 나가자마자 화타는 차분히 말했다.
“승상이 왕위에 오른다… 그게 과연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구나. 직급이 높아지며 그가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질텐데.”
“제가 옆에서 돕는 수 밖에 없겠지요.”
“은침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해두렴.”
화타는 쓴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여기에 있고 싶지만… 나도 내 일이 있으니 쉽게 그럴 수가 없구나.”
“연구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것도 그렇고… 엄 군수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는 전갈을 받았어. 당지 혼자서는 힘든 것 같더군.”
“그렇군요…”
엄백호가 있기 때문에 지금 강동이 우리 쪽의 손을 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죽고나면 강동의 백성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노숙은 얼씨구나 하고 강동 쪽으로 손을 뻗겠지.
강동 인근에 있는 이민족들이나 해적들, 도적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엄백호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괜찮은 이를 보내고 싶지만…”
“방통이 그러더구나. 지금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봤자 의미는 없을거라고.”
“하아… 예. 서복이나… 진군 정도가 아니라면 힘들겁니다. 아니.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힘들 수 있겠군요.”
방통의 말대로 강동은 꽤 오랫동안 우리가 신경쓰지 못한 곳이다.
엄백호가 워낙 잘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냥 물자와 군사를 조금 지원해준 것만으로도 훌륭하게 이민족과 강동의 백성들을 교화시켜가며 그들을 살려나갔다.
그가 너무 잘해줘서 우리 모두 그쪽 근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것은 뼈아픈 실책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만약 엄백호의 뒤를 이을 인재를 키워 그곳에서 키워놨다면 엄백호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안감이 많이 사그라들어 노숙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을텐데.
“바빴다고는 하지만… 실책인 것은 인정해야지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너는 신이 아니잖느냐.”
“쩝.”
화타는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지금 당장 승상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거다. 다만 너무 신경쓰는 일이 없게만 해다오.”
“알겠습니다.”
“승상의 즉위식만 끝나면 바로 돌아가도록 하마. 은침은 만들어지는대로 또 보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감사는 무슨.”
말을 마친 화타가 나가자 청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화타와 나눈 이야기는 청이의 아버지의 이야기다.
청이에게도 말을 해줘야 할까?
난 고민하다가 마음을 돌렸다.
이건 긁어 부스럼에 불과하다.
화타도 위급한 상황은 아니고 병이 진행되어도 몇년 정도는 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니까.
괜히 청이가 걱정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헤~”
방긋 웃은 청이가 히죽거리자 난 그녀의 말캉말캉한 볼을 만지작거렸다.
그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청이는 살며시 내 위로 올라왔다.
암고양이.
아니.
“오래간만이네요. 후후후. 이렇게 안긴 건.”
“그러게 말야.”
사나운 암호랑이를 길들인 것 같다.
늘씬하고 탄력적인 몸을 내 몸 위에 눕힌 청이는 내 볼과 입술에 쪽쪽 입맞췄다.
“어머?”
“뭐. 왜. 뭐.”
오래간만에 청이의 숨결과 살결을 느껴서 그런지 하체에 힘이 들어간다.
묘한 미소를 지은 청이는 내 입술을 길게 핥으며 살짝 손을 내렸다.
“어헛! 어딜 만져! 어딜!”
“그치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치고는 몸은 솔직한 것 같은데… 어때요? 입으로라도…?”
입으로 한다고 해봤자 하면 청이는 또 폭주할거다.
너 그러다가 영이한테 혼난다.
“이상한 소리 말고흐응~!”
“후후. 귀여워.”
하체를 움직이며 내 양물을 자극한 청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긴 손가락을 움직였다.
서서히 내 옷고름이 풀려 나가기 시작한다.
“워… 청아? 진정하렴.”
“네네. 진정하고 있답니다~ 전 지금 아주 냉정하거든요?”
거짓말!
눈이 지금 빛나고 있는데?
욕망이 넘실거리는 눈으로 날 응시하며 마치 날 삼켜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얼굴과 입술 여기저기에 입맞추던 청이가 내 상의를 완전히 벗겼을 때 쯤.
“장군님. 저희가… 꺅!?”
“헤에…”
견희와 완이가 들어왔다.
“언니…”
“정말 이러실 거에요?”
“아, 아하하하.”
가완성된 옷을 들고 온 견희와 완이가 뚱한 눈으로 바라보자 청이는 머쓱해하며 내 위에서 일어났다.
“미안. 나도 모르게.”
“에휴. 됐어요. 저라도 그랬을테니까. 흥.”
“미안해~”
투덜거리는 완이와 물기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견희에게 청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사과했다.
평소와 다르게 견희와 완이에게도 쩔쩔매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옷 만드는 것 때문에 청이도 참기로 약속했던 모양이다.
완이와 견희의 시선에 청이는 시무룩히 어깨를 움츠렸다.
이러다가 청이 울겠네.
난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완이의 손에 들려 있는 옷을 가리켰다.
“그거야?”
“음. 네. 영이 언니도 조금 있으면 올거에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이까지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바느질 도구들과 비단.
영이는 짐을 내려 놓은 후 화사하게 웃었다.
“어머? 분위기가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
그녀의 질문에 청이는 울상을 지으며 손을 비볐고 견희와 완이는 키득거렸다.
암호랑이 같은 청이도 영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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