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39
눈을 뜬다.
오늘은 몸이 아주 가볍다.
마치 병에 걸리기 전과 비슷하다.
이렇게 몸이 가벼운 것은 얼마만일까?
천천히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킨 엄백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꿈이었구나.”
눈을 감으니 생생하다 느껴질 정도의 꿈을 꾸었다.
엄백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병마와 싸우느라 힘이 쭉 빠져버린 팔과 다리를 이끌며 그는 창문을 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허름한 창문을 열었을 때 눈부신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서 있던 엄백호는 문이 열리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어? 형님. 몸은 좀 괜찮은거요?”
“네가 왜 여기 있니? 회계에 갔던 것 아니냐?”
“형님이 또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수. 하나 뿐인 가족인데 당연히 와야지.”
“그러냐…”
“자. 이 의원이 보낸 약이요.”
검은색 탕약이 담긴 사발을 그가 건네준다.
그것을 천천히 받은 엄백호는 가볍게 약사발을 들이마셨다.
혀가 돌아버릴 정도의 쓴 맛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흐흐~”
“제 형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그리 좋냐?”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잖수.”
능글맞게 웃으며 그가 말하자 엄백호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한방울도 남김없이 탕약을 전부 마시고 나서야 엄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쯔음 진 시중이 올 것이라고 하더이다.”
“진 시중이?”
“아아… 형님은 계속 앓고 있느라 보고를 받지 못했겠군. 형님이 걱정되서 직접 오신다고 하우.”
“뭐하러… 그 바쁜 사람이 여기까지… 허허. 준비를 해야겠구나.”
자신과 다르게 나라의 중임을 맡은 사람이다.
고작 자신 정도 되는 사람의 병문안을 위해 이렇게 찾아오다니.
송구스러워 미치겠다.
“여야. 잠시 도와주렴. 목욕을 하고 싶으니 말이야.”
“허이구. 뭐 대단한 사람 오신다고.”
“대단하지.”
대단한 사람이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오군의 백성들은 계속된 기근과 도적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굶주림에 죽었을 테니까.
그에게 배운 농법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대단한 사람이고 말고.”
“끙. 알았수다.”
진유하를 무척이나 높게 평가하는 엄백호를 향해 혀를 차며 엄여는 쪼그려 앉았다.
“거 참. 이렇게 말라가지고 몸이나 낫겠수? 당장 몸이 나으면 제대로 먹기부터 해야 할 것 같소. 내 화타 어르신께 보약을 좀 청하리다.”
“하하하… 그래주려무나.”
엄여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엄백호는 욕탕으로 들어갔다.
그의 도움을 받아 깔끔하게 씻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물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병마와 싸우느라 지쳐 있는 몸에 활기를 줄 정도로 차가운 물을 몸에 뿌리고, 깨끗하게 씻고 나온 그는 낡았지만 깨끗한 관의를 입고 긴 머리를 질끈 묶었다.
“오늘은 날이 좋은데… 산책이나 할까?”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잖수. 그냥 쉬시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공허히 말하는 그를 향해 엄여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게 무슨소리요. 쓰잘데기 없는 소리 마시오. 그 뭐시냐. 신의라 불리는 화타 어르신도 그렇고, 이 의원도 그렇고. 강남의 천의(天醫)인 장중경 의원도 그렇고. 다른 호족들도 형님을 위해 많은 약을 보내고 있수. 한번만 더 그따위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시면 내 형님을 기둥에 묶어버릴거요.”
“그렇지… 이 미약한 몸이 다른 백성들을 구할 약을 헛되이 소모하고 있구나.”
“거 참! 그런 소리 말라니까! 그리 다 퍼주고 싶소!?”
“그리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씁쓸함이 가득 담긴 엄백호를 향해 결국 엄여는 버럭 화를 내버렸다.
그가 성내는 것을 보며 엄백호는 빙긋 웃었다.
“미안하구나. 네게는 항상 미안할 뿐이야.”
“미안하면 얼른 몸 조리나 잘 하쇼!”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동생을 보며 엄백호는 다시 한번 부드럽게 웃었다.
덩치는 산만하고 나이도 벌써 마흔을 넘었지만.
순진하기가 아직까지 애 같은 그다.
“아무튼. 날이 좋은데 산책을 가고 싶어. 도와주겠니?”
“으… 알겠수다. 잠시만 기다리시우.”
엄백호를 계단에 앉혀 둔 채 엄여는 후다닥 뛰었다.
잠시 후 그가 가지고 온 것은 바퀴가 달린 의자였다.
처음 엄백호가 쓰러진 후, 거동이 불편하다는 것이 알려지자 백성들이 나서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 이후로 몸이 좋지 않은 엄백호는 자주 이것을 타고 다녔었다.
“앉으시우. 으쌰.”
엄백호를 가볍게 들어 의자에 앉힌 엄여는 의자 뒤의 손잡이를 잡았다.
천천히 의자를 밀며 관청을 걸어나간 엄여는 웃으며 물었다.
“어디로 가고 싶소? 근처에 풍경이 괜찮은…”
“밭으로 가자.”
“…그거 봐서 뭐하게?”
“이 놈아. 관리가 되는 자는 항상 백성들의 일을 주시해야 하는 법이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요 근래에는 농사가 어찌 되는지 보지 못했다. 슬슬 여름 보리가 익을 때가 되었는데… 어서 가자.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보고 싶구나.”
“하아… 마음대로 하쇼.”
관청에서 나온 엄여와 엄백호를 보며 병사들은 공손히 인사한다.
아니, 그들 뿐만이 아니다.
“엇!?”
“나으리!”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엄백호와 엄여를 보자마자 지나가던 백성들이 몰려든다.
그들의 걱정어린 표정과 안부를 묻는 말에 엄백호는 쓰게 웃었다.
“괜한 걱정을 시킨 것 같구만.”
“어휴… 저번에 또 쓰러지셨다고 들어서 놀랐습니다요. 저… 이것 좀 드십시요. 여름 산딸기는 죽은 소도 벌떡 일으킨다고 합니다.”
바구니에 담겨있는 잘 익은 산딸기를 한그릇 엄백호의 위에 올려준다.
아낙네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엄백호는 엄여를 보았다.
“자.”
동전 다섯개를 꺼내자 아낙네는 손사레를 쳤다.
“아이고! 이런 건 필요없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것이에요!”
“이 산딸기는 자네가 힘을 써서 딴 것이야. 그것에 대한 노력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받을 수는 없네.”
“대가는 이미 받았습니다요.”
살이 타 거칠고 검은 얼굴을 한 아낙네는 한낮의 햇볕같은 따사로운 웃음을 지었다.
“나으리가 무사하신 것. 그것이 저희들의 기쁨입니다.”
“하하… 그래도 받… 이보게!”
엄백호의 부름을 무시하며 아낙네는 휙 도망가버렸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본 엄백호는 자신의 다리 위에 놓여진 산딸기를 하나 입에 넣어보았다.
새콤한 산딸기의 맛이 아주 좋다.
“너도 먹거라.”
“음. 좋구만.”
형제는 그렇게 산딸기를 나눠먹으며 사람들 틈을 지나밭으로 향했다.
밭에 도착했을 때 엄백호의 다리 위에는 많은 것들이 놓여져 있었다.
힘든 농사를 마치고 쉬기 위해 술을 마시던 농부들이 안주로 쓰던 육포 한줌.
아이들이 즐겁게 나눠먹던 당과 몇개.
꿀이 발라진 밀가루 떡.
거기에 햅쌀이라든가, 큼지막한 주먹밥이라든가.
커다란 광주리에 잔뜩 담겨 있는 먹을 것을 보며 엄여는 킬킬 웃었다.
“이거 엄청 받았는걸? 형님. 이 기회에 거지가 되어 볼 생각 없수?”
“하하하…”
아우의 놀림에 엄백호는 머쓱하게 웃었다.
길을 지나가며 만난 이들이 준 것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들은 자신의 것을 나눠주었다.
한입의 음식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백성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준다.
그저 바라는 것 없이.
오로지 엄백호가 빨리 낫기를 바라며.
대나무 광주리에 가득 담겨 있는 음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엄백호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왜 웃으시우?”
“옛날 생각이 나서.”
새로운 농법을 도입하지 못하고, 농사를 짓는 족족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삶이 극도로 고달팠을 때가 떠올랐다.
거부였던 엄가가 창고를 모두 열어 시혜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을 굶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풍년이 자주 난다는 형주까지 가서 좋은 종자를 받아오려 했었지.
엄백호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너에게도 말했었던가?”
“뭘?”
“형주에 다녀 온 후 내가 땅을 깊게 파고, 지렁이를 밭에 뿌리라고 했던 것.”
“아아…”
근처의 도적들을 잡아 얻은 철을 팔아 식량을 사도 모자랄 판국이었는데 그 철로 농기구를 만들라고 했었지.
거기에 힘없는 농민들을 격려하며 땅을 더 깊게 파고, 징그럽기 짝이 없는 지렁이를 밭에 뿌리라고 했었지.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많은 농민들도 어이없어 했었다.
“그때 얻은 지식이 아니었다면… 모두 굶어 죽었을거다.”
“그런 소리 마시오. 형님께서 어떻게든 얻어낸 것이잖소.”
“그랬지… 하지만 그때 너는.”
“음?”
엄백호는 광주리에 담겨져 있는 주먹밥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 지식을 얻어낸 대가로 형제의 점심은 사라졌었다.
평소에도 자신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싫어하던 엄여였다.
한끼의 점심을 날려버렸다는 엄백호의 말에 엄여는 놀랄 정도로 화를 냈었다.
물론 하루만에 풀어져 헤헤 웃어버리기는 했지만.
엄백호는 광주리에 담겨진 주먹밥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동생을 보았다.
그때와 다르게 엄여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거친 얼굴.
주름진 얼굴.
까맣게 타버린 얼굴.
명가의 후손이라기보다는 동네 농부처럼 보이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엄백호는 쓰게 웃었다.
“왜?”
“…아무것도 아니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엄백호는 엄여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아직도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언젠가는 말해야지.
언젠가는 전해야지.
그리 생각하며 몇년이나 지나버렸다.
가슴 속에 묻어 둔 말을 꺼내는 것은 엄백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까운 이이기에. 그렇기에 더욱 말하기 힘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엄백호는 고개를 돌려 밭을 보았다.
풍성히 자란 여름의 보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저 보리는 오군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되어주겠지.
“정말…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다.
백성들이 행복하게, 그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엄백호의 마음 속에는 죄책감이, 단 하나의 슬픔이 그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뭔데 그리 분위기를 잡으슈?”
“아니라니까.”
투덜거리듯 말하는 동생에게 웃어보인 엄백호는 멀리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일까?
의아해하던 그는 천천히 다가오는 말과 그 말에 탄 이들을 보고 웃었다.
“이거 귀한 분이 오셨구나.”
“벌써 오셨네. 쩝. 근처에 오면 좀 기별이나 할 것이지.”
군대가 들고 있는 깃발을 보며 엄백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싱긋 웃으며 오군의 병사들과 함께 오는 이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요. 진 시중.”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으아~! 설 연휴도 이제 하루 남았네요ㅠㅠ 더 놀고 싶다…ㄷㄷㄷ
날이 어째 다시 추워지는 기분입니다. 그냥 몸이 안좋아서 이런건가?
계속 이불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구만요 ㅋㅋ
그럼 언능 대댓글 쓰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갈랍니닼ㅋㅋ
허클베리fin // 냠냠! 잘머그께요!!
마법날개 // 엌ㅋㅋㅋㅋㅋㅋㅋ217년이에욬ㅋㅋㅋ
아스틸베 //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현실과소설 // 상향짱이 나올라면 시간이 좀…
ppk12 // 남은 문제는 이래저래 좀 있죠 ㅋㅋㅋ
Bobbylow // 화이팅! 푹 쉬세요!!
dleifna // 구도가 좀 그렇게 됐습니다 ㅎ 어쩌다보니 ㄷ
JangSEE // 그쪽도 나름 복잡하긴 합니다. 노숙도 제대로 움직이려고 장소랑 장굉이랑 그 외 정치가들과 호족들을 설득하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정 말 안듣는 가문은 몰래 박살내버리기도 하고… 제가 안써서 그렇지 ㅋㅋ 그리고 지금의 오는 뭐랄까. 전의 호족 연합인 강남 연합과는 좀 많이 다른 상황인지라 ㅋㅋㅋ
백발마인 // 늘 감사합니다 ㅎ
Rudii // 오오! 감사합니다 ~~
LauraStuart // 강동쪽 일이 끝나면 농후하게 한번 쓸게용 ㅎ
아셰린 // 호호!
암천회류 // 항상 감사드려요~
프리라스트 // 과연 언제 칠 것인가!
Kalon // ㅋㅋㅋㅋㅋㅋㅋㅋ버릴수없닼ㅋㅋ
마스터칼솔럼 // 으잌ㅋ 그런거 없어욬ㅋㅋㅋ
wjsTl // 감사합니다~
날사랑한그대 // 오오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
바이러스 // 과연 겟할 수 있을 것인가!
트릭스타 // 아 진짜 그럴 것 같네요 이거 분위기가 천편 넘을 듯…
신지영 // 노숙이 라스트 보스는 아닙니다 ㅎ
돔페리뇽 // 네 맞워요… 노숙은 일단 거쳐가는 존재 정도네용
철의노래 // 으엌ㅋㅋㅋㅋ 오타에요 217년이요ㅠㅠ
Guaaaaaak // 엄백호가 진유하를 처음 만난 건 진유하가 수경원에 있을 시절입니다. 제가 수경원에서 있었던 4년을 다 넘겨버린지라 ㅋㅋㅋ
우중월야 // 네 맞습니다 ㅎㅎ
허니앙쥬 // 그거 아니고 조앙만 죽어도 진유하는 엄청난 위기감을…!
서리바다 // 이래저래 꼬인 사람들입니다요유
koreaabce // 들어 올 수 있을 것인가!
얼라이언스 // 호어엉~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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