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53
실제로 오에서 강동에 뭔가 영향력을 가하거나, 혹은 엄백호를 공격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에서 한 일은 현재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다스림과 동시에 강동 일대에 발생하는 도적들을 잡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남에 단 하나 있는 거대한 세력이 오의 후계를 암시하는 세력명을 쓰며 강동을 지원한다면 과연 다들 어떻게 반응할까?
가뜩이나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다른 가문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오해십니다.”
손권은 쓰게 웃으며 말했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뭐. 네 말대로 오해일 수도 있겠지.”
“예. 만약 시중께서 원하신다면 다른 가문을 내세울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응… 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다른 가문들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고. 엄 군수가 강동을 잘 다스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가문들의 협조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도 있으니까 말야.”
“….”
“아, 뭐 안심해. 강동을 다른 가문에게 넘기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손권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날 응시했다.
그런 그를 향해 난 웃으며 차분히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관직을 주고, 또 강동을 넘겨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모르겠군.”
“그것은…”
“바로 손책과의 거래 때문이지.”
비록 손책이 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그와 나의 계약은 여전히 이행되고 있었다.
전에 만났던 주유도 그 계약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는 만큼 일단은 밀어 줄 생각이다.
“내가 손책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는 알고 있나?”
“…글쎄요.”
“손견의 이상.”
“….”
손권은 입을 다물었고 난 탁자를 톡톡 치며 그를 바라보았다.
“손책은 부친의 이상을 이루고 싶어했지. 그리고 그 이상을 위해서 나와 협력하기로 했고.”
“그렇습니까…”
“문대 어르신이 꿈꾸던 세상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나?”
“예. 저 역시 아버님께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럼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거야. 아직까지 나는 손책과 한 거래를 잊지 않고 있으니까. 허나… 그것을 어긴다면.”
난 손권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계약 위반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될거다.”
“하하… 알겠습니다.”
손권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향해 난 히죽 웃었다.
이정도면 경고는 된 것 같고.
다음 이야기를 해야겠네.
“뭐… 강동의 이야기는 일단 이정도로 끝내지. 그리고 엄 군수의 유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엄 군수께서? 어떤 유언을 남기셨습니까?”
“그는 나에게 육가를 돌봐달라고 말했어.”
“그렇습니까…”
“아까 보아하니 육가와 함께 온 것 같은데. 맞나?”
“예.”
손권의 대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육가는 내가 데려갔으면 하는데.”
“음… 시중께서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손가는 육가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저의 형님은 전대 육가의 가주이신 계녕 어르신을 공격했지요.”
“그건 알아.”
“그로 인해서 육가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 육가의 가주에게 약속했습니다. 육가가 다시 재기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부디 사내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게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말을 해버렸다는 건가?
허나 이 역시 육손에게 들은 대로다.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육적을 꼬드겨서 육가가 손가의 도움을 받게 만들었다.
다른 가문들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 말해버린 이상 육가는 자신의 체면 때문에라도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육가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 그렇기에 저는 혼신을 다해 육가에 사죄하려 합니다. 손가의 여식과 육가의 가주인 육 공기가 결혼하게 하여 과거의 우정을 되돌리고 동시에 계녕 어르신이 다스리던 여강을 육가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래저래 육가를 위해서 많은 대안을 내놓으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이나 육가를 위하려 한다면 어쩔 수 없겠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뭐. 자네들의 체면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야. 손책과 나의 인연도 있으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게.”
“시중께서 이리 이해를 해주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뭘 그렇게 좋아하냐?
내가 진짜 노리는 것은 다른 건데.
지금까지 손권이 제시한 것은 육가에 대한 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허나 나 역시 엄 군수의 유언을 따라야 하는 입장. 내가 자네들의 체면을 이렇게 살려 준 만큼 자네들도 내 체면을 살려줬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시중께서는 어떤 것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육가에 대한 것은 자네들이 그리 많이 해주니 내가 할 일은 별로 없겠네. 그러니… 나는 지금까지 육가를 보살피며 이어오느라 고생한 현 임시 가주인 백언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군.”
“…예?”
의아해하는 손권을 향해 난 웃었다.
“백언은 뛰어난 재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움에 대한 열망도 대단하더군. 허나 지금까지 가문을 지키며 유지하느라 홀로 서책을 보며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
“…그렇습니까? 마침 오에도 뛰어난 이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백언을 추천하면…”
오에 뛰어난 이가 많아봤자지.
난 손권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오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아네.”
“….”
“허나 서주에 태학이 만들어진 것은 알지? 태학의 대스승이신 채 어르신과 정 어르신께서 괜찮은 제자를 찾고 계시다네. 나는 그분들께 백언을 추천할 생각이야. 그 분들이라면 그 어떤 스승보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지. 또한 내 추천이라면 그분들도 백언을 받아들이실 것이고.”
아무리 오에 명사들이 많다고 해봤자 채옹과 정현을 넘어 설 정도의 명사는 없었다.
무려 공자의 후손이며 공자원을 운영하던 공융마저도 애송이라 치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채옹과 정현이다.
그들의 이름을 내가 언급하자 손권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고 나는 여유롭게 웃었다.
어때?
그들을 넘어 설 만한 명사가 있나?
“그… 채 어르신과 정 어르신에 대해서는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분들은 연세가…”
“괜찮아. 비록 그 분들이 연세가 많으시다고 하나 나와 연이 깊으신 분들이야. 마지막 제자로서 백언을 받아주실 것이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그렇…습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정도 뿐이군. 다른 부분은 오에서 해준다고 하니 말이야.”
“하… 하하…”
딱딱히 굳은 얼굴로 웃던 손권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아직 육가의 가주인 공기는 어리고 가문을 이끌기 힘드니…”
“하지만 육가의 재기에 대해서는 자네가 돕는다면서?”
“…..”
지가 말한 것이니 다른 말은 못하겠지.
당황한 손권을 보며 난 히죽 웃은 후 느긋하게 말했다.
“듣자하니 이곳까지 오며 그와 친분을 많이 다졌다고 들었는데? 또한 육가를 위해서라면 육손이 채 어르신이나 정 어르신께 배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그가 잘 배워 두면 나중에 육가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 옥은 내버려 둔다고 보물이 되는 것이 아니지. 그 재능을 이끌어 줄 좋은 스승은 반드시 필요해.”
“…그.”
“자네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주의 태학은 많은 명사들과 학자들이 스승으로 재임하고 있는 곳이야. 좋은 곳에서 배운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 특히나 육손의 재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어. 그가 그곳에서 제대로 배운다면 나라의 동량이 되어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훌륭한 관리가 될걸세.”
“그것도… 그렇겠지요.”
“문대 어르신이 꿈꾸던 이상은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이야.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재능 있는 인재들을 키우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 그런만큼 육손이 태학에서 제대로 배웠으면 하네.”
“…허나…”
머뭇거리는 손권을 향해 난 쐐기를 박았다.
내가 왜 지금까지 네가 하는 소리를 그냥 들어줬다고 생각하냐?
“내가 자네들의 체면을 이렇게 세워줬는데… 자네들은 내 체면을 세워 줄 생각이 없는건가?”
“그럴리 있겠습니까. 다만 시중 어르신과 채 어르신, 그리고 정 어르신께 폐가 될까봐…”
“솔직히 말해서 내가 손가를 좋게 보고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손가가 손 문대 어르신의 유지를 이어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 하는 이들이라면 그 생각도 고쳐야 할 필요가 있겠군.”
어디 빠져나갈 구멍이 있나 잘 생각해보지 그래?
손권은 머뭇거리며 생각을 계속했지만 내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내가 오에게 강동 삼군을 맡기는 이유가 손책과의 거래, 그리고 그가 가지니 손견의 이상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손권이 거절한다면 그 이상을 따르지 않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강동 삼군에 대한 지배를 허락하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오에 대한 압박을 생각할 수 있었다.
“현명하게 생각하게나.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만약 자네가 손책과 다른 그릇이라면… 나도 오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을테니 말야.”
“후우… 알겠습니다.”
손권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되겠지?
손권이 내세운 논리는 육가의 몰락을 야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손가인 만큼 그들의 재기에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손가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 그 사실만 이야기 한다면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육손에 대한 이야기는 다르다.
비록 임시 가주이기는 하지만 육손은 육가의 계승권과는 별도의 존재다.
대체적으로 이런 경우 육손은 육가의 분가를 세운 후 육가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
육가는 손가가 돕는다.
그럼으로써 손가의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되겠지.
하지만 육손은 내가 돕겠다.
그럼으로써 엄백호의 유지를 이어받은 나 역시 체면을 세울 수 있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서로 만족할 만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여기서 손권이 욕심을 더 부린다면 나 역시 그들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
명분은 나에게 있었다.
태학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훌륭한 관리로서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 태학의 스승들이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는 이들이라는 것도 사실이니까.
“…감사합니다. 시중 어르신께는 그저 신세만 지는 것 같군요.”
“이정도는 신세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지. 괜찮아.”
여기서 욕심을 잘못 부렸다간 육가는 둘째치고 강동 삼군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을 알기에 손권은 한발 물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아무튼 잘 생각했어. 이렇게 서로 양보하는 것이 맞지. 아니 그런가?”
“시중의 말씀이 옳습니다.”
손권은 애써 웃으며 내 말에 답했다.
그럼 할 얘기는 대충 끝난 셈이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 역시 일어났다.
“자자. 배웅을… 아. 그러고보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궁금한게 있어서. 내 손책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는 요새 어떤가?”
“아…”
손책은 팔이 잘리고 그 고통 때문에 요양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궁금해하자 손권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큰 부상을 입은 이후 형님께선 꽤 오랫동안 좌절하셨지만… 이제는 좀 나아지셨습니다.”
“오. 그래? 그거 잘 되었군. 그럼 지금 장사에? 아니면 시상에 있나?”
“아니요. 형님께선 포기하지 않고 재기를 생각하고 계십니다. 우수검사가 오른팔을 잃은 것은 목숨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고통과 절망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형님께선 불민한 아우를 돕기 위해서 주 형님과 함께 교주로 떠나셨습니다.”
“주 형님이라면… 주유?”
“예. 남만 쪽에 대한 정벌이 끝나고 그곳을 유장이 지배한 이후 남쪽에서의 침입이 잦아졌습니다.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간 강남의 백성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형님께선 재활을 생각하시며 그곳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시며 그 공격을 막아내고 계시지요.”
“그렇군…”
어쩐지 이번에 주유가 오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교주에 가 있었던 건가?
“흐음…”
“왜 그러십니까?”
“아니.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예. 한쪽 팔이 잘린 이후 걱정이 많았지만… 형님도 이제는 많이 괜찮아지셨습니다. 다음에 교주에서 올라오면 한번 허도로 찾아달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팔이 잘렸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었는데. 그래도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군.”
진짜라고 봐야하나?
한번 교주 쪽으로 사람을 보내봐야겠네.
그가 다친 이후로 소식을 듣지 못해서 마음이 걸린다.
어쨌든 내가 거래를 한 것은 손책이지 손권이 아니다.
만약 손권이 손책을 무시하고 우리와 적대관계를 보인다면 내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보는 거니까.
나는 손권을 데리고 방 앞까지 이동했다.
그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하자 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기억해두게나.”
“예?”
“난 자네가 문대 어르신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하하… 물론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손권은 작게 미소지은 후 나에게 목례하고 힐끔 내 뒤를 보았다.
“그나저나… 시중께선 참 좋으시겠습니다?”
“음? 무슨 말이지?”
“저렇게 아름답고, 또 현숙하신 부인이 있으시니 말입니다. 듣자하니 시중의 부인들은 모두 현명하시며 차분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내 부인들이 모두 대단하지.”
내 부인들에 대한 칭찬은 나도 춤추게 한다.
손권은 청이를 보며 감탄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럽습니다.”
“뭘. 자네도 좋은 처자를 만나게 될거야.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나?”
“예. 정무가 바빠서…”
“뭣하면 내가 중매라도 서주고 싶군.”
“하하하!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으음… 역시 부럽습니다.”
너 설마 청이한테 반했냐?
난 슬쩍 그의 시선에 있는 청이를 가렸다.
그런 나를 향해 손권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 이런 실례를. 조 부인을 그저 존경하는 정도에 불과하니 그런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
“저에게는 이복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 녀석도 조 부인처럼 무인의 길을 걷는 녀석인데… 워낙 천방지축이라 고민이 많습니다. 듣기로는 조 부인께선 대단한 무예실력과 더불어 전장에서 꽤나 유명하시다고 하던데. 이렇게 현숙하실 줄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그냥 부러울 뿐입니다. 제 동생도 어떻게… 시중같은 분을 만나면 조 부인처럼 현숙하며 아름답고, 또한 차분한 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럼 그냥 조조한테 보내지 그랬냐.
나는 손권을 바라보았고 그는 또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조가와의 정혼에 대한 일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못난 동생을 둔 제 잘못이지요.”
“뭐…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니 만큼 어쩔 수 없지.”
“하하하… 예.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잘 가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