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60
꽤나 세게 나오는데?
난 솔직히 남군 인근에 있는 성채 몇개정도만 제시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강동 삼군을 내어줌으로써 형남의 사군을 얻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 계획은 어쨌든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유장이 공격해왔을 때 손권이 막아내면 계획의 시작조차 불가능하니 말이다.
형남 사군.
그 중 남군같은 경우는 그동안 꾸준히 익주의 공격이 들어왔기에 방비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다.
강동 삼군과 다르게 익주와 이어지는 길목에 성채나 진지가 많이 있고, 또 방어를 위해 만들어 놓은 지형까지.
뿐만 아니라 유표를 의식해서인지 남군의 북쪽에는 성채까지 있었다.
만약 우리의 계획대로 오의 병력이 약화되고, 유장이 공격하여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을 공략하려면 우리도 꽤나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 남군에 무혈입성하게 되면 생기는 이득은 분명 보통이 아니다.
진군은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흠.”
진군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를 보았다.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당장 남군을 얻을 수 있다면…”
“물론 세력적인 면에서 본다면 나쁜 제안은 아니지만. 이 일을 덮기에는 조금 모자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남군을 그냥 내어준다는 것은 손권으로서도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었다.
강동 삼군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형남 일대의 경우 오랜시간 손가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던 곳.
특히나 남군의 경우 익주와 유표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해야 했던 만큼 자체적으로 전투를 치룰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군이었다.
그것을 그냥 내어주는 것이다.
손가 입장에서도 속이 쓰릴 수 밖에 없을 터.
하지만 그가 손해를 감수한다고 해서 내가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세운 계획도 있을 뿐더러 그 계획이 어그러진다고 하더라도 형남에 대한 공략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난 노숙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게 다인가?”
“양주 내에 있는 다른 군도 상관없습니다.”
“시중. 남군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진군의 말대로다.
만약 다른 군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방비부터 시작해서 지원이나 보급까지 생각한다면 크게 이득 볼 수 없다.
남군 같은 경우는 양양이나 강하와 육로로 연결되어 있다.
육군이 강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쉽게 움직일수 있지만 다른 군같은 경우는 장강을 통해야 한다.
수군이 강한 오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관리하는데 힘만 들 뿐이다.
특히나 우리는 지금 사람도 모자란 판국이다.
괜히 의미없이 다스려야 할 군을 늘릴 필요는 없지.
딱 필요한 수준만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손권을 보며 말했다.
“남군을 내어준다고 하여 손상향의 죄를 완전히 덮을 수는 없어. 그정도는 알고 있겠지?”
“예.”
만약 이게 사람이 적은 곳에서 벌어진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손상향과 청이의 마찰은 엄백호의 상갓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즉 강남 일대의 많은 호족들과 명가들이 참여하여 지켜본 것이다.
쉽게 덮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손권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교주로 유배를 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교주라…”
내가 알기로 지금 교주에는 손책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유배를 빌미로 손책에게 일단 보내놓겠다는 것이구만.
손권의 수가 뻔하기는 하지만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교주 역시 한의 유배지로 자주 쓰이는 곳이니 말이다.
특히 교주의 일남군 같은 경우는 그곳으로 유배가 결정되면 그냥 장사 먼저 치르고 유배지로 보낸다고 할 정도로 험악한 곳이었다.
“이정도면 시중의 노기가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중. 어떠십니까.”
물론 손권이 손상향을 일남군으로 보내지는 않을거다.
일단 교주로 보내놓으면 확인을 할 수는 없을테니까.
아마 적당히 양주와 인접한 남해군 인근에서 몇년 정도 머무르게 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손책과 주유가 있는 곳으로 보내든가.
손권은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얼굴로 말했고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흐음… 노기라… 양주목. 내가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리 있겠습니까. 그저 공정히 일처리를 하시는 것이지요.”
틀렸다.
나 사실 화났다.
정확하게는 청이가 손상향과 설전을 하고 난 다음부터 화가 났었지.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 청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 하냐.
나는 소의를 따르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이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시중.”
내가 거절하려고 하는 것을 예측한 진군이 내 팔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오히려 나나 청이, 그리고 조조의 인망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겠지.
이득이라고 해야 내 분이 풀리는 정도에 불과하고.
최악의 경우 이곳에서 손가와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다.
비록 숫적으로는 우위라고 하지만 진군은 정치가다.
싸우지 않고 만족할 정도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할 사람이다.
고민이 된다.
어떻게 하는게 나을까.
“저…”
문 밖에서 등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내가 고개를 들자 등애는 천천히 말했다.
“시중. 부인께서 만나뵙기를 청하고 계십니다.”
청이가?
다들 의아해하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기다려들주게.”
바깥에서는 아직도 당혹감을 지우지 못한 청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쉬고 있으라니까 뭐하러 왔어?”
“뭘 하려는 거에요?”
“뭘 하긴. 내 역할을 수행하는 것 뿐인데?”
“장난하지 말고.”
“장난 아니야.”
난 청이를 향해 히죽 웃었다.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나의 사람들이지. 그런만큼 이번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없어. 특히나 네가 이번 일의 중심에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지.”
“여보…”
청이는 머뭇거리며 내 손을 잡았다.
“저는 괜찮아요.”
“응.”
네가 괜찮아도 내가 안괜찮아.
날 바라보는 청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내 가족을 건드린 자를 그냥 두고 넘어갈 수는 없잖아. 이건 명예고 뭐고 관계없는 이야기야.”
“그렇지만… 여보.”
볼을 만지는 내 손을 잡은 청이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손상향이 물었지요. 강자가 무엇이냐고.”
“응.”
“제가 생각하는 강자는… 약자에게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자에요.”
“하아…”
청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다.
하지만 머리가 안다고 해서 마음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청이는 살며시 날 끌어안았다.
“당신이 강자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세요.”
“넌 화도 안나?”
“화는 났지만… 저는 무인인걸요. 무인은 무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 손상향과 대련을 하여 이긴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세상에나.
하긴 청이가 마음씨가 비단결같기는 했지.
이래가지고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나갈지 걱정된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평생 옆에서 지켜줘야겠구만.
난 청이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세상은 조금 이상하죠. 강자가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당신이… 사람들에게 백안시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황제를 쳤을 때 사람들이 나를 나무라지 않았던 이유는 황제가 명분상으로는 강자이기 때문이었다.
강자와 강자가 싸움으로서 승패가 결정날 경우 그 결과와 집행에 대해 나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나와 손상향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누가 봐도 내가 강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만큼 청이의 말대로 강자 주제에 약자를 돌보기는 커녕 아량을 베풀지 않고 약자를 짓밟는다 생각할 것이다.
비록 그 잘못이 손상향에게 있다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청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손상향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라도.”
“에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청이의 팔을 잡았다.
“가서 쉬고 있어.”
“네.”
방긋 웃은 청이가 물러난다.
홀로 남은 복도에서 난 눈을 감았다.
마음의 정리를 끝낸 내가 들어오자 손권은 날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후우. 좋아.”
“그럼…?”
“남군. 그리고 손상향을 교주로 유배보내는 것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손권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자 노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군에 대한 군수의 인수증은 형주목에게 넘기도록. 그에 대한 처리는 내가 해줄테니.”
“알겠습니다.”
이번 일로 손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겠네.
손상향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 때문에 알토란 같은 한개의 군을 그냥 잃게 된 것이니까.
강동의 삼군을 얻어내 세력의 규합을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남군을 잃은 것으로 크게 휘청거릴 수도 있겠다.
“그럼 약속은 지키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양주목.”
“알겠습니다.”
개수작을 부리지는 않겠지?
노숙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숙이 이런 일로 사기치는 인간은 아니니 믿어도 될거다.
진군은 손권과 노숙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내고 내 뒤를 쫓았다.
“시중.”
“말씀하십시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 바깥으로 나왔다.
우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태사자는 검을 든 손을 가볍게 들었다.
그와 동시에 전투를 준비하던 병사들이 무기를 꽉 잡아 나와 진군을 호위했다.
“듣기로는 손상향과 조 부인의 마찰은 이번 일까지 치면 총 세번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왜 처음 일을 벌이시지 않으신 것입니까?”
진군의 질문에 나는 힐끔 청이를 보았다.
내가 나오는 것을 보며 방긋 웃은 청이가 손을 흔들자 난 그녀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왜 그랬냐고?
위험해서였다.
첫번째의 마찰이 있었을 때 병사들 뿐만 아니라 장수의 수에서도 밀리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손상향에게 죄를 묻는다면?
지금까지 손상향이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용인해 준 이들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를 공격한 후 이번 일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내가 탈출하더라도 피해는 반드시 있겠지.
이 일로 나나 청이, 그리고 다른 내 부하들이 죽거나 다칠수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이제 가시지요.”
진군이 데려 온 서주의 많은 병력이 있다는 것.
청이와 나를 따르는 이들의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을 할 수 있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었다.
“분노의 표출은 상황이 허락할 때 해야 하는 법입니다.”
“…하하…”
내 대답만으로 내가 왜 첫번째 마찰 때 얌전히 있었는지 깨달은 진군은 피식 웃었다.
“만약 손상향이 오늘 그리 움직이지 않았다면 어쩌시려고 하셨습니까?”
“제가 군자는 아니지만… 참을성이 많은 사람인지라.”
지금 못하면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꼭 복수를 바로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진군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키득거린 후 천천히 말했다.
“이것으로 오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겠군요.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강동을 손에 넣었다고 하지만 당장 오는 힘을 내지 못하게 될 터… 이로써.”
“예. 저희는 서량, 혹은 익주에 집중할 수 있게 되겠군요.”
남군을 잃은 것, 그리고 손상향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것.
이번 일로 인해서 오에서 손권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이것을 잡기 위해서라도 손권과 노숙은 필사적으로 움직여야겠지.
강동 삼군에 대한 개발과 방어시설의 확충, 그리고 세력을 안정화시키는 동안 서량과 파촉 쪽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도록 하자.
“운이 좋았군요.”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 없이 그냥 청이가 상처받지 않은게 좋은데.
난 어깨를 으쓱인 후 청이의 옆으로 갔다.
내가 오자 청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하시기로 하셨어요?”
“그냥 교주로 유배 보내는 선에서 끝내기로 했어.”
“하아아… 여보. 그것도…”
“더 이상은 양보 못해. 목숨을 붙여 둔 것만으로도 손가는 나에게 감사해야 할 거라고.”
“….”
청이가 씁쓸해하자 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건드린 죄는 아주 커.”
“여보…”
“나에게 있어서 너는, 그리고 너희들은 그정도 위치야. 너희들은. 내 가족들은 나의 역린이라고.”
“하하… 이거 무서워서 바깥 출입도 못하겠네요?”
청이는 못말리겠다는 듯 짧게 혀를 차며 내 손을 깍지껴 잡았다.
“…그래도 좋네요.”
“응?”
“당신이 이만큼이나 절 생각해준다는 것이…”
“뭘 새삼스럽게.”
청이의 미소를 마주하며 나는 씩 웃었다.
우리가 서로를 응시하며 웃는 것을 본 진군은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부부간의 사이가 너무 좋군요. 하하하! 이 진모. 두 분을 위해서 서주의 휴양지에 좋은 방을 마련해두겠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푹 쉬었다가 가시길 바랍니다.”
아니 저 인간이!?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진군의 말을 들은 청이는 요염하게 웃으며 도톰한 입술을 핥았다.
방금 전까지의 천사같던 청이가 사라지고 암호랑이가 서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난 호랑이에게 노려지는 사냥감이 된 기분이고.
내가 슬그머니 청이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자 진군은 껄껄 웃었다.
“강남을 지배하는 양주목조차 두려워하는 분이 부인께는 꼼짝 못하시는 군요! 하하하! 시중께서 이런 공처가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참 기막혀 하겠습니다!”
“시끄럽습니다.”
공처가라니.
애처가라고 해라.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오늘은 제가 나갔다 늦게 들어오느라 ㅠ
대댓글이 없네요 핫하!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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