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61
서주로 돌아오자마자 난 육손을 데리고 곧장 태학으로 향했다.
하비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는지 번화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육손은 쓰게 웃었다.
“확실히 문화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서주 같군요.”
“그래?”
“예. 아버님께서도 한번 정도는 서주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었는데… 길가를 걷는 이 한명을 잡아도 그들은 이름난 학자이고 명사라는데… 다들 대단해보이는군요.”
육손을 자신을 지나치는 어린 소년의 손에 들린 죽간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육손은 조실부모했었지.
“부모님은 어쩌다가 돌아가셨나?”
“병이었습니다.”
“마마?”
“마마는 아니고… 괴질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마을에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흐음… 그렇군. 이거 유감이구만.”
“아닙니다. 괴질의 경우는 마마와 같이 하늘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는 바. 인간이 어찌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육손은 쓰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그렇기에 숙조부님은 시중을 꽤나 존경하셨습니다.”
“나를?”
“예.”
한차례 말을 멈춘 육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중께서는 마마를 이겨내신 분이잖습니까. 사람의 힘으로 하늘의 뜻을 거스른 분. 만약 시중같은 분이 아버님 대에 한명만 더 있었어도…”
“하하… 그런가.”
“예…”
육손의 대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강동에서의 일이 끝나고 조금 돌아 호숙현에 있는 육가에 들렀을 때 그곳에 나의 그림이 있는 것을 보았다.
꽤나 오래 되어 노래진 그림인데도 중하게 모셔져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사정이 있나 싶었는데.
육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육손을 보며 물었다.
“후회하지는 않나?”
“사람이 살아가며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그것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육손의 대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다.
사람은 언제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 후회 앞에서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지.
“이제 태학에 들어가게 되면… 채 어르신과 정 어르신께 너를 소개시킬 생각이다. 물론 내 추천이니만큼 아마 두분의 제자가 될 것이지만.”
“알고 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관직에 나가지 못하고, 나간다 한들 중임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록 육가가 오에 소속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육손이 오를 위한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
또한 육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육손이 맡을 수 있는 관직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오에 남아 있었으면 중직에 올라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결국 그 안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갔을테니까.”
홀가분한 어조로 대꾸한 육손이 앞서 걸었다.
그가 걷는 것을 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자. 다들 기다리실거다.”
태학에 도착하자마자 채옹과 정현을 찾았다.
태학에서 일을 보고 있던 그들은 내가 왔다는 것에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런 그들에게 육손을 소개해주자 채옹과 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제자를 받는 것을 멈추고 쉬라고 한 녀석이 추천을 하는 것이냐?”
“상당한 인재입니다.”
“육가의 백언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계녕의 실책을 메우기 위해 육가를 정리하여 자중한다는 것. 젊음의 혈기가 있는데도 그것을 억누르고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칭찬할 만 하지.”
정현은 웃으며 말한 후 내 옆에 앉아 있는 육손을 보았다.
그런 그를 지그시 응시하던 정현은 작게 웃었다.
“내 젊은 시절과 판박이군.”
“아니 자네는 저렇게 잘생기지는 않았잖은가.”
“하하하하!! 무슨 소릴. 날 보기 위해 찾아오는 여인들도 상당했다네.”
자신의 말에 채옹이 정색하자 정현은 시큰둥히 대답하고 육손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줘 보거라.”
“예.”
육손이 내민 손을 받은 정현은 천천히 그의 손바닥과 손등을 보았다.
손을 본다고 뭘 알 수 있는 건가?
“좋군.”
“그렇습니까?”
“사람의 손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 사람이 살아오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 수 있지.”
“아버지도 그러시던데. 손금을 보시는 겁니까?”
“손금이라기보다는 손의 흔적을 보는 것이지. 왜. 궁금하냐?”
예전에 요화의 손을 본 것만으로 그를 받아들였던 아버지다.
그때 도대체 손을 보고 뭘 아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사실은 그게 정현의 기술이었을 줄이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현은 껄껄 웃었다.
“너도 나이를 먹으면 알 것이다. 나중에 진궁에게 배워보도록 하거라. 이건 단기간에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없는 편이다.
이유하의 지식을 활용할 뿐이지 그 외에 다른 능력은 없었다.
정현의 말대로 산양군에서 머물며 틈틈히 아버지에게 배워두는게 좋겠군.
“아무튼… 괜찮은 인재로군.”
“감사합니다. 정 대스승님.”
“좋아. 뭐… 유하의 추천이기도 하고, 또 계녕의 얼굴을 봐서라도 이 아이를 태학에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정현은 웃으며 육손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채옹은 어깨를 으쓱인 후 말했다.
“허나… 내가 보기에 이 아이는 단순한 학자의 자질만 있는 것은 아닌 듯 싶은데.”
“그럼?”
“군략, 그리고 정략. 또한 군무의 재능도 있어보여. 단순하게 태학에서 가르치고 그 재능을 이끌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거야.”
채옹의 말에 육손은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은 태학에서 배울만큼 배운 후 실무로 그 실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허나 그리 하려면 결국 육가가 걸릴텐데. 어쩔 생각이냐.”
“글쎄요…”
적당히 야전에서 굴려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육손을 굴릴만한 전장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고민하자 채옹은 빙긋 웃은 후 말했다.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조금 생각하마. 대 오 방면으로 쓰기는 힘들테니 결국 익주나 서량 쪽을 생각해야겠지.”
“하하… 예.”
“그럼 가보거라. 너는 따라와라. 네 동문을 소개시켜주마.”
정현과 채옹이 직접 소개시켜주려나보군.
육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목례하고 그들을 따라나가자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쪽 일은 끝난건가…”
육손을 태학에 넣어두었다.
이제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적당히 때가 되면 태학에서 그가 나올 것이고 그때는 그가 움직일 만한 자리만 마련해두면 될 것이다.
내가 태학에서 나와 하비의 관청에 도착했을 때 다들 나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려한 마차, 그리고 호위병들.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나를 호위하며 태학까지 함께 다녀온 요화에게 물었다.
“오늘 뭐 있냐?”
“서주목께서 태원장으로 모시겠다고 하셨습니다만. 듣지 못하셨습니까?”
“아… 맞다. 그랬지.”
진군이 나와 청이를 위해 휴양지를 준비했다고 했었다.
어제 청이가 잔뜩 기대하던 것을 생각하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태사 교위와 저도 갑니다. 아무리 서주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호위는 필요하니까요.”
“그래. 휴양지라는데 간 김에 너도 좀 쉬어라.”
“하하하… 상황이 된다면 그리하지요.”
요화와 잡담을 나누는 사이 준비를 마친 진군이 나를 맞이했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마차에 타시지요. 조 부인께서는 이미 준비하고 계십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마차에 올라타자 마차 안에는 갑옷이 아닌 평범한 비단 옷을 입은 청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치안이 좋은 서주에 있다는 것 때문일까?
꽤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던 청이는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쳤다.
“어서와요. 백언은 어떻게 됐나요?”
“아. 태학에 넣어줬어. 채어르신과 정어르신의 제자가 될거야.”
육손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내 대답에 청이는 씩 웃었다.
“그럼 우리 식이와 충의 사형제가 되는 건가요?”
“어… 그러겠네.”
조식과 조충 같은 경우는 내 추천을 받아 채옹의 제자가 되었다.
항렬로 따지면 그러겠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청이는 방긋 웃었다.
“조가에 뛰어난 인재가 들어온 것 같아서 기쁘네요~”
“그렇지? 육손이 잘 해줘서 조가에 도움이 되어줬으면 좋겠네.”
그리고 덤으로 내 도움도 되어주면 좋고 말야.
하비성에서 한시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
태원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커다란 장원에 도착하자 진군은 즐겁게 웃었다.
“자… 어떻습니까? 하비에서 자랑하는 휴양지인 태원장입니다.”
“와…”
장원의 주변을 둘러보며 청이가 놀란다.
청이마저도 이렇게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니.
풍경이 좋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 그리고 늦여름의 더위를 해소할 수 있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 마련되어 있는 삼층짜리 누각을 가리키며 진군은 씩 웃었다.
“가끔씩 서주의 명사들이나 사족들이 휴양을 위해 찾는 곳입니다.”
“그렇군요.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하하하… 저도 뒷주머니 정도는 조금 차고 있습니다.”
“그거 시중으로서 그냥 넘어갈 만한 이야기는 아닌데?”
“농담입니다. 가문의 자금을 좀 끌어왔습니다. 거기에 봉록을 받고… 그리고 명가나 호족분들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주의 자금으로는 태학을 지원하는 것도 벅찹니다.”
씩 웃으며 진군은 여유롭게 말했다.
사실 세금으로 이런 것을 만들어도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런 시설 하나 만들어 놓는다면 서주로 휴양을 오는 이들이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비용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청이가 감탄하는 동안 나는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냥 건물과 풍경이 다입니까?”
“그럴리 있겠습니까.”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진군은 우리를 데리고 전각 옆의 작은 건물로 데리고 갔다.
나무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꽤나 크고 화려한 일층짜리 건물이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본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진군은 자신있게 말했다.
“신선로라 이름지었습니다. 자자. 들어가보시지요.”
진군은 나와 청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내부는 꽤나 화려했다.
약간 노출이 심한 듯한 복장을 입고 있는 어린 시녀들 몇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어서오십시요.”
“이건…”
“신선로를 찾는 많은 귀인들이 즐기는 곳입니다.”
“안마를… 하는 곳입니까?”
“오! 아십니까? 화타 어르신이 하비에서 몇몇 사람들의 병을 안마로 고치시는 것을 보고 나서 그것을 전수받은 이들을 데리고 왔지요.”
“이거 놀랍군요. 이런 식으로 마련해 놓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좀 해둘걸.
화타의 안마를 한번 받으면 뻐근했던 몸이 확실히 괜찮아지는데.
꽤나 예쁘고 건강하게 생긴 시녀들은 공손히 인사를 한 후 나와 청이에게 살풋 웃어보였다.
그녀들이 살갑게 맞이하는 것을 보며 진군은 자신있게 말했다.
“이 태원장에서 많은 분들이 극찬을 하는 것이 바로 신선로입니다. 안마를 받으신 후에… 이쪽으로 오시지요.”
진군은 이곳을 보며 감탄하는 우리를 데리고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난 감탄했다.
“설마 이건!?”
“온천입니다.”
“서주에, 그것도 하비에 온천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발견하셨습니까?”
“이곳 근처에 밭을 개간하고 측백나무를 심으려고 할 때… 간헐천이 터지더군요.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진짜 운이 좋았나보네.
온천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하늘이 보우해야 가능 할 일인데.
나도 하비를 꽤 다스렸지만 나 때에는 온천이 없었다.
죽어라 개간을 했는데도 발견을 못했는데 진군이 발견하다니.
완전 부럽다!
내가 발견했으면 하루에 한번씩 왔을텐데!
온천을 발견하고 모든 계획을 철회한 후 이곳에 태원장을 세웠다는 진군을 향해 난 박수를 쳤다.
“정말 좋군요!”
“하하하… 가끔씩 태학의 스승님들도 찾을 정도로 좋은 곳입니다. 안마를 받고, 온천을 즐기고. 그리고 나와서 맛있는 식사를 먹으며 풍경을 즐긴다.”
“극락이 따로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하하하!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자. 그럼 편하게 즐기십시요.”
“서주목께서는…?”
“저는 일이 좀 남아 있어서… 그것을 처리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뭣들 하는 것이냐. 조 부인과 시중을 모시지 않고!”
진군의 외침에 소녀들이 움직인다.
놓여진 자리에 그녀들은 우리를 눕히고 안마를 시작했다.
제대로 배웠나보다.
“으어~ 좋다… 좋아. 아주~ 좋아~”
꾹꾹 누르는 손길이 좋다.
요새 신경을 쓸 일이 많아 뭉쳐있던 몸이 풀리는 것에 나는 맥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아…으응…”
“…응?”
왜 안마 받으며 그런 소리를 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안마를 받는 것을 어색해하던 청이도 소녀들이 안마를 시작하자 신음성을 내기 시작한다.
어째 굉장히 야릇한데?
난 그녀의 신음성에 당황하며 주변을 보았다.
“…하응…”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청이의 신음성에 소녀들의 얼굴도 붉어진다.
하지만 꽤나 제대로 훈련을 받은 덕분인지 누르는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난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