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76
감녕은 검을 들어 그대로 주거의 목에 가져갔다.
“호오. 주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왜 여기 와 있지?”
오의 사성 가문은 육가를 제외하고 강남연합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손권을 지지하며 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가문이다.
이번에 강동 삼군을 오가 손에 넣게 되며 완전히 오에 종속된 가문이 된 것은 이미 순유가 보낸 서찰로 알게 되었다.
바로 어제 본 죽간을 떠올리며 감녕이 싸늘히 묻자 주거는 머뭇거렸다.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면 세작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건가?”
“감 교위께서는 잘 모르시는 듯 하지만 저와 제 누이는 작년부터 양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어차피 조사하면 다 나온다.”
“조사해보십시요.”
꽤나 당당한 주거의 말에 감녕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검을 회수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주거를 벨 생각을 하고 있던 감녕은 그를 경계하며 물었다.
“그런 귀하신 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이신가?”
“귀한 가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가문에 속해 있다 하여 모두가 귀한 것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이해를 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린 감녕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문에서 축출당한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가는 강남에서도 알아주는 명가이며 꽤나 부유한 가문이다.
그런 주가의 이름을 말하지만 주거의 차림새는 궁핍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런 경우는 생각 외로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문의 계승권 분쟁이 벌어지고 그에 패배할 경우 이런 경우가 생기니 말이다.
명가의 경우 가주는 엄청난 책임을 가지지만 그와 동시에 상당한 힘을 얻게 된다.
그런만큼 가주의 자리는 그 가문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었다.
만약 가주의 권위에 도전할 만한 인물들이라면 제거하든, 아니면 축출하여 멀리 떠나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주거의 상황도 그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거가 진짜 주가의 사람이라면 말이다.
주거의 말에 감녕은 그를 차분히 응시했다.
흔들리지 않는 눈이다.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은 듯, 열망이 담겨 있는 시선.
그의 눈을 마주하던 감녕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여영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기야.”
“하아… 알았어. 가자고.”
이래서 부부가 좋다는 거다.
감녕의 말을 이해한 여영기는 감녕이 던져 준 검을 허리에 찬 후 몸을 돌렸다.
“따라와.”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관청으로. 네가 진짜 주가의 사람이라면… 그것을 내가 함부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방덕공이나 방 도련님이라면 증명해주실 수 있겠지.”
비록 지금 오와는 어느정도 관계를 맺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과 부딪혀야 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었다.
당장 강하 쪽만 봐도 오의 세력이 있는 방면으로 군사를 보내 놓고 경계는 얼마든지 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오에서 주요 가문이라 할 수 있는 주가에 소속된 인물이라면 이를 정치적인 방향으로 쓸 수 있었다.
“가자고.”
만약 아니라면 헛걸음을 한 것이고 노역장에 사람 한명 더 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감녕은 주거에게 경계심을 놓지 않은 채 그를 데리고 관청으로 향했다.
오늘은 방덕을 데리고 신헌영과 자신의 아들과 함께 외식을 하려고 했던 방통은 감녕이 만남을 청하자 그들을 기다리게 한 후 나왔다.
“무슨 일이길래?”
퇴청한 인간이 왜 갑자기 온 것일까?
방통은 궁금해하며 물었고 그의 질문에 감녕은 어깨를 으쓱이며 주거를 앞으로 내세웠다.
“괜찮은 인재냐? 오오~ 훌륭해. 훌륭해.”
뜬금없이 허름한 옷을 입은 소년을 데리고 올 이유는 없다.
방통이 반색하며 묻자 감녕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주가의 사람이라는데? 주거라고 하더군.”
“…주가? 설마 그 오의 사성인 주가?”
감녕이 말하는 주가가 어떤 가문인지는 알고 있는 방통은 떨떠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주가의 인물이 나타난다라.
방통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주거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그 시선을 마주할 뿐.
“주가가 왜? 믿기 어려운데. 일단 오에 있어야 할 주가의 사람이 여기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주거라는 이름은… 나도 들어 본 적이 없어.”
“도련님도?”
“음. 뭐 나라고 강남에 있는 모든 가문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주가의 가주는 주환이고 주환의 아들은 주이라고 하지.”
“그리고?”
“그 외에는 나도 몰라. 숙부님께 여쭤보면 아실지도 모르겠군. 영기야. 안에 가면 방 숙부님이 계실거다. 모시고 와다오.”
방통의 명령에 여영기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여영기와 함께 방덕이 나왔다.
“음? 너는?”
“…방 어르신.”
주거가 방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것에 놀란 방덕은 방통에게 말했다.
“주율을 알고 있지?”
“어… 예. 주환의 백부 아닙니까.”
“그의 아들이 바로 주거다. 너는 만난 적이 없겠지만 몇번 주율과 함께 나에게 인사를 왔었다.”
방덕이 인정을 해준 것으로 주거의 신분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방통은 주거를 보며 물었다.
“주가에서 왜 여기 온 것이지? 매복의 독이라도 구상하고 있는거냐?”
“하아… 이래서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주거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자 방덕은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떨떠름히 말했다.
“주율과 주환의 아버지가 가주의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주환의 아버지가 가주가 되고 그 가주의 자리를 주환에게 넘겼다고 들었는데… 그래. 주율은 잘 지내나?”
“… 몇해 전 돌아가셨습니다.”
“허어.. 그런. 안타깝게 되었구나.”
“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르신.”
“아니.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나저나 왜 그런 차림이냐? 그리고 양양에는 무슨 일이고? 이 녀석아. 왔다면 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어야지. 네 누이는 어디 있느냐? 함께 온 것이더냐?”
방덕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자 방통은 여영기를 향해 말했다.
“영기야. 숙부님을 모시고 다시 들어가다오.”
“아직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통아. 너 설마…?
“숙부님. 이건 단순하게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주가와 저희는 잠재적이긴 하나 적대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끄응…”
신음한 방덕은 한숨을 내쉬고 여영기와 함께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것을 본 방통은 어깨를 으쓱이며 여유롭게 말했다.
“좋아. 네가 주가의 사람이라는 것은… 뭐 인정하지. 그래서?”
“예?”
“숙부님의 말씀대로. 왜 숙부님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지? 왜 정체를 숨기고 있었지? 거기에… 왜 이제와서 이름을 드러낸 것이지?”
“그건… 암살자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괜히 저희 때문에 방덕공께서 피해를 입으실까 두려워… 방덕공은 찾지 못했습니다.”
주거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어제 누이가 위험에 쳐해지고… 감 병조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누이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감 병조를 도우려…”
방통이 궁금해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감녕은 어제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것을 전부 들은 방통은 피식 웃었다.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리고 암살자라니? 암살자가 왜 너희를 공격하지? 공격할 이유가 없잖아.”
“그건… 제가 현재 주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시도도 했었다가 실패했고…”
“주가의 인물이 주가의 가주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라…”
방통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가주 직의 계승 문제로 주환과 대립이라도 한건가?”
“그… 비슷합니다.”
“좋아. 이야기는 여기서 종료. 감녕. 이 녀석 치워.”
“응?”
“치우라고.”
방통은 웃는 얼굴 그대로 주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에게 굳이 이용당할 필요는 없잖아?”
“그게 무슨 소리유?”
“우리를 이용해서 주가의 가주자리에 다시 도전하려는 것 아닌가?”
의아해하는 감녕에게 대답하는 대신, 방통은 주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질문에 주거는 묵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는 끝.”
“형주목!!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요! 조금만 더 들어주신다면!!”
“감녕!!”
“하아…”
방통이 몸을 돌리고 들어가버리자 감녕은 한숨을 내쉰 후 무릎을 꿇고 있는 주거를 잡았다.
그의 손길에 주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방 도련님이 저렇게 나오면 끝이야.”
“하지만…”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 돌아가도록.”
“….”
차분한 말에 주거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터벅터벅 걸어가버리자 여영기는 떨떠름히 물었다.
“괜찮을까?”
“글쎄…?”
여영기의 질문에 답한 것은 감녕이 아닌, 들어가는 척 하던 방통이었다.
그의 말에 감녕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야기는 끝난 것 아니우?”
“뭐 그렇긴 한데. 몇가지 좀 알아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서성.”
“예.”
야행복을 입은 서성이 나오자 방통은 그의 허리를 툭 쳤다.
“저 녀석을 쫓아. 어디에 사는지를 알아보고… 뒷조사를 좀 했으면 좋겠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듯 싶습니다.”
“주가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해봐.”
“예.”
“왜 그러는거요?”
그냥 갖다 버릴 정도라면 이런 뒷조사를 시킬 이유가 없다.
궁금해하는 감녕을 향해 방통은 빙긋 웃었다.
“조금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뭐가?”
“오의 사성이라 불리는 명가의 가주가 계승권에서 탈락하여 도망친 이를 잡으려고 할까? 그리고 저 녀석은 왜 주환과 무슨 원한이 있는걸까?”
“흐음…”
“주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이 아주 재밌어 질 것 같네. 주가는 강남에서도 꽤나 영향력이 강한 가문인데다가 손가와도 연이 깊지. 그런만큼… 주가를 흔들리게 할 수 있으면 손가의 움직임을 크게 조정할 수 있다는 거야. 잘만 쓰면 좋은 책략의 패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아… 남의 불행도 이용해먹으려는 거요?”
감녕의 질문에 방통은 즐거움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당연하지. 남의 불행이든 기쁨이든 그것이 수경원의 수칙이니까. 이래저래 재능은 있어보이지만… 아직 어린 놈이야. 혈기는 있지만 그것을 제자할 줄 몰라.”
만약 주거가 한 말이 진짜라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거는 이렇게 나서는 것이 아닌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감녕에게 접근해버렸다.
그것이 실책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주요 인물인 감녕에게 접근한다면 누구나 의심한다.
그것도 손가에 들어간 주가의 인물이.
아직 어리기에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혈기만으로 움직이기에 당장의 위기와 불행에 격해진다.
주거가 움직이게 된 계기를 떠올리며 방통은 싸늘히 말했다.
“주가의 계승권까지 가지고 있는 듯 보이고. 그렇다면… 이용해줘야지. 철저하게.”
터덜터덜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으로 돌아 온 주거는 마당을 쓸고 있는 누이와 마주쳤다.
“이제 오니?”
희미하게 웃는 누이, 주희를 향해 주거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일을 갔다 온거야?”
“응. 밥은 먹었어?”
“….”
감녕의 집 앞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느라 한끼도 먹지 못했다.
주거가 고개를 젓자 주희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고 나온 작은 대나무 접시에는 고깃조각 몇개가 들어 있었다.
“가게에서 받아왔어.”
“…누님.”
“먹어.”
“누님은?”
“난 먹었으니까. 자. 주먹밥도 있어.”
거친 보리와 잡곡이 대부분인 한덩이의 밥을 내려 놓은 주희가 웃으며 말하자 주거는 평상에 앉았다.
허름하기 그지 없는 집.
단촐하다는 말이 오히려 황송한 밥까지.
아버지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었다.
“…주환 그 개자식을…”
“그런 소리는 말렴.”
“주환이 낙두민(落頭民)을 공격하지만 않았어도! 어머니가 그리 되시지는 않았을거야!! 어떻게… 어머니가 낙두민 출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 그런 짓을!!”
“…손가의 명령이었으니까.”
“하지만!!”
“주 가주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에게 있어서는 가문의 유지가 중요했을테니까.”
“누님은 그자를 옹호하는 거요!?”
“그럴리가 있겠니. 다만… 네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누님이나… 몸 조심하시구려.”
무거운 한숨을 내쉰 주거는 주먹밥을 우물거리다가 말했다.
“형주목은 우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어.”
“그래…? 그럼 이제 어쩔래?”
주희의 질문에 주거는 고민했다.
한참동안이나 주먹밥을 손에 든 채 고민하던 그는 천천히 말했다.
“…강북으로 가자. 강북에 있는 조조군은 재능만 있다면 반드시 기용한다고 했어. 형주에서 안된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반드시…!!”
그는 주먹밥을 거칠게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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