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99
다음날 아침이 되었을 때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들이 도착했다.
다들 꽤 어려보이는 이들이지만 괜찮은 이들이다.
“오래간만이군.”
“정말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그때는 감사했습니다.”
학소, 그리고 마량.
마차에서 내린 둘이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난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그런데… 한명 더 오기로 하지 않았나?”
“아. 주거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학소는 쓴웃음을 지었다.
“형주목께서 이래저래 키워봐야겠다고 하셨습니다.”
“방통 그 자식이!? 한명을 뺐으면 다른 한명을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그 다른 한명이 왔습니다.”
어디?
내가 궁금해하자 학소는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 있는 이를 끌어당겼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다가 말도 잘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까?
난 그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오!!”
“크흠.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꽤나 어색해하며 나에게 인사를 한 사내.
그는 바로 곽준이었다.
과거 전홍성을 놓고 우리와 맞섰던 사내.
그토록 조조의 부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하감옥에서 떠들던 이다.
그가 이렇게 온 것에 내가 감탄하자 학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곽 교위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랬을 것 같은데? 아주 성질이 보통이 아니었지. 안그래?”
전에 지하감옥에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나를 아주 잡아먹을 것 처럼 쳐다보던 사내다.
그를 향해 웃으며 말하자 곽준은 한숨을 푹 내쉰 후 사과했다.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설득한거야?”
“제 형님과 동생이 나섰습니다.”
“형님과 동생이라면… 마준, 그리고 마속을 말하는 건가?”
“예.”
내가 알기로 지금 마가에서 등용한 인재는 마량 정도 뿐일 것이다.
그런데 마준과 마속이 왜 나서서 곽준을 설득한걸까?
궁금해하자 마량은 곽준의 팔을 잡고 천천히 말했다.
“위국이 만들어짐으로서 천하에 퍼지는 좋은 영향에 대해서 설득했습니다. 윗 사람들의 권력 다툼이 아닌, 천하를 위해서라는 대의에 곽 교위께서 함께 하기로 하셨습니다.”
“그런 사람이었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곽준은 어색해하다가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위왕께서 그러한 뜻과 포부를 가지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그때의 잘못을 사죄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실적으로.”
“아니. 잘못이랄 것 까지 있나. 자네는 자네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제라도 함께하기로 했으면 된거지.”
곽준이 어색하게 웃는다.
이거 좌풍익 일대가 아주 막강해지겠군.
나 뿐만 아니라 순유, 정욱, 그리고 하후돈의 공세를 며칠 씩이나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수성의 능력과 소규모의 부대를 이끄는데 재능이 있는 곽준.
그리고 만총 뿐만 아니라 나와 하후돈, 정욱이 재능을 인정하고 끌어드리려 했던 학소.
마지막으로 백미라 불리는 마가의 인재인 마량까지.
이정도 인재들이 몰려온 것을 생각한다면 나도 인력난으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듯 싶다.
“아. 혹시 적이는 봤나?”
“형주목의 아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주 잘 크고 있습니다.”
내 질문에 마량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거 좋군.
“당장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많아. 잘 됐군. 잘 됐어. 서황. 이들에게 집무실을 알려줘. 그리고 할 일도.”
“해야 할 일이라면… 좌풍익의 복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에 대해서 저도 드릴 말씀이 많았습니다. 오면서 생각해 놓은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만.”
그간 형주에서 맡은 일이 작은 일 정도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마량이 의욕을 나타내자 난 웃었다.
“그거 잘 됐군. 하고 싶은 일들 있으면 한번 다 꺼내봐. 괜찮은 정책은 다 시도해보려고 하니까 말이야.”
할 일은 많고.
사람도 많다.
그럼 하면 되는 거겠지?
난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자! 일 시작하자!!”
—
난 내 옆에 앉아 있는 성이와 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맛있니?”
“예.”
“휘는 벌써 두그릇째 먹는거에요.”
“야! 그런 말 하지 않기로 했잖아!”
“헤헤~”
혀를 날름거리며 놀리는 성이를 향해 휘는 주먹을 들어 올렸고 난 내 아이들을 보며 쓰게 웃었다.
점점 커 갈 수록 비슷하게 생겨가는 얼굴이다.
영이를 닮은 덕분일까?
성이도, 휘도.
아주 잘 생기고 예쁜 얼굴이었다.
여아인 휘는 벌써 여기저기서 연서를 몇통이나 받을 정도로 예뻐졌고 성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내 아들 딸이라는 위치 뿐만 아니라 주령과 서황에게 무예를 배워서 그런지 키도 크다.
거기에 영이와 청이에게 명가의 자식으로서 갖춰야 할 모습을 배운 탓인지 하는 행동도 의젓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내 앞에서는 그냥 애의 모습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내 아이들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고 있었다.
둘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얘들이 오지 않았으면 싶었는데.
그나마 율이는 주령에게 맡겨두길 잘했군.
“아버지!!”
율이는 줄에 묶인 어린 양을 질질 끌며 나에게 달려와 폭 안겼다.
주령은 난감해하며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께서 자꾸만 주군께 가고 싶다고하셔서…”
“하아… 괜찮아.”
주령은 율이에게 무척이나 약했다.
휘나 성이는 가끔씩 주령에게 무예를 배운다.
그런만큼 사승 관계는 아니더라도 얘들은 주령을 존중했지만 율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주령은 율이의 요청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크게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그 요청대로 해주곤 했었다.
“쯧쯧.”
“…죄송합니다.”
“아버지. 희 어머니랑 완 어머니는 어때요?”
주령이 사과를 하든 말든 율이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내 품에서 날 올려다보며 물었다
“괜찮아. 이제 율이 동생이 나오려고 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렴. 자. 휘야. 성아. 율이 좀 받아라.”
“예. 율아. 자. 이거 먹어.”
휘와 성이는 그릇에 담겨져 있던 하얀 유락을 율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번에 목장에서 만들어낸 유락이다.
꽤 잘 만들어진 덕분인지 애들이 참 좋아한다.
유락은 아이들이 크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하니까… 많이 먹이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목장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크게 성공했다.
개간할 토지는 많았다.
그리고 이당지가 데려 온 인력들도 많았고.
그들 역시 화전을 일구면서 살아가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언제 토벌이 올 지도 모르고 도적들의 위협과 산짐승들의 위협이 많았으니까.
그런만큼 좌풍익으로 내가 왔다는 것에 대한 이당지의 설득에 그들은 순순히 넘어와 좌풍익에 들어와 개간 작업에 매진했다.
그로 인해 꽤나 넓은 초지를 만들게 된 덕분인지 대규모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목장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저유가 이끄는 저족들은 그곳에서 말과 양을 풀어놓고 키웠다.
물론 유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에는 유목을 하는 것보다 목초지에서 양과 말을 키우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는지 초원에 나가는 일이 드물었다.
그 대신 저족의 남자들은 기병으로서 훈련을 받거나 수유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좌풍익은 점점 발전해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삼, 사년만 지나면 예전만큼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경조윤. 괜찮으십니까?”
“언제 왔냐?”
“방금 왔습니다. 인사도 드렸는데 생각이 깊으셨는지 대답을 하지 않으시더군요. 자. 드시지요.”
하후패는 나에게 나무잔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한모금 마신 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율이와 성이, 휘에게 잔을 주었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거다.”
“헤헤~”
잔에 담긴 것은 꿀을 넣은 요구르트였다.
강족들의 말로는 산유라고 했지?
“저번에 마대가 강족들을 데리고 왔을 때 많이 배웠나보군.”
내가 눈을 비비며 묻자 하후패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주목도 저희들이 하는 일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농사에 성공한 것을 크게 기뻐하는 듯 싶…”
그때 안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으아아앙~~”
두 여인의 비명에 율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먹고 있던 유락을 입에서 떨구고 내 품에 안기자 난 주령을 보았다.
내가 이래서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던건데.
엉엉 우는 율이를 토닥여 준 나는 불안해하는 휘와 성이에게 말했다.
“걱정 마라.”
“…제발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씁쓸하기 그지 없다.
이당지와 영이, 청이가 산파들을 데리고 들어간지 벌써 두시진이 지났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니야?
영이때도 꽤 오래 걸렸지만 상대적으로 청이는 굉장히 빠르게 낳은 탓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 품에서 흐느끼는 율이를 토닥거리던 나는 학소와 마량이 다가오자 쓰게 웃으며 물었다.
“논 쪽은 어때?”
“대풍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다들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더군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농사는 거의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연주나 서주에 비교한다면 풍작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몇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으니 내년은 더 잘 할 수 있을거다.
“후우우우…”
하지만 희랑 완이가 저러니 마냥 기뻐할 수는 없군.
나는 내 품에서 꼬물거리는 율이를 꽉 끌어안았다.
“흑… 아버지. 아파요.”
“아. 미안하다.”
꽤나 긴장한 모양이다.
나는 율이를 살짝 놓아 준 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하후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천하에 두려 울 것이 없어보이던 형님마저도 이렇게…”
“야. 내가 사랑하는 아내들이 저렇게 고생하는데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겠냐?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가서 일이나 해.”
“알겠습니다. 자. 가세들.”
“예.”
“괜찮을지…”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이 떠나가자 난 내 옆에서 양 팔을 잡는 성이와 휘를 달래듯 말했다.
“괜찮을거다. 괜찮을거야.”
나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난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때.
“응애애애애~”
“아아아앙~~”
“헉!”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휘와 성이, 그리고 율이까지.
모두 긴장하던 것을 멈췄다.
바로 달려간다.
출산을 위해 마련된 건물 앞에 도착한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당지가 나오길 기다렸다.
아이들은 멀쩡하겠지?
희와 완이도 문제 없겠지?
내가 긴장하고 있는 동안 율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
“음?”
“여자애일까요? 아니면 남자애일까요?”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는데.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들 동생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한 듯 싶었다.
“난 남자애였으면 좋겠어.”
“왜?”
“그치만 누나나 율이나 여자잖아. 난 남자 동생이 필요하다고.”
나중에 후계권 가지고 싸우지나 말거라.
딱히 후계자 세울 생각은 없다만.
셋이 쫑알거리는 것을 듣던 나는 문이 열리며 이당지가 나오자 힘없이 웃었다.
“산모와 아이, 둘 모두 무사합니다. 아. 물론 견 부인과 교 부인 모두.”
“그러냐… 다행이다. 고생 많았다.”
“아니요. 하하. 이거 참.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출산일과 시간이 똑같을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따로 출산했다면 당지가 전담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불가능해서 청이와 영이까지 투입될 수 밖에 없었다.
영이는 청이의 임신때도 산파 역을 해왔고 산양군이나 허도에서도 가끔식 산파의 일을 했었다.
의학적 지식이 꽤 있는 영이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사마 부인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영이가 이것저것 배우는 취미가 있는 것이 다행이네.”
“예. 아무튼 두 분 모두 건강하십니다.”
이제 궁금한 것을 물을 차례인가?
율이는 쭈뼛거리며 이당지의 앞으로 향했다.
“이 숙부님. 이 숙부님.”
“음? 율아. 왜 그러느냐?”
“아기는 남자애에요? 아니면 여자애에요?”
율이와 성이, 휘의 시선에 이당지는 빙긋 웃었다.
“글쎄? 우리 율이는 어땠으면 좋겠니?”
“음~ 저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당지는 난감해한 후 물기가 남아 있는 손으로 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쩌지? 둘 다 남자앤데.”
“이얏호!!”
율이와 휘는 시무룩해했지만 성이는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렇게 남동생이 갖고 싶었냐…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성이의 옆구리를 휘와 율이가 사정없이 꼬집는다.
그들을 보던 나는 한숨을 내쉰 후 당지의 어깨를 잡았다.
“들어가봐도 되냐?”
“난산이었습니다. 다들 피로하실테니 조금 후에 만나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런가…”
아쉽다.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있던 하녀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이당지는 내 옆에 주저앉은 후 말했다.
“스승님과 저, 그리고 유 사형까지. 저희 사문에서 모두 진가의 아이를 받았군요.”
“하하하… 그러게. 이거 화타 어르신의 사문에는 지울 수 없는 빚을 져버렸구만.”
내 대답에 만족한 이당지는 내 팔을 꽉 잡았다.
“이 빚은 반드시 받아드리지요.”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주지. 의가를 만들어달라면 의가, 약재를 원한다면 약재…”
“사부님과 사형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중에 그것을 요청하도록 하지요.”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나?
이당지는 히죽 웃었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뭐든 좋다.
뭐든.
그와 함께 힘없이 웃고 있을 때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나보다.
난 다가온 그림자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오…”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이었다.
두터운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사내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축하드립니다. 경조윤.”
건장한 중년인의 옆에 서 있는 사내.
그는 마대였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그겠군.
나는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반갑소. 양주목.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이군.”
양주목.
서량의 지배자라 불리는 마등은 내 인사에 입가에 나 있는 상처를 비틀며 히죽 웃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뎁니당
800회 축하 감사합니다 ㅎㅎ~ 쿠폰 추천 주신분들도 매우 감사… 추천 좀 주세요ㅠ
히히 오늘은 몸이 안좋으니 대댓글을 쉽니다.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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