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00
“이거 내가 잘 맞춰서 온 듯 싶소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마등의 웃음을 마주하며 난 힘없이 답했다.
앉아 있는 나에게 여유롭게 웃은 마등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를 따라 온 마대가 다가왔다.
“양주목께서 경조윤의 가정의 평화를 위해 준비하신 선물입니다.”
“이게 뭐지?”
꽤나 고급스러워보이는 상자다.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뒤에는 짐들이 꽤 많았다.
내가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에는 뼈로 만들어진 장식이 놓여져 있었다.
“마가의 가보입니다. 마가의 시조이신 마충 어르신께서 가지고 다니시던 장식이지요..”
“오… 노익장이라 불리던 그분?”
“그렇습니다. 마 대인께서 복파장군에 임명되시고 나서 교지를 토벌하셨을 때 얻으신 장식이라고 합니다.”
마치 백옥 같은데?
가공이 제대로 되어 있는 장신구를 바라보던 나는 상자를 닫았다.
어쨌든 귀한 것인가보군.
마등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가정을 수호하고 갓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해준다는 효과가 있소. 내 백첨에게 경조윤의 부인들이 임신을 하였다 들어 힘들게 구한 것이라오. 부디 받아주셨으면 하오.”
“하지만 마가의 가보를 이리 받아도 되겠소?”
“가보라고 하나… 경조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그 가족이라고 들었소. 당신의 행복을 위해 이정도도 못하겠소?”
되게 뿌듯해하는 모습이 진짜 힘들게 구했나보다.
난 상자를 옆에 놓은 후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게 진품이든 아니든 어쨌든 마등이 고생을 해서 구한 것이다.
그런 성의를 생각한다면 순순히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맞다.
“고맙구려. 양주목께서 이리 신경을 써주실 줄은 몰랐소.”
“받은 것이 많은데다가 앞으로 한 배를 탈 몸인데… 당연히 이정도는 해야지. 이는 나 마 수성이 좌풍익과 경조, 그리고 위국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는 것이니 기억해주셨으면 하오.”
마대를 통해 식량과 물자를 몇번 보내고, 또 차후 서량에도 농장과 목장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한 덕분일까?
그의 태도는 충분히 우호적이었다.
마등은 싱글거리다가 뒤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자자. 그 선물들은 창고에 넣어두거라.”
“저것들은 또 뭐요?”
“백첨에게 듣길 경조윤께서 유제품에 관심이 많다 들었소. 내 친분이 있는 강족들이나 흉족들, 융족들에게 부탁하여 그들의 유제품들을 좀 많이 구해왔소이다.”
“호오…”
“좌풍익의 농장에서 수유라든가, 유락을 만든다고 들었소. 이왕 만들 것이라면 좀 제대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소? 기술자들도 좀 데리고 왔으니 그들도 연구에 참여시켜줬으면 좋겠소만…”
“이거 감사할 일이군. 안그래도 유락과 수유의 보존법에 대해서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좌풍익에서 목축을 위한 농장을 만들고, 또 유락과 수유를 만들기 위한 공장과 연구시설 역시도 만들었다.
어떻게든 싸고, 좀 대량으로 만들 수 있을까 연구를 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숙련된 기술자가 있으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
그것을 마대에게 들었던 모양이다.
마등은 여유롭게 웃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지금 상황에서 환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처사겠지?”
“아아. 미안하지만 조금 기다려줬으면 하는데.”
“하하하하! 어쩔 수 없지. 그럼 내 백첨에게 들었던 목욕탕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소만. 듣자하니 거기에 한번 들어갔다가 오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하던데. 안마라는 것도 한번 받아보고 싶고.”
“그래주시겠소? 내 하인들에게 일러 최고의 대접을 해드리라 약속하리다.”
“그거 고맙구려.”
지금 애가 나와서 내가 손님을 대접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마등은 나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자신의 피로를 내세우며 목욕과 안마를 받겠다고 말했다.
꽤나 배려해주는군.
손님이 왔는데도 주인이 나서지 않으면 그것은 예가 아니다.
비록 서량에 있지만 중원의 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한 모습에 만족했다.
이민족들 같은 경우는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의 방식을 잘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비록 마등이 한족이기는 하지만 오랜시간 서량에서 이민족들과 함께 살았던 자.
그런만큼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중원의 예법에 맞추어 나를 배려하는 그를 향해 난 부드럽게 웃었다.
“마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예. 제가 숙부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숙부님. 따라오십시요.”
“이 녀석. 이제는 경조윤의 사람이 다 되었구나?”
“하하하… 이래저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좌풍익에서 머무르며 서량과 왔다갔다하며 나와 마등 사이의 거리를 중재하던 그다.
그런만큼 좌풍익의 관청에 있는 시설 정도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가 마등과 마등의 부하들을 데리고 목욕탕으로 향하자 관평이 걸어왔다.
갑옷 여기저기에는 피가 뭍어 있는 것이 임무를 끝내고 곧장 돌아 온 모양이다.
“경조윤. 부인들은…?”
관평의 얼굴에 잔뜩 담겨져 있는 걱정을 눈치챘다.
무뚝뚝한 녀석이 이런 상황에서는 그나마 표정을 드러내는군.
“무사히 출산했다. 산모와 아이 둘다 무사해.”
“하아… 그거 다행이군요.”
“그래… 넌 토벌 갔다가 바로 온거냐?”
“예.”
좌풍익이 번영해가며 당연히 날파리들은 꼬였다.
아지까지는 완전한 치안을 자랑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만큼 근처의 도적 토벌, 그리고 주제를 모르고 목장을 노리며 습격해오는 유목민이나 이민족들을 쳐내야 했고 관평은 거기서 큰 재능을 보였다.
“고생했다.”
“북방에서 매일같이 하던 일이 이런 일입니다.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냐?”
“예. 아. 그리고. 북쪽의 도적떼를 토벌하고 돌아오려는 길에 곽혁을 만났습니다.”
“곽혁? 그는 왜?”
“좌풍익께서 주신 서찰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그 외에는 다른 임무가 없었기에 그는 바로 경조로 복귀했습니다.”
“그런가…”
관평은 품에서 비단으로 만들어진 서찰을 내밀었다.
서찰을 펼쳐 본 나는 내용을 읽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사마의도 아이를 낳았군… 남자아이라.”
장안에서 보낸 서찰이다.
결국 남자아이인가.
사마의는 전에 말했던대로 남자아이의 이름을 사라고 이름지었고 조만간 장안으로 와달라고 청하고 있었다.
사마사라…
그 이름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서찰을 접으려던 나는 마지막에 적혀져 있는 글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이 녀석이 왜 장안에서 머무르고 있지?”
“좌풍익의 요청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조 일대에 갑작스레 도적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경조윤께서 이래저래 막고는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좌풍익이 발전한 것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경조 일대 역시 이번 농사에서 크게 성과를 봤다고 합니다. 그것을 노리는 도적들이 늘어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간이 부었군.”
“양주는 도적들이 많은데다가 이민족들의 움직임이 거세다고 했습니다. 그런 강한 성정 때문에 옛부터 한에서는 양주를 경계했지요.”
“하긴… 동탁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겠지.”
“유목민들이 초원을 돌아다니는 것도 그들이 빠른 기동력을 살려 도적질을 하기 위함이다… 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쯧. 수금하러 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도적이라는 놈들은 이렇다.
일년 죽어라 농사를 지어놓으면 수확철에 와서 마치 수금이라도 하는 것처럼 남의 노력을 가져가려고 한다.
발본색원해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경조와 좌풍익 일대는 서량이나 사막과도 이어져 있다.
그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놈들은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정도 준비가 되면 양주 일대에 대한 토벌도 필요하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북방에서도 비슷했었는데. 중앙까지 나아가 토벌을 하고 힘을 보여주면 함부로 접근하지 않더군요. 혹은 굽히고 들어오든가.”
“제일 좋은 것은 굽히고 들어오는 것인데…”
농사에 성공하고, 또 농장과 목장을 만들어 놓은 것 때문인지 저유는 일년동안만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은근히 계속 달라붙어 있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유목 대신 초원을 돌며 만나는 우호적인 저족이나 유목민들을 좌풍익 일대로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는 그것을 수행했다.
그 덕분에 합류하는 유목민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탐욕을 드러내는 이들 역시 많았다.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게 되며 얻는 이득은 탐나지만 그 고생은 하기 싫어하는 것들.
저유가 초원을 돌면 돌 수록 합류하는 이민족들과 함께 그런 이들은 늘어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그럼 지금 상태를 유지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응.”
지금 상태는 무기를 버리고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땅을 내어주는 정도다.
물론 바로 목장을 줄 수는 없다.
그들이 보유한 양과 말을 받고, 또 양과 말이 적다면 노역을 시켰다.
순순히 하는 놈들에게는 내년에 개간한 목장을 내어주기로 했다.
그 정책을 유지하라는 내 명령에 관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뭔가 문제라도 있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어서.”
“무엇이?”
“익주가 너무 얌전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군…”
한중 뿐만 아니라 촉 전역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좌풍익에서 이만큼 발전을 이루게 된다면 그에 대한 경계로 병사들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저 얌전히 우리가 커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지금 당장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아무튼 경조윤. 축하드립니다.”
“아아. 그래. 고맙다.”
관평이 떠나갔을 때 방에서 영이와 청이가 나왔다.
꽤나 헬쑥해져 있던 영이와 청이가 나오자 내 아이들이 그녀들에게 달려갔다.
“왜 여기 있어?”
“동생들이 보고 싶어서요!”
“후후후… 그렇지만 지금 아가들은 코 자고 있단다.”
청이는 세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나에게 다가왔다.
“에휴… 힘들었어요.”
“그래. 고생했다. 영이도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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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양수로 더럽혀져 있는 옷을 옆의 빨래통에 넣은 영이도 내 품에 폭 안겼다.꽤 지친 모양이다.
영이가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동안 청이에게 물었다.
“다들 어때?”
“지쳐서 잠시 쉬고 있어요. 들어가보실 건가요?”
“괜찮겠어?”
“정리는 끝났으니까요.”
청이는 어깨를 으쓱인 후 율이와 휘를 안아들었다.
“자! 가서 네 동생들을 위한 걸 만들어볼까? 튼튼한 사내아이들이니까… 음. 뭐가 좋을까?”
“목검이요!”
“예쁜 인형!”
“히잉… 난 여자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성이와 휘, 율이를 데리고 청이는 나와 영이에게 살짝 목례한 후 떠나갔다.
그녀가 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내 품에 안겨져 있는 영이을 꽉 안았다.
“매번 너에게 고생만 시키는 것 같네. 유제품들 만드는 것도 네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우움. 아니요. 뭐 이정도야.”
겨우 기운을 차린 걸까?
영이는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 힘없이 웃었다.
땀 범벅에 초췌해보이는 얼굴.
그 얼굴이 무척이나 예뻐보인다.
영이의 이마에 입맞추고 입술에 다시 입맞췄다.
힘없이 그것을 받은 영이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저는 좀 씻고 쉬었으면 싶은데…”
“지금 욕탕에는 마등이 있어. 그가 나오면 바로 들어가도록 해. 아니면 작은 탕이라도 마련해줄까?”
“으음. 아뇨. 그럼 좀 잘게요. 시녀들에게 말해두도록 할게요. 양주목이면 중요한 손님이잖아요? 저녁에 연회라도 열게 된다면 제가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제대로 씻는게 낫겠죠.”
“그래. 항상 미안하네.”
“후훗.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난 영이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나를 향해 영이는 나머지 손을 뻗어 볼을 꼬집었다.
“음… 빨리 들어가보고 싶은거죠?”
“하하… 못 당하겠구만. 진짜 내 얼굴에 적혀 있기라도 한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건 뻔히 읽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바람 같은거 필 생각하면…”
장난스럽게 웃으며 볼을 꼬집던 영이는 손가락을 풀어 준 후 내 볼을 쓰다듬었다.
“용서 안할거니까.”
“걱정마. 그럴 일은 절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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