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98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개운한게 아주 좋군.
시녀가 준비해 놓은 수건과 새 옷으로 갈아입은 우리가 나왔을 때 관청으로 저유가 도착해 있었다.
그래도 시키면 잘 하네.
처음 봤을 때에 비하면 꽤나 깨끗해져 있는 그다.
하지만 옷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씻으면 뭐하냐?
저 가죽 옷은 더럽기 그지 없는데.
이거 의복문화도 천천히 바꿔나가야겠다.
“서황. 저 자식 탕에 넣고 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예.”
“아니 이 옷이면 충분합니다! 이것도 깨끗한 옷인데!”
“시끄럽다.”
서황에게 질질 끌려 저유가 목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그가 들어갔을 때 이당지가 걸어왔다.
욕탕 안쪽에서 저유의 힘없는 비명을 들은 이당지는 피식 웃었다.
“저족인가보지요?”
관청에서 일하는 저족 여인들을 씻길 때 소란이 좀 있었다.
그때 사고를 대비해서 이당지를 대기시켰었는데.
저족의 족장도 비슷하구만.
“유목민들의 생활 양식이 씻는 것과는 좀 거리가 머니까…”
“그래. 좀 씻으라고 했더니 저 난리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아. 저 고향에 좀 다녀오려고 합니다.”
“고향? 아아. 그러고보니 너 삼보인근의 화전민 출신이라고 했었지?”
“네.”
이당지는 과거 화전민 마을에서 살다가 사부님과 만나 우리와 합류했다고 들었다.
여기서 이당지가 살던 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그렇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가는 건 좋은데 좀 위험할 수도 있는걸?”
“위험… 입니까?”
“응. 그쪽은 한중과 좀 가까운 곳 아닌가?”
“그렇습니다.”
“한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장과 우리는 적대관계야. 괜히 갔다가 위험해지느니 나중에 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
내 제안에 이당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하지만 제가 가는 것만으로도 좌풍익께 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도움?”
“예. 화전민들끼리는 정보를 공유합니다. 제가 가서 그쪽 방면의 화전민들을 좌풍익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삼보의 난 이후로 많은 백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고, 또 다른 곳에 정착하여 화전민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저족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이당지의 제안대로 그를 보내고, 그를 통해서 다른 화전민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다.
난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금이 오면 우금과 함께 가도록 해. 병사들도 데리고 가고. 한중 쪽 뿐만 아니라 좌풍익 일대에도 치안이 아직까지는 완전히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이당지는 만족하며 웃었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물었다.
“그런데… 내 아내들의 상태는 어떠냐?”
“큰 문제 없습니다. 아주 건강하시던데요?”
“그거 다행이네.”
“안정기에 들어섰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겁니다. 매일매일 오금희를 하고 계시지요?”
“응.”
“그거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약을 좀 지어놨습니다. 그것을 하루 두번씩 달여서 먹으면 산모와 아이에게 좋습니다. 사마 부인께 부탁드렸습니다.”
이당지가 만든 약이라면 믿을 수 있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참. 이래저래 일 시키는 셈인데 화전민 마을들을 포섭하는 일까지 맡기게 되었네.”
“제 고향의 사람들을 데리러 가는 것입니다. 오히려 감사드릴 일이지. 화전민의 삶은 힘듭니다. 관을 믿지도 않고… 하지만 경조윤이라면 다들 믿을 수 있을 겁니다.”
히죽 웃은 이당지는 나에게 인사를 한 후 관청에 마련된 약방으로 향했다.
그가 가는 것을 본 장합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당지가 사람들을 데리고 올때… 첩자가 들어 올 수도 있습니다.”
“인정해. 그건 어쩔 수 없지.”
“농법에 대한 정보가 빠져나가면 어떻게 하지요?”
“괜찮아. 어차피 심경, 그리고 비료에 대한 것은 이미 어느정도는 알려졌을거야.”
완전한 비밀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존에 쓰이고 있는 농법 정도는 이미 서주와 연주에는 널리 퍼져 있었다.
그 신농법에 대해 자세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그것이 있고, 그것이 위국이 대풍을 이뤄낼 수 있는 배경이라는 것 쯤은 이미 유장은 알고 있을 것이다.
“유장 뿐만 아니라 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말자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구겠나.
이용할 수 있는 토지가 압도적으로 우리가 넓은 이상 그들에게 농법에 대한 전파가 되는 것 쯤은 감안해야 한다.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면 좌풍익에서 실패한 꼴 처럼 될거야.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고. 시간이 지나면 촉 지방과 강남에서도 농법에 익숙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장합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걱정 말라고. 그리고 아직까지 그쪽에서 신농법을 써서 대풍을 이뤄냈다는 보고는 없잖아? 좌풍익에서처럼 오히려 흉작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니까 너무 그리 생각하지마.”
“하하하… 그렇겠군요.”
그가 대답했을 때 마대가 서량의 병사들과 함께 걸어왔다.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큼지막한 유락을 본 나는 장합에게 말했다.
“자. 그럼 저유가 올 때까지 안에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려볼까?”
제대로 씻고 새 옷을 받은 저유가 어색해하며 관청의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럼 이제부터 새로운 제품을 만들 회의를 시작해야겠다.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수유와 유락을 가리키며 난 천천히 말했다.
“일단 제작법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고. 수유를 만드는 방법은 통에 담아서 계속 흔든다 정도 뿐이지?”
“예.”
“그리고 소금을 넣으면 보존기간이 길어진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락을 만드는 방법은 대체적으로 수유와 비슷하지만…”
“양의 위가 있어야 합니다.”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단편적인 정보에 따르면 치즈를 만들 때는 소나 양의 위에 있는 레닛이라는 효소를 우유나 양젖과 섞어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레닛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양을 잡을 수 밖에 없겠지.
내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수유와 유락을 바라보았을 때 마대는 유락을 톡 친 후 말했다.
“유락 역시 수유와 비슷하게 기운이 없을 때 먹는 음식입니다. 물론 다른 요리들을 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풍미가 깊어지는 만큼 꽤나 좋은 음식이지요. 강족들은 대부분 좋아합니다.”
“수유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요리를 할 때 넣으면 더욱 좋습니다. 특히 무언가를 볶을 때 넣으면 진짜 맛이 나지요.”
마대와 수유의 대답에 난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뭐가 좋을까.
고민을 하던 나는 탁자를 톡톡 치다가 말했다.
“둘 다 쓰고 싶은데.”
“하지만 유락의 경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수유는… 소금의 소모를 생각한다면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산품이나 군납품으로 쓰려면 보존기간이 중요합니다. 한달 정도만으로 상한다면…”
“또한 유락를 만들 때 양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락의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양 한마리가 비록 소보다는 저렴하다고 하지만…”
“그 문제들의 해결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난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천천히 말했다.
“일단 유락에 대해서 말해보자고. 유락을 만들 때 양의 위를 써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 마대. 궁금한게 있는데 강족들은 유락을 어떻게 만들지? 양의 위로 만든 가죽 주머니에 넣어서 바로 만드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여러가지 절차가 필요하지요.”
“만드는데 시간은?”
“시간이 좀 걸립니다만…”
“흐음…”
치즈도, 그리고 버터도.
내가 알기로는 건강에 상당히 좋다.
버터 같은 경우는 쉽게 섭취하기 힘든 지방이 풍부하다.
그리고 치즈는 칼슘과 함께 단백질이 많다.
둘 모두 군대에 납품하게 된다면 강병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가성비라고 할 수 있잖아? 다들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군.”
“뭡니까?”
“저유와 마대가 말하는 것은 일반적인 유목을 했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거야.”
현재의 상황만 놓고 판단을 할 경우 이런 착각을 할 수 있다.
유목을 할 때는 양 한마리의 가격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유목이라면.
유목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목장을 만들면 어떨까? 대규모로.”
“서주에 있는 것처럼 양 목장을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즉… 목축을 하시겠다고?”
“그래.”
목장이 뭔지 모르는 듯한 마대와 저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들을 향해 장합은 천천히 말해주었다.
“서주에는 광활한 초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소와 말을 풀어서 기르고 있어. 대규모로 키우는 것인만큼 관리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안정적이고, 또 많은 소와 말을 공급받을 수 있지. 그 덕분에 양마와 양우를 생산할 수 있어서 각 지역에 소나 말을 대주기 편한거야.”
“대규모로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합니까?”
“어느정도는. 물론 기술력과 연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초지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하고. 양 한마리의 단가가 비싼 이유는 소규모로 키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 대규모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키운다면 양의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허어… 그것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이미 서주에서는 시행하고 있어. 물론 양은 아니지만… 덕분에 고기의 가격이 서주에서 목축업을 하기 전에 비하면 꽤나 낮아졌지.”
강망의 조언을 받고, 또 비옥한 서주의 토지를 이용하기 위해서 서주에는 목축업이 발달하고 있었다.
연주나 청주에 소와 말을 공급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많은 말을 키우는 것이니 준마를 만들어내 기병을 양성하기도 좋았다.
그것을 양에게 도입하면 어떨까?
“어쨌든 양도 고기. 고기는 건량으로 만들 수 있고 젖은 수유나 유락을 만든다. 털은 옷감으로 삼을 수 있지.”
“농경 뿐만 아니라 목축도 함께 한다라… 양과 말만 키우시겠다는 겁니까?”
“덤으로 소도 좀 키우고. 어차피 농경을 제대로 하려면 우력은 반드시 필요해. 소와 양, 말을 키우는 목장들을 만든 후 목축과 낙농업을 동시에 진행하면 괜찮을 것 같다.”
다들 입을 다물었다.
좌풍익에서 목축을 시행하자는 내 제안을 다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 경조윤.”
“말해.”
“저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퇴비를 만들 때 어차피 동물의 똥도 필요한 것 아닙니까. 양과 말을 대규모로 키우게 되면 거기서 나오는 것을 퇴비를 만들 때 쓸 수 있으니까… 농업과 연관되어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만.”
하후패의 발언 이후 서황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일단은 찬성입니다. 목축은 유목에 비한다면 확실히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삼보의 난 이후로 인구가 크게 줄어 빈 땅이 많습니다. 비록 황무지에 가까운 땅이지만 그 땅을 개간할 수 있다면 목축에 필요한 건초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목축을 하게 될 경우… 많은 이들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서주에서도 목축을 하는 와중에 도둑들의 침입이 잦았습니다. 그것을 막을 병력, 그리고 목축을 준비하는 기간이나 비용. 그 문제가 해결할 수 없다면 당장 시행할 수는 없을겁니다.”
장합의 말에 저유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 교위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만약 좌풍익에 많은 양과 말이 있다는 것을 다른 저족들이 알게 된다면 분명 공격해들어 올터. 그것을 생각하면…”
“그 문제는 걱정마라.”
“엣?”
“위국의 영토에 들어오는 놈들을 용서해 줄 정도로 내가 성격이 좋은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어차피 바로 시행할 수도 없어. 빈 땅에 개간이 필요하거든.”
마침 잘 됐다.
이당지가 화전민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오늘 떠난다면 부족한 인력은 그것으로 어느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일단 목축업을 준비하는 부분도 고려해서 진행해야 할 듯 싶네. 그게 맞는 것 같고.”
좌풍익에서 치즈와 버터.
수유와 유락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을 군에 보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군에 보급을 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도 거래품목을 만들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저유의 책임이 막중해지는구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년동안은 잘 해보라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할 테니까.”
황폐화 되어 있는 토지를 초지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잡초는 냅둬도 잘 자란다.
그렇다면 적절히 비료를 뿌려줘가며 땅을 다져놓기만 하면 초지로 활용할 땅은 많아진다는 것이다.
노동력이 좀 필요하겠지만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지.
원래 노동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는 법이다.
“자! 잘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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