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97
“군납품으로 쓴다구요?”
“그래. 군이 이동하고 고기를 먹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상당히 이득인 것 아닐까?”
주둔할 때라면 괜찮다고 치더라도 주둔하지 않을 때, 병사들에게도 효율적으로 지방을 먹일 수 있을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서주에서 목축업을 통해 소와 말의 양산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위군 전체에게 먹일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금을 넣는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유가 말한 것처럼 수유를 장기간 보존하려면 소금을 넣어야 하고, 그 소금의 비용을 생각하면…”
장합은 반대의견을 보였다.
단순하게 버터만이라면 괜찮겠지만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서 소금을 써야 한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넘어간다.
“이런 비슷한 것은 없을까?”
저유가 난감해하자 마대가 손을 들었다.
“강족들은 수유 대신 다른 것을 만듭니다.”
“그게 뭔데?”
“수는 드셔보셨지요? 수를 만들 때 쓰이는 것입니다. 유락이라고 하는 것인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마대는 곧장 관청으로 뛰었다.
잠시 후 돌아 온 그의 손에는 한덩이의 노란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지?
우리가 신기해하자 마대는 그것을 들어보였다.
“이것은 유락이라는 것으로 강족들이 주로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수유와 만드는 법이 비슷하긴 하지만 수유보다 더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합니다.”
“이건…”
잘게 자른 유락을 한조각 입에 넣어보았다.
수유에 비하면 고소한 맛이 적고 약간의 짠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수유와 비슷할 정도로 기름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맛.
이유하의 기억에도 있는 맛이다.
이거 치즈다.
“그래도 유락보다는 별 맛이 없는데.”
하후패도 한입 먹어 본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평은 유락을 만지다가 입에 넣고 쓰게 웃었다.
“이건 흉족들도 만드는 것이군요.”
“엇? 진짜?”
“예. 무척이나 귀한 것이라고 합니다. 양을 키우는 흉족을 만났을 때 그 부족의 족장이 내어주더군요. 보존성만 생각한다면 이 유락이 더 오래가긴 합니다. 보존법에 따라 짧게는 반년, 길게는 이년까지도 보존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게 정말이야?”
마대를 보니 마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비에게는 줘보지 않았나?”
“취향이 꽤나 갈리는 음식이라서. 좌풍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갔는데…”
“만드는 법이 어렵나?”
버터, 수유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고된 작업이다.
내가 궁금해하며 마대를 보자 마대는 관평의 말에 동의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 한마리가 죽어야합니다.”
“헉? 주술을 써야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양의 위가 필요한 것이라서…”
저유는 몰랐던 것일까?
양 한마리가 죽어야 한다는 말에 그는 심각하게 놀라며 마대가 들고 있는 유락을 보았다.
“하나만드는데 양의 위를 써야 한다면… 가성비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수유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다들 심각한 표정이다.
그것을 보던 나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사를 위해서 모여 있는 이들이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한 현장에 나와서 버터와 치즈에 대해서 떠들고 있다니.
“이건 여기서 단순하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 이따가 관청에서 마저 이야기하자고. 각자 할 말들은 좀 생각해놔봐.”
“알겠습니다.”
일단 이야기는 여기서 정리하자.
다들 심각한 표정이 되어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을 보던 나는 가볍게 박수를 친 후 말했다.
“자. 그럼 작업 시작하자고. 각자 맡은 업무는 알아서 끝내도록 해.”
수로를 만드는 작업과 논을 만드는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력이 많고 장비가 좋은데 오래 걸릴 것도 없다.
철제 삽과 건장한 사내들이 많이 달라붙은 것 때문인지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전체적인 공사의 상황을 살피고, 지도해가면서 나는 삽을 들었다.
“준비해!!”
“예!”
꽤 넓은 밭이 논으로 변하고, 용수로를 만들기 위해 홈이 만들어진 후 거기에 돌과 나무판이 깔리자 나는 만들어 놓은 시멘트를 가져왔다.
“야야! 거기 잘 다져놔!”
“예!”
콘크리트로 수로를 다져 놓는다면 물빠짐 현상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산양군에서 몇번 해봤던 일인지라 나는 삽을 들어 올리며 여유롭게 외쳤다.
“어느정도 끝난 인원들은 반장의 지휘 아래 좀 쉬어! 다른 쪽 일도 해야 하니까! 야야! 너희는 여기 붙어. 포대에 있는 것 붓고!”
“여기다가 뿌립니까?”
“그래. 물 좀 퍼와라. 서황. 개자고.”
“예.”
서황과 내가 한참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내 옆으로 하후패와 마대가 다가왔다.
그들도 한참 작업을 하다 온 것인지 옷과 얼굴에 흙먼지가 잔뜩 뭍어 있었다.
“이런 작업을 굳이 경조윤께서 하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경조윤은 감독만 하시면 될 것 같은데.”
“워. 아니야. 이건 만드는 법이 좀 복잡하거든. 야! 자갈 더 가져와라!”
“예!”
자갈과 모래, 그리고 시멘트를 잘 섞어서 개는 것을 본 마대는 흥미로워하며 콘크리트를 보았다.
그것을 손으로 만져보며 궁금해하던 마대는 조심스레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겁니까? 흙과 자갈을 섞어서 뭔가…”
“나중에 보라고. 깜짝 놀랄테니까.”
청주나 기주 쪽에서는 콘크리트로 이래저래 만들어 놓은 것들이 많은지라 다들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이쪽에서는 처음이겠지?
신기할거다.
궁금해하는 마대를 향해 히죽 웃은 나는 잘 개어진 콘크리트를 퍼서 만들어지고 있는 수로에 뿌렸다.
“야! 시작해!!”
퍼올려진 콘크리트를 병사들이 고르게 다지기 시작한다.
땅을 파서 수로를 만들고, 그 바닥이나 옆을 돌이나 나무판으로 단단히 고정한 후 그 위에 콘크리트를 올린다.
병사들은 나와 장합, 서황이 올려주는 콘크리트를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맡았다.
조금 어색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콘크리트를 이용한 수로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며 하후패는 신기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설마 이거 그겁니까?”
“오? 아냐?”
“들었습니다. 과거 청주에서 며칠만에 석벽을 만들어내었다고…”
콘크리트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은 청주에서 전풍과 싸울 때 였다.
그때 서복이 내게 콘크리트 만드는 법을 배운 후 그것으로 석벽을 만들었었지.
“보고서를 읽어봤나보군.”
“부끄럽지만 저 역시 장군을 꿈꾸는 사람인지라…”
“묘재 숙부님이 막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텐데. 안 그러냐?”
“하하하…”
하후상을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 만큼 만약 하후패를 좀 더 일찍 만났다면 그도 데려가서 키웠을 것이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하후패는 멋쩍은 듯 웃었다.
“경조윤! 이쪽은 끝났습니다!”
“그럼 인력 반으로 나눠서 논 쪽으로 보내고 너희들은 이리 와!!”
“예!!”
콘크리트로 수로를 정비하는 작업을 끝냈다.
마를 때까지 건드리면 곤란한 만큼 난 주변을 병사들에게 지키게 한 후 쭉 둘러보았다.
작업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 중에 멀쩡한 사람들은 없다.
다들 흙과 먼지, 그리고 콘크리트로 범벅이다.
여기저기 더려워진 옷들과 그들의 더러워진 몸을 살피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자. 수고했어.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다. 관청에 목욕물을 준비해 놨으니까 거기서 목욕을 하든, 아니면 집에가서 씻든 하도록.”
“예!”
“목욕이요? 하지만…”
그러고보니 유목민들은 목욕을 잘 하지 않았지?
하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너희들은 관청으로 오도록. 서황. 장안에서 가져 온 석감은 얼마나 있냐?”
“꽤 여유가 있습니다.”
“좀 나눠서 저족들에게도 넘겨. 씻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야.”
“그… 씻는 건 좀.”
내 말에 저유는 난색을 표했다.
씻기 싫겠지?
하지만 싫어도 시키면 해야지.
“명령이다.”
유목민들에게 물은 귀한 것이다.
그 귀한 물을 씻는데 쓴다는 것에 불만을 보이는 저유였지만 원래 까라면 까야 하는 법.
그가 똥씹은 표정이 되자 난 웃었다.
“청결과 위생은 아주 중요한거야. 일단 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할 수 있을 뿐더러 냄새도 나지 않지. 너희들도 깨끗하게 씻고 마누라랑 한번 구르게 되면 알게 될걸?”
“으음… 알겠습니다.”
관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새로 지어진 대욕탕으로 향했다.
콘크리트가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 겸 해서 만든 대욕탕으로 들어선 나는 뜨거운 물에서 나는 김을 보며 만족했다.
“이정도면 온돌도 만들 수 있겠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했습니다만… 그리고 물이나 장작을 준비하는 노동력을 생각한다면 마냥 좋은 것이라고 보긴…”
“그런 건 말하면 안되는거야.”
장합과 서황이 한숨을 내쉬자 난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하후패와 관평, 그리고 마대를 보았다.
“우금은 어디갔냐?”
“치안 조사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이따가 주령이랑 같이 들어가서 씻으라고 해둬.”
“예.”
서황의 대답을 듣고 난 욕탕 안에 손을 넣었다.
뜨끈한 물이 아주 좋다.
“서주의 온천이 생각나는구나~”
“그… 경조윤? 이렇게까지 함께 벗고 씻을 필요가 있습니까?”
“뭐냐. 남자가 부끄럽니 마니 그런 소리는 말어. 남자들끼리 이런 식으로 친목도모를 하자고. 참고로 난 술 안좋아하니까 술 먹을거면 알아서 먹고.”
서주에서 봤던 온천탕.
진짜 좋았다.
그래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리는 온돌의 방식을 택했다.
바깥에서 불을 계속 피우고, 열기로 돌을 데운다.
데워진 돌은 욕탕과 연결되어있고 물이 덥혀지는 구조다.
“간단하게 몸을 씻고 들어가라고.”
나나 장합, 서황, 그리고 관평 같은 경우는 목욕을 하는 것이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하후패와 마대는 영 어색한 모양이다.
“패. 넌 뭘 그렇게 쭈뼛거리고 있냐?”
“이렇게 모여서 목욕을 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씻기는 했을 것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그냥 멱 감는다고 생각해.”
비누.
석감은 서주에서 큰 효과를 본 이후 그것에 대한 보고를 조조에게 마치고 위국의 대부분에 퍼트리고 있었다.
그런만큼 이제는 씻는 것은 생활화 되어 있다.
아무리 사예주에서 현위직을 했다고 하더라도 씻는 것이 어색할 이유는 없었는데.
하후패는 부끄러워하다가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양물을 가린 손을 치웠다.
“오오…”
“이거 참.”
희뿌연 연기 사이에 보이는 덜렁거리는 것을 본 서황과 장합이 감탄하자 하후패는 더더욱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난 그를 향해 말했다.
“대물이네.”
그정도 크기면 자랑스러워해야지 뭘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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