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3
00083 혼인 =========================
“분위교위 조 자렴이 위가와 분음현의 토벌을 끝냈습니다.”
다가 온 잘생긴 사내가 허리를 숙이며 말하자 조조는 쓴웃음을 지었다.
예상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위가의 토벌을 끝냈다.
물론 상대가 약하기는 했다.
허나 지리적 이점을 따진다면 아군에게 불리했는데도 이렇게 훌륭하게 토벌을 마친 것이다.
“이것으로 사예주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군요. 감축드립니다. 주군.”
“자네의 덕일세.”
잘생긴 청년을 향해 웃으며 답한 조조는 멀리서 병사들과 함께 다가오는 이를 보았다.
호탕한 생김새, 병사들이나 장수들에게도 격식을 따지지 않아 그들의 인기를 끄는 청년이다.
황건적을 토벌할 때 첫 출진을 한 이후 지금까지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아들.
조앙이 그의 옆에 있는 병사에게 창을 넘기고 다가와 무릎을 꿇자 조조는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분위교위 조앙. 역적의 토벌을 끝내고 복귀했습니다.”
“널 상대하기에는 아주 부족한 모양이더구나.”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겠군요. 주목과 순 가좌의 지시를 따른 덕분입니다.”
큰 피해없이 하나의 현을 잡고, 저항하는 이들을 토벌한 공을 세운 것 치고는 여전히 소탈하다.
싱글벙글 웃으며 답변하는 그를 향해 미소지은 조조는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분위교위 조앙에게 명한다. 위가와 분음현령에 의한 횡포로 많은 피해를 입은 분음현의 백성들을 도움과 동시에 이곳을 안정화하도록. 악진과 우금, 그리고 이전이 너를 도울 것이니 그들과 함께 분음현을 안정화시켜라.”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아무리 부자지간이라지만 전장에서는 그 정보다 명령체계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조앙은 조조의 냉정한 명령에도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숙였다.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식량, 그리고 다친 이들을 치료할 약초입니다. 또한 창기병대에 결원이 생겼습니다. 부상자와 사망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요청합니다.”
“그것으로 네 공훈이 사라짐에도?”
빙그레 웃은 조조가 묻자 조앙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저의 뜻과 명령에 따라 한치의 망설임 없이 사지로 뛰어든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그 충심은 기대할 수 없는 법입니다.”
아들은 항상 이랬다.
선천적으로 밝고 부하를 끔찍히 아낀다.
같은 전장에서서 같이 피를 흘린 이들을 친형제처럼 대하며 그들을 도우려 했다.
그렇기에 연주의 관아에서도, 병영에서도 조앙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만 갔다.
“분위교위의 청에 따라 술과 고기를 내놓겠다. 또한 부상자와 전사자들에 대한 보상을 순 가좌에게 명할테니 그것을 받도록.”
“연주목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조앙을 따르는 병사들이 전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조앙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베푸는 정책에 있었다.
그는 공을 탐하지 않았다.
보물을 탐하지 않고 돈을 탐하지 않았다.
무관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보검도, 누구나 원하는 명마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위한 보상 뿐.
“연주목께서는 좋으시겠습니다. 저렇게 훌륭한 후계자가 있으니…”
막사로 돌아 온 조조는 자신의 자방이라고 까지 부르는 순 가좌. 순욱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자신의 아들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남부끄럽지 않은 아들이다.
“아직 모자라네.”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지만 그는 애써 침착하게 그것을 감췄다.
“병법은 약하고 병사들과 너무 허물없이 지내려는 모습이 좋지 않아. 사람들의 위에 서야하는 이라면 그것을 가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저렇게 살 것인지… 쯧. 거기에 자신의 뜻에 따라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 강하니 원…”
“허나 자수는 효심이 깊은데다가 의리가 대단합니다.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살필 줄 알며 부하들의 고통에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진짜 사나이지요.”
“크흠! 그만하게.”
순욱의 말이 단순한 아첨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간다.
조조가 히죽거리자 순욱은 막사의 틈을 통해 바깥으로 시선을 보냈다.
자신의 말을 관리하면서도 다가 온 부하들과 장난을 치는 모습.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네.”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조앙이 훌륭한 장수이며, 또 그를 따르는 이들이 많다만 저 녀석은 너무 솔직하고 단순해. 한번 자신의 사람이라 믿은 이는 끝까지 믿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뿐만 아니라 대국을 읽어내는 능력도 부족하지. 지배자의 위치에 있으면 싫은 사람도 안아야 하는 법이고 좋은 사람도 잘라낼 줄 알아야 하는데… 거기에 가족을 너무 소중히 여기다보니 잘라내야 할 때 잘라낼 수 있는 냉정함이 없어. 저 녀석. 아마 나나 제 동생들이 위기에 처해진다면 웃으면서 목숨을 내 놓을 녀석이야.”
정말 만족하지만 그렇기에 불만족인 부분이다.
워낙 의리가 깊기에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한 이는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지키려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황건적 토벌 당시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험지에 아무렇지 않게 난입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한 조조였다.
다행히 그때는 큰 일이 없었지만 저 용기가 오히려 그의 목을 죌까봐 조조는 살짝 두려움에 빠졌다.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칼같이 잘라내는 모습도 있어야 할 터.
그것이 없는게 무척이나 아쉬운 조조였다.
“그런 부분은 다른 이들이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이라면 누구? 자네를 믿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여 자네가 평생 저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지는 않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은 순욱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진유하.”
“하하… 그 아이?”
며칠 전 사마가에서 만났던 아이를 떠올렸다.
아직 어리지만 그 재능은 대단한 아이다.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연주목이 될 수도 없었겠지.”
전요마을의 일로 정적들을 쳐내지 못했다면 지금쯤 진류에서 힘을 기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일로 정적들을 쳐내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힘을 길러 연주목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조조가 피식 웃자 순욱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진유하는 필요하다면 베고, 필요하다면 거둘 줄 아는 아이입니다. 또한 타고난 매력 덕분인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그가 옆에 있다면 자수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요.”
“조앙이 진유하를, 진유하가 조앙을 가족이라 생각하게 하여 서로를 지키게 만들면 된다?”
“네.”
순욱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조는 빙그레 웃었다.
괜찮은 방법이다.
머리도 좋은데다가 그는 조앙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마가와도 좋은 연을 맺고 있었다.
그의 아비인 진궁 역시도 뛰어난 인재이기도 했다.
반동탁을 위한 연합군을 구성할 때 오직 진궁이 맡은 동아현만이 막대한 세금을 냄과 동시에 자신들에게 몰래 군량을 지원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아니었다면 연합군 내의 다른 제후들처럼 군량을 가지고 싸웠을 것이다.
그때 얻은 식량으로 상당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 되었군.”
“무엇이…?”
“자네도 알다시피 그 아이는 자신의 아비와 자신이 산양군으로 가길 청하고 있어. 그것을 들어준다면 그 아이는 일단 내 휘하에 들어 올 것이야.”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그래. 또 조앙의 성격이라면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좋지. 조앙을 보내 그들을 감시함과 동시에 서로 친하게 되어 연을 맺게 된다면 걱정이 많이 줄겠어.”
“아주 좋은 수로군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는 조앙이라면 분명 진유하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앙이 그를 얻을 수 있다면.
진유하가 그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게 된다.
빙그레 웃은 조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허나 이쪽의 일도 일이거니와 산양군의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보낼 필요까지는 없겠지. 그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의미가 없어져버리니까.”
산양군은 도적과 탐관오리가 많은 곳이다.
경작지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탈을 하다보니 그곳의 백성들은 도망치거나 부랑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것을 정비도 할 수 없는 이라면 굳이 챙길 필요는 없다.
조조가 냉정히 말하자 순욱 역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는 즉시 임명장을 만들도록. 그리고 조앙을 불러주게나. 이번에 들어 온 혼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
“누구요?”
“중산 진가의 여식인 진영이다. 너도 전에 봤겠지만 어리지만 영특한데다가 아주 어여쁘고… 거기에 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하더구나.”
“아… 그 사람은 좀 별론데요.”
사적인 자리인만큼 딱딱함은 없었다.
훨씬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조조가 혼처에 대해 말하자 조앙은 시큰둥히 반응했다.
“저번에 만나봤는데 뭐랄까. 마음에 안들덥디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더냐?”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하고, 사람이 사람 싫어하는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그냥 싫습니다. 뭐랄까… 딱 봤을 때의 꺼림찍함이랄까? 그런 것이 너무 많았어요.”
딱 부러지게 거절하는 아들의 모습에 조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정치와는 맞지 않았다.
좋고 싫음의 구분이 너무 명확한 것이 탈이다.
자신의 호불호를 숨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치적인 일보다는 전장을 다니는 장수로 키운 것이 이때만큼은 가슴이 아픈 조조였다.
“그렇다면 어떤 이가 좋으냐? 너는 매번 만나는 이들마다 그렇게 느낌과 감정으로 파악을 하니 너의 교우 관계가 넓지 않은 것이다. 전의 사마가에서의 일도 그렇다. 사마랑은 괜찮았으면서 왜 사마의를 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냐? 그것이 얼마나 실례인 줄 아느냐?””
“어쩌겠습니까. 저는 아버지와 다르게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싫더군요! 하하하하하!! 제가 첫 눈에 반할만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자랑이다. 이 녀석아. 평생 그리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렇게 네 마음에 한번에 들어 올 만한 여자를 찾는 것이 쉬운 줄 아느냐?”
“천하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사람이 없겠습니까? 찾다보면 나오겠지요.”
얼른 혼인을 해서 아들을 하나 낳아줬으면 좋겠는데.
후계자인 녀석이 아직까지 꿈에 빠져 있으니 조조로서는 답답할 뿐 이었다.
“허나 그렇다 하여 혼인을 아예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 적당한 타협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급하지도 않은데 그냥 잡고 싶지는 않더군요.”
“녀석… 알았다. 좀 더 찾아보마.”
후계자의 아내인만큼 아무렇게나 정할 수는 없었다.
현명함과 동시에 조신함을 가지고, 넓게 볼 수 있는 시야와 첩을 맞이해도 질투를 하지 않을 여자를 찾아야 한다.
얼굴이 예쁘면 좋고 가문까지 좋으면 더 좋다.
“혹시 수경원의 채염이라고 들어보았느냐?”
“아. 그 위가의 망나니와 정혼되었다던 그 여자요? 이거 미안한 일이군요. 본의 아니게 정혼을 깨버린 것 같아서.”
위가의 풀 한포기도 남김없이 싸그리 쓸어버린 조앙은 쓰게 웃으며 말했고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서령의 딸이기에 가문도 좋고, 또 듣자하니 재주도 좋으며 얼굴도 예쁘다고 하더구나. 양양에 보내 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성격도 좋다고 하더라.”
“진영도 소문은 좋았고 사마의도 소문은 좋았죠. 둘 다 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그. 안에 있는 흑심? 그런 것이 정말 마음에 안들더군요.”
“하하. 녀석.”
소문을 모두 믿을 수 없다며 조앙이 딱 잘라 말하자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좀 더 찾아보면 되겠지.
“허나 기억해두거라. 계속 혼사를 미룰 수만은 없다는 것을. 내년까지 네가 마음에 들어하는 아가씨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는 상서령께 정혼장을 보낼 것이다. 채염이라면 아주 좋지.”
‘그리고 그들의 동문과 수경원의 인맥도 이용할 수 있고.’
뒷 말은 삼켜버린 조조가 웃으며 말하자 조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조조의 말대로 혼사를 계속 미룰 수는 없는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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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위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응? 아아. 응. 아무것도 아니야.”
위가를 토벌하고 난 이후의 일이 떠올랐다.
혼사라…
혼인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뭐랄까.
평생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인데.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알아 줄 수 있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혼인도 정략 인 만큼 그냥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만.”
히죽 웃었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것이고 그리 된다면 어서 혼처를 찾아 손자 하나를 떡 낳아드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
“하. 그 아가씨 같은 사람이 좋은데.”
손 안에 쥐어진 수건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자 날 보좌하기 위해 따라 온 악진이 인상을 구겼다.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하지 마려무나.”
“그럼 됐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군수님께서 기다리시니까. 이 늦은 시간에 찾아뵙는 것도 실례인데 술까지 드시다니… 어휴. 진짜 술은 안드시기로 하셨잖습니까.”
악진은 다 좋은데 너무 꼬장꼬장한게 탈이다.
싱글거리며 그의 어깨를 잡아 어깨동무를 한 나는 그를 향해 씩 웃었다.
“그러니까 술은 네가 마신 걸로 하자? 좋지?”
“…술 냄새 엄청 나시거든요?”
“하하하! 내가 알기로 진 군수님께서는 성격이 은유하시며 이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술 몇잔 먹은 걸로 그리 타박하시지는 않으시겠지.”
목에 걸렸던 고기를 빼려고 술을 엄청 퍼부은 탓에 옷도 다 젖어버렸다.
그래서 옷까지 갈아입고 깔끔하게 씻어 최대한 술냄새를 없애려 했지만 조금 나나보다.
걱정하는 악진을 달래주고 한걸음 걸었다.
“이 늦은 시간에도 업무를 보고 계시다니. 참… 대단하신 분이구만.”
“진 군수님은 예전 동아현에 계실때도 이러셨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보니 아까 그 사람 아는 사람이었어?”
자신을 도와 준 이와 알고 있던 것 행동을 한 악진을 향해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분이 그 진 도련님이에요.”
“어? 진짜?”
이것 참 인연이다.
일전 아버지께 들었을 때는 신기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녀석 덕분에 목숨을 구원받았다.
“하하… 이거 참. 조가에 좋은 일만 해주는 녀석이로고.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대단하네.”
“인정하겠습니다. 진짜 대단하신 분이거든요.”
“나보다?”
“교위님. 아까 일로 어딘가 좀 다치신 것 아닙니까? 어디 진 도련님과 비교를…”
“하하하하! 짜식! 넌 솔직한게 장점이라니까!? 진실은 때론 가혹한 법이다.”
“끄, 끄억!”
악진의 팔을 잡고 비틀어 꺽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쳐주었다.
꼬장꼬장한데다가 항상 직언만 하는 녀석이라 옆에 붙여놨는데 이런 모습은 가끔씩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럼 가자고.”
그의 팔을 풀어주고 조앙은 집무실 앞의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약간 낮은, 하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오거라.”
“안녕하십니까. 군수님. 조앙이라고 합니다.”
집무실에 앉아 있는 약간 마른 사내를 보며 난 침을 꿀꺽 삼켰다.
아버지나, 아버지의 군사인 순 가좌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어서 오시오. 이야기는 들었소.”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신보다 마른 그의 덩치가 한순간 거대해진 것을 느꼈다.
“이거… 정말 신나는데…”
이런 사람의 밑에서.
아까 그 놈과.
“앞으로 함께 일해야 할 터. 내 아들과 수하들을 소개시켜주고 싶지만 지금은 야시장 때문에 모두 나가 있군. 그들이 올때까지 차라도 한잔 하시겠소?”
함께 한단 말이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산양군에서의 삶이 한순간에 기대가 될 정도다.
그리고…
그 여자.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움직이게 한 그 사람.
그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나쁘지 않다.
난 그의 제안에 힘껏 웃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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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별 일이 다 있었네. 그렇지?”
“그러게요.”
조앙과 만남.
진짜 인상적인 만남이다.
사저도 그렇겠지.
사저는 웃으며 말했지만 아직도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혹시 사저도 반한 거 아니에요?”
“바, 반하다니. 무슨 소리 하는거니? 얘도 참!”
“끄악! 아파요!”
공연까지 보고 나서 방통, 감녕과 함께 돌아오며 이야기해주니 방통은 계속해서 사저를 놀렸다.
결국 사저에게 등짝을 한대 맞고 방통이 아파 허우적거리며 입을 다물었을 때 우리는 관아의 입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흠… 이거 잘만하면…”
사저도 기분 나쁜 눈치가 아니고, 조앙도 보아하니 반한 분위기고.
이거 잘만 하면 일이 굉장히 좋게 풀리겠는데?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 어라? 유모. 왜 나와 있어?”
“도련님. 군수님께서 도련님이 오시면 바로 집무실로 오라고 하셨어요. 여러분들 모두.”
나 뿐만 아니라 방통과 사저까지?
내가 궁금해하자 사저와 방통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왜?”
“아까 조앙이라는 사람이 왔잖아. 그것 때문인가본데? 빨리 가보자고.”
“나, 나는…”
“빨리 와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내 말에 사저는 머뭇거리며 빠지려 했지만 나와 방통은 사저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계속 싫다고 거부하지만 사저는 순순히 따라왔다.
입은 싫다고 하지만 몸은 정직하구나!
사저와 함께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 난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아버지의 말소리가 들렸다.
“들어가겠습니다.”
역시나.
아까 입었던 옷은 아니지만 아까 보았던 남자. 조앙이 아버지의 앞에 앉아 있었다.
“하하! 이거 또 보게 되는구…만.”
날 발견한 그가 밝게 웃으려다가 사저의 얼굴을 보고 말끝을 흐린다.
역시!
반했구나!?
아까 사저를 볼 때와 똑같이 멍하니 사저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방통은 히죽 웃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우리 사저 드디어 시집가게 생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