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4
00084 혼인 =========================
뭐.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야시장은 내가 원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다.
야시장이 열리고 난 이후 최소한 창읍현에서 그럭저럭 소비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소비를 하며 자기 가족들이나 친우들과 즐기게 된 그들은 아버지를 인정하고 이런 저런 부역이나 관전을 일구기 시작했다.
기존 산양군의 유지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의 대부분은 이미 관으로 압류된 상태였다.
그것을 정리하여 백성들에게 돌려주고 그들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키면 두번째 계획이 완성된다.
무조건 시혜를 베풀 수만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보게. 이거면 되는 건가?”
“잘하셨네요.”
그 충격적인 첫 만남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군승의 자리에 오른 조앙은 생각보다 일을 잘했다.
“그런데 말이야…”
“말씀하시죠.”
“하…하하. 그 뭐냐.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어떻게 자네 동문들과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아. 물론 내가 채 소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다고는 못하겠네만 그래도 자네들처럼 나라를 빛낼 훌륭한 인재들과 연을 맺는 것도 나의 일이니 말이야. 내 사비로 연회를 베풀테니…”
“매우 죄송하지만 그럴 시간 없습니다. 사저를 만나고 싶으시면 혼자 가십시요. 혼자.”
“허허! 이 사람 보게! 그렇게 되면 자네 사저에게 큰 폐를 끼치는 것 아니겠는가!”
“…..”
나한테도 폐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연회냐.
“어!? 그럼 쟤 빼고 우리끼리 가죠!”
“그럴까!?”
“너 일은 다 해놓고 가라.”
“에이~ 일은 나중에 한번에 몰아서 하는 거라고.”
“하하하하!! 방 현령이 참 호탕한게 좋구만!”
아이고 머리야.
노는 것 좋아하는 방통과 어떻게든 사저와 한번이라도 더 만나려는 조앙은 빠르게 의기투합했다.
그냥 둘이 만나라. 둘이.
일하는 애 끌어들이지 말고.
일단은 상관이다보니 차마 욕은 못하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쉰 후 군승이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조앙의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연회도 좋고 채 사저를 만나서 꽁냥거리는 것도 다 좋습니다만…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는게 채 사저는 자신의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남자는 아주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아니. 이 사람 보게. 그리 말하면 내가 채 소저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아닙니까?”
“맞네. 그러니 어떻게 좀…”
사저가 산양군에 온 이유는 조앙과 결혼을 진행하려고 하기 위해서였다.
가문을 위해서.
아버지를 위해서.
하지만 난 그런 것이 싫었다.
사저와 조앙이 관계를 맺고 혼인을 한다면 나에게 있어서는 무척 좋은 일이지만 굳이 사저까지 팔아서 계책을 세울 필요는 없었다.
그것 외에도 방법은 많으니까.
“에이!”
“응? 왜 그러나?”
“하는 김에 이것도 좀 하십쇼.”
“헉! 이건 자네 일이지 않은가!”
“네. 사저를 좀 만나고 오려구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확실하게 정해놔야지 정신 산만해서 원.
혼인을 며칠 앞두고 행복의 나래를 펼치며 좋아해야 할 나도 미친듯이 일하고 있는데 이 인간들은 도대체가.
배려라는 게 없구만.
그럼 빨리 끝내버리는게 답이지.
조앙에게 내 일까지 다 떠넘기고 밖으로 나와 사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산양군의 유지들이 빼돌린 재산이라든가 땅에 대한 소유권 문제, 그리고 어떻게 땅을 대여해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
무너져내려가는 군의 시설들에 대한 보수를 어찌하고 그것에 대한 자금을 어찌 할 것인가.
수경원에 있을 때부터 수경상점의 자금과 수경원의 살림을 맡았던 사저는 내가 고민하던 것을 보고 당분간 그것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가 사형도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는 터라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
“사저.”
“응. 들어와~”
밝은 목소리에 안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사저의 책상 옆에 쌓여 있는 수많은 죽간과 문서들.
지금쯤이면 끝났어야 할 일들이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은 것이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진짜 일이 쌓일 것 같았다.
그럴 수야 있나.
내 행복한 신혼생활을 위해서라도 용납 못한다.
“사저.”
“응? 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일을 하는 것이 좋았는지 사저의 표정은 꽤나 밝아보였다.
위중도와 혼인이 예정되어 있을 때와 비교하면 백배는 밝아보이는 사저를 보며 말했다.
“조 군승님을 어찌 생각하세요?”
“……”
순간 사저의 얼굴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아놔… 그냥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하세요.
사저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때문에 사저도, 그리고 조앙도 일을 못한다면 내가 나서서 빨리 끝내버리는게 낫다.
“솔직히 까놓고 물어볼게요. 사저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시, 싫은 건 아닌데. 그 뭐랄까…”
“뭐랄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마음에 들어. 하지만…”
“하지만 뭐요?”
어차피 채옹의, 그리고 사저의 목적도 조앙과 결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빨리 결혼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사저도 산양군의 일을 할 수 있을테니까.
자금 예산의 배분, 그리고 그것을 절약하고 운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사저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만약 진짜 사저와 조앙이 결혼한다면 산양군에서 머무를 것이고 그럼 조앙과 사저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신혼생활은 없겠지만.
같은 직장에서 서로서로 도와가는 훈훈함은 볼 수 있겠지.
“그냥… 조금 망설이게 되.”
“뭘 망설이는데요?”
“……”
말을 잇지 못하는 사저를 기다렸다.
한참동안 머뭇거리던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본심을 말했다.
“좋은 사람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봐가며 느낀 것은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거야. 그렇기에…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 되네. 아버지께선 이 혼인을 정략으로 생각하고 계셔.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하면 그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아서 싫다?”
“응.”
“됐네요. 그럼.”
“응?”
“어차피 조조도 사저와 자기 아들의 결혼이 순수한 결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거에요. 그렇다면 된 것 아닌가요?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사저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네요. 그거 좋은 것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직 조앙과 만나 이야기하지도 않았잖아요. 그리고 사실 저와 영이도 정략 결혼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나요?”
“그렇지는 않아보이는데… 정말 정략결혼이야? 몰랐어. 난… 너무 사이 좋길래.”
약간 틀어지기는 했지만 사마가와 진가 역시도 어느정도의 정략성이 가미된 결혼이다.
사마가의 목적을 위해서 내가 선택되었고 그러다보니 영이가 나한테 반한거지 본질은 정략이다.
순수 연애결혼따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잘 지내지 않는가.
정략이든 연애든 무슨 상관인가.
맘 맞고 잘 살면 되는거지.
위중도때문에 혼인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인지 사저는 망설였고 난 그 망설임을 부숴나갔다.
“좋은게 좋은겁니다.”
어쨌든 사저도 조앙이 마음에 든다는 거네.
그럼 됐다.
망설일 필요는 없지.
난 내 집무실로 돌아갔고 내가 준 일을 궁시렁거리며 하고 있는 조앙에게 말했다.
“군승님.”
“응?”
“자리 마련해 줄테니까 사저랑 얘기 좀 해봐요. 아오 깝깝해서 진짜.”
“으, 으응!? 아니 갑자기 무슨!?”
조앙이 당황하는 것을 보며 난 대놓고 말했다.
“어차피 서로 정략결혼이면서 뭘 그리 부끄러워합니까? 군승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것 있잖아요. 싸나이답게. 싸나이 답게 한번 질러보세요! 어찌 압니까? 좋은 결과가 나올지? 그리고 사저가 저렇게 망설이면 싸나이답게 한번 끌어안고 내가 지켜주겠다. 이런 말 한마디 하십쇼. 진짜 내가 어휴.”
“…아니 그래도 그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사저의 혼처는 내가 찾아 보는…”
“알았어! 지금 갔다올게! 그럼 진 현령! 부탁하네!”
남은 일을 부탁한다는 건가?
그래. 빨리 가서 성공하든 깨지든 해라.
이미 부모 공인인데 무슨…
조앙이 후다닥 밖으로 나가자 방통은 피식 웃었다.
“이야~ 진유하가 뚜쟁이 짓도 하네?”
“나도 내가 이런 거 할 줄 몰랐어. 뭣하면 너도 해주랴?”
“워~ 난 아직 독신으로 살고 싶거든. 숙부께서 걱정하시지만 뭐. 굳이 지금 할 필요가 있겠나. 결혼하며 너처럼 잡혀살텐데.”
“…안잡혀 살거든?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잡고 살고 있는데.”
내 말 한마디에 영이가 울고 웃는거 생각하면 난 절대 잡혀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너 제수씨 조심해라. 내가 예전에 잘나가는 관상쟁이에게 관상을 좀 배웠는데. 제수씨 상이 너 다른 여자 만나면 아주 그냥…”
“우리 영이 욕하지 마라. 안그러거든?”
“하이고~ 퍽이나 그러겠다.”
영이가 좀 질투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거다.
…아니겠지.
날 비웃는 방통을 무시하며 일감을 가져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 진짜 어떻게 되려나?
장렬하게 폭사하려나?
아니면 진짜 결혼하나?
“우리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빠르잖아!!”
진짜 사나이다.
인정.
채 사저의 손을 잡은 채 싱글거리는 조앙의 모습에 나와 방통은 당황했다.
아니 뭐 이렇게 빨라?
뭔가 재고 그런 거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사마영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 사마가의 시험을… 본의는 아니지만 그것까지 치뤘는데?
사저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나쁠 것은 없다만.
고작 일주일이지만 조앙이라는 사람을 봤는데 확실히 말해서 위가의 그 개망나니보다 천배는 나은 사람이다.
“아니 뭘 어쨌길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이 있었지. 뭐.”
“하하하! 진 현령! 이거 고맙구만! 아니… 처남이라고 해야하나?”
“상서령 어르신은 그렇다고 치고. 연주목께서는 다른 말 없으셨어요? 이미 혼처가 정해져 있다거나 그런 거 아닌가요?”
“혼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야. 여기저기 들어오기는 했지만 마음에 안들었거든. 기본적으로 아버지도 내 의사를 존중한다고 하셨고. 그리고 우리 소희가 모자란게 없잖아? 가문이면 가문, 재능이면 재능, 미모면 미모. 꿀릴 데가 어딨냐?”
“아이…”
“…틀린말은 아닌데 댁한테 들으니까 되게 기분 이상하네.”
방통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한 후 날 보았다.
나 아무 짓도 안했다.
“그럼 연주목은 군승님께 맡기지요.”
“음! 맡겨주게! 하하! 이리 좋은 날 그냥 있을 수 있나! 가서 술이나…”
“…..”
“하고 싶지만 아직 쌓인 일이 많군. 채 소저. 오늘 저녁에는…”
“같이 있고 싶네요.”
부드럽게 웃으며 사저가 말하자 조앙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오른다
좋단다.
“사저. 아시겠지만 저희 바빠요.”
“응. 나도 열심히 할게!”
“절대 놀지 않겠어!”
사저와 조앙이 신나하며 일하러 가는 것을 본 나는 방통을 보았다.
연회가 취소된 것에 시무룩해하던 그는 조앙이 업무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말했다.
“저렇게 좋을까.”
“좋지. 원한다면 내가…”
“아니. 나도 저렇게 될까봐… 나중에 때가 되면 알아서 할테니 신경끄게나.”
쳇.
결혼시켜서 묶어버리려고 했는데.
조앙과 사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가자 난 가 사형을 찾았다.
일단은 지금 사문의 가장 큰 어른이니 이 일에 대해 보고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를 찾아 이야기를 해 준 나는 사형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사형께서도 이것을 목적으로 하셨잖아요.”
“물론 그렇긴 하다만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우습구만. 상서령에게 반드시 혼인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어찌할지는 좀 더 생각해보려 했거든.”
“어? 그래요? 이거 괜히 제가 나선 것 같네요.”
“아닐세. 역시 뛰어난 사제가 있으니 내가 편해지는구만.”
“더 편해지실 수 있을텐데요.”
“그렇게 되면 좋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세.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 말야.”
서찰을 등불에 태운 가 사형은 내가 그 서찰을 바라보자 빙그레 웃었다.
“궁금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아는 것이 힘이라는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만.”
“하하하! 한마디도 지지 않는군. 별 것 아닐세. 내가 뿌린 계책들이 조금씩 움직여 미꾸라지를 잡고 있는 것이지.”
“사형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미꾸라지는 누구입니까?”
“자네라면 내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 내 계획을 모두 눈치챌 것 같구만. 그러니 싫네.”
서찰을 모두 태우고 그 재를 치운 사형이 웃으며 말하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가 사형은 끝까지 선을 긋고 있었다.
그 선을 내가 넘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기에 난 아쉬워했고 가 사형은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무 걱정말게나. 오히려 사제에게 이득이 되었으면 이득이 되었지 나쁠 것은 없을테니까.”
“…그럼 다행이겠는데요. 사형은 언제까지 신분을 숨기실 생각이신가요? 저나 사저도 이제 혼인을 하는데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미안하군.”
내 결혼식에 참석하는 이들 중에는 수경원을 졸업한 사형들도 꽤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참석하겠다는 연통이 왔으니 만약을 대비해 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사형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로서는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였다.
“그럼 사형께서는 언제 떠나실 예정이십니까?”
“아무래도 이제 떠나야 할 것 같네. 사람들이 몰리면 몰릴 수록 날 알아 볼 이들이 늘어날지도 모르니 말이야. 미안하구만. 자네 결혼식을 끝까지 보지 못해서.”
“…그럼 채 사저의 혼인이라도 참석해주세요.”
“그것도 확실히 답변을 못하겠구만.”
쓴웃음을 지은 사형은 챙겨 둔 짐을 툭 치며 말했다.
어제 찾았을 때 사형은 나에게만 미리 말해두었다.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서 먼저 떠나야 할 것 같다고.
아직 가 사형을 잡지 못했는데 가게 두어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없으니 잡을 수 없었다.
“사형.”
“무엇인가?”
“약조해주실 수 있습니까?”
“무엇을?”
“동문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조를. 동문끼리 적대하지 않는 상황을.”
사저가 조앙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조앙과 결혼을 하기로 한 이상 나는 가 사형에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삼국지의 역사에서 가후의 계략에 의해 조앙이 죽는다.
그렇다면 그것을 막고 싶다.
내 계획을 떠나서 사저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기에.
“하하하하하!!”
내 요구에 사형은 크게 웃은 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 사형은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약조는 할 수 없겠군. 거짓으로 말할 수야 있겠지만 그런 것은 자네가 원하지 않을테니 말이야. 하지만 가급적 노력은 해보겠네.”
“부디 한번 더 곱씹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그럼 나는 이만 가야하네. 부탁한 것을 줄 수 있겠는가?”
“여기 있습니다.”
사형이 원한 통행증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말했다.
“자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중 자네의 부탁을 한번 정도는. 어떤 일이 있어도 들어주겠네. 그러니 다시 한번 경고하겠네.”
“……”
“절대 내 적이 되지 말게나.”
처음으로 사형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어쩌면 사형의 본모습이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어떠한 방법도 망설이지 않는.
그야말로 진짜 수경원의 기재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가진 자.
그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고 사형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웃었다.
“그럼 다음에 봅세. 그리고 밤일 잘해서 귀여운 조카를 어여 보여주게. 자네 신부될 사람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귀엽겠구만.”
방을 나가는 그가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문이 닫히고 가 사형이 머물던 방의 탁자를 매만지며 난 이를 드러내었다.
“사형이나 제 적이 되지 마십시요. 동문을 죽이기는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