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6
00086 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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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재능이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이번 일은 운빨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만약 그때 조앙이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가 고기를 먹다가 목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의 신뢰를 얻기 쉽지 않았을테니까.
“…뭐 타고난 인망이란게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좌절하지 마렴. 너도 나쁜 놈은 아니야.”
“평소라면 비웃을 놈이 왜 그런 식으로 위로하냐?”
사마의의 날카로운 질문에 뜨끔했다.
아니. 야.
운도 실력이야.
운칠기삼 모르냐?
“…참나. 인정은 했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군. 뭐 잘됐어. 그럼 시간을 번 셈이니까. 두번째는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조숭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신호를 줄 것이다. 그때 바로 움직여야해.”
가 사형의 말.
그리고 사마의의 부탁.
그 모든 것을 생각한 후 난 차분히 물었다.
가 사형이야 사형이니 배분 문제 때문에 집요하게 물을 수 없었지만 사마의는 지가 배분 신경쓰지 말라고 했으니 그냥 물어봐도 되겠다.
“궁금한게 있는데.”
“뭐지?”
“왜 그렇게 조조에게 접근하는거지?”
“…무슨 소리야?”
사마의의 질문에 난 내가 품고 있는 의문을 드러내었다.
“너나 사형. 둘 모두 지금 너무 조조의 사람들을 노리고 있어. 금적금왕. 왕을 잡기 위해서는 왕이 타고 있는 말을 쏴야 하는 법이지. 조조는 머리가 좋고 세상을 판단하는 눈이 깊어. 그런 그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절대 그를 직접 공략할 수 없겠지. 그렇기에 이렇게 판을 만들고 준비를 하려는 것 아닌가?”
“…….”
“내 생각에 지금 가후 사형은 뭔가 거대한 판을 만들고 있는 것 같군. 사형이 하고자 했으면 이미 이각들을 장안으로 끌어들여 왕윤과 여포를 제거하고 동탁을 보호할 수 있을거야. 하지만 사형은 그런 짓을 하는 대신 동탁이 죽으면 바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어.”
“그게 뭐 어쨌는데?”
“애초에 사형은 동탁을 보호할 생각따위는 없다는 것이지. 동탁과 다르게 이각, 번조, 장제, 곽사는 그 실력은 둘째치고 비슷한 계급을 보유하고 있어.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가는 법인데 사형이 그들을 동탁의 대신으로 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반드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싸울테니까. 내 말이 틀렸나?”
“그래서?”
“결국 그들의 세력은 와해될 것이다… 그렇기에 사형은 일부러 한명이 아닌 여럿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겠지. 그들의 탐욕을 이용해서 사형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챙기기 위해.”
내 말에 사마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재밌다는 듯 웃는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결국 사형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자멸. 그들이 자멸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듣기로 이각들은 욕심이 많으며 서로를 믿지 않고 자신이 최고라 생각한다 했어. 일단 다 제쳐두자고. 그들이 장안에 모여서 왕윤을 잡고나면 그들을 막을 이는 없어진다. 하지만 이각과 곽사의 세력이 더 큰 만큼 번조와 장제는 계속 장안에 있을 수 없겠지. 그들이 나가고 나면 과연 이각, 곽사. 그들이…”
“…..”
“황제를 가만히 두려 할까? 자신들이 정권을 잡은 상태에서? 정치적 식견도,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 조차 없이 도적같은 삶을 살던 이들 따위가?”
괜히 동탁의 부하가 아니다.
황제라는 것은 좋든 싫든 가지고 있으면 엄청난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허나 그 명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윗선에 두고 어찌되었든 자신들이 그의 명령을 듣는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그들이 인정하려 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삼국지에서도 아니었고.
그들은 동탁 이상으로 황제를 핍박할 것이고 그를 죽이거나 무시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황제는 동탁에게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겠지.
그리고 가 사형은… 황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 할 것이다.
채 사저가 장안을 나올 수 있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쿡…쿡쿡…”
“사형이 원하고자 하는 것은 황제를 빼돌리는 것. 하지만 황제를 차지하려는 것은 사형이 하려는 방향은 아닌 것 같아. 황제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명분이지 실리가 아니니까. 사형은 황제를 차지하기보다는 이용할 사람이야. 그리고 황제를 가질 사람은…”
“맞아. 우리는 조조가 황제를 가지기를 원하고 있다. 동탁이 불가능하다면 조조가 하면 되니까.”
비릿하게 웃으며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안에서 도망쳐봤자 결국 갈 수 있는 곳은 동쪽, 아니면 서쪽 뿐이다.
하지만 서쪽으로 도망쳐봐야 만날 수 있는 것은 삭막한 서량의 대지와 많은 강족, 저족들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험난한 남쪽이나 북쪽으로 갈 수 없으니 황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낙양쪽으로의 도망이다.
그리고 거리상 가장 가까운 것은 현재 연주를 차지하고 사예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조조 뿐.
사형은 황제를 이각들에게서 빼돌려 조조에게 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을 했고 사마의는 긍정했다.
그제서야 난 사형이 내가 도울 필요가 없고 도우면 오히려 방해라는 말을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은 기대한 것을 받은 것과 기대하지 않은 것을 받은 것에서 그 기쁨이 달라지지. 현재 나는 연주목 소속으로 되어 있어. 그렇기에 사형은 내가 끼지 말라고 한 것이군. 만약 내가 움직이는 것이 걸리기라도 한다면 황제는 은근한 기대를 하게 될 테니까. 그러다가 실패라도 한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테니…”
“맞아. 황제에게 조조에 대한 기대감을 전혀 갖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저 자포자기한 상태로 낙양으로 도망치게 만든 후 그것을 조조가 구하게 만드는 것이지. 그럼으로써 황제는 조조를 신뢰하게 될 것이고 그리 되면 조조의 힘이 막강해진다. 그리고 가후가 너의 개입을 원하지 않은 것은 내 뜻도 담겨 있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조조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야. 황제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거기까지는 이해가 가. 하지만 왜 조조지?”
지금 천하에서 동탁을 제외하고 가장 천하를 쥘 수 있을만한 사람은 조조가 아니었다.
물론 사예주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조조 역시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하북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원소만 못했다.
직렬이나 직급을 따져도 원소가 조조보다 더 위였으니 말이다.
“원소는 불가능해.”
“왜?”
“원소도 후보에 둔 적이 있기는 했지. 하지만 원소는 스스로의 자존심이 강하나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가지고 있지. 그 뿐만 아니라…”
“현재 황실에 대한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맞았어.”
동탁이 옹립한 헌제를 원소는 극렬하다 할 정도로 거부했다.
동탁이 세운 가짜 황제다 라고 공공연히 떠들며 유우를 황제로 추대하려고까지 한 인물인 만큼 그에게 황제를 줘봐야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군… 조조가 천하를 가지게 하려는 건가?”
“그래.”
“하지만 내 질문에 답은 나오지 않았어. 왜 조조지? 사마의. 너라면 조조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을텐데? 치서어사 어르신이라면 세력을 꾸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거야. 그런데 왜 조조를 앞에 내세우는거냐. 차라리 사마가가 세력을 세우는게 낫지 않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를 숨기고 싶어서지. 네 사형이 신분을 숨기는 것과 비슷해.”
“왜 숨기는데?”
“필요하니까. 가장 움직이기 편하니까. 또한… 작게 볼 필요는 없지. 동탁이 죽으면 천하에 난세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 된다면 이제부터 개싸움의 시작이야. 그 개싸움에 낄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그저 뒷짐지고 앉았다가 남이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
“아주 훌륭한 계획이다만… 가능하겠냐?”
조조의, 그리고 조조 외의 다른 뛰어난 책사들의 눈을 속이는 일이다.
과연 사마의가 성공할까?
내 질문에 사마의는 빙긋 웃을 뿐 그것에 대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뭐. 이정도다. 더 궁금한게 있나?”
“궁금한거… 라고 하긴 좀 그렇군. 여포는 어쩔 생각이지? 사형과 너의 계획에 죽는 것은 왕윤, 동탁뿐이다. 그렇다면 여포는?”
“죽든 말든 관심없어. 고작해야 한명의 무장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 한명이 걱정인 나로서는 안심할 수 없었다.
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여포를 죽이든가 잡자.”
“갖고싶나? 아니면 원한이라도? 딱히 여포는 우리에게 필요한 패는 아니지만 네가 필요하다면 고민해보지.”
조조를 죽이지 않고 이용하기로 한 이상 난 최대의 위험이라 할 수 있는 여포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에 사마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말에 난 일단 안도할 수 있었다.
사형과 사마의의 협력이다.
여포가 아무리 천하 제일의 무장이라 할지라도 그 그물에서 쉽게 빠져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군. 그래서. 언제까지 사마가에서 숨어 살 생각인데?”
“오래 가지는 않을거야. 조조가 황제를 차지하게 되면 나도 그와 함께 움직여야 할테니까.”
사마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방을 나서려다가 멈추고 말했다.
“아.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동생 울리면 가만 안둔다.”
“…..”
“만약 울리면 협력자고 동업이고 같은 간신이고… 다 엎어버릴테니까.”
저 자식.
진심이구만.
나도 영이 울릴 생각은 없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자 그는 밖으로 나갔다.
“자… 그럼 나도 정리를 해봐야겠군.”
사형의 협력자, 사마의의 협력자.
둘이 연을 맺고 무언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보면 딱히 나에게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조조를 키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나 역시도 조조를 키우고 그의 밑에서 움직이며 아버지의 죽음을 회피할 준비를 해야 하니 그들의 행동은 나에게 득이 됐으면 득이 됐지 나쁜 일은 없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여포를 확 죽여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생각을 이어가다가 어느새 영이가 기다리고 있는 신방 앞에 도착했다.
“도련님.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표정이…”
사마가에서 온 시녀가 걱정스레 물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니 딱딱하게 굳어 있다.
이런. 영이를 만나는데 이런 표정을 하면 안되겠지.
난 빙긋 웃었고 그제서야 시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아.”
“…네에~”
잠시 후 대답이 들렸다.
난 심호흡을 하며 문을 열었다.
“서방님.”
화사한 천으로 꾸며진 방.
그 방의 침상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영이를 발견했다.
촉촉한 눈망울과 살짝 열린 도톰한 입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깥의 저 시녀를 따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예쁜 신부가 앉아 있었다.
“헤헤~ 너무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아 좋네요.”
“응. 나도.”
천천히 영이에게 다가갔다. 내가 온 것을 본 영이는 손을 뻗었고 그 손을 맞잡았다.
작은 손가락이 꼬물거리는 것이 귀엽다.
“기다렸어요. 술 냄새… 술 많이 마셨어요?”
“아니 그다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잡혀버렸어.”
“도와주지 못해서 죄송해요오…”
아이고 착해라. 이뻐죽겠네.
“혹시 여자가 잡은 것은 아니겠죠?”
“그럴리가.”
“…그치만 서방님은 너무 멋져서…”
울먹거리는 눈망울로 올려보는 것에 심장이 멎을 것 같다.
“크르르 못참겠다! 영아!”
“꺄앙~”
작은 동물같은 영를 끌어안았다.
내가 달려드는 것에 영이는 무서운 척을 하면서도 귀엽게 스르륵 침상 위로 쓰러졌다.
끌어안은 영이의 몸에서 나는 향기에 취할 것만 같다.
“불편하지?”
“네. 헤헤.”
신부복이라는 예복은 쉽게 입을만한 것이 아니다.
장신구도 많은데다가 이것저것 묶은 곳도 많아서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것을 입고 있는 영이가 안쓰러워 난 슬그머니 옷고름을 풀어나갔다.
“헤헤헤~”
“워. 난 나쁜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고. 음란마귀 보이지 마.”
“그렇지만 서방님이 이렇게 해주는게 기쁜걸요.”
아이고 이뻐라.
방실거리는 영이의 이마에 입맞춰주고 불편한 옷을 벗겼다.
얇은 천옷만 남은 채 모두 벗어진 그녀의 위에 편한 장삼을 걸쳐주었다.
작은 체구인 영이가 커다란 장삼에 둘러쌓여져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것이 귀여웠던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행복하게 해줄게.”
“사마가의 비고에는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남녀가 결혼을 하여 살아가는 것은 누군가가 누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서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
“좋은 얘기네. 그 비고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거야?”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이런 좋은 얘기도 있다니.
진짜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한번 들어가서 보고 싶은데.
내가 바라보자 영이는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서방님도 들여보내주고 싶지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사마가의 직계와 가주가 인정한 형제만이 가능하답니다. 나중에 백달 오라버니나 중달 오라버니가 가주가 되시면 그때 부탁드려보세요. 둘 모두 서방님을 남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흔쾌히 허락할거에요.”
잔뜩 미안해하며 사마영이 우울해하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나중에 들어가면 되지.
몇년만 기다리면 서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리 생각하며 영이의 입술에 입맞췄다.
“앗…”
“왜?”
“헤헤… 우리 오늘 첫날밤이네요?”
“그…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사마영은 내게서 떨어진 후 공손히 자세를 잡고 인사했다.
“사마가의 영. 평생을 서방님과 함께 살아가며, 서방님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갈 것을 맹세합니다. 그 증거로… 이것을.”
“이게 뭐야?”
“반지에요.”
“반지는 아는데… 이걸 왜?”
“사마가의 비고에 있는 주술이라고 하더라구요. 특별한 방식으로 제조한 반지를 교환하여 끼면 그들의 운명이 항상 이어진다고…”
“오호… 나도 들어 본 적 있어. 양양에 있을 때 오월들과 거래하던 상인들이 반지를 사가더라고. 그들의 예식때 쓰인다고. 오월쪽의 주술이라고 하던데. 용케 알았네?”
“후후! 이게 사마가의 비고랍니다! 정말 많은 지식이 모여져 있지요!”
영이가 우쭐하며 반지를 보여주자 난 그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정말 신비하게 생긴 반지다.
금인지 은인지 알 수 없는 귀금속 반지를 보여주며 그녀는 한쪽을 내게 넘겼다.
“이게 서방님 거에요. 손 줘보세요.”
“응.”
손을 내밀자 영이가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어… 어쩌지? 조금 크네요.”
“하하. 성장기니까 크겠지. 너는? 줘봐. 내가 끼워줄게.”
“네!”
그녀에게 받은 반지를 영이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나와 비슷하게 반지는 꽤 남아 헐렁거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는지 영이는 베시시 웃었다.
“비록 오월의 주술이지만… 그래도 서방님과 이어지게 된 것 같아서 기쁘네요.”
“그러게.”
괴력난신은 싫어하지만 그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삶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주술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면 나쁠 것은 없겠지.
“그럼…”
서로 반지도 교환했으니 되었다.
난 음흉하게 웃었고 영이는 부끄러웠는지 살짝 얼굴을 숙이며 시선을 돌렸다.
“우리의 첫날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꺅! 부, 불꺼주세요!”
등불과 촛불을 가리키며 영이가 외치자 난 천천히 상의를 벗고 불을 끈 후 침상으로 향했다.
얌전하게 누워서 이불로 몸을 가리고 얼굴만 빼꼼히 내민 영이는 달빛에 비춰진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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