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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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뿌려!!”
거칠기 그지 없는 외침에 병사들이 움직였다.
성벽에 걸려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온 익주군이 뜨거운 기름에 맞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것을 보며 난 적 본대를 보았다.
거 더럽게 안오네.
이렇게나 틈을 내어줬으면 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성벽 한쪽의 방어가 약하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줬는데도 엄안이나 이엄은 일부러 비워 둔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좀 쉬다가 교체! 곽회!! 준비 끝났나!”
성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곽회에게 외쳤다.
지금 성벽에는 하후상과 관평이 지휘를 하며 적을 막아내고 있었다.
적들의 차륜전은 끝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의 피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군을 나눠 요격을 나가는 대신 수성전에만 집중한다.
이만큼 전투를 치뤘으면 됐다고 생각하며 밑에 신호를 보내자 대기하던 병사들과 장수들이 성벽으로 올라오는 계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교체해!!”
뿔피리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을 들은 익주군의 움직임이 더욱 강해지자 난 적들에게 보이지 않게 뒤에 서 있는 깃발병에게 손짓했다.
애초에 적들도 들을 수 있는 뿔피리 따위는 함정이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은 깃발로 결정된다.
성벽에 가려져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깃발병들이 붉은색 깃발을 흔들자 대기하던 이들은 올라오는 대신 방패를 들었다.
“옵니다!”
저번에 노획한 참마도 대신 성벽에서 쓸 만한 단병을 휘두르며 관평은 크게 외쳤다.
그리고 잠시 후 익주군의 충차가 움직였다.
한양군에서 만든 듯한 충차가 성문 근처로 움직이자 노병들이 나섰다.
“쏴!!”
수십발의 강노가 발사되며 충차에 달라붙어 있는 이들을 쓰러트린다.
“더 쏴! 더!”
충차에 달라붙으려는 이들을 계속 공격했다.
이것들이 틈을 내어줬으면 그쪽으로 와야지 왜 자꾸 성문을 직접 공략하려고 하는 걸까.
벌써 몇번이나 충차의 공격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적이 물러납니다!!”
관평의 외침과 함께 성벽에 붙어 있던 익주군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그들을 쫓을 것이냐는 시선을 보내는 하후상에게 난 고개를 저었다.
쫓을 필요 없다.
질서정연한 후퇴를 보면 괜히 성문 열고 나갔다가 역습 받을 수 있었다.
“대기.”
“좌풍익은 성에서 나가 싸우라고 말하셨습니다만…”
“굳이 지금 성 밖으로 나가서 싸울 필요는 없어.”
성벽이라는 아주 훌륭한 장애물이 있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걸 지금 버릴 필요는 없었다.
엄안이나 이엄이나 잡고 싶은 마음은 나도 간절하다.
하지만 괜히 나가서 피해를 키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제 저들의 물자는 얼마 남지 않았을걸?”
서량에서 보급을 받을 수 없다면, 그리고 익주에서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저들이 저렇게 뻣대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사냥감이 힘이 빠질 때가 공격할 때지. 아직 힘이 남아 있고 이빨을 들이대는 이들을 공격할 필요는 없어.”
나가 싸우고 싶어하는 이들을 말린 나는 성 바깥 쪽에 만들어 놓은 진지를 보았다.
우금과 두습, 곽회가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신호만 보내면 움직이겠지만 아직 그들을 쓸 수는 없었다.
“적이 완전히 전장에서 벗어났습니다.”
내게 받은 망원경으로 적의 상태를 확인한 하후상이 보고한다.
어쨌든 이번에도 넘어갔군.
난 창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겼다!!”
“와아아아!!”
기뻐하는 병사들.
그들의 환호성에 난 겨우 관청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피해보고부터 시작해.”
“그리 많은 피해는 없습니다. 부상자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닙니다.”
“사망자는?”
“오십여명 정도가 죽었습니다만…”
“그들의 시체를 정리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신상필벌, 그리고 희생을 한 자에 대한 보상은 승전을 한 이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보상보다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이미 몇차례 발생한 사망자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관청에 들어섰을 때 기다리고 있던 영이가 나를 반겼다.
“어서와요.”
“응. 다녀왔어.”
“어디 다친데는 없죠?”
“내가 다칠 일이 뭐가 있나.”
지휘하는 것 외에는 칼 한번 휘두르지 않은 나다.
물론 땀투성이가 되기는 했지만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고 영이는 겨우 안심했다.
“상아, 평아. 너희들도 괜찮니?”
“예.”
“상처가 나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문제 없습니다.”
멀쩡한 나에 비해서 하후상과 관평에게는 상처들이 있었다.
지휘만 하며 전체적인 상황을 확인, 모두를 통제해야 하는
나와 다르게 하후상과 관평은 성벽에서 적을 직접 맞이해 싸워야 했다.
갑옷을 뚫은 화살에 상처가 난 하후상이 팔을 들어 올리며 말하자 영이는 눈쌀을 찌푸렸다.
“다쳤으면 이리 와.”
“어. 괜찮은데.”
“어서.”
“으…”
배분상으로 본다면 영이가 하후상의 누님에 가까운 위치다.
청이보다 윗 배분인 영이의 구박과 같은 말에 하후상은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다가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군의들이나 의녀들도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영이에게 간단한 응급조치법을 배운 이들이 나서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상처가 덧나 죽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충분히 이득이지.
하후상의 팔을 걷어낸 후 그의 팔에 독한 술을 뿌린 후 잘 닦아낸 영이는 바늘을 들어 그의 팔을 꿰매주었다.
“아야야…”
“참아. 이렇게 해두지 않으면 상처가 벌어진다고. 흉터 남기고 싶어? 나중에 민이나 이아가 보면 기겁한다.”
“그, 그렇겠죠?”
영이의 말에 하후상은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바늘 꿰메 벌어진 상처를 봉합한 후 그녀가 약을 뿌려준 후 붕대로 감자 하후상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부인.”
“후훗.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지 않겠니? 청이보다 언니인데.”
“하하… 누님.”
하후상이 씩 웃으며 영이에게 말하자 영이는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어째 분위기가 묘하다.
“너 이 자식. 남의 마누라한테 무슨 꼬리를 치는거야?”
내가 으르렁거리자 하후상은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후후후~ 질투하는건가요~?”
영이는 폴짝 뛰어 내 앞으로 온 후 볼을 꼬집었다.
이이이이이!
예쁜 것.
엉덩이를 보면 꼬리가 몇개는 있을 것 같다.
생글생글 웃으며 내 가슴을 토닥거리던 영이를 보던 관평은 밑에 있던 작은 자기병을 들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런데 이 술. 증류주 아닙니까?”
“응. 맞는데?”
“죽엽청은 아닌 것 같은데…”
“만들었어. 독한 술이 필요해서 말이지. 아. 걱정마세요. 식량에 문제가 될 정도로 쓴 것은 아니니까. 마유주를 기반으로 한거라서 괜찮아요.”
“필요해서 한 거라면 상관없지. 그냥 술을 만들지 그랬어?”
“술 만들 시간은 없는걸요. 있는 걸로 써야지.”
화타에게 받아 온 마취산이나 마취제를 계속 쓰기에는 그 뒷감당도 만만치 않다.
위험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것에 대한 고민을 얼마 전 영이에게 말했는데 영이가 마유주를 모아서 증류주를 만든 모양이다.
약에 취하나 술에 취하나 취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논리로 나온다.
아니 근데 환자에게 술 먹여도 되나 몰라.
일종의 응급조치 정도라고만 생각하자고 해서 허락했는데 진짜로 할 줄이야.
“술 정도라면 조나현이나 장안에 요청해서 받아올 수 있을텐데?”
안정 일대에 위국의 군대가 쫙 깔린 만큼 지금은 도적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괜히 군수물자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린다.
도적들도 생각은 있었는지 감히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술을 군수물자로 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받아오는 것이 낫다.
물자의 여유가 있는데 아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미 요청을 해 놓았어요. 다른 물자들도 같이.”
“어휴. 잘했어.”
난 영이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확실히 일을 진짜 잘한다.
그냥 보호받는 여인이 아니라 보급, 그리고 부상자들의 치료와 함께 그들의 보상을 계산하는 일까지.
그 뿐인가.
전투를 치루는 동안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들부터 시작해서 전투가 끝나면 많은 이들에게 제공되는 요리들까지.
영이 하나가 있고 없고만으로 사기의 차이가 보통이 아니다.
가정성에 있는 병사들에게는 거의 성녀 취급을 받는 영이다.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혼자서 어지간한 문관 수준의 일을 해내고 있는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나는 모이기 시작한 이들을 보았다.
“우금과 두습은?”
“지금 진지에서 대기 중입니다.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향을 살피러 갔으니 그게 끝나는대로 복귀할 겁니다.”
후퇴하는 척 하며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공격해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불안감은 저들이 더 많을거야.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까. 우금의 보고에 따르면 저들의 물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적들 역시 안달이 나 있을 것이다.
물자는 떨어져가지.
가정성은 꿈쩍도 안하지.
후퇴를 하는데도 쫓아오기는 커녕 성만 지키고 있지.
공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최악의 상대가 바로 우리일 것이다.
곽혁과 곽회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이는 웃으며 그들에게 작은 병을 내밀었다.
“증류한 독주야. 향은 없겠지만 전투의 피로는 좀 낮춰 줄 수 있을테니 나중에 잠이 안오면 먹어둬. 요새 긴장해서 잠을 잘 못잔다면서들?”
“하하. 예. 부인. 아~ 이거 역시 부인이 계실 때와 계시지 않을때가… 경조윤께선 잠이 안오면 벽에 머리를 가져다 박고 기절하라고 하셨는데.”
“뭐 자식아.”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곽혁은 영이가 준 작은 병을 받아 단번에 내용물을 마셨다.
“크~! 끝내주는구나!”
저 자식. 나중에 먹으라니까.
다시 전투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곽혁은 다짜고짜 술을 받아 한번에 들이마시고 싱글벙글 웃었다.
꽤 술이 강한지 저정도로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는다.
조금 부럽다.
“나중에 산양군에 와. 죽엽청을 내어줄테니까.”
“하하하~ 그거 기대되는군요.”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정리를 해보자고. 이제 며칠 정도 남았지?”
“약 이십에서 삼십일 정도면 적들의 물자도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계속된 공성전으로 병력도 줄어들어가고 있고.”
“그렇다면 그쪽도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됐군.”
익주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죽음을 각오하고 돌격하느냐.
“아마 돌아가는 것을 택하겠지요.”
익주로 돌아가는데도 물자는 필요하다.
돌아가는 동안 흙을 퍼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마 사, 오일 내로 결판이 나겠지.
“어떤 선택을 할지가 의문이군. 하긴… 뭐 생각해 볼 만하겠지. 그럼 우리는 밥이나 먹을까? 곽혁, 곽회. 알고 있겠지만…”
“예.”
이번 전투에는 관평과 하후상만 나섰다.
그렇다면 경계는 전투에 나오지 않은 곽혁과 곽회의 몫.
그들은 별다른 불만 없이 경계근무를 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너희들은 피곤하겠지만 잠깐 일 좀 하자. 병사들 쉬게 하고 관청으로 와.”
“알겠습니다만… 무슨 일입니까?”
“옮길 것이 있어. 성벽 보수해야지.”
궁금해하는 하후상에게 대충 말해 준 후 난 영이와 손을 잡고 관청으로 향했다.
“뭘 만들어 놓은 거에요?”
“벽돌이랑 콘크리트.”
아무리 가정성이 튼튼한 성이라지만 이만큼 공격받으면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성벽에 방벽을 쌓아 성벽을 보수했는데 좀 여유 있을 때 콘크리트로 벽돌을 만들어 성벽 보수 준비를 해야한다.
내 생각을 말하자 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베시시 웃었다.
“만들어야 할 것이 더 있는데.”
“뭐? 목책이나 등자 같은 것은 꽤 여유가 있는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나?”
아무래도 지휘, 그리고 전략과 전술을 짜느라 정신이 없어 가정성에서 부족한 것을 내가 놓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영이가 알고 있으면 다행이지.
난 여유 시간을 계산하며 물었고 내 팔을 꼭 끌어안은 후 당긴 영이는 작게 속삭였다.
“성이랑 휘 동생이요.”
“어, 음. 성이랑 휘의 동생이면 율이도 있고…석이도 있고 유도 있는데?”
영이는 대답하는 대신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방실방실 웃었다.
“…그, 그건 좀 나중에 만들면 안될까? 아무래도 전시고. 또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후후후~ 약속이에요?”
한쪽 눈을 깜짝인 영이는 내 볼에 쪽 입맞추고 앞서 걸었다.
어휴.
진짜 못당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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