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24
나가서 바람을 쐬고 들어오자 모가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갑작스러운 이 제안이 두려웠는지 그는 어깨를 떨다가 말했다.
“혹… 이것은 제 딸 때문에 그런 것입니까?”
망설인다.
당연하겠지.
일반 백성에게 사족이 된다는 것은 꿈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이런 수레장인에게는 더욱 그런 것이겠지.
모든 인간은 자기 위상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
더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고 싶다.
그리고 인정받고 싶다.
그 욕구를 가지고 있는 이라면 반드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 그런 것이라면… 그리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사양하겠습니다.”
“호오.”
“스, 승상복야와 공자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이 일은 중요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사적인 이유 때문에 할 수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모가가 거절하자 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런 답변을 원했다.
난 그의 답에 웃었다.
“그럼 나도 말해주지. 딱히 성이와 모현의 관계 때문에 자네를 연구소의 소장직에 앉히려는 것은 아니야. 이미 이것은 순가와 이야기가 된 일. 승상께서도 허가한 일이오.”
난 탁자에 놓여진 식은 차를 한모금 마셨다.
쌉싸름한 차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다.
“이것은 나라의 일. 만약 당신의 딸, 모현과 우리 성이의 관계 때문이라면 그저 내 봉지의 관리자 정도로 내세우고 사족 신분을 줬을거요.”
그의 어깨가 다시 움츠려 들었다.
두려워하는 그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
“그렇지만 연구소 소장직은 좀 다르지. 그 자리는 신분따위는 상관없소, 그리고 나와의 관계 따위도 상관없지. 오로지 위국의 발전, 그리고 군이 강해질 수 있는지만을 판단할 뿐.”
“그럼…”
“승상복야께서는, 그리고 제 아버지인 승상께서는 모가.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을 인정하는 겁니다.”
순선이 부드럽게 말하자 멍하니 앉아 있던 그가 주륵 눈물을 흘렸다.
뭐야?
나도, 그리고 순선도 당황했다.
모가는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다가 힘없이 말했다.
“고, 고작해야… 수레를 만드는 장인에 불과한데…”
“고작이라고 하지 마시오. 나라를 운영하는 일과 수레를 만드는 일에 경중따위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모두 중요한 일이오.”
“흐…흐으…”
“자신이 가진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또 하나 하나 만들어가는 수레에 완벽을 추구하는 것. 그런 마음가짐과, 그 마음가짐을 이뤄 낼 수 있는 실력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하오.”
“흐으으… 훌쩍.”
모가가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리자 난 작게 한숨을 쉬고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모가. 이것은 기회요. 잡겠소? 이것은 모현과 성이의 일을 제외한, 승상복야인 내가 위국을 위해 제안하는 것이오.”
“…훌쩍…”
“국가는 당신을 원하고 있소.”
모가는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 손을 공손히 잡았다.
“비록 천한 수레장인에… 가진 재주라고는 수레 만드는 것 밖에 없지만… 위국에 반드시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눈물까지 펑펑 쏟으며 그가 허리를 숙였다.
그의 모습에 순선은 쓰게 웃었다.
한참을 울어제끼느라 지쳐버린 그를 좀 쉬게하기 위해 객실로 보내주었다.
어느정도 마음 정리가 필요하겠지.
난 순선과 함께 차를 마셨다.
“저… 아버님.”
“왜 그러나.”
“모가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장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일을 인정받는 것이지.”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순선은 볼을 긁적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뭔 얘기를 하려고?
“모가가 왜 위국에 그리 충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만약 다른 장인들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좋을텐데. 기술은 중요한 겁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지. 지금까지의 사람들이 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야.”
“예?”
이해하지 못한 듯한 순선을 향해 난 천천히 말했다.
“유교적 사상은 가장 높은 이에 있는 이를 하늘로 생각하며 그를 성심성의것 모시는 것이야말로 군자이며 충신의 덕목이라고 하고 있지.”
“그렇… 죠?”
“하지만 그건 사람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거야. 백성들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아. 성현의 말씀보다 한줌의 쌀이 더 중요하다고.”
“…그건 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성현의 말씀이야말로 삶의 가치이고 위대한 덕목인데.”
“그 위대함이 백성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순선. 자네 굶어 본 적이 있나?”
“예? 아, 아뇨.”
“나중에 한번 좀 굶어보게. 그럼 이해가 갈테니까.”
순선은 입을 다물고 골똘히 생각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에게서 시선을 뗀 후 차를 마셨다.
한참동안이나 조용히 있던 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버님의 말씀을 따라보겠습니다.”
“진짜 굶으려고?”
“예. 아버지께서도 매번 말씀하셨습니다.”
“뭘?”
“아버님의 방식을 이해해보라고… 솔직히 저도 아버님을 존경하기는 합니다만. 아버님의 방식을 이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백성을 중요시 여기고 행동하시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베푸는 것.”
“하하하…”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얘도 역시 시대의 흐름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군.
순선이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며 난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자네가 관직에 나서서 백성들을 눈 앞에 두고, 그들을 다스려본다면 알게 되겠지.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말이야.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자네가 그것을 알게 되면 한단계 더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을 거야.”
지금의 젊은 관리들은 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 때만 해도, 그리고 순욱 때만 해도 매일이 반란과 민란이었다.
한이 크게 흔들리게 된 황건적의 난을 생각해보자.
그들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백성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백성은 위험하고, 또한 강력한 힘이다.
나 뿐만 아니라 지금 위국에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은 그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백성은 중요하다.
그들은 무섭고, 또한 강력하다.
그러니 그들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그만큼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되고 백성을 경계하며 주의한다면 순선이 순욱의 뒤를 잇는 것도 꿈은 아니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순선은 공손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저. 승상복야.”
“뭐냐?”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어? 벌써?”
“예.”
만약 모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식사고 나발이고 그냥 보낸다고 했었는데?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버지도, 그리고 영이도 모현이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자네는 이만 가보게.”
“…예?”
“아니 이건 우리 식구끼리…”
상처받은 듯 순선이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난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하하하!! 농담이야! 밥 먹고 가게.”
“예… 그런데 아버님? 저는 아직 식구가 아닌 겁니까?”
“식구는… 쯧. 나중에 휘랑 혼인하면 와서 식구라는 소리를 꺼내게. 진가에서 가족이라는 의미는 다른 가문과는 좀 다르니까.”
어딜 은근슬쩍 껴들라고.
내가 냉정히 잘라내자 순선은 시무룩해하다가 물었다.
“다르다… 무엇이 다릅니까?”
“그건 자네가 우리 진가와 진정한 연을 맺게 되면 알게 될 것이야.”
안채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자 다들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현은 성이의 옆에 앉아 있었다.
딱딱히 굳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 아버님. 오셨습니까.”
내가 들어가자 모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딱딱히 말하자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아버지와 영이를 보았다.
“어서 오거라. 이야기는 잘 끝났니?”
“예.”
“그래… 그럼 앉거라.”
별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모현이 괜찮았나보군.
우리가 자리에 앉았을 때 모현이 물었다.
“저… 저희 아버지는.”
“이제 올때가 되었는데.”
흑귀대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자신이 늦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는 빠르게 빈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드십시다.”
“잘 먹겠습니다.”
꽤 많은 이들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난 천천히 밥을 먹었다.
모가와 모현은 뭘 먼저 먹어야 할지 모르는 듯 젓가락을 든 채 망설이고 있었다.
“이것부터 먹어보렴. 아주 맛있단다.”
“예. 예에… 어, 어머님.”
보다못한 영이가 음식을 내어준다.
밀가루 떡과 그 떡 위에 올려져 있는 소채들.
그것을 본 모현이 허둥거리며 받아 먹었을 때 순선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네도 이것부터 먹어보게.”
난 찬물을 내줬다.
“…아하하… 시, 시원하겠네요.”
“그렇지?”
그가 찬물을 홀짝이다가 청경채를 들어 입에 넣는다.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쉰 청이가 다른 음식들을 챙겨준다.
순선이 희미하게 웃으며 그것을 먹기 시작했을 때 난 모가에게 물었다.
“왜.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소?”
“아. 아닙니다. 너무 진수성찬이라.”
“마음에 드는대로 편하게 드시오. 당신이 온다 하여 내 부인들이 힘을 좀 썼으니.”
“감사합니다. 마님.”
모가가 영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의 행동에 영이는 방긋 웃었다.
“마님이라니요. 이제 사돈이 될 사인데.”
“쿨럭! 예!?”
뭘 그렇게 놀라냐?
오늘 온 것은 성이와 모현의 관계도 생각하는 건데.
일단 나는 모현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영이가 저리 말하고, 또 아버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사, 사돈이라니…”
“따님이 아주 현명하고, 또 강직한 것이 제 마음에 쏙 드네요. 이렇게 훌륭한 따님을 진가에 보내시는 것이 마음에 아프시겠지만… 사돈께서 부디 마음을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영이의 상냥한 말에 모가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애, 애미도 없이 키운 자식이라… 오히려 누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괜찮소. 유하도 어미 없이 자란 녀석이니까.”
“힉!?”
모가는 화들짝 놀라며 날 보았다.
왜 쳐다보냐?
어머니 없이 아버지 밑에서만 자란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난 커다란 생선을 잡아 머리째 씹어먹었다.
“부모가 모두 있는 화목한 집안에서 자라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 동탁이나 이각, 곽사가 부모가 없어서 그리 된 것은 아니잖소.”
“그…그렇습니다.”
“진가의 가장 어른이신 내 아버지도, 그리고 성이의 어미인 영이도 인정했다면 난 딱히 반대하지 않겠소. 그래. 조만간 사람을 보낼터이니 날짜를 잡아봅시다.”
“예에…”
모가는 간신히 답한 후 내가 잡고 있던 생선을 조금 가져와 우물거렸다.
그가 먹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옆통수에서 느껴지는 따가움에 고개를 돌렸다.
“자넨 왜 나를 그리 보나?”
“어… 아버님. 저는…”
“아. 자네는 이미 끝났어.”
“예!?”
당황하는 순선을 향해 영이는 빙긋 웃었다.
“사위. 이미 사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모두 끝났으니 걱정마시게. 아버님도, 그리고 나도. 또 진가의 다른 이들 모두 자네를 인정했으니 말이야.”
“…어어… 어머님…”
뭐 이런 걸 가지고 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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