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23
딱딱히 얼어붙어 있는 모현.
그리고 내 앞에서 흔들리는 모가.
그들을 지그시 응시하던 아버지는 차분히 말했다.
“일단 안으로 모시거라.”
“예. 자. 갑시다.”
“예, 예에… 예.”
잔뜩 움츠려들어버린 모가를 향해 난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반응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익숙해져 있는 백성들은 괜찮다.
하지만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백성들은 당연히 이런 반응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이유하의 시대와 달랐다.
이정도 신분의 차이라면 내가 기침 한번 하는 것만으로 모가 뿐만 아니라 모가가 살고 있는 마을 전체를 싸그리 없앨 수 있었다.
그런 차이가 있으니 모가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이겠지.
난 웃으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 두려워하지 마시오.”
“예에….”
엄청 두려워하는군.
난 일단 자리에서 일어난 후 서황에게 말했다.
“안으로 모셔라.”
“예.”
서황과 주령이 모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이들도 들어가는 와중에 나는 성이와 손을 잡고 있는 모현을 보았다.
그녀 역시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딱딱히 굳어 있었다.
“들어오렴.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예…”
거의 울 정도로 떨고 있다.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으니까. 너희 부녀를 잡아먹으려고 부른 것이 아닌데 뭘 그리 두려워하는 게냐. 그리고.”
난 모현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는 성이를 보았다.
“성이가 너를 지켜줄 것이다. 네가 아는 성이는 너를 쉽게 버릴 사람으로 보이더냐?”
“그, 그… 그건…”
“권위는 그저 옷과 같은 것. 어떤 옷을 입는다 하더라도 사람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안심하거라.”
권위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 뿐이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겨우 굳어져 있던 것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된 모현이 딱딱히 걸어 안으로 들어간다.
“성아. 네 조부님의 방으로 모시고 가거라.”
“알겠습니다. 거기에 어머님도 계시는 건가요?”
“그래. 함께 보자고 하셨다.”
“알겠습니다.”
아버지와 영이를 동시에 만나야 한다는 말에 모현의 몸이 다시 굳었다.
그런 그녀를 보니 실소가 나온다.
쓴웃음을 지으며 모현을 달래는 성이를 본 후 난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성이가 겨우 달래며 그들이 들어간다.
텅 비어버린 거리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며느리감 얻기가 쉬운 일이 아니군.”
내 방에 들어오니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모가가 앉아 있었고 그에게 순선이 차를 대접하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 온 것을 본 순선이 내 차도 타서 가지고 오자 난 자리에 앉았다.
이놈은 왜 지 멋대로 차를 타고 있을까?
그가 탄 차를 마셨다.
음…
그래도 차 타는 솜씨는 좋구만.
내가 빤히 바라보자 순선은 볼을 만지작거렸다.
“하하…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
밉상이 묻었다.
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난 고개를 휙 돌렸다.
모현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참하다 생각되었다.
그런데 얘는 왜 이러는 걸까?
딱히 미워할 구석이 없는데도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딸 가진 아비인가보다.
“자. 드십시요.”
순선이 꿀과자를 가리키며 말하자 모가는 머뭇거리며 손을 내밀다가 황급히 손을 치웠다.
“왜 그러십니까?”
“아… 그, 그게 제 손이 너무 더러운 것 같아서…”
“비누가 보급되지 않았습니까? 허… 허도에도 백성들에게 비누가 보급되고 있는데. 만약 착복이라면.”
“아닙니다! 아닙니다! 비, 비누는 매일 쓰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크게 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모가는 황급히 말한 후 꿀과자를 하나 들어 살짝 베어물었다.
순선은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았다.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 맛이 어떻소?”
“마, 맛있습니다!”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를까.
난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너무 그리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그저 일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더 긴장한다.
모가가 완전히 위축된 것을 보며 순선은 조용히 말했다.
“여기 계신 승상복야께서는 직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지금까지 승상복야께서 하신 일을 보면 누구보다 백성을 존중하고 아끼시는 분입니다. 또한 재능이 있다면 신분에 관계없이 중히 여기시는 분이니. 너무 그리 긴장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하오나…”
“좌풍익의 이민족들에게도 존경받는 분입니다. 만약 권위의식이 강하신 분이라면 그들에게 그런 존경을 받으시겠습니까? 그러니 너무 그러지 마십시요.”
순선의 부드러운 어조에 모가가 조금 긴장을 풀었다.
짜식.
제법인데?
내가 바라보자 순선은 히죽 웃었다.
확실히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그는 나에게 작게 목례한 후 입을 열었다.
“모가. 당신이 만드신 수레는 전부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꽤나 내구성이 좋더군요. 어떻게 만든 것입니까?”
“그, 그게. 그냥 나무로 만들면 안됩니다. 수레로 쓰이는 목재에도 종류가 있는데… 그 나무를 만들 때 특별한 약재에 담구고 그 약재를 빨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특별한 약재?”
가문의 비법이라는 것이 그건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천천히 말했다.
“그, 그렇게 비싼 약재는 아닙니다. 다만 모으는 것이 시간이 걸려서…”
“그렇군…”
“약재를 우려낸 물에 담궈 말리고, 그리고 다시 담궈 말리는 작업을 세번 하게 되면 목재에 약효가 스며들어 다른 나무들에 비해서 더 단단해지고 탄성이 늘어나게 됩니다.”
“신기한 일이군.”
내가 바라보자 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가가 만든 수레를 확인해보았습니다. 다른 수레에 쓰이는 나무에 비해서 내구성과 탄성이 확실히 좋더군요.”
“이거 그러면 그냥 단순히 수레의 재료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갑옷이나 무기로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갑옷을 무조건 철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좀 저가의 갑옷의 재료는 단단한 나무로도 만든다.
그런만큼 모가가 이런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감탄할 만한데.
내가 바라보자 모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그 약재에는 기름이 많은지라… 불에 잘 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흠…”
“잠깐만. 불에 잘 타면 공성전에는 쓰기 힘든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게 큰 의미가 없…”
“아니. 딱히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지. 통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야. 결국은 조립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장비를 이동시키는 부분은 모가의 방법을 쓰고 나머지는 다른 방법을 쓴다.
그리고 화공을 막을 수 있는 처리를 한다면 되는 것 아닌가?
내 말에 순선은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으음… 그렇긴 하지만.”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 한번에 처리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리고 과연 그게 쉬운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면 연구소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
모가는 나를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러오?”
“아, 아니요. 그… 승상복야와 공자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갑옷으로 쓸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소?”
“예. 남만 근처에 있는 등나무를 가공하면 일반적인 나무에 비해 훨씬 단단하고 가벼운데다가 바람도 잘 통하는 갑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불에 잘 탄다는 점?”
“예. 사실 제가 수레를 만들 때 쓰는 약재도 등나무로 갑옷이나 방패를 만들 때 쓰는 방법을 변형하여 쓰이는 것입니다. 저는 좀 변형해서 다른 나무에 쓰고 있지만. 정석은 등나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삼국지 연의에서도 등갑옷이 나왔었지.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이유하의 기억을 보면 등나무를 사용해 만든 방패는 조선에서도 쓰였다고 했다.
“화공에만 주의한다면 방패나 갑옷으로도 쓰일 수 있다라… 하지만 등나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겠군.”
내가 말하자 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등나무에 대해서는 저도 형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전 남만에서 온 이들이 말하기를 덩굴로 된 나무들이 무수히 많은데 그 나무를 등이라 한다고 합니다. 등나무는 좋은 향이 나며 가볍고 질겨서 여러 용도로 쓰인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증조부님께서 남만인을 구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에게 이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즉, 제가 쓰는 방법은 남만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만의 방법이라.
난 곰곰히 생각하다가 순선에게 물었다.
“익주 놈들이 이 방법을 알고 있을까?”
“글쎄요…”
“한번 염두에 두기는 해야겠군.”
만약 그들이 등갑을 이용할 방법을 찾았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무장을 하고 전투를 하려 한다면?
“익주의 정예병들은 산악병이라 하여 몸이 날래며 산을 잘 탄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 비밀이 등갑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일반적으로 병사들이 입는 갑옷은 무두질한 갑옷 정도다.
특수한 정예병과 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징 박힌 가죽 갑옷 정도를 입는다.
만약 등갑이 가죽갑옷보다 훨씬 가볍고 튼튼하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무장하여 날래게 움직일 수 있다면 꽤나 골치아픈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뭐.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군.”
“그러게 말입니다.”
나와 순선은 모가를 바라보았다.
우리 둘의 시선에 모가는 당황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이득을 보게 될 것 같아서.”
어리둥절해하는 그를 향해 난 웃었다.
만약 그들이 등갑을 사용한다면 해결방법이 생긴 것 아닌가.
화공을 쓰면 된다.
난 웃었고 순선은 부드럽게 말했다.
“모가. 덕분에 상대의 무기를 하나 방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하지만 그들이 등갑을 쓴다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안쓰면 마는거지. 아무튼 등갑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우리 일 이야기로 돌아가볼까? 모가. 전에 제안했던 것처럼 연구시설을 만들 생각이오.”
“…그건.”
“화공이고 뭐고를 일단 다 제쳐두자고. 모가. 당신은 수레를 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제안하겠소. 서주 일대에 연구소를 만들 생각이오. 그곳의 소장이 되어 줄 생각이 있소?”
“소, 소장이요!? 이, 인부가 아니라?”
“음. 소장. 승상과도 이야기를 나눠봤소. 그 역시 그런 좋은 수레가 있고, 또 그것을 연구하여 위국 전체의 수레를 바꿔나갈 수 있다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하더군. 위국의 예산과 더불어 내 봉지에서 나오는 자금, 그리고 순가의 자금을 동원하여 만들어 볼 생각이오.”
그저 인부 정도로만 생각했던 모양이다.
모가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자 난 그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튕겨보았다.
“괜찮소?”
“어…”
순선이 모가의 어깨를 잡았다.
미동하지 않는다.
…죽은 모양이다.
“이런 씨! 어이! 모가!!”
“헉!”
퍼뜩 정신을 차린 모가가 숨을 토해내자 난 한숨을 쉬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소?”
“그… 그러니까 승상복야께서는 저를 연구소의 소장으로 세우신다는 것… 아니십니까.”
“그렇지.”
“하지만 저는… 평민인데…”
“그럼 사족으로 올리면 되는 것이고.”
나는 무척이나 대수롭게 말할 수 있지만 백성의 신분을 사족으로 올리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흑귀대에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가 신분상승이겠는가.
내 말에 모가는 또 입을 다물었다.
“…정신 좀 챙기게 해야겠군. 순선. 가능하겠나?”
“하하… 노력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심약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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