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4
00094 저에게는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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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잘 입지도 않은 점잖고 불편하면서도 예를 갖추는, 쉽게 말해 품격과 교양이 넘치는 옷을 입고 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장오는 그냥 동네 양아치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저 남자. 신평과 대화를 하는 와중에 장오는 폭행을 가하고 그의 자존심을 마구 뭉개트리고 나는 그에 대한 폭력을 막게 하고 자존심을 치켜세워준다.
실제 장오나 나나 같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 대신 주먹이 나가는 그보다는 말이 더 통하는 나와 이야기하기를 원할 것이고 내가 원소를 긍정하는 듯한 태도로 나오니 신평은 나를 이용하면 이 위기에서 빠져나갈수 있다 생각. 자신이 아는 나름대로의 사실을 말해 준 것이다.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 자는 차후 자신과 함께 원가에 들어갈 것이다.
내가 원소를 존경하고 원가를 흠모한다는 몇마디 말을 한 것만으로도 혼란상태에 빠진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확신도 없는데도.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장오를 피하기 위해서 신평은 자신이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합리화를 한 것이다.
어차피 같은 편이 될 사람이다.
날 도울 사람이다.
그러니 이 자에게는 협력을 해야 한다… 라고 말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그건 말릴때 개소리를 지껄여서 그러는 거고.
대다수의 사람은 가까운 폭력을 막아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기에 난 그에게 한번 시도를 해보았고 그것이 잘 먹혀 들어갔다.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도 성공을 확신하고 한 것은 아니니까.
“근데 도련님 방식대로 안되면 어쩔려고 그랬수?”
“그럼 고문해야지 뭐.”
난 고문을 딱히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냥 효율적으로 끝내는게 좋은 것이지.
고문하다가 저 인간이 끝까지 대답안하고 죽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팠다.
그간 고문을 하던 덩치 좋은 이들과 다르게 신평은 몇번 고문하면 금방 죽어버릴 것처럼 약해보였으니까.
그래서 고문 전에 이 방법을 쓴 것이고 다행히 그가 쉽게 불었다.
“아무튼… 이게 진짜란 것을 알았으니 나머지는 됐어. 자… 동평군수에게 병조종사라…”
이 문서가 알려지면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
일단 원소가 아주 개썅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평에게 듣길 원소는 한복을 도와준다는 빌미로 들어가 한복을 제거하고 기주를 차지했다.
그것은 천하의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지탄할 만한 것이었다.
아무리 난세라 그래도 그렇지 원가를 이끄는 이가 어찌 그런 사기를 치냐고 말이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 온 원가의 명성 뿐만 아니라 원소의 인기도 단번에 사그라질만한 일이다.
그렇기에 원소는 한복이 직접 기주목을 바쳤고 자신은 피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 문서가 공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소는 기주목도 아니고, 그렇다고 타인에게 관직을 내릴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런대 기주의 병조종사의 자리를 준다고 말한다?
기주목도 아닌 지가 뭔데?
이거 기주목 먹으려고 연주에 개수작 부린 것 아니야?
이것이 알려지면 청렴하며 공손하고 한 황실에 대한 충절을 지키고 있다고 떠들어대던 원소와 사세삼공을 지내며 명가의 위치에 있었던 원가가 한순간에 역적이 되어버린다.
이미 황실에서 정해준 관직을 스스로 빼앗겠다는 소리 밖에 되지 않으니까.
조조를 비롯한 다른 주목들이 이각과 곽사가 자기가 대장군이니 뭐니 떠들어대도 자신들의 관직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아직 천하가 한 황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소가 이런 글을 써서 줬다는 것이 알려지면 조조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원소의 명성이 버거울 수 밖에 없었던 조조는 신나게 물어 뜯을 것이고 각지의 주목들이나 군벌들을 끌어들여 원소를 쉽게 말해 다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인과 문장이 위조된 것이고 문서가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까 신평에게 말했던 것처럼 원가의 직인은 과거 황가에서 하사한 특주품이다.
어지간해서는 위조도 할 수 없기에 원가에서는 그것을 자신들의 명령이나 공문, 혹은 타 세력에 보낼 문서에 확인을 위해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그 문장이 위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원가가 한 모든 일을 의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역시도 원가의 명성과 원소의 명성을 깍아먹는 일.
어찌 되든 조조에게 있어서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평은 필사적으로 이 문서를 작성한 것이 원소가 아닌 전풍이 짜낸 계책이고 착하고 순수하며 정의만 생각하는 원소는 결국 그 꾀임에 넘어갔을 뿐이라고 말한 것이고.
신평은 전풍을 싫어하고, 원소와 원가를 존경하며 따르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나마 원가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것이 모든 것을 전풍에게 떠넘기는 것이니 말이다.
“말도 안되는 소릴.”
난 그를 비웃었다.
손발이 한 죄가 어디 손발의 것인가? 결국 그것을 움직이고 선택한 것은 원소다.
조조의 책사들이 이것에 대해 알게 되면 그냥 넘어갈 것 같은가?
설령 신평의 말대로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계책을 써서라도 원소를 걸고 넘어질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문제는 이건데.”
난 문서를 보며 히죽 웃었다.
“동평군수에게 병조종사를 제안했다면 나에게는 뭘 제안하려나…”
“그런데 말이우.”
“응?”
“그 문서대로라면 동평군수가 원소에 의해 병조종사가 되는 거잖수. 병조종사라는게 쉽게 되는 거유? 아무리 봐도 그 인간은 그 정도로 높은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던데. 뭐랄까. 고문을 하면 좀 버티고 그런게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것도 없고. 원소에게 그렇게 사람이 없나? 내가 알기론 원소의 상장군 문추나 안량도 꽤 한다고 하던데.”
“뭐… 가능이야 하겠지.”
“진짜?”
병조종사의 자리?
그가 오를 수는 있을 거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말야.”
죽은 사람은 관직에 오를 수 없다.
아니, 오를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고 감녕은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머쓱한 얼굴로 아무 말도 안한 채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럼 저자는 이제 어떡하지? 놔줘야 하우?”
“음? 무슨 소리하는거야.”
감녕의 질문에 난 어이없어하며 대꾸했다.
“일단 얻어낼 것은 얻어냈으니까 잘 가둬놔. 저 사람 데리러 올 것이고… 그때 제대로 거래를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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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군수 진궁이 병력을 이끌어 동평군의 반란을 진압했습니다!”
원소가 움직이고 있기에 병력을 뺄 수 없었던 조조로서는 기쁘기 그지 없는 소식이었다.
막사에서 회의를 하던 조조군의 장수들은 크게 안도했다.
한복이 공손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음독자살을 하고 기주를 원소에게 넘겼다.
6년상을 치루며 많은 이들에게 좋은 면을 보이고 있던 원소와 과거부터 내려오던 명가라는 이름 때문에 경계할 수 밖에 없던 원소에게 드디어 힘이 생긴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원소가 움직일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병력을 함부로 뺄 수 없었던 조조에게 있어서 동평군의 반란은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막아 준 것이다.
“대단하십니다. 어찌 그런 이를 알아보시고!”
“하하…”
산양군의 군수는 조조가 직접 발탁하여 임명한 것이다.
군 내에서 그리 알려져 있었기에 조조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하마터면 좌절할 뻔했는데 다행이군. 형님. 그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황금빛 투구를 쓰고 있는 사내.
자신의 동생인 조홍이 웃으며 묻자 순욱의 옆에 있던, 새롭게 조조의 휘하에 들어 온 전 황조시랑 순유는 부드럽게 웃었다.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산양군에 있던 도적과 탐관오리들을 소탕함과 동시에 산양군을 크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순유의 말을 받으며 커다란 덩치의 사내는 전장에 있느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앙이 녀석에게도 들었수다. 산양군수는 식견이 대단하고 병사들의 조련도 훌륭할 뿐더러 백성들의 잘 통치하고 있다고 하던데. 한번 보고 싶구려. 형님. 이번 일이 끝나면 불러 볼 수 있겠수?”
“그건 좀 힘들것입니다. 그쪽도 굉장히 바쁘기 때문이죠.”
조조의 또다른 동생. 조인의 말에 순욱은 씁쓸한 얼굴로 대꾸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싶을 정도지만 왜 그가 산양군의 군수가 되었는지 사정을 아는 순욱으로서는 함부로 그를 움직이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겹경사로군. 앙이의 혼례가 결정된데다가 산양군수라는 뛰어난 인재도 있고. 거기에 이렇게 굉장한 사람까지 합류했으니 말야!”
조인이 껄껄 웃으며 말하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는 한쪽을 바라보았다.
조조의 뒤에 서 있는 호위무사.
하지만 단순한 호위무사라고 보기에는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을 지녔다.
부리부리한 눈은 호랑이의 눈과 같고 커다란 덩치는 조인과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몇십척이 넘는 아문기를 혼자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강한 힘을 가졌고 어지간한 상처따위에는 아파하지도 않는다.
한자루 철극을 귀신같이 다루는 사내.
악래라는 이명까지 지닐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사내.
그 사내를 데리고 온 사내. 하후돈은 씩 웃었다.
“것 보라고. 내가 말했지? 내가 한번 하고자하면 어떤 사람도 등용할 수 있다니까.”
“아니 형님. 그건 전위가 맹덕 형님의 사나이다움에 반한거지 형님한테 반한 건 아니잖수.”
“뭐!?”
조홍이 궁시렁거리자 하후돈은 그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의 시선에 움찔한 조홍이 시선을 돌리자 조조의 뒤에 서 있던 전위는 자신에 대해 떠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무뚝뚝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는지 하후돈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문제는 동평군인데.”
조조의 말대로 동평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동평군을 임시로 다스리고 있는 산양군수의 보고로는 네개 현의 현령이 배신을 했고 나머지 현에서는 그나마 저항하였다고 한다.
네개 현의 현령과 동평군의 군수를 새롭게 보내달라는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조조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어쩌는게 좋겠소?”
“괜찮은 이가 있습니다.”
“그게 누구요?”
“동군 동아현 사람으로 성은 정, 이름은 립이라 불리는 이입니다. 한때 연주 현령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관직에서 물러나 재야에서 쉬고 있는 이입니다. 평소 연주목을 존경하던 이었으니 연주목께서 말씀만 하신다면 동평군의 군수직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또한 그의 고향인 동아현은 산양군의 군수인 진궁이 상당히 발전시켜 놓았습니다. 산양군수와도 사이가 좋을 터이니 그와 연계하도록 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마침 근처에서 휴양을 하고 있으니 그에게 연통을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순욱의 발언에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립이라.
나쁘지 않다.
순욱이 추천한 인재라면 절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조조는 바로 임명장을 써 주었다.
“바로 전해주록 하게.”
회의가 끝나자 조조는 차를 홀짝이며 생각했다.
동평군의 군수가 반란을 일으킨 것.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가 수작을 부린 것이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원소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빙긋 웃은 조조는 탁자를 톡톡 두들겼다.
너무나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다.
하필이면 지금 동평군에서 반란이 일어나다니.
아무리 봐도 원소의 움직임과 맞추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럼 자네는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산양군에서의 보고에 따르면 별다른 이상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동평군수는 사로잡았지만 고문을 하던 와중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결했다고 합니다. 그를 심문하여 뭔가 더 알아내려 해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고… 그 외의 이상점은 없습니다. 이각과 곽사가 일으킨 일에 동조했다는 이야기 외에는…”
순욱이 뒷말을 흐리자 조조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뭔가 괜찮은 물건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이대로 원소가 기주를 먹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려니 배가 아팠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슬슬 우리도 선택을 해야겠군. 원소를 칠 것인지. 아니면 그와 일단은 동맹을 맺을 것인지. 순욱.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저 역시 동맹을 맺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주를 공격해봐야 득 볼 것이 없으니까요. 명분도 없는 상태고… 지금 공격해봤자 차후 도겸에게 연주를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쉽군… 아쉬워. 기주를 그렇게 날려먹어야 하다니.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았을텐디… 쯧.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겠지만 인재들을 모집하는 것입니다. 동평군수와 같은 이들이 또 발생할지 모릅니다. 최소한 연주 내에 연주목께서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을 각 지역을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내 생각도 그와 같소.”
순욱의 조언에 조조는 빙그레 웃었다.
그의 말대로다.
이각과 곽사가 일으킨 난세는 절대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언제 누가 배신을 하고, 언제 누가 암살자를 보낼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이들로 구성된 관리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는데…”
“산양군수입니까?”
“그렇소.”
쓴웃음을 지으며 조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산양군수의 행보는 도저히 알 수 없소.”
“그렇겠지요… 그가 동평군을 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으니까요.”
요청은 했지만 그가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조조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애초에 진궁에게 산양군수 직을 준 것은 진유하와의 거래 때문이었다.
진궁이 산양군수가 되게 만든 것은 그 역시 무언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와의 관계를 깊게 만들기 위해서 조앙을 보낸 것이고.
“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는 성공했다고 합니다. 아니… 이걸 성공했다고 해야 하나… 그가 죽을 뻔한 위기를 진유하가 구해주었고, 또 채염까지 소개시켜주어 둘 사이를 좋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생각했을때… 자수가 접근한 것이 아닌 오히려 진유하가 그에게 접근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요.”
“그렇지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 일이 반대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들에게 더욱 이득이 되어버렸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조조와 순욱은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한번 산양군수와 만나보고 싶군.”
“하지만 주군께서 움직이시는 것은 곤란합니다.”
“아오. 하지만 그를 불러봤자 그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일단은 제가 한번 만나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대가? 그대라면 괜찮겠지만… 바쁘지 않겠소? 또한 그대의 조카인 순유가 있다고 한들 아직 그는 연주 내에서의 경험이 일천하오. 그 혼자서는 힘들 것 같은데.”
“제가 아는 몇몇 인물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가장 괜찮은 이가 있기는 하나…”
“하나?”
순욱이 머뭇거리자 조조는 피식 웃으며 어서 말하라고 손을 들어 올렸고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당한 식견이, 지식이, 판단력이… 그 외 다른 부분을 쳐도 저와 비교해서 훨씬 나은 이입니다.”
“그런 이가 있소?”
“다만… 조금 건방진데다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해서…”
“하하. 그런 이가 있단 말이오? 그게 누구요?”
아직까지 망설임이 남았는지 순욱은 계속해서 입술만 우물거렸고 조조는 웃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후.
겨우 망설임을 없앤 순욱은 떨떠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영천군 양적현 사람으로… 성은 곽. 이름은 가를 쓰고 있는 이입니다.”
“영천군 양적현 사람이면 그대와 동향 아니오? 그리고 희지재와도…”
얼마 전에 병사한 희지재를 떠올리며 조조는 우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뛰어난 신하이며 책략가였는데.
너무나도 허망하게 죽어버린 것이 아쉬웠던 조조는 쓴 입맛을 달랬다.
“네. 허나 동향이라는 이유로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재능은 저를 능가하며 희지재 역시 그를 인정하며 스스로 그를 이길 수 없다 말할 정도였습니다.”
“희지재와 그대가 그토록 인정할 정도의 사람이오? 하지만 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은 거요?”
“말씀드렸다시피 성격에 문제가… 호불호가 너무 강한데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세상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자입니다. 만약 그의 눈에 주군께서 차지 않는다면… 주군께서는 태어나 한번도 듣지 못한 욕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함부로 천거하기 어려웠습니다.”
“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오히려 기대되는군. 그토록 재능이 있는 이라면 그만한 오만은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소? 진유하를 보시오. 그 어린 나이에도 나에게 거래를 제안했지만 난 웃으며 그 거래를 받아들였지 않소. 그렇다면 이번에도 웃으며 받아들여야지.”
“부디 주군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그럼 이 일은 그대에게 맡기겠소. 아쉽게 되었구만. 지금이 가장 원소를 치기 좋을 때인데… 마땅한 명분이 없으니…”
원소가 기주를 차지한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증거만 있다면 공손찬과 연계하여 원소를 완전히 끝장낼 수 있는 기회인데.
그것을 날려먹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조조는 짧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