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60
강하에서 채모가 끌고 온 배들은 환구항에 정박해 있었다.
그 배들을 타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난감함에 봉착했다.
“강이 엄청 흔들리네.”
정박한 배들마저도 흔들릴 정도다.
황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장강이 생각이상으로 난폭한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모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며칠 전에 비가 왔기 때문입니다.”
“비가 좀 왔다고 이정도로?”
“음… 전에 건업에서 강의 줄기를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왜?”
항구 관리인은 머뭇거렸다.
“강줄기를 이용해서 수로를 파내겠다고. 농업에 쓸 물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군요. 그 탓에 강이 좀 이상해졌습니다.”
“허…”
“아마 며칠 있으면 강물이 좀 안정될 것이니 그때 출발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송구스러워하는 항구 관리인의 말에 난 팔짱을 끼웠다.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채모를 본다.
채모 역시 배를 타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육지와 다르게 수전을 할 때는 배의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데려 온 수군들만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뒤에 서 있는 육군들.
그리고 많은 공성장비들.
“배가 무거우면 무거울 수록 바람과 강물의 흐름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나 저런 공성장비까지 있다면 더 그렇겠지요.”
“방법은 없겠소?”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
항구관리인은 나를 보며 말했다.
“천신장님께서 강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시면 됩니다. 옛부터 강물이 거칠 때는 어린 처녀를 바치면 된다 하였습니다. 제가 잘 아는 마을에 어여쁜 어린 처녀를 공급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의 처녀를 바치는 것이…”
아놔.
이건 또 뭔 개소리래?
되게 옛날 일이 떠오른다.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 처녀를 바치던 제사.
내가 서문표 흉내를 낸 후 강북에서는 그런 풍습따위 없어졌는데.
아직 이곳은 제물을 바치는 풍습이 남아 있나보다.
난 채모를 불렀다.
“채 도독.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허… 그토록 제물을 바치는 일 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그 마을이 어디지? 그 제사를 지내는 이들을 다 강에 제물로 바쳐버리시오. 천신장의 이름으로. 싸그리 다.”
“알겠습니다.”
채모는 뒤에 있는 수군들에게 명했다.
그들이 떠난다.
내가 똥씹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항구관리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무, 물론 백성을 아끼시는 승상복야께서는 이 방법이 싫으시겠지요.”
“그렇지.”
“그럼 배와 배를 엮어서 흔들림을 방지하면 되겠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적벽대전에서의 연환계잖아?
“그럼 화공에 한번에 당한느 것 아니오?”
채모와 괴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딱히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흐음…”
여강에서 전염병 잡는다고 시간 날린 걸 생각하면 하루라도 더 빨리 건업에 가고 싶었다.
“어쩌지?”
“밧줄과 사슬로 배를 묶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정도 강물의 흐름은 십일 안에 가라앉을 것 같으니…”
“흐음… 혹시 그쪽에서 수문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항구관리인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좌풍익에서 했던 것처럼 보나 수문을 만들어 물길을 조정하다가 한방에 내려보내면?
그거 막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됐다.
“그럼 기다리자.”
“그래도 됩니까?”
여강에서 이주, 그리고 장강에서 십일.
지금 내가 데리고 있는 군은 대군이다.
이정도의 군을 보유한 장군이 공격을 하지 않고 꼼지락거리면 중앙에서는 분명 난리를 친다.
저놈 저거 회군해서 반란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나만큼은 그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이런 것이 걸려서 중앙에 내 세력을 잔뜩 넣어두고 온거니까.
조앙과 종요, 그리고 양 사형까지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그리고 이번 건업 원정은 기간도 없었다.
“그쪽에서 개수작을 부려도 뭐… 딱히 걱정은 없으니까. 그냥 느긋하게 있자고. 채 도독, 괴 군사. 식사나 하러 갑시다.”
“어…”
둘이 당황했지만 어쩌겠냐.
물길이 안열린다는데.
다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걱정하는 듯 보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난 웃었다.
“일단 그들을 믿도록 합시다. 괜히 무리를 해서 당하지 말고.”
“하하… 알겠습니다.”
그들이 난감해하며 대답한 사이 도사복을 입은 이와 무당이 끌려왔다.
“놔라! 이놈들! 용왕님께서 네놈들을 벌할 것이다!”
“놓아라!!”
그들이 끌려오자 난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오~ 이거 참. 훌륭한 분들이 오셨군.”
“헉!? 천신장님!?”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천신장님께서 이 난폭한 이들의 목을 치시고…”
웃기는 소리.
난 가볍게 손짓했다.
서황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저들을 강물에 던져라.”
“엑!?”
“천신장 나으리! 왜 이러십니까! 천신장나으리!! 나으리!! 저희를 버리시는 겁니까!! 나으리!! 저희들은 강의 신을 항상 공경하며… 으아아아아!!”
거친 강물에 빠진 그들이 허덕이다가 물 속에 빠져든다.
그것을 본 후 난 웃었다.
“앞으로 인신공양하는 놈들 있으면 다 데려와. 내가 내는 시험을 통과하면 천신의 제사장으로 인정해줄테니까.”
“내시는 시험이라는 것이…”
“마마에 걸린 이와 칠일간 함께 먹고자고 하는거지. 그 외에 괴질이라든가… 불 속에서 하룻밤 버티는 시험도 있고. 취향껏 다양하게 준비해 놓을테니까.”
“아, 아하하…예에.”
항구관리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꾸했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이 인신공양 풍습과 관련된 놈들 다 강에 쳐넣어. 호족이고 관리고 뭐고 상관없다. 불만 있으면 나한테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어차피 배도 못 띄우는데 이 근처의 인신공양 풍습이나 없애야겠군.
아무리 내가 중앙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지만 할 것은 해야 한다.
현재 상황,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한 일들 때문에 건업 공략이 늦어지고 있다.
사정을 적은 서찰을 준비한 후 승상복야의 인장을 찍었다.
“이거 합비에 좀 가져다 줘라.”
“알겠습니다.”
서찰을 받은 장합이 나간다.
장합도 빠지면 지금은 서황 정도만 남는거군.
어차피 물길이 제대로 나지 못하면 움직일 수도 없다.
난 창 밖으로 보이는 강줄기를 보았다.
여기서 봐도 물살이 거친 것이 보인다.
“이거 참.”
“난감하군요.”
내가 이래서 수전을 싫어하는거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거든.
한숨을 내쉬며 몇가지 일을 처리했을 때 채모가 들어왔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요.”
“알고 있습니다. 괜한 소리를 할 생각도 없고.”
“다만…”
채모는 입맛을 다셨다.
왜 그러는 것일까?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게된다면 그들 역시 수전을 준비할지도 모르겠군요.”
“수전이라… 솔직히 자신없는데.”
전에 백마항을 공략할때도 나름대로 공부해봤지만 수전은 정말 적응되지 않는다.
물길의 흐름을 읽는 것은 숙련된 선원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숙련된 선원은 커녕 배도 잘 안타는 나다.
그런 내가 물길을 읽어낸 후 지휘를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 없잖은가.
내가 난감해하자 채모와 괴량은 피식 웃었다.
“수전은 저희에게 맡겨주시면 됩니다. 육전에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 말입니다.”
“이거 정말 마음이 든든해지는군.”
“강하에서 데려 온 수병이 팔천 정도 됩니다. 그들만으로 배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병사들에게 수군의 훈련을 시켜도 되겠습니까?”
“무슨 훈련을 시키려는거요?”
“노를 젓는 정도입니다.”
“그정도라면야. 서황을 데리고 가시오.”
노를 젓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근육과 다른 근육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훈련을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내 허락에 채모의 얼굴이 밝아졌다.
“왜 그러시오?”
“하하… 육전사령관들의 경우 자신의 병사가 수군의 훈련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으니… 아, 그리고 흑귀대원들 중에는 수군의 훈련을 받던 이들도 있으니까 그들을 쓰는 것도 괜찮을거요.”
흑귀대원 중에서 최고참들은 양양에 있던 이들이다.
그때 양양의 현령과 함께 수적 토벌을 하며 수군 훈련도 했던 이들이니 도움이 될거다.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자 채모와 괴량은 만족하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남는 시간이다.
그동안 훈련이나 하라는 생각을 하고 병사들에게 수군 훈련을 시켰다.
이곳에서 할 일을 끝낸 후 다들 어찌하나 구경을 가봤다.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육군 훈련도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수군 훈련도 진짜 끝내주는구나.
다들 옷을 벗고 항구에서 노를 젓는 훈련을 한다.
근육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멋있다.
진정한 상남자가 되려면 저리 되어야 하는건가.
“휴식!”
“으어어어..!”
“아이고 힘들어…”
노 하나에 네, 다섯명씩 달라붙어 있었다.
작은 서까래 정도 되는 무게의 노를 위 아래로 휘젓는 것이다.
보통 힘든 것이 아니겠지.
“엇? 승상복야께선 무슨 일이십니까?”
수군 장교 하나가 나에게 예를 표하며 다가오자 난 웃었다.
“다들 고생하는 것 같아서. 내 줄 것은 없고 합비에서 받은 술이나 좀 대접해주지.”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수군 훈련에는 진짜 낄 것이 없다.
그럼 저들의 피로 회복에나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 합비와 여강에 요청해서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것을 나눠준다는 말에 다들 기뻐한다.
“훈련은 힘들겠지만 그만큼 그 훈련이 너희들의 생존과 승리에 직결되는 거다. 그러니 열심히 해라.”
“예!!”
“오를 공략하면 업에서 큰 상과 더불어 아주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주지.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힘들어하던 병사들이 기뻐하니 나도 마음이 놓였다.
다른 곳의 병사들도 눈을 반짝거린다.
그래.
열심히 해서 꼭 승리를 쟁취해다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항구 관청으로 돌아왔을 때 채모가 달려왔다.
“승상복야!!”
“음?”
“강물이 안정되었습니다! 이제 가셔도 될 듯 싶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데?
고작 오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괜찮은건가?
채모와 함께 강에 있는 망루로 가보았다.
망루 위에서 보니 강물이 전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 보였다.
“그럼 됐군. 내일 출정을 할테니 전해두도록.”
“예!”
출정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들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시간동안 훈련을 받느라 피로해진 듯 보였지만 그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
저녁이 되자 채모와 괴량을 불렀다.
출정을 내일 한다는 말에 그들은 지도까지 준비해서 전략을 말해주었다.
“만약 손가에서 방어를 나온다면 이곳에서 전투를 치룰겁니다.”
“여기는…?”
“호림항 인근입니다. 이곳에 주가의 정예들이 훈련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 훈련받은 수군들과 배는 이곳으로 이동합니다.”
“주가? 오의 사성가문을 말씀하시는거요?”
“예. 주가는 배를 이용한 상업으로 오랫동안 가문의 세를 늘려왔던 이들입니다.”
괴량은 지도의 몇몇 부분을 가리켰다.
굴곡지고 좁게 들어가는 곳.
거기에 강 중앙에 있는 작은 섬까지.
괴량이 지적한 부분을 보며 난 인상을 썼다.
“여긴 뭐요?”
“한때 장강을 주름잡던 수적. 수룡채가 있던 곳으로 이곳에서는 수룡주(水龍州)라 불리는 곳입니다. 주가는 수룡채를 물리치고 그들을 흡수하여 이곳을 점령하고 장강의 일대를 차지했지요.”
“호오…”
처음듣는 정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채모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주가가 손가와 화해를 하고 그들과 함께 움직인다면… 이 곳에 거점을 둔 후 움직일 것입니다.”
오의사성가가 과연 손가와 어떤 거래를 하고, 또 어떻게 움직일까?
건업에 보내 놓은 첩자들의 보고가 없으니 그쪽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주가가 손가와 거래를 통해 협력을 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만… 그래도 만약은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괴량의 말에는 나도 동감한다.
주의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주의해야 한다.
전쟁에서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말이다.
특히나 나에게 약한 수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곳을 점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강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며, 또 이곳을 차지함으로써 강하와 여강에서 배를 이용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방법은? 없을까? 예상에 없던 싸움을 하나 더 하는 셈인데.”
“큰 배 한두척이면 괜찮겠지만 수룡주의 물길 문제 뿐만 아니라 이곳을 그냥 지나가기에는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습니다. 바깥을 통하는 물살은 거세고, 또 곳곳에 용수라 하는 소용돌이가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배끼리 충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수룡주를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는 거군.
육전을 할 때도 고지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불만은 삼키도록 하자.
“솔직히 수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채 도독과 괴 군사를 믿겠소.”
“하하하… 승상복야의 신뢰가 막중하니 반드시 성공해야겠군요.”
“그저 따를 뿐. 이번 수전은…”
난 채모와 괴량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대들에게 주겠소. 수전의 공은 모두 그대들의 것. 하지만 실패는.”
웃었다.
괴량도, 채모도.
그리고 나도.
“실패의 책임은 내가 지지. 그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시오. 부담갖지 말고.”
“반드시 그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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