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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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옹은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를 향해 조식은 쓰게 웃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도대체 승상복야… 저 분은 어떤 사람입니까?”
“승상복야가 어떤 사람이냐라…”
조식 역시도 상당히 오랜 시간 진유하를 겪어왔다.
하지만 자신조차도 이렇다할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어떨때는 세상 다 없을 순해빠진 사람 같다.
또 어떨때는 그 어떤 존재보다 무시무시한 사람 같다.
가진 능력은 대단하지만 또 가끔씩은 헛다리를 짚는 꼴이 우스웠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조식이 알고 있는 것은 하나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훌륭한 정치가라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하하… 정치가라.”
“승상복야 스스로도 자신을 정치가라 말씀하셨지요. 고 가주님. 가주께서는 정치가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무엇이라…”
자신 역시 정치가라 자부하는 사람.
고옹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정치가는 무엇인가.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가리지 않는 이. 오히려 상인 이상으로 이득을 원하는 이겠지요.”
“그렇다면 그런 분일겁니다.”
고옹은 쓰게 웃었다.
진유하 역시도 유학을 배운 유학자다.
그런데도 스스로 천신장이라 떠들면서 백성들의 지배와 융화를 노린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정치적인 관점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전염병은 신이 내린 저주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것과 대항할 때 천신장의 이름을 마음대로 써가면서 백성들과 병사들을 독려했다.
또한 자신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서도 그 이름을 마음대로 쓴다.
세간의 학자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 따위는 전혀 두럽지 않아보이는 그를 떠올리며 고옹은 피식 웃었다.
“그런 사람이 따르는 이라면 한번 정도는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럼 조 군수.”
“예?”
“여강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가의 가신들을 두고 갈테니 그들과 함께 여강을… 잘 다스려주십시요.”
진유하가 따르는 위왕이라는 사람.
저정도 되는 사내가 따르는 이라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고옹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고 조식은 쓰게 웃었다.
“쩝. 아무래도 형님의 사람이 한명 늘어날 것 같네.”
건업의 관청.
장온은 눈쌀을 찌푸렸다.
“지금 뭐라하셨소?”
“장가에서 병력과 배를 좀 빌려주었으면 한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노숙의 말에 장온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지금 가주는 병중이라 장가의 가주 노릇을 하고 있는 장온이었다.
그런만큼 가문의 일은 그가 처리하는 것이 맞다.
당연히 이런 문제라면 자신을 부르는 것도 맞고.
“지금 손가에서 무슨 배짱으로 그런 요구를 하시는지 모르겠소만.”
“배짱? 배짱이랄 것이 있겠소?”
노숙의 뻔뻔한 말에 장온은 콧방귀를 뀌었다.
“장가를 따르는 이들은 모두 가족과 같은 이들이오.”
“그래서?”
“그들을 쉽게 맡겼다가… 또 떼죽음 당하면 어쩌라고?”
“호오…”
장온의 퉁명스러운 말에 노숙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그를 가만히 응시하던 장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앞으로의 일을 어찌할지나 생각해보시오. 듣자하니 위국에서 그 천신장께서 직접 내려온다는 정보가 있으니까.”
장온이 휙 나가버리자 노숙은 웃었다.
하지만 탁자 밑의 주먹은 피가 날 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헤실거리던 장온이다.
장가의 가주조차 아닌 애송이가 저따위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저번의 대패.
막대한 병력의 손실로 손가의 힘이 크게 휘청거렸기 때문이었다.
‘제길…’
오의 설립 배경부터 문제가 있었다.
강남 호족들의 연맹에서 출발하여 오라는 이름의 세력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호족들에게 가문을 위한 사병들은 존재했다.
손책 이후 손권이 양주목의 자리를 계승하고, 또 강동삼군을 얻었지만 아직까지 호족들 중에는 오의 맹주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 장온이었다.
노숙이 웃는 얼굴을 응시하며 주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가에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시오?”
“병력을 내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각지의 민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거야…”
지금 있는 병력들을 이용해서 그들을 달래는 수 밖에.
노숙이 애써 답하려 하자 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강동과 강남의 백성들은 손가에 대한 적의가 상당합니다.”
“말은 똑바로 합시다. 손가가 아닌…”
“그럼?”
“…뭐 그렇다고 치고.”
손가가 아닌 손권에 대한 적의가 심하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말할 수 없었다.
그게 주환이 바라는 것일테니까.
노숙이 입을 다물자 주환은 웃었다.
“저 역시 오에 가담하고 있는 호족이며, 손가를 따르는 가신이지만… 이래뵈도 한 가문의 가주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그 가문을 생각한다는 것은?”
“뭐…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요. 예를 들자면 천신장의 분노에서 피할 방법을 생각한다든가?”
“…큭.”
그 방법이 뭔지는 노숙도 알고 있었다.
신역에 침범한 자를 제물로 바치자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것으로 위국의 분노를 피하자는 것.
주환과 장온 모두 유학자다.
그들이 천신장이니 뭐니 따위를 믿을리 없다고 노숙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도적으로 천신장을 따른다는 표현을 하며 손가를 지탄한다.
주환이 부드럽게 웃고 나가버리자 주가를 따르는 이들 역시도 나간다.
순식간에 회의장의 절반 이상이 텅 비어버렸다.
장가와 주가를 따르는 가문의 가주들이 모두 나가버렸다.
이토록 결속이 약해질 줄이야.
노숙은 현기증을 느끼며 가볍게 얼굴을 쓸어만졌다.
“고가에서의 연락은?”
“그들은 아예 답변이 없더군요. 회의에 참석하라 말했지만 여강 내 백성들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그런가… 오군 내에 있는 이들은?”
“그들 역시 지금 여강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장굉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상황은 무척이나 나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손가에서 모은 병사들 중 절반 가까이는 다른 가문에서 끌어 온 사병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사병만이면 괜찮다.
가문의 혈족들이 전투에서 죽은 것이다.
하다못해 용맹히 싸웠다면 괜찮지.
싸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그런데도 그 죽음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미칠 지경일 것이다.
혹자는 손가가 수작을 부려 각 호족들의 힘을 깍은 후 위국에 항복하여 오를 삼키려 한다는 이도 있었다.
말이 되나.
애초에 위국이, 그리고 진유하가 어떤 사람인데.
틈을 보인다면 그는 전력을 다해 오를 차지한 후 호족들의 힘을 앗아갈 사람이다.
위국의 정치체계를 모르기 때문에 그딴 소리를 하는 것이다.
위국은 위왕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나라다.
명가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지만 그 중심에서 명가를 이끄는 하후가, 그리고 진가는 조가에 충성을 맹세했다.
스스로 가진 이득조차도 위국에 돌리는 이들이 있다.
비록 필요와 이득, 그리고 강남을 위해서 한 배를 탔지만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오와는 다른 체계다.
만약 위국이 오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이권은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니 이런 대응을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강남은 호족과 명가가 강하고 관의 힘이 약하다.
그리고 강북은 강력한 관의 권위와 힘으로 질서가 유지된다.
법을 준수하는 곳이다.
그리 되면 호족들은 막대한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저리 태평한 꼴이라니.
노숙은 어금니가 부서져라 빠득 이를 갈았다.
“지금 각 호족들은 그들의 호패라도 돌려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호패라…”
노숙이 한숨을 내쉰다.
당장 위국이 들어온다면 가문 전체를 잃을지도 모른데 죽은 사람의 호패가 뭐가 중요하다고.
노숙이 가 입맛을 다셨을 때 문이 열렸다.
“…회의가 벌써 끝난거요?”
출정 전과는 말투부터가 달랐다.
무척이나 갈라져 있는 그의 목소리에 노숙은 눈가를 비볐다.
“끝났습니다.”
“사성가에서는 병력을 내어준다고 하오?”
“그럴리가요.”
노숙의 답변에 손권은 허리의 고정도에 손을 가져갔다.
그것을 본 주태는 손권의 팔을 잡았다.
“놔라.”
“많이 피곤하신 듯 합니다.”
저번의 패배 이후 손권의 성격이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틈만나면 검을 뽑으려 한다.
그것 때문에 죽거나 다친 하인들이 꽤 많았다.
결국 그를 어느정도 회의에서 배제시킬 수 밖에 없었던 노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권의 뺨을 후려갈겼다.
“큭.”
“정신 차려라. 이 멍청아.”
까득 이를 갈며 노숙은 그의 멱살을 잡아챘다.
이글거리는 눈.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그 눈을 응시하며 노숙은 싸늘히 말했다.
“지금 너의 이런 행동을 사성가에서는 미치도록 바라고 있을거다. 어떻게든 손가를 유지시키려는 내 노력을 물거품으로 할 생각이냐?”
“가신 주제에…”
“그 가신에게 유폐되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있도록.”
주먹이 날아든다.
손권의 복부에 강하게 꽂힌 주먹은 손권의 몸을 굽혔다.
“크헉…”
“데려가서 눕혀.”
“저…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주군인데.
주태가 머뭇거리자 노숙은 거칠게 말했다.
“안괜찮으면?”
“…알겠습니다.”
노숙은 초인적인 인내력과 정치력으로 웃는 얼굴을 유지할 뿐 이었다.
그 역시도 분통이 터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오의 맹주라는 자가 저런 꼴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자신 역시도 손가를 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주태가 손권을 데리고 나가자 노숙은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각지에서 일어나는 민란, 그리고 이번 전투의 패배에 대한 책임 소재.
그리고 위국의 복수에 대한 걱정.
그 모든 것을 조율하기에는 손이 부족했다.
“젠장…”
중, 고급 지휘관들의 죽음이 너무 많았다.
만약 전투를 하다가 밀리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그들을 빼냈을텐데.
하지만 이건 상상도 못한 독연으로 그들이 죽어버린 것이다.
노숙이 한숨을 내쉬자 장굉은 천천히 말했다.
“일단 가장 급한 일부터 하도록 하지.”
“급한 일?”
“백성들을 안정시키는 일일세. 지금 거리에 나가면 강남의 모든 백성들에게 천신장의 분노가 쏟아질 것이라며 걱정하는 소리가 많으니까.”
기껏 철거한 사당들이 다시 세워지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과거 마마를 물리쳤을 때 썼다던 조조와 진유하의 그림 가격은 수십배로 뛰었고.
간신히 억눌렀던 천신장에 대한 것이 터져버렸다.
그것을 다시 눌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건업을 방패로 위국과 싸울때 내부에 있는 백성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후우… 알겠습니다.”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꾹꾹 누르며 노숙은 힘겹게 답했다.
간신히 노숙이 다른 가문을 설득해가며 민란을 억제하고, 백성들의 분노를 겨우 다잡았을 때 쯤 소식이 왔다.
여강이 항복했다는 소식이었다.
합비에서 출발한 진유하가 신역에 들어가 그들의 시체를 정리하고, 다시 신역을 설정했다.
그리고 그가 여강으로 간다.
그가 여강을 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후방의 안전.
그리고 안정적인 항구를 얻기 위해서다.
노숙은 상상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젠장. 고옹이라면…”
고옹은 중립을 유지하는 자다.
오에 합류한 이유도 고가와 더불어 강동의 안전을 위해서일 뿐.
그렇다면 그는 충분히 위국에 항복할 가능성은 다분했다.
여강을 빼앗긴다면?
위국은 강하와 합비를 통해 안정적인 강남의 진입로를 손에 넣게 된다.
환구항을 통해서 시상으로, 그리고 합비와 이어지는 유수항을 통해 건업으로.
모든 길목이 치명적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장강의 경우 주가가 잡고 있는 상황인데.
주가를 아직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이니 불안감은 극대화된고 있었다.
“끙…”
난감하다.
이 난감함을 어찌 해결해야 할까?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안으로 한 사내가 들어왔다.
“…뭐요?”
“고민이 많으신 것 같구려. 노 군사.”
그를 향해 차갑게 웃으며.
주가의 가주인 주환은 천천히 말했다.
“이제야 우리가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어떻소?”
그의 말에 노숙은 이를 악물었다.
“심도 있는 대화라면?”
“주가가 보유한 수군을 빌려주지. 그리고 수군장들도…”
“그렇다면 그 대가는?”
주환은 여유롭게 웃었다.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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