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66
이십여일을 더 버텼다.
수룡주에서 빠져나오는 인원들이 늘어났다.
소의를 따르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대부분 자신의 이득이다.
그 이득에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동을 하는 만큼 참을 수 없겠지.
적당히 양주 전역에 소문을 내고 돌아 온 종리목이 준 문서를 받았다.
“흠… 그나저나 오의 사성가 중 하나인 장가에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군. 예상 밖인데?”
“한때 장가가 오에서 발을 빼겠다고는 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남아 있는 듯 싶습니다.”
“왜 그럴까?”
남아봤자 별 볼 일없을 텐데?
내가 궁금해하자 종리목은 조심스레 답했다.
“저도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손견과 장가의 가주인 장윤이 옛날에 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거의 의형제에 가까운 사이였다고.”
“그런 것인가… 그때의 의리를 지킨다고 사지에 남아 있다니. 멍청하군.”
“아무리 지금 장가의 소가주인 장온이 잠룡이라 불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가주인 것은 아니지요.”
“호오… 그럼 어찌 되려나?”
“글쎄요.”
내 앞에 있는 이가 종리목이라는 것을 잊었군.
요새 채모나 괴량과 대화를 하다보니 나름대로의 의견이 나왔는데 종리목은 그저 사실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뭐 됐어. 아무튼 지금 장가는 수룡주에 없고 딱히 하는 행동이 없다는 거지?”
“예. 건업에 보내 놓은 부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다른 행동은 없다고 합니다.”
“좋아.”
종리목, 그리고 수룡주에서 탈주한 이들의 보고에 의하면 수룡주에서 각 호족들간의 관계는 최악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노숙이나 주환이 필사적으로 그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수룡주에서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오와 결별을 선언하고 나가는 이들이 늘어 전에 있던 병력의 삼분지 이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한달만에 삼분지 일을 없앴다라…”
솔직히 놀랍다.
지금쯤 됐으면 절반 정도는 빠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만큼이나 남다니.
노숙과 주환의 수완을 인정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인정하는 건 인정하는 거고… 나도 선택의 순간이 왔군.”
이제부터 선택의 순간이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도 노숙은 수룡주에서 병력을 빼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남는 병력과 물자를 전부를 수룡주를 지키는데 쓰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육군이 건업에 상륙하게 된다면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어떻게든 그것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수룡주가 아무리 저들에게 유리한 전장이라고 하더라도 전쟁에서 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거기에 우리가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항구에서 대기하며 육군들에게 노젓는 훈련을 계속적으로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중, 고급 장교들에게 수전 전술을 주입시켰고.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는 더욱 유리해지고, 적들은 더욱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흐음…”
방법은 두가지다.
버티기로 저들을 말려 죽이냐.
이제 됐으니 바로 치느냐.
익주쪽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으니 좀 더 버텨도 될 것 같은데…
“음…”
“저. 승상복야.”
“음?”
“수룡주를 치실 예정이십니까?”
“그렇다면?”
“혹시 저희도 참전해야 하는 겁니까?”
“음. 그러려고 하고 있는데… 참전하기 싫은건가? 싫다면 하지 않아도 좋네.”
돈, 그리고 이득.
내가 제시한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들에게 장강의 관리를 맡길 생각이다.
도적의 생리는 도적이 안다.
그런만큼 전직 수적이었던 종리목과 수로채가 장강을 관리한다면 수적들의 관리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생길 수 있는 수적을 제거하기 편하다.
예전 산양군에 넘쳐나는 도적들 잡을 때 양양에서 데려 온 흑귀대가 엄청난 활약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들에게 큰 이득이 되는만큼 종리목이 이제와서 배신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서 전장에 내보내려 했다.
만약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고.
좀 더 버티면서 수군의 수를 늘리고 오의 힘을 빼는 작전을 펼치자.
내가 무덤덤히 답하자 종리목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만. 그… 부하들 가운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
“그…”
종리목은 머뭇거렸다.
뭔 얘기를 하려고?
한참동안 몸을 베베 꼬던 그가 결국 말해버렸다.
“그… 승상복야의 흑귀대에서는 공을 세우면 사족으로 신분을 올려주잖습니까.”
“음. 그렇지. 그런데? 왜. 너희들도 올리고 싶냐?”
“그렇다기보다는 뭐랄까 동기가 있으면 공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 물론 강요나 뭐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저희가 공을 세우면…”
“허. 당연한 얘기를.”
“예.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만큼 저희를 챙겨주시는 것만도 감사히 여겨… 예?”
뭘 놀라냐?
종리목은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보았다.
난 그의 시선을 피하며 차를 홀짝이다가 죽간을 내려 놓았다.
“서황. 이것 좀 합비에 가져다 줘. 슬슬 그쪽에 있는 녀석들도 불러야겠군.”
선택의 시간이지만 마음이 점점 슬슬 오를 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 여름이 지나면 우기다.
비가 많이 오면 강의 흐름이 또 난폭해지게 되고, 그리 되면 싸우고 싶어도 싸우지 못하게 된다.
우기가 오기 전에 수룡주를 점령하고 건업으로 들어갈 길을 마련하는게 나을 것 같다.
서황이 죽간을 들고 나가자 난 종리목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
“수룡주에 있는 호족의 가주급을 잡는 이는 사족으로 신분을 올려주지. 또한 전공에 따라서 관직에 오를 수도 있게 해주고. 물론 장군급은 힘들겠지. 하지만 적어도 도위급까지는 가능할거야.”
도위까지는 무공만으로도 오를 수 있다.
다만 그 위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전술, 전략, 그리고 둔전에 대한 교육까지.
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중랑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었다.
도위까지는 승상복야인 내가 추천하면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으니 문제는 없겠지.
내 말에 종리목은 바들바들 떨었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내가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치자 그는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들도 전투에 참전하겠습니다!”
“그래. 하지만 알지? 공을 세웠을 때 포상을 준다는 것은 공을 세우지 못하면 국물도 없다는 거.”
“알겠습니다!!”
종리목이 거칠게 뛰어나간다.
잠시 후 채모가 들어왔다.
수룡주에서 온 호족을 맞이하러 갔었는데.
어떻게 됐나 몰라.
채모는 죽간을 내려 놓은 후 한숨을 쉬었다.
“하하.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뭐라고 합니까?”
“수룡주의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주환을 죽이려고 하는 이까지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내부분열이 점점 심해지고 있군.
그의 말을 들은 후 난 그에게 차를 내어주었다.
“좀 더 버텨볼까 아니면 이제 슬슬 싸울까 생각중이오. 채 도독의 생각은 어떻소?”
“이제는 싸우면 반드시 이깁니다. 그리고 큰 피해 없이. 육군들이 노젓기 훈련을 마쳤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저희가 쓰고자 하는 전술을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습니다.”
적병의 수는 줄고 아군의 수는 늘었다.
적의 사기는 떨어졌고 아군의 숙련도는 늘었다.
채모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하자 난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전쟁이 너무 길어지는 것 때문에 조바심을 내시는 것은 아니고?”
“당연한 말씀을.”
“그럼 그리 합시다. 출진은 언제 할 수 있겠소?”
지금까지 내가 정략을 쓰기 위해 출진을 미뤄왔었다.
채모와 괴량 모두 걱정만 하고 있었지 내 정략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출진을 명한다.
채모의 얼굴이 밝아졌다.
“내일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그럼 그리 합시다.”
좀 더 기다리면 항복하는 이들이 늘어나겠지만.
그렇게까지 줄 필요는 없겠지.
이렇게까지 시간을 줬는데 계속 간보는 놈들까지 안고 갈 필요는 없을거다.
지금 합류한 중소 호족들이나 가문들만으로도 양주는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채모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바로 사열을 시작하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요!!”
출정 승낙을 받은 채모가 나간다.
그까지 나가자 난 죽간을 책장에 꽂으며 중얼거렸다.
“하… 노숙. 이제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구만.”
얼마나 짜증이 나 있을까.
얼마나 속이 쓰리고 있을까.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난 천천히 웃었다.
채모가 주관하는 사열이 시작되었다.
추가된 선박, 장비.
그 외에 노라든가 필요한 물품들.
모든 정비가 끝나는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채모와 괴량은 전투를 준비한 상태였다.
언제든지 출정할 준비를 마치고 내 허가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거 참 미안하구만.”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지겨웠을까.
“승상복야께서 저희에게 수전을 맡기셨으니 정략은 승상복야께 맡긴 것입니다.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채모가 웃으며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서로의 일만 하자.
괜히 각자의 영역에 끼어들지 말고.
채모는 저번처럼 긴 연설도 하지 않았다.
지휘선에 올라탄 후 동으로 만든 종을 들었다.
“이것이 오의 운명이 되리라!!”
그리고 냅다 집어 던진다.
돌에 부딪힌 동종이 깨져버린다.
그것을 본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수군과 육군이 배에 올라탄다.
항구에 정박한 배에 병사들이 타고 육군을 위한 병기와 식량, 전투를 위한 장비들이 실어진다.
수만은 이들이 차례대로 움직이는 모습에 감탄했다
.
이정도 제식을 이루려면 엄청 고생했겠는데?
“이거 장관이군.”
이 짧은 시간에 이정도로 훈련을 시키다니.
채모의 능력에 감탄했다.
“서 교위와 장 교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신병들을 훈련시키는 법이 아주 대단하더군요. 그리고 흑귀대들도 그렇고.”
그럴 수 밖에.
신병훈련소와 지휘관 양성소의 교관 역할도 하던 이들이니까 큰 도움이 될거다.
채모는 웃으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승상복야. 이제 복야께서도 오르시지요.”
“음.”
전처럼 채모가 지휘하는 배에 올라탔다.
지휘를 위한 배라 그런지 이런저런 깃발과 크고작은 뿔피리가 많았다.
“이곳에.”
갑판의 중심.
선장이 타는 곳에 마련된 깔끔한 의자에 내가 앉자 채모는 지휘봉을 잡으며 외쳤다.
“출발한다!!!”
크게 외치자 닻줄이 올라가며 배가 한번 흔들렸다.
깃발병이 깃발을 꽂고 뿔피리를 채모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것을 잡은 채모는 크게 불었다.
중후한 뿔피리 소리와 함께 돛이 펼쳐진다.
노병들이 노를 움직이자 배가 항구에서 출발한다.
“수룡주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물살과 바람이 좋습니다. 나흘 정도면 수룡주가 보일 것입니다.”
“그럼 나흘 안에 적들과 싸울 수 있다는 거군.”
“그렇지요.”
채모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보였다.
이번 오 정벌에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룡주의 수군들이다.
그들을 상대하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라니.
내가 머뭇거렸을 때 채모가 외쳤다.
“수귀단과 합류한다!! 대열을 유지하라!!”
“수귀단?”
“수로채의 수적들입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위국의 단에 속하겠다면서… 수귀단이라고 이름지었지요. 승상복야께서 받아들인다 하셨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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