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69
아무튼 산월족이라.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삼국지에서도 오는 산월족과 묘족의 침범을 막느라 꽤나 국력을 낭비했다고 들었다.
오를 잡아낸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처리가 문제겠군.
이제 오 공략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훗날의 일도 생각을 해둬야겠다.
비잔은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승상복야. 저 같은 하급 장교가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만… 이 모자란 이에게 한마디만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말해보게나.”
“저 역시 귀가 있어 승상복야께서 좌풍익에서 하신 일은 알고 있습니다. 승상복야께서는 이민족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들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세금만 내고, 법만 잘 따르고, 관의 지시를 어기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지.”
한민족이 별거냐.
같은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한민족이지.
백성의 의무에 충실하면 얼마든지 한 나라의 일원으로 받아 줄 수 있다.
비잔은 무언가 결심한 듯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승상복야!! 만약 오를 처리하시고 나면… 월족들을 포섭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저를 내세워주십시요!”
“응?”
얘는 또 뭔 소리래?
채모도 당황했는지 그를 잡았다.
“자네! 그게 무슨 소린가!”
“승상복야!! 월족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위국의 자비를 내려주십시요!”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비잔이 채모의 밑에 들어간 것은 몇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채모는 채가의 가주이면서도 주변에 이름난 명사였다.
또한 성정이 호탕하면서도 계산이 빨라 많은 이들이 그를 따랐다.
그런데다가 위에 항복한 이후에도 조조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된지라 그의 밑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은 많았다.
그리고 비잔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산월족이라면 차후 장강에서 움직일 때 도움이 될까 받아들였는데… 허. 자네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군.”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주님.”
채모는 한숨을 쉬었고 난 턱을 만지작거렸다.
“나쁜 건 아니잖소. 어차피 산월에 대한 문제도 해결했어야 했는데. 비잔이 산월족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하지만 산월과 묘족은 성정이 사나운 이들.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비잔은 항변하지 않았다.
채모도, 그리고 괴량도 비슷한 의견이다.
하지만 난 좀 다른 의견이었다.
“저족도 그리 상냥한 호구 놈들은 아니었고 삭주의 유목민 역시도 자부심이 강한 이들이었지. 하지만 공통점이 있소.”
“그게 뭡니까?”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거지. 맞으면 아파하고 슬프면 울고, 편하면 좋아하고.”
“한수에 대한 일은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한수가 반란을 일으키고 유목민들을 끌어들인 것이 한과 융화되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까?”
“일단은 그렇지.”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실제로는 서로간의 이득 때문에 그랬던 것이지만.
채모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비잔을 보았다.
“산월족이나 묘족 역시 자신들의 풍습이 있고, 문화가 있습니다. 그것을 버리지 않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상관없소. 난 강제로 한의 문화를 주입시키지 않으니까.”
“예?”
억지로 시켜봤자 안한다.
강제로 개종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자기들이 아쉬우면 스스로 넘어오겠지.”
사람은 똑같다.
배부르게 먹고 싶어하고, 편안하게 잠들고 싶어하고, 밤에는 자고싶어하며, 낮에는 놀기를 원한다.
“그냥 주변에서 농경과 목축을 실시하면 되는거요. 그리고 적당히 교역을 하면 되지.”
“그들을 빼앗는 자들입니다. 즉…”
“농경과 목축을 실시하면 그들이 도적이 되어 들어올거라는 말씀이시오?”
“그렇습니다.”
비잔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렸다.
난 그를 힐끔 보았다.
내 시선에 더더욱 움츠려든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충분히 있소. 비잔. 스스로 나서서 이렇게 제안을 한다는 것은 너 역시도 이 일에 가담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겠지?”
“무, 물론입니다!”
“좋아. 일단 지금 목표는 오를 잡는 것이다. 오를 잡고 난 이후에도 네가 살아 있으면, 그리고 공을 세운다면 자세한 방법을 말해주지.”
산월족 뿐만 아니라 흉포한 이민족들을 상대하기 좋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내 말에 다들 떨떠름해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중요한 일부터 해보자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온 나는 벌써 일어나 있는 채모에게 다가갔다.
“좀 주무셨소?”
“하하… 예. 그보다 승상복야. 이제 곧 입니다. 저쪽을 돌면 바로 지온곡이지요.”
“그렇군.”
곡(谷)이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작은 언덕이 강의 우측에 존재했다.
좌측에는 그저 넓은 강변이 보일 뿐이다.
그럼 주의해야 하는 것은 우측의 언덕 뿐인가?
내가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자 채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곳에서 공격하기는 힘들겁니다.”
“나라면 저기서 공격을 할텐데… 우리가 쓴 것처럼 투석기라든가, 아니면 노를 쏘든가.”
“지형 자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저도 저곳은 몇번 가보았습니다만… 늪지가 많은데다가 지반이 약합니다. 투석기를 쓰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흠… 하지만 화살공격은 가능하지 않을까? 방패병들을 준비시켜야겠군.”
“그게 낫겠군요.”
채모가 뿔피리를 불어 명령을 지시한다.
방패병들이 우측에서 오는 화살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렸을 때 선두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이건 나도 아는 소리다.
“선두에서 유목을 발견한 듯 싶군.”
“그렇습니다. 승상복야. 어쩌시겠습니까?”
지금이라면 내가 선두로 이동할 수 있다.
선두로 가 적과 대화를 나누고 싶냐고 묻는 것이다.
“그놈들과는 더 이상 할 얘기 없소.”
이미 시간은 충분히 줬다.
그런데 뭔 얘기를 해?
이제부터는 문답무용으로 박살내면 될 일.
채모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 후 깃발병에게 외쳤다.
“수기를 흔들어라!! 전투 준비!!”
계획했던대로 수귀단이 선두에서 움직인다.
작은 돌격선들이 빠르게 나아가는 사이 정규 선단이 대형을 갖춘다.
난 계속 언덕 위를 응시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찝찝한단 말이지…”
“하하하… 그렇다면.”
채모가 작은 뿔피리를 들었다.
날카로운 피리소리가 퍼지자 다른 배에서도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장강에 뿔피리 소리가 퍼진다.
그리고 배들이 이동했다.
좌측으로.
안전한 강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움직인다.
“이정도면 화살의 사거리는 벗어났습니다. 물론 노의 사정거리까지는 힘들지만. 그래도 방패가 있으니 공격은 쉽게 막을 수 있습니다.”
“방패병들에게 좌측의 방어도 지시할 수 있나?”
“좌측…이요? 좌측은 왜…?”
“모래사장은 매복을 하기 아주 좋은 곳이지. 특히나 저 숲이 있는 곳이라든가. 투석의 위험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찝찝하네.”
나도 육전은 꽤 겪었다.
나름대로 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저 숲이 정말 거슬린다.
“알겠습니다.”
육지에서의 매복이나 기습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
채모는 별다른 불만 없이 지시를 내렸고 두터운 방패가 양쪽에 세워졌다.
“좀 안심이 되는군.”
그때.
백사장에서 한무리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쏴라!!”
“하. 귀여운 짜식들.”
어쩐지 찝찝하더라.
백사장 뿐만 아니라 언덕 위에서도 궁수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미 방어를 준비한 우리는 별다른 피해 없이 기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우리도 쏴줘라!!”
언덕 쪽은 힘들지만 백사장 쪽은 이미 사거리 안쪽에 들어와 있었다.
방패로 막아내는 우리와 다르게 모래사장에 숨어 있던 병사들은 엄폐물 따위는 없었다.
몇몇이 모래 속에 숨겨 둔 판자로 공격을 막았지만 대다수는 그 판자를 꺼내기도 전에 당해버렸다.
“노를 쏴!!”
거리가 가까운 만큼 판자도 꿰뚫을 수 있는 위력의 노가 좋다.
강노병의 강노가 쏘아지며 판자 뒤에 숨어 있던 적병들의 몸을 꿰뚫는다.
그렇게 그들을 처리했을 때 선두의 신호가 들렸다.
“수귀단이 움직인다는 신호입니다.”
“강물의 흐름상 유목은 저들에게 떠내려가야 하는 것이 맞을텐데… 신기하군.”
물살은 건업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물이 흐르고 있는데 유목이 떠내려가지 않고 있다니.
“중간 쯔음해서 밧줄로 막아 둔 모양이군요. 그리고 유목에 돌을 매달아 고정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돛 위에서 확인한 병사의 수신호를 확인한 후 말해주었다.
종리목이 이끄는 수귀단이 움직여 유목을 밀어내는 것을 본 나는 망원경을 채모에게 돌려주었다.
“아직 적은 보이지 않는데…”
“이제 곧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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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온곡 초입에 들어서자 괴량은 종리목을 불렀다.
긴장한 종리목에게 괴량은 작전을 설명했다.
“초입의 물살은 강하지. 그곳에서 유목으로 방어를 한 후 적이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사거리 바깥에서 대기하다가 유목에 막혀서 그것을 처리하는 아군을 공격한다.
적의 전술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종리목 역시 동의했다.
“약속했던대로 우리가 길을 열겠소. 그리고 유선(油船)도 보내놓고”
“음… 그게 좋겠지.”
“후방의 안전은?”
“채 도독이 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 그럼 종리목. 자네는 수귀단을 이끌며 유목을 처리해주게. 그 뒤를 우리가 열테니.”
“알겠소.”
종리목에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말해주었다.
그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괴량은 피식 웃었다.
“참 세상 일이 어찌 돌아갈지 모른다더니.”
“음?”
“수적인 자네와 이렇게 한 편이 되어 전략을 이야기할 줄은 몰랐어.”
“하하하… 그건 우리 쪽에서도 자주 하는 소리요.”
토벌의 대상에 불과했던 수적이다.
그런 수적이 정규군과 힘을 합치다니.
“적이 있어야 손을 잡는 것 아니겠소?”
“그렇지… 아무튼 잘 해보게. 자네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말일세.”
“알겠소.”
괴량과 서로 무운을 빈 후 종리목은 자신의 배로 돌아왔다.
전선들과 다르게 자신들의 배는 노선이다.
돛을 달지 않고 오로지 노로만 움직이는 누각선이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되었다기보다는 적선에 달라붙기 위한 박간이나 갈고리들이 잔뜩 달려 있는 배들이다.
종리목은 갈고리가 달려 있는 박간의 상태를 확인한 후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알고 있겠지?”
“그런데 대장.”
“음?”
“결국 이렇게되면 우리가 화살받이가 되는 것 아니오?”
“그럼 사족이 되는 일이 쉬운 줄 알았냐? 그리고 관선을 털 때도 비슷했잖냐. 어차피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거다.”
“그렇긴 하지만.”
불안해하는 부하들을 달랜다.
종리목은 슬슬 목표지점에 도착해가는 것을 깨달았다.
후미 쪽에서는 아직 별 반응이 없다.
그때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좌측으로 배를 움직이라는 신호다.
‘언덕에서의 공격을 피하려는 건가…?’
어차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노꾼들이 배의 방향을 바꾼다.
천천히 좌측으로 이동한 배에 선 채 종리목은 차분히 말했다.
“보인다.”
강물에 떠 있는 유목들, 그리고 그 유목 너머에 있는 배들.
몽충선을 둘씩 엮고 다른 배들과 밧줄과 판자로 만든 다리를 만들었다.
거대한 진형을 만든 궁수들이 자리를 잡고 아군이 유목을 넘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곧 험지로 들어가는 것이다.
종리목은 뱃머리에 선 채 말했다.
“다들 죽을 준비는 됐나!?”
“강의 신께서 우리를 돌보신다!!”
사기는 높다.
도적들의 삶은 고달프다.
언제나 목숨을 걸고 습격을 해야 한다.
습격을 해서 관선이나 상선을 탈취한다고 하여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장물아비에게 넘기며 수수료를 떼이고, 혹은 안전을 위해서 관에 얼마간 돌려주고.
그러다보면 목숨걸고 일한 것 치고는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 수가 많으면 더욱 그랬다.
모두가 이득을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번 싸움에서는 얻는 것이 많다!! 죽어도 얻는 것이 있어!! 어차피 날파리 같은 목숨인데 뭐가 두렵나!!”
그렇기에 위의 수군조직이 된 것이다.
위국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전사자에게는 그만큼의 대우를 해준다.
일개 용병처럼 움직일 경우 승전이 아닐 때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위국은 다르다.
죽어도 그 죽음에 대한 값을 후하게 치뤄준다.
어차피 그냥 살아도 목숨을 걸며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안전한 보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종리목은 갈고리처럼 생긴 검을 뽑으며 외쳤다.
“우리의 목숨을 위왕 전하께!!”
“위국에 영광 있으라!!”
수적에게 있어서 신은 오로지 강의 신 뿐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돈 주는 사람.
자신들의 목숨값을 후하게 쳐 줄 위왕에게 이 싸움의 영광을 돌린다.
“가자!! 노를 움직여라!!”
“오오오!!”
가장 선두에 있던 종리목의 배가 앞서나간다.
그를 시작으로 수귀단의 배가 유목을 향해 나갔다.
유목 앞에 도착하자 종리목은 강하게 외쳤다.
“뚜껑 덮어!!”
지금 적들이 쓸 수 있는 수는 화살 뿐.
그렇다면 판자로 만든 방어벽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그 피해를 대부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될 경우 적의 상황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자신들의 후방에 있는 괴량이 그것을 파악해 뿔피리로 알려준다고 했으니 걱정을 줄일 수 있다.
“밀어!!”
“대장!!”
“뭐야?!”
“유목에 밧줄이 걸려 있수!! 아무래도 돌로 고정시켜 놓은 것 같은데!?”
“이런 썅.”
종리목은 이를 갈았다.
쉽게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거지?
“입수해!.”
“알겠수!”
물 속에 들어가서 밧줄을 잘라내어 고정되어 있는 유목들을 떠내려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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