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71
돌격선과 유선이 유목과 섞여 적들의 진영으로 향한다.
배들에 실려 있던 기름들이 천천히 번져나간다.
강 전체에 기름을 뿌릴 필요는 없었다.
유목이 있는 곳에만 기름이 들어가면 된다.
반짝이는 기름이 유목과 함께 흘러오자 오군의 병사는 당황했다.
“기름이다!! 기름!”
이 미친 놈들.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 생각이란 말인가?
그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도망쳐!!”
몽충선들을 엮어 발판을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기름을 뿌린다는 것은 화공을 쓰겠다는 것이다.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안정적으로 방어선을 만들기 위해서 배들이 엮여 있었다.
결합을 풀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다.
“온다!!”
적의 화시, 그리고 저번의 전투때 보여졌던 화탄이 날아든다.
“불이 붙는다!!”
흐르는 기름 위에 화시가 떨어진 순간 붉은 불이 피어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기름이 유목까지 태웠고 그 불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막아!!”
병사들은 당황했다.
이만큼의 기름을 쏟아붓다니.
도대체 얼마나 물자가 많은 것인가.
아니, 그것이 끝이 아니다.
유목이 있는 곳에 화탄이 쏟아진다.
유목에 맞은 화탄이 깨어지며 그 안의 기름이 터져나온다.
화탄 안의 기름독이 터져나가며 화염이 더욱 커진다.
“배를 풀어!! 닻을 올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강물의 흐름에 의해 불타는 유목은 이미 아군에게 완전히 접근해버렸다.
배끼리 단단히 연결된 탓에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
“피해!!”
배에 그대로 있다간 타죽는다.
그들이 뛰어내리는 사이 불이 배에 옮겨 붙었다.
강물을 따라 번지는 기름에도 불이 붙는다.
적을 막는다?
이런 상황에서 적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얼굴이 뜨거울 정도의 불이 유목들과 함께 다가오고 있는데.
장교들의 악에 바친 외침에도 병사들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불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제기랄!!”
결국 장교들도 배에서 뛰어내렸다.
그나마 후방에 있던 배들은 나았다.
겨우 결속을 해제할 수 있었으니까.
“결속이 해제된 배를 선두로 보내!!”
“미쳤어!?”
“유목과 불이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면 움직일 수 있는 배로 막아야 한다!! 배를 보내!!”
“저기로 가면 죽어!!”
서로 악을 쓰며 싸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군을 이끄는 지휘관.
손가의 무장인 여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 상황에서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판단은 빨라야 한다.
점점 기름이 번져가고, 또 적들이 쏘아대는 화탄은 늘어나고 있었다.
불길 너머로 적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그들을 노려보던 여대는 강하게 외쳤다.
“결속이 풀린 배를 선두로 보낸다!”
“미쳤소!? 저리로 가면 간 놈들은 모두 죽소!!”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도 불 속으로 배를 보낸다고?
주치가 이를 갈며 말하자 여대는 자신의 멱살을 잡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다 죽는 것보다는 낫지!! 이곳은 수룡주를 막는 최종 방어선이다!! 여기가 뚫리면 바로 수룡주야!!”
“그럼 당신 부하들이나 보내시오!! 난 내 부하들을 뻔히 죽을 수 밖에 없는 사지로 보낼 수 없소!!”
그에게 일갈한 주치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차라리 수룡주에서 주환과 함께 방어전선을 만드는 것이 낫다.
지금 지온곡에 있는 주가의 배는 모두 사십여척.
그 중 열척이 벌써 불에 타버렸다.
가뜩이나 병력과 배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냥 태워먹어야 하다니.
주치가 반항하자 여대는 검을 뽑아 그에게 겨눴다.
“항명인가!?”
“개소리 집어 치워!! 좆같은 손가의 개 주제에!!”
“뭐!?”
“가주님의 명령 때문에 네놈들과 함께 하고 있지만 내 친구들이 합비에서 죽은 것!! 잊지 않고 있다!!”
그의 검을 완갑으로 걷어내며 주치는 뒤로 물러났다.
허리의 검에 그가 손을 가져가자 여대는 이를 갈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불은 늘어나고 적들은 다가오고 있었다.
“불길이 있는 동안은 적들도 이곳까지 올 수 없다!! 그 사이 태세를 정비해야 한다고!! 그러려면 배로 막을 수 밖에 없어!!”
이렇게 떠드는 사이에도 불타는 유목과 기름 섞인 강물을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주치는 그의 명령을 단호히 거부할 뿐 이었다.
“그럼 막으라고!! 손가의 배로!!”
“이런 개…!!”
결국 주치는 바로 몸을 빼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배의 결속을 해제한 그들이 수룡주로 후퇴하는 것을 보자 여대는 고민했다.
지금 있는 배는 손가의 이름으로 나온 배는 사십여척.
다행히 선두에서 불타고 있는 것은 대부부분 주가의 배였다.
그런만큼 손가의 피해는 아직까지는 적었다.
“여 교위! 어찌합니까!”
“젠장!! 배를 모아!! 불길이 더 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결합이 해체된 배는 후방으로 가고!!”
‘젠장… 상황이 이리 된 것을 보니 동습은 죽었겠군…’
유목과 기름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것을 보면 이미 쇠사슬을 이용한 방어는 뚫렸다고 볼 수 있었다.
쇠사슬을 지키기 위해 보내졌던 동습이다.
동습이 배신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동습마저 당하다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남은 방법은 하나 뿐이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손가를 위해 죽는다!!”
*****
“자알~ 탄다.”
피어오르는 화염이 만들어낸 검은 연기가 하늘을 수놓는다.
그것을 지켜보며 난 무덤덤히 말했다.
괴량이 어떤 책을 쓸 것인지는 어제 들었다.
돌격선을 이용해서 길을 뚫고, 그 뚫어진 길로 유선을 보낸다.
그리고 화공을 통해 적들의 방어를 무력화시킨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불이 얼마나 강하느냐였다.
“저렇게 불이 강해서야 우리가 갈 수 있으려나?
가끔씩 들리는 폭음은 아마 화탄이 터지는 소리라고 생각된다.
내가 묻자 채모는 싸늘히 웃었다.
“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저희가 기름을 퍼붓고 있다고 하지만 장강 전체를 태울 수는 없지요.”
“흐음…”
“어차피 저들과 교전을 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이게 낫습니다. 방어선을 무너트릴 정도로만 화공을 쓰는 것이니까…”
“그렇겠군.”
대놓고 방어선을 구축한 오군과 싸우는 시간, 그리고 불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큰 차이는 없을거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화공을 쓰는 것이 나았다.
화공을 쓰면 적어도 아군의 피해는 상당히 줄일 수 있으니까.
“화탄의 위력이 정말 강하군. 얼마나 가져왔소?”
“이제 슬슬 아껴야겠지요.”
“다음에 화공을 쓸 수 없는 건가?”
“적어도 수룡주와 건업성의 공략때 쓸 정도는 남겨두었으니 걱정마시길.”
“그런데 궁금한게…”
“예?”
“저만큼의 기름은 어디서 난거요? 화탄이나 그 외의 작전들을 보면…”
멀리서 봐도 불이 엄청나게 강하다.
저정도로 태워먹으려면 기름을 엄청 쓴 것 같은데.
강하에서 가져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내 질문에 채모는 히죽 웃었다.
“합비에서 받았습니다. 교사원의 요원들과 함께 같이 보내더군요.”
아이고.
정욱이 알면 혈압이 오르겠구만.
유복의 유언에 따라 합비를 지킬때 쓸 어유를 준비해 놨는데 그 어유를 홀라당 가져와버린 모양이다.
유수항에서 대기를 할 때 합비에서 교사원의 요원들이 내 호위를 위해 찾아왔다.
그때 이런 저런 물자들을 잔뜩 가져오더니.
그 물자 중에 기름이 있었구나.
“아껴뒀다가 국 끓여먹을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긴 그렇지. 쓰라고 모아 놓은 것이니 써야지. 아끼다 똥되니까.”
기껏 합비 방어전의 포상으로 얻은 물자들을 이번 전투에 다 써버리는구나.
채모는 부드럽게 웃었다.
“장 성주가 쉽게 내어주더군요.”
“그래?”
장료가 허락했다기보다는 육손이 허락한 것 같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이제 슬슬 진군해야 합니다.”
“그렇군.”
내려져 있던 닻이 올라오며 배가 움직인다.
전장에 가까워질 수록 화염의 기세가 강해진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단단한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방어선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어떻게든 불이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를 남겨두고 적들은 기름의 움직임을 막았다.
“적 지휘관도 바보는 아니군.”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기름이 한도 끝도 없이 있을리 없다.
태울 것이 없으면 불은 타지 않는다.
유목과 기름의 움직임을 배들로 막아낸 후 남은 배들을 뒤로 빼 방어를 준비한다.
적의 판단에 난 감탄했다.
“결국은 수전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건데… 적들이 다시 배를 결합하지 않을까?”
“그게 그렇게 쉬운게 아닙니다. 배를 합치는 것과 방어선을 만드는 것은 꽤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요.”
채모는 망원경으로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이제는 합친다고 하더라도 딱히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적선 중 절반 정도가 전장을 이탈하고 있습니다.”
“허…”
적을 코앞에 두고 누구는 이탈하고 누구는 남아?
내가 기가막혀하자 채모는 피식 웃었다.
“이래서 연합이니 연맹이니… 결국 오합지졸에 불과한 것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예상대로 흘러가니 찝찝하구만. 그럼 후퇴한 병력은 수룡주로 결집하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거기서 최종전을 벌이려고 하겠죠.”
난 망원경을 받아 전방의 상태를 살폈다.
수귀단에서 긴 막대를 이용해 불길 속에 있는 유목들을 밀어낸다.
힘을 받은 유목들이 흘러가며 타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저 뜨거운 곳에서 잘도 움직이는구만.
선두에 있던 이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길을 만드는 동안 아군의 배가 움직였다.
노병들 역시도 노와 장대를 들었다.
유목과 타들어가는 배의 파편들을 밀어내거나 물에 밀어 넣어 불을 끈다.
불 근처에서 저런 작업을 하다니.
서서히 사그라드는 불을 보며 난 중얼거렸다.
“뜨거울텐데 잘도 하는군.”
“다들 감안하는 것입니다. 방향을 바꿔! 좌현으로 이동하라!!”
길을 인도하는 것에 따라 우리가 타고 있던 배 역시 방향을 틀었다.
아까 전 까지만 해도 단단한 방어진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활활 타오르며 한줌의 재가 되어가고 있다.
“보라. 장강은 붉게 타오르고 있다…인가?”
눈 앞에 있는 장강이 모두 불타고 있다.
하늘마저도 태울 것 같은 기세로 불이 점점 강해진다.
내 말에 채모는 여유롭게 웃었다.
“태울 것이 아직 남았잖습니까.”
“그렇지… 이제는 수룡주와 건업을 태워버려야지.”
장강의 불은 사그라들지만 강남에 지펴진 전화의 불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적이 있군요.”
적의 방어선이 있던 곳을 지나자 채모는 전방을 보며 말했다.
나도 전방을 보았다.
적선이 전투를 위한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저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다시 배를 결합하여 적게나마 진형을 꾸린 것 같지만…”
어설프다.
매우 어설픈 진형이다.
수전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작은 진형이었다.
채모는 웃으며 말했다.
“선두로 가시지요.”
앞에 있던 배들이 길을 내어주며 나와 채모가 탄 지휘선이 선두로 이동했다.
괴량은 여유롭게 웃으며 적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 될 것 같소?”
“적장을 알아냈습니다. 적장은 여대. 오랫동안 손가에 충성한 무관입니다.”
“그런가…”
그래도 일단 예의상 물어나보자.
앞에 있는 이십여척의 배를 지켜보며 난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아아!! 들리나!?”
대답따위는 없다.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나는 위국의 승상복야! 진유하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더 저항 할 필요 있나!? 슬슬 항복하고 끝내자!!”
대답 대신 날아 온 것은 화살이었다.
방패병의 방패에 의해 화살이 막히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싫다는군. 그럼 박살을 내버려.”
“알겠습니다. 괴 군사. 어찌하겠소?”
“저희가 가지요.”
괴량과 종리목이 움직인다.
종리목의 수귀단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다가가는 것을 보며 여대의 군이 화살을 쏘았지만 수귀단을 막을 수 없었다.
“박간 준비!!!”
괴량이 이끄는 수군이 후방에서 화살을 쏘며 지원을 해준다.
그 사이 수귀단의 기형적인 배들이 움직였다.
배의 선두에 자리잡은 기둥이 천천히 올라간다.
기둥의 끝에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걸려 있다.
저걸로 배를 찍은 후 고정시키는 건가?
오의 수군들이 화살을 쏘거나 기물을 던지며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종리목은 멈추지 않았다.
“걸어라!!!”
갈고리가 배에 걸린다.
전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배들이지만 그 수가 많다.
배 하나당 세, 네척씩 달라붙어버렸다.
“올라가라!! 약탈해!! 다 죽여버렷!!”
수귀단이 적의 배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배 하나당 수십, 수백의 수귀단원들이 어올라가기 시작하자 채모는 나에게 물었다.
“서 교위나 장 교위, 하후 중랑… 은 안되겠군요. 아무튼 승상복야의 장수를 보내도 되겠습니까?”
“음? 굳이?”
이미 상황은 정리되는 것 같은데?
적들의 저항이 있기는 했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 싶다.
“종리목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닌지라… 압도적인 힘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대는 비록 손가에서 강한 축에 속하는 무인은 아니지만…”
채모가 우물쭈물한다.
그런 그를 향해 웃었다.
“서황!!”
“예!”
“출진하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서황을 태운 전선이 움직였다.
그 전선을 지키기 위한 수귀단의 배가 옆에 붙었다.
어렵지 않게 서황이 지휘선에 올라탔다.
그리고 잠시 후 환호성이 들린다.
“끝났군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물론 아까의 화공을 생각하면 싱겁다는 말로는 끝내기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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