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75
노숙은 이를 갈며 방패를 들었다.
그의 뒤에 있던 병사들 역시 방패로 막는다.
한차례 사격이 이루어지자 노숙은 거칠게 외쳤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내가 할 소리다. 너 왜 이러냐? 뭐 숨겼어?”
“숨기긴 뭘 숨깁니까! 이제 저도 마지막이나 다름없는데.”
노숙이 방패 뒤에 숨은 채 외치자 난 웃었다.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내 상황이면 뭔 얘기를 하겠냐? 바로 죽이지.”
“큭…!”
아직 힘이 남아 있는 적을 앞두고 쓸데없는 얘기할 시간 있으면 한발이라도 더 쏘자.
노병들이 다시 노를 쏘기 시작하자 노숙은 뒤로 물러났다.
“전진.”
불길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만큼 천천히 방패로 그들을 막으며 움직인다.
그때 거친 포효가 들렸다.
“장하아압!!”
측면의 숲쪽에서 주태와 한무리의 병사들이 튀어나온다.
장합이 웃으며 반응하려 하자 난 그를 말렸다.
“나가지마.”
“예? 하지만.”
“궁병. 쏴라.”
찝찝하다.
주태가 왜 저기서 나올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력을 모아서 한 점으로 공격해도 모자란 판이다.
그런데 현재 오군에서 가장 강한 무장인 주태를 일부러 옆으로 빼?
왜 그런 미친 짓을?
이건 지금 노숙이 뭔가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장합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측면에 있던 병사들이 방패를 든다.
그 방패의 뒤로 궁병과 노병들이 노를 발사하여 주태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들의 돌진이 멈춰지자 난 웃으며 노숙에게 외쳤다.
“어이!! 자꾸 이런 식으로 개수작 부릴거야?!”
나와라.
그간의 정도 있으니 목 한번 치는 걸로 봐주마.
하지만 노숙은 나올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다.
주태가 밀려나 노숙의 부대로 복귀한다.
그것을 보며 난 다시 말했다.
“전진.”
“이대로 계속 접근하실 생각이십니까?”
“응.”
적들이 우리의 노를 막기 위한 방패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 난 웃었다.
우리가 다가감에도 불구하고 적은 전진도, 후퇴도 하지 않았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답은 빠르게 나왔다.
“바닥에 함정이라도 있나보군. 방패병!!”
“예!!”
무거운 방패를 살짝 들어 내리찍는다.
방패의 무게 때문에 바닥이 쿵쿵 울리기 시작한다.
바닥에 함정을 깔았다면 이정도 충격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한번씩.
방패가 땅바닥을 내리 찍는다.
큰 소리로 적들을 압도하며 나아간다.
“함정입니다!!”
“하!! 노숙! 이 귀여운 놈!!”
바닥을 내리치는 방패 때문에 흔들리며 함정이 드러났다.
짚과 흙으로 위장해 놓은 함정이 바닥의 충격에 드러난 것을 보며 웃었다.
“방패 몇개 던져봐라. 얘들아.”
위국 육군 보병의 기본 장비는 방패와 창이다.
군의 일원화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지급되고 각자 원한다면 검이나 다른 병기를 준다.
물론 그만큼의 실력을 보여야겠지만.
창병들이 가지고 있는 방패를 함정이 있는 쪽으로 던진다.
방패의 무게 때문에 함정이 발동되었다.
푹 꺼진 땅과 그 밑에 있는 죽창이 보인다.
이곳 외에도 함정이 있을 수 있다.
함정을 피하며 부대가 좌우로 갈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패병들은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젠장!! 거북이 같은 자식!”
“누가 할 소리를 하는거야?”
적들 방패병 안쪽에서 노숙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찮은 도발이다.
그 도발을 귓등으로 넘겼다.
“저정도 방어면 돌격해서 뿌리치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만…”
하후형이 검을 꼬나잡으며 말했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저놈은 뭔가 있다니까. 물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으음… 이렇게까지 주의를 하시다니. 노숙을 꽤 높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럴 수 밖에 없지.”
천운이 따라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내가 몇번만 실수했어도 지금 상황은 반대가 되었을거다.
전에 방 숙부님의 모옥에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무섭도록 신중하고, 또 기다릴 줄 아는 노숙이었다.
그런만큼 안심할 수는 없었다.
“승상복야의 지휘에 토 달지 마라.”
서황이 싸늘히 말한다.
도끼를 만지작거리던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하후형도 무기를 잡았다.
이제 적과의 거리는 약 십장 정도.
계속해서 땅을 두드리며 우리가 다가가자 노숙이 외쳤다.
“젠장!! 쏴라!!”
방패병들이 방패를 돌렸다.
그리고 준비하고 있던 궁병과 노병들이 노를 쏘기 시작한다.
강노다.
방패를 겹쳐놓길 잘했군.
힘이 꽤나 실려 있는지 방패에 화살부딪히는 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적의 사격이 멈춰졌습니다. 이제…”
서황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기다려. 우리도 대응사격만 한다. 쏴라!!”
방패병의 전진에 맞춰 움직이던 노병들이 노를 발사한다.
적들의 방패가 닫히며 노를 막아낸다.
“쏴라!!”
한걸음 한걸음 우리가 접근할 때마다 노숙의 외침에 초조함이 담긴다.
뭘 숨기고 있는거냐.
이제 남은 거리는 오장 정도.
거의 코앞이나 다름없는 거리다.
서황과 장합, 하후형이 무기를 들어올렸다.
창병들은 방패 사이에 창을 걸었다.
언제든지 친다.
“으아아압!!”
주태가 방패를 들고 달려와 방패병과 부딪혔다.
순간 무너질 뻔 했지만 세네명의 병사들이 달라붙어 그의 돌격을 막았다.
“찔러!!”
대기하고 있던 창병의 창이 주태의 볼을 스친다.
그가 황급히 뒤로 물러난 것을 보며 장합이 검을 꽉 쥐었다.
“참아라. 아직이다.”
남은 거리는 삼장.
노숙은 이를 갈며 외쳤다.
“뒤로 빠져!!”
적들이 뒤로 물러난다.
거리가 벌어지는 것을 본 나는 웃었다.
“하하하!! 노숙!! 신병기라도 준비했나보지!?”
“…제길!! 여우 같은 놈!!”
여기까지 상황이 흘러가자 노숙이 준비한 신병기를 대충이나마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 노 계열의 무기일 것이다.
만약 투척을 위한 병기라면 방패병의 방어를 넘길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즉 직사를 위한 병기다.
“통나무!! 통나무를 가져와라!!”
“장합! 군 나눠! 좌군과 우군으로!!”
장합과 하후형이 우군.
나와 서황이 좌군으로 움직인다.
군이 두개로 나뉘어지자 수레에 통나무가 실린 조잡한 병기가 나왔다.
돌진하여 우리의 진형을 무너트리려는 모양이다.
나무판으로 몸을 막은 이들이 수레를 밀며 달려오는 것을 보던 나는 웃으며 외쳤다.
“개(開)!!”
수레의 공격이 아무리 빨라봐야 눈에 보인다.
이정도는 훈련만 잘 하면 피할 수 있다.
내 외침에 군이 갈라진다.
그 사이를 허무하게 지나가게 된 수레병들이 창에 찔려 죽자 난 그 수레를 받았다.
“이건 잘 써주지.”
노숙이 보낸 세대의 통나무 수레를 병사들이 잡았다.
그것을 그대로 적들에게 보낸다.
노숙 역시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낸다.
“그냥 수레놀이하자는 건 아닐테고… 빨리 숨겨 둔 비밀병기 꺼내보지 그래?”
“큭…!! 제길!! 쏴라!!”
분에 가득 차 있는 노숙이 외친다.
하지만 방패는 여전히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다시 군이 합류하여 하나가 되자 노숙은 계속 후퇴했다.
함정은 없다.
노숙이 이끄는 군이 있는대로 가는 거니까.
그렇게 계속 뒤로 물러나서 뭘 어쩌려고?
이제 곧 터주의 장원이다.
저들도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젠장!! 돌격해!!”
결국 노숙이 방어를 풀었다.
창병들과 도끼병들이 우리의 방패병을 향해 돌격하는 것을 보며 난 손을 들었다.
“창격!”
방패에 달라붙은 이들이 힘으로 밀어붙인다.
그것을 창병들이 찌르거나 극병들이 베는 사이 한두곳이 밀리기 시작했다.
적들 역시 필사적이라는 거지.
어떻게든 우리가 쥐고 있는 방패를 빼내려는 모습이 보였다.
“투(鬪)!!”
방패병들이 힘을 실어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순간 창병들이 나선다.
“끄아악!”
“개자식들!!”
순식간에 벌어진 난전.
그 난전 속에서도 난 노숙을 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노숙이 지휘봉을 들어 올린다.
후방에 있던 노병들이 들고 있던 강노를 내리고 다른 노를 들었다.
저건?
“폐(閉)!! 전투 그만두고 들어왓!!””
난전이 벌어지는 사이 노숙이 외쳤다.
“모두 비켯!! 쏴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달라붙어 있던 이들이 벗어나려 한다.
방패병이 아직 방패를 돌리지 못했다.
난 앞에서 난전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외쳤다.
“적 잡고 최대한 몸 숨겨!! 다들 방패 들어!! 막앗!!”
어느정도 적들이 떨어지려 한다.
전방의 병사들이 방패로 몸을 가렸을 때 노숙이 외쳤다.
“쏴라!!”
한순간 수천발의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일반 화살보다 더 작은 화살들이 방패가 있는 곳에 쏟아진다.
폭풍우처럼 몰아친 화살들을 간신히 막아낸 서주병들은 황당해했다.
“…갑옷 아니었으면 죽었을 뻔 했네.”
“앞으로 나가! 부상자 챙기고 방패로 막아!!”
저 새끼.
저런 걸 개발했단 말이야?
수를 내보인 노숙은 더 이상 숨길 생각따위는 없어보였다.
그가 들어올린 노를 보았다.
일반 노와 흡사하지만 다른 것이 있었다.
화살이 놓이는 부분이 다르다.
그리고 발사를 위한 손잡이가 달려 있다.
내 방패에 꽂힌 화살이 작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방패병을 어떻게든 치우려고 한 이유도.
나를 끌어내려고 한 이유도.
난 노숙을 보며 씩 웃었다.
“우리 노숙~!! 연노 만들었구나!! 어휴! 그 똥같은 무기를 이만큼이나 개량한거야!?”
한의 군용 무기 중에 연노라는 무기가 있었다.
연속으로 세발의 화살을 쏠 수 있는 일종의 연발노다.
손잡이의 장치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연발로 화살을 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위력이었다.
최대 사거리라고 해봤자 칠에서 팔장 정도.
거기에 강노나 일반 노에 비하면 위력이 터무니 없이 약했다.
그런 주제에 내구도를 올리기도 힘들고, 또 화살도 특수 제작해야 하고.
이래저래 가성비가 좋지 않아 지금은 쓰지 않는 무기다.
나도 몇번 만들어보려다 답이 없어서 포기했는데.
그걸 이정도까지 개량했다니.
“위력 좋은데!?”
방패로 막지 못한 어깨나 팔에 노가 박힌 것을 보니 이거 꽤나 쓸만한 무기를 만든 듯 하다.
내가 웃으며 외치자 노숙은 크게 소리쳤다.
“주태!! 장승! 마충!! 공격해!! 연노로 지원해주겠다!”
노숙에 대한 경계심을 올리기를 잘했다.
주태가 달려오며 노숙은 탄창을 갈아끼우고 연노를 준비했다.
노병들이 자리를 이동한다.
그들을 보며 난 크게 웃었다.
“그동안 노느라 심심했지!? 저놈들 잡앗! 연노병들은 우리가 상대한다!!”
“예!!”
장합과 서황, 하후형이 달려나간다.
그럼 내가 상대할 것은 노숙 뿐인가?
연노병들을 이끌고 부대를 나누어 어떻게든 기회를 노리는 그를 보았다.
귀여운 자식.
그동안 엄청 바빴겠구나.
오의 시중 노릇 하랴.
호족들 포섭하랴.
거기에 가문 관리하고 전투와 더불에 무기개발까지.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만큼.
“네가 만든 연노!! 잘 먹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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