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92
위국의 깃발을 건 배에 꽤 많은 배라서 그런지 큰 문제 없이 구강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항구에 있던 병사들이나 항구 관리인들은 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께서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날 반기는 빼빼마른 항구관리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를 느끼는지 그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상여 빼라.”
타지에서 죽은 이를 위한 것이다.
노숙의 시체를 담은 상여를 빼고 다들 준비를 하자 항구관리인은 의아해했다.
“누구의 상여입니까?”
“노숙.”
“…노 가주님의… 하지만 노 가주님은…”
나와 적이었다 이거지?
적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인정하는 사이다.
그런만큼 노숙은 제대로 대우를 해주고 싶다.
“준비됐냐?”
“예.”
상여를 짊어진 병사들이 움직인다.
곡을 할 필요는 없겠지.
최대한 정중한 태도로 나는 앞장서 걸었다.
“노가까지 가겠다. 자네들은 시상현에 알려 노가에서 나와 마중을 하도록 알리게나.”
“예.”
항구에 있던 병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간다.
상여를 끄는 우리는 걸어야 한다.
하.
날도 더운데.
그래도 어쩌겠나 싶다.
일단은 상주 노릇을 내가 하기로 했다.
커다란 상여와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 백성들은 수근거렸다.
“저 글씨가 뭐여?”
“저건… 노 가주님의 이름인데? 노 가주님의 상여 아녀?”
“그런데 왜 천신장님이? 천신장님과 노 가주님은 적 아니었던가?”
“하아… 결국 가주님께서 패배하셨구나…”
“그나저나 진짜 난 분은 난 분일세. 비록 적이라고 해도 대접을 해주시는 거면… 그럼 다행이구만.”
적인 노숙을 대우해주는 모습을 보이니 백성들이 감탄한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말을 탄 이들이 달려왔다.
상복을 입은 것이 노가의 사람으로 보였다.
생각보다 수가 적다.
고작해야 십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그들이 다가오자 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위국 승상복야 진유하요. 노 자경을 데리고 왔소.”
“…노가 임시 가주 노적이라고 합니다. 자경 형님의 사촌동생 입니다.”
노숙이 나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노적의 시선에 나에 대한 적대감은 별로 없었다.
그저 안타까워하기만 할 뿐.
노적은 나와 함께 상여의 앞을 이끌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천천히 시상현 인근에 도착했을 때 곡을 하는 백성들이 보였다.
“아이고!! 노 가주님…!”
“가주님…!! 흑…아이고…”
“아이고오…!!”
오 일대는 관보다는 호족이나 명가가 강하다.
시상현에도 마찬가지다.
현령 대신 노숙이 현령의 노릇을 하고 있었는지 다들 현령의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곡을 하며 노숙의 시체를 반겼다.
그들의 사이를 지나 커다란 장원 앞에 도착했다.
꽤 낡은 장원이다.
상여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천천히 말했다.
완전히 상여가 안으로 들어가자 난 서황에게 병사들을 통제하여 밖에서 대기하라고 말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노가의 내부는 넓었지만 꽤나 조용했다.
내가 의아해하자 노적은 차분히 말했다.
“자경 형님은 결혼도 하지 않으셨고, 또 양친도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주의 자리를 맡으면서도 많은 이들을 훌륭히 이끄셨던 분입니다.”
“그렇군…”
“드시지요.”
노적의 안내를 받으며 상여가 있는 안채로 들어갔다.
내 집을 보는 듯 했다.
소박한 마당이나 낡은 건물들.
간단하게 차려진 상을 보고 있을 때 운구가 내려진다.
상여에서 빼낸 운구를 노적이 방으로 옮겼을 때 보연사가 다가왔다.
“승상복야. 바로 가시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노숙의 장례 정도는 치뤄주고 가야지.
노적은 준비한 절차를 차분히 진행했다.
분주히 움직이는 하인들을 지켜보던 나는 노적에게 다가갔다.
“준비를 도와도 되겠나?”
“승상복야께서…?”
“비록 그와 나는 적이었고, 또한 서로에게 검을 들이댄 사이지만 우리는 마음 속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네. 그렇다면 친우라고 할 수 있겠지.”
“친우끼리 죽이는 법도 있답니까?”
“친우이기에 이렇게 챙겨주는 것이지.”
노적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고인능욕을 한다고 생각한건가?
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네가 반대한다면 굳이 참가하지는 않겠네만.”
“…승상복야의 호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노적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뒤를 보자 채모와 괴량이 나섰다.
명가의 사람들인만큼 장례 절차 정도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 그들이다.
“이왕 보내주는거 아주 성대하게 보내주고 싶은데.”
“감사합니다.”
“장례에 드는 모든 비용은 내가 지불하겠네.”
“…감사합니다.”
소를 잡고, 또 도인들을 부르고.
이래저래 장례 한번 치루는데도 꽤나 돈이 많이 들어간다.
노가의 상태를 보니 재정적으로 딱히 좋은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이놈 도대체 오를 관리하면서 돈을 모으지도 않은건가?
그동안 뭐 한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때 안쪽에서 노인 한명이 걸어나왔다.
“허.”
그는 나를 보며 기가막히다는 듯 콧방귀를 뀐 후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가 다가오자 장합이 검을 잡는다.
하지만 난 그를 말렸다.
“중경 어르신 되십니까.”
“그래. 내가 장중경이다. 네가 진유하냐?”
“감히 승상복야를 함부로…!”
“괜찮아.”
하후패가 이를 갈며 싸늘히 말했지만 장중경이라면 그럴 만한 위치의 사람이다.
사부님과도 연이 있는데다가 화타와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니까.
비록 내가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충분히 나를 하대할 만한 위치에 있는 명사였다.
오죽했으면 강북의 화타, 강남의 장중경이라는 이름이 있겠는가.
나를 빤히 노려보던 장중경은 휙 고개를 돌렸다.
“…젠장. 이렇게 나오니 더 화를 낼 수도 없군.”
장중경이 다시 떠나려고 할 때 그는 보연사를 발견했다.
보연사가 살짝 목례하자 장중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왜 거기 있냐?”
“스승님의 유지와 유언을 이루려고 합니다.”
“뭐? 그걸?”
역시 장중경도 알고 있군.
보연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중경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위 아래로 흝어보았다.
“쩝.”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자네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까?”
“그래.”
도대체 뭐길래?
그때 노가 안으로 장례를 치루기 위한 이들이 들어왔다.
그들이 빠르게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장중경은 나에게 말했다.
“그래. 노숙 그 놈은 어땠나?”
“솔직히 말하자면 저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적이었습니다.”
“…그러겠지. 나도 그 놈과 함께 했지만 솔직히 엄청나게 무서웠으니까.”
“옛날에는 노가의 무서운 아이라 하잖습니까.”
내 말에 장중경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옛날 호호가 그러더군. 특이한 녀석을 제자로 받았다고.”
호호.
사부님의 별칭이다.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고 다니기에 친분이 있는 이들만이 부르는 별칭이다.
수경이 아닌 호호라 부르는 것을 보니 장중경도 사부님과 꽤나 친분이 있는 듯 보였다.
그의 말에 난 작게 웃었다.
“접니까?”
“그래. 그가 제자를 선발하는 기준은 나도 모르는데. 대부분이 대단한 기재였어. 노숙도 한번 정도는 만나봤지만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 도대체 어떤 놈들을 제자로 받으려고 한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그랬습니까…”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 말에 더 아쉬워졌다.
만약 사부님이 노숙을 제자로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그게 너였다. 재능은 별로지만 특이한 아이라고.”
“흠…”
“말 그대로군. 특이해. 아주 특이해.”
“뭐가 그리 특이합니까?”
“제 숙적이나 다름없는 자를 이렇게 공경히 모시는 자가 특이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하하…”
장중경은 퉁명스레 말한 후 자리에 앉았다.
바쁘게 지나가는 하인을 불러 술상을 차리게 한다.
술상이 차려지자 그는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아라. 연사도 앉고.”
장중경은 나에게 잔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장합과 하후패가 불안해하며 날 말리려 했지만 난 망설임없이 잔을 잡았다.
“어르신께 한가지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어보게나.”
“어르신은 의원이십니까?”
“그럼 망나니인 줄 알았나?”
장중경의 뚱한 표정에 난 그가 따라 준 술을 바로 한모금 마셨다.
진한 단맛이 느껴지는 술이다.
예전 노숙이 보내줬던 노가의 특별한 노주다.
노가의 방법으로만 빚을 수 있다는 노주를 한번에 들이마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이 노주를 맛볼 수도 없겠군요.”
“뭐… 그렇지. 이 술은 그 녀석이 틈틈히 취미삼아 만들던 술이니까.”
장중경도 노주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는 보연사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네 스승을 애도하는 술이다. 마셔라.”
“예.”
보연사가 살며시 술을 마신다.
우리 셋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장합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술에 독이라도 타져 있는지 걱정하고 있었다.
독 따위 있을리가 없지.
나도 화타에 의해서 꽤 많은 독을 경험한 몸이다.
어느정도 면역성도 길러졌고, 또 독도 감지할 수 있었다.
내가 말없이 술을 홀짝거리자 장중경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의 연구를 보러 온 것이라면… 장례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면 바로 가도록 하지.”
노숙의 장례는 크게 치뤄졌다.
하지만 참가하는 이는 적었다.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내가 노숙의 시체를 데리고 왔다지만 그것이 노가와 관련된 이들을 색출하기 위함이라고 지레 겁먹은 듯 보였다.
“이거 괜히 온 듯 하군.”
“아닙니다. 차라리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상주의 자리를 잡고 있던 노적은 힘없이 말했다.
예전 엄백호의 장례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노숙의 장례에 참가했던 이들 중에는 나를 원망스럽게 보는 이도 있었지만 나에게 감사하는 이도 있었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눈여겨보았다.
이정도의 의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확실히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엄여에게 그들과 만나보라 말해 둔 후 상가집에서 계속 대기했다.
그렇게 칠일이 지났을 때 나는 상복을 벗었다.
가족이 아닌 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상복을 입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제자인 보연사까지 상복을 벗고 나자 난 노적에게 말했다.
“노가의 재산, 그리고 영역은 그대로 유지시킬 생각이다. 혹시 임관할 생각이 있나? 원한다면 시상현의 현령직 정도는 줄 수 있다만.”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생각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말하도록. 노숙에 대한 예에 따라서 너를 대접해줄테니까.”
“예. 감사합니다. 승상복야.”
노적이 희미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를 내버려 둔 채 밖으로 나왔다.
“장합, 서황. 너희는 날 따르도록. 하후패는 병사들과 여기서 대기하고 있고. 괴 군사. 패를 지원해주시오.”
“괜찮으시겠습니까? 고작 오백명 정도만 데리고 가셔도…”
“산길을 타는 것이니까 이정도만 가는게 맞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신호하겠다.”
“효시로 하시는 겁니까?”
“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불화살까지 내어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건가.
채모와 괴량은 일단 여기서 대기하기로 했다.
하후패가 꽤 대단하다지만 그는 아직 어린데다가 지휘경험도 적다.
괴량이 있으면 문제가 생겨도 잘 대처할 수 있겠지.
엄여도 남을거고.
그들이 시상현에 주둔하게 한 후 할 일을 말해 주고 내가 나가자 기다리던 장중경은 피식 웃었다.
“겁이 많군. 뭘 그리 바리바리 데려가?”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요.”
나 죽이고 싶은 놈이 한둘이어야지.
장중경은 보연사를 보았다.
그녀가 수룡주에서 입던 갑옷을 입은 것을 보며 장중경은 눈쌀을 찌푸렸다.
“말만한 처자가 잘하는 짓이다.”
“이제 갑옷을 입을 일도 없겠지요.”
“흥.”
낮게 콧방귀를 뀐 장중경이 앞서 걸었다.
그를 지그시 노려보던 장합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무례한 자가 화타 어르신과 같은 신의라 불리는 자라니.”
화타는 의원이면서도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그런만큼 예의를 잘 지켰지만 장중경은 그렇지 않았다.
어째 태도에 날이 서 있고,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의 태도가 상당히 불만스러웠는지 장합이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자 난 웃으며 그를 말렸다.
“기인이시다.”
“손톱이 뽑혀도 기인임을 유지할지가 의문이군요.”
“에헤이~”
장합은 다 좋은데 나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깊은게 탈이라니까.
감녕이라면 웃으면서 장중경과 같이 날 놀렸을텐데.
“빨리 와!”
“갑니다.”
장중경이 몸을 돌리며 외쳤다.
난 웃으며 장합의 팔을 잡았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내 사부님과도 연이 있는 분이야. 항렬로 따진다면 사부님과 같은 분이니. 일단 이해하면서 넘어가자.”
“하아… 알겠습니다.”
만약 사부님이나 화타와 연이 없이 저따위로 나왔다면 나도 가만히 안 있었을 거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무것도 없는 허접한 인간이라면 바로 고문 들어갔겠지만 장중경은 신의라 불릴 만한 인물이다.
실력이 있으니 저리 나오는 거지.
난 웃으며 걸었고 잠시 후 서황과 장합, 흑귀대가 내 뒤를 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