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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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입니까?”
“그래.”
“왜 거절하시는 겁니까?”
보즐이 알면 기겁을 할 만한 소리를 한 보연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가의 보옥이라 불리며 강동 남자들의 마음을 들끓게 한다.
다른 명가나 호족들도 보연사를 얻기 위해서 많은 힘을 썼다.
하지만 보연사는 차분히 그 혼담을 거절해왔다.
이제 막 스물이 되어 만개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남자들에게는 꽤나 유명했다.
그런만큼 보연사를 얻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진유하는 냉정히 거절했고 보연사는 그 반응에 오히려 놀랬다.
“싫은데 이유가 왜 필요해?”
“그야…”
“일단 정리하자고. 다 필요 없고 지식과 지혜라면 받아들여주지.”
보연사는 노숙의 제자다.
그렇다면 그녀의 지식과 지혜는 확실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리 노숙이 연구를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누군가와 같이 했을 터.
하지만 여몽은 전투와 실무쪽에 가 있으니 이런 연구 부분은 보연사와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지식은 탐이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에는?
진유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휴 생각만해도 끔찍하네.”
“뭐가 그리 끔찍하십니까?”
“그런게 있어.”
진유하는 투덜거리며 몸을 돌렸다.
“일할 곳이 필요하다면 연구소 정도는 마련해주지. 산양군에 연구소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
그의 냉정한 반응에 보연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스승님의 말씀대로구나…’
그녀는 수룡주에서 노숙과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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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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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노숙의 제자가 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명가의 다른 여인들처럼 때가 되면 시집을 가고, 그 가문을 다스리겠거니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뀐 것은 노숙과 만났을 때부터였다.
노숙은 보연사의 재능을 빠르게 눈치채고 제시했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보고 싶지 않냐고.
단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에 보연사는 노숙의 제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한참 세력이 강해지고 있던 오의 군사인 노숙이었다.
결국 보즐은 오에 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연사를 노숙의 제자로 내어줬다.
물론 남자아이라면 모를까 여자아이가 이런 식으로 제자가 된다면 바깥에 보기 좋지 않았다.
덕분에 비밀 제자가 된 보연사는 노가의 곁에 머무르거나, 혹은 노숙이 보가를 찾아오게 만들었다.
혼인도 하지 않았지만 노숙과 보연사의 나이차이는 거의 스무살 정도 된다.
그런만큼 노숙이 보연사를 이성으로 바라본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막나가도 어떻게 그정도 차이가 되는 여아를 연인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거기에 노숙은 다른 여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던 남자다.
그런 만큼 다들 노숙이 보가를 오에 끌어들이기 위해 보연사와 친하게 지내고, 보가를 찾아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보가가 오에 가담하지 않은 것 때문에 오히려 보연사를 가르치기 시워졌다.
그리고 보연사는 그때마다 생각했다.
어쩌면 노숙은 일부러 보즐을 설득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만약 보가가 오에 가담한다면 분명 보연사의 혼처도 빠르게 결정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보연사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제자가 되고 몇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노숙의 제자가 된 이후로 보연사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는 것과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 재주 중 전투, 그리고 병법과 정치는 여몽에게 전수되었다.
여몽이나 노숙이나 서로 사승관계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옆에서 본다면 둘은 완전히 사승관계였다.
비밀이기는 하지만 제자가 된 보연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전수해줬으니 말이다.
보연사도 그것을 배우고 싶었지만 노숙은 항상 냉정했었다.
‘계집이 배울 만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 한마디만으로 보연사를 침묵시켰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는 계집이 할 만한 것이란 말인가?
의문이 생겼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쁘지도 않았다.
재미는 있었으니 말이다.
노숙은 현명했고, 또 지혜로웠다.
고리타분하게 유학을 떠들어대는 이들과는 달랐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고, 스스로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단순한 학자가 아니었기에 그를 오히려 존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노숙에게 배워나가며 함께 연구를 해가고 있을때 전쟁이 터졌다.
위국과의 전쟁이 나버리게 되자 노숙은 보연사를 보가로 보내버렸다.
연구하던 것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더 배울 것이 많았는데.
그와 함께 더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스승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보가로 돌아갔을 때 주가에서 정혼장이 왔다.
그것도 노숙이 들고.
노숙은 며칠 정도만 수룡주에 가 있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보연사를 데리고 수룡주로 향했다.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보연사는 노숙에게 물었다.
“…정말 이제 끝입니까?”
“아마 그렇겠지.”
2차 합비전투에서의 패배.
그리고 여강을 빼앗긴 것.
오 토벌군의 총대장은 다름아닌 진유하였다.
그는 오랜 시간 육군으로서 능력을 발휘한 자였다.
그가 수군을 맡게 된다면, 그리 된다면 이길 가능성은 있었다.
육전과 수전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냉정하게 채모와 괴량이라는 수군의 기재들을 수군 도독과 군사로 삼아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상황이 불리해졌는데 그는 막아낼 수 없는 아주 단순한 정략까지 써버려 오의 힘을 깍았다.
이간계를 쓸 수도 없었다.
신뢰하지 않으면 아예 받아들이지도 않는 것이 진유하다.
채모와 괴량을 참전시킨 순간 진유하는 그들을 완전히 신뢰했고 그들 역시도 배신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그들이 유수항을 떠났을 때 노숙은 패배를 직감했다.
“주가와 혼인은…”
“집어치워. 그딴거. 애초에 그놈과 결혼시킬 생각도 없었어.”
아무리 주환이 날고 긴다고 해봤자 채모와 괴량이 이끄는 수군을 이길 수는 없었다.
채가의 명장인 장윤까지 이번 토벌전에 합류했는데 뭘 어쩌겠는가.
2차 합비전에서 장수들과 초, 중급 지휘관들이 많이 죽은 것이 타격이 컸다.
노숙의 평가에 보연사는 도톰한 입술을 깨물었다.
“스승님. 그럼 저는 어찌 해야 합니까.”
“글쎄…”
노숙은 팔장을 끼며 생각했다.
수룡주에 마련된 비밀 방에 보연사를 두고 주환이 그녀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했던 노숙은 탁자를 톡톡 치며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이 끝나자 그는 천천히 말했다.
“아마 나는 죽겠지.”
“스승님!!”
“애초에 그와 나는 평행선과 같은 사이라서… 내가 이기는 상황에서 진유하에게 제안한다면 모를까. 반대의 상황은 좀 힘들거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살려달라고 빌 생각도 없었다.
노숙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몽이야 지 성질머리대로 하겠지만… 걱정되는 것은 너. 그리고 내가 남겨 둔 연구자료다. ”
노숙의 연구자료.
오의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다.
“그 환화(幻花)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것을 썼다면 스승님께서 여기까지 오지 않으셨을 겁니다.”
보연사의 진지한 말에 노숙은 킬킬 웃었다.
그럴거다.
진작 그 환화와 환약을 썼다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지.
더 끔찍하고 처참한 상황이 만들어졌을거다.
노숙의 웃음에 보연사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던 노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유언을 기억해라.”
“스승님!”
“나는 아내도, 자식도 없다.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친척이라고는 적이 하나 뿐이다. 노가의 모든 재산은 적이에게 물려준다.”
“…스승님…”
“하지만 연구자료는 다르다. 연구자료는 진유하에게 넘겨라.”
“…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노숙이 평생 연구하며 고생해가며 얻은 결과를 왜 적에게 넘겨야 한단 말인가.
보연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노숙은 차를 홀짝였다.
“그 자라면 잘 써먹겠지.”
“하지만 그건…!”
“어차피 죽는 마당에 내가 그걸 가지고 있어봐야 뭐하겠나. 그리고…”
노숙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 적이었기에 그를 알 수 있어. 이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손권이나 욕심만 많은 호족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진유하는 순수했다.
그는 순수하게 이득을 탐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만큼 서로를 아는 것이라면…”
“가장 큰 것이 달라. 그는 소의. 자신의 사람만을 챙긴다. 하지만 나는 대의를 따르지. 그렇기에 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없다.”
노숙은 냉정히 그를 평가했고 보연사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무엇입니까. 스승님의 말씀이라면 뭐든 따르겠습니다.”
“진유하는 분명 나를 죽이겠지. 그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어찌 제쳐둡니까!”
“내 삶과 죽음따위는 작은 일이니까.”
자신의 죽음마저도 작은 일이라 치부하는 노숙의 모습에 보연사는 완전히 질려버렸다.
도대체 얼마나 큰 이상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단 말인가.
그녀가 지그시 응시하자 노숙은 천천히 말했다.
“지온곡에서의 싸움은 끝났고, 이제 위국의 육군이 수룡주에 들어올거다.”
“그렇… 습니까.”
“그래. 그가 나를 죽인다면… 네가 내 뒤를 잇도록 해라.”
“제가 어찌 스승님의 뒤를 잇겠습니까. 저는…”
“너는 할 수 있다. 내가 이루지 못한 연구들을 완성해라. 정치가로서 나는 실패했지만…”
연구자로서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시상현에 마련해 놓은 자신의 비밀 연구실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보연사와 장중경 뿐.
그리고 환화에 대해서 아는 것도 이 셋 뿐이다.
“진유하에게 그 연구실을 보여줘라. 그라면 그 연구실의 자료들에 대한 가치를 알거다.”
“그것을 전부 넘기시는 겁니까? 오에는…”
“오에 넘겨봤자 제대로 연구할 사람도 없고…”
그는 창 밖을 보았다.
이미 수전은 진행되며 몇척의 배가 수룡주로 오고 있었다.
“어차피 오는 끝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자에게 주는 것이 맞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하십시요.”
“만약 진유하가 환화를 쓰지 않고 폐기시킨다면, 그 자료 모두를 불사질러버린다면.”
노숙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망설이는 모습에 보연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그를 따라라. 네가 나와 함께 한 모든 지식과 지혜를 바치고 그를 나를 대하는 것처럼 모셔라.”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네가 있으면 그 연구들은 더 빠르게 완성될테니까. 그리고…”
노숙은 피식 웃었다.
몇척의 배가 수룡주의 항구에 도착하는 것이 보인다.
그것을 본 노숙은 여유롭게 말했다.
“이건 내가 진유하에게 주는 마지막 공격, 그에게 넘기는 미망이다.”
“그게 무슨…”
“너도 들어 알겠지만 천신장으로서 힘을 발휘하며 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천신장의 씨앗 하나를 받고자 애원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전부 거절했다.”
보연사 역시도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합비에서 신역이 발동되고 많은 무녀들이나 여인들이 그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그것을 모두 잘라내어버렸다는 것을.
“그 이유를 아나? 그건 그가 대단한 공처가이기 때문이지.”
“…그게 이유입니까?”
맥빠질만한 이유다.
고작 그것 때문에?
노숙은 단호하게 답했다.
“그 외에는 없어.”
노숙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의 모습에 보연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제가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거절할 것 아닙니까.”
“너는 꽤나 매력적인 여인이다. 외모, 그리고 성격. 거기에 가진 지혜와 지식들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훌륭한 신붓감이지.”
“치, 칭찬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연구 외적인 부분으로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것을 지금 칭찬받게 되다니.
보연사는 기뻐해야 할지 어이없어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노숙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유하를 꼬시기는 힘들거다.”
어쩐지 여자로서 자존심에 상처가 생긴다.
강남에서 일등신붓감으로 소문난 자신조차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다니.
보연사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노숙은 껄껄 웃었다.
“말했잖아. 그는 공처가라고. 그는 소의를 따르는 자. 그의 소의는 가족이다. 가족을 슬퍼하게 할 만한 일은 하지 않아.”
“아내가 넷이라 들었습니다. 그럼 가능성이…”
“첫 아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략혼이다. 그나마 그의 첫번째 부인인 사마영이 무척이나 현명한 여인이라 넘어갔을 뿐이야. 하지만 이제 그에게 정략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그렇습니까…”
“음. 하지만…”
노숙은 빈 찻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적이 코 앞에 있는데 무척이나 태평한 움직임이다.
“그는 뛰어난 정치가이기도 해. 너를 얻느냐 마느냐로 연구의 기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그도 잘 알거다.”
남편으로서의 진유하.
정치가로서의 진유하.
그 사이에서 그가 갈등하게 만들겠다는 거다.
짖궃은 미소를 짓는 노숙을 향해 한숨을 내쉰 보연사는 천천히 말했다.
“만약 그가 환화를 이용하려 한다면?”
“그럼 내가 했던 말은 잊어라. 그리고 익주로 가서 그에게 저항해라. 법정이라면 너의 가치를 알아줄거다.”
노숙은 냉정히 말했다.
보연사라 차를 홀짝거리자 노숙은 웃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폐기할거다. 연사야.”
“예?”
“뒷 일을 부탁한다.”
희미하게 웃은 노숙의 표정이 점점 흐려진다.
정신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보연사가 당황하는 사이 노숙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스승…님…”
수마가 몰려온다.
아까 차를 탈 때 약을 탄 것이었단 말인가?
보연사가 천천히 허물어지자 노숙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몸을 포박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이길리는 없겠지만. 이기게 된다면 굉장히 뻘쭘해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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