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97
영이를 설득하는 방법 중에 제일 좋은 방법은 몸으로 설득하는거다.
효과가 아주 제대로다.
하지만 이걸 쓸 수는 없지.
“들어가요. 여러분.”
헉!
벌써 도착했나?
머리를 굴리는 사이 창읍현에 있는 군수 관청에 도착했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들 들어간다.
“어서 오십시요.”
요화가 웃으며 나를 반기자 난 떨떠름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내 옆으로 오며 조심스레 말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저 분이 보가의 보옥입니까?”
“…어. 음. 어떤 소문이 났냐?”
“별거 없습니다. 천신장이 보옥을 취했다 정도?”
“다들 분위기는 어떻디?”
“딱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어?
진짜?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으니 화를 내지 않은건가?
다행이다.
괜한 오해 때문에 문제 생길까봐 걱정했는데.
“여보~ 어서 와요.”
“알았어! 갈게!!”
난 요화의 등을 가볍게 쳐 주었다.
역시 요화다.
그는 빙긋 웃었다.
안에 들어가니 벌써 화려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
탁자를 가득 채운 음식들을 본 나는 움찔하며 내 옆에 있는 영이를 보았다.
“영아. 저기 이건.”
“당신 고생 많았잖아요?”
“음… 그렇지만.”
“많이 드세요.”
남자에게 참 좋은 음식들만 잔뜩 차려져 있구나.
영이가 내 앞에 장어를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청이가 달래무침을 올려 놓는다.
“이것도 맛있답니다.”
계란과 닭고기로 만든 요리인가?
안을 보니 삼이나 약재들이 꽤 있었다.
“유 의원님께 배운 약선요리에요.”
“…그, 그래?”
그 사람은 언제 약선요리를 익힌건지.
내가 머뭇거리자 완이와 희가 웃으며 요리를 건넨다.
“참 보기 좋네요.”
“그런가요?”
“예. 여러 부인들께서 승상복야를 챙기시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서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보연사는 상냥히 웃었고 영이도 상냥히 웃었다.
어째 분위기가 묘하군.
난 말없이 꾸역꾸역 내 앞에 놓인 요리들을 먹었다.
맛있다.
오래간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다.
“많이 있으니까 많이 먹어요. 장 교위, 서 교위. 남편을 보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많이들 들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부인.”
“너희들도 많이 먹고.”
청이의 말에 조식과 하후패는 살짝 목례하고 먹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이어졌다.
그래도 전시라고 매일 육포만 씹었는데 배에 제대로 기름칠을 한 것 같았다.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나서야 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잘 먹었어.”
“더 드시지.”
“아냐. 많이 먹었는걸. 그런데 휘와 율이는 어디갔어?”
“지금 서주에 가 있답니다.”
“그래?”
“예. 어차피 저희 서주에 갈 거잖아요?”
그렇지.
태원장을 빌려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었다.
영이가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후후. 정말 기대되는걸요?”
“그러게. 나도 기대된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 부인들이 상냥히 웃는 사이 보연사는 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산양군수님.”
“음? 아아. 그래. 왜 그러나?”
“죄송하지만 저에게도 산양군에 방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흠… 그 문제는 잠깐 저 녀석과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군. 하지만 손님을 위한 귀빈실이라면 내어 줄 수 있지. 두열.”
“예. 군수님.”
“보가의 아가씨께 방을 내어드려라. 여독이 있을테니 편히 쉬게 네가 보필하고.”
“알겠습니다.”
두열이 웃으며 다가가자 보연사는 마주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럼 승상복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부인들께도. 저녁에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도 될까요?”
“어머. 물론이죠. 제 부군께서 데려 오신 분인데. 앞으로 잘 지내봐요~”
어째 분위기가 이상한데?
영이나 청이, 완이, 희아의 반응이 이상하게 살갑다.
보연사가 두열과 함께 나가자 아버지는 나를 불렀다.
“너희들은 좀 쉬고 있거라. 이 녀석은 내가 잠시 데려가마.”
“예. 아버님.”
영이를 비롯해 청이와 완이, 희가 날 보내주자 난 아버지와 함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 앉은 아버지는 나에게 차를 내어주며 말했다.
“일단… 수고했다.”
“별 일 아니었습니다.”
“천신장이라. 대단하구나. 그것도 이유하의 지식을 이용한 것이냐?”
아버지도 뛰어난 유학자다.
그리고 괴력난신을 싫어하고.
당연히 천신장이니 뭐니가 다 개소리인 것 정도는 알고 계셨다.
“예. 이유하의 지식이기는 한데. 설치는 제가 안했습니다. 곽가가 했지요.”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그… 신역? 신역에 사용한 방식을 적들이 이용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지만… 주의만 한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는데 비밀이 어디 있겠냐.
하지만 연탄을 이용한 함정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적당히 사람들에게 주의만 주면 된다.
이번에 손권에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나에게 가진 악감정을 이용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땅에서 연기가 나면 그냥 그 자리를 피하는게 맞다.
손권은 나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버티고 있었던 것 뿐이다.
내 설명을 전부 들은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적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군. 그리고 암살을 할 때도 쓸 수 있고.”
“뭐 그렇죠.”
일산화탄소는 밀폐된 공간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잘만 이용한다면 암살을 할 때도 써먹을 수 있다는 거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다른 이들에게 위험성에 대해서 통지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문제인데… 손가의 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거야…”
난 아버지에게 손책의 일과 교주에 대한 관계를 전부 말했다.
차분히 그것을 들은 아버지는 살짝 인상을 썼다.
“사섭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채 가주에게 교역권을 넘기는 문제는 조금 걸릴 수 있겠구나.”
“일남군의 정벌과 남만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섭도 저희 쪽에 손을 들겠죠. 손책과 주유의 말에 의하면 사섭이 제일 골치아파하는 문제가 그것이라고 하니.”
“이용만 당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용당한다면 그 대가를 지불하게 하면 될 뿐입니다.”
오를 잡고, 강동과 강남 지역에 대한 지배가 공고해진다면 교주를 공격하기도 쉬워진다.
사섭이 아예 머리가 비어버린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생각없이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지.
내가 대꾸하자 아버지는 작게 신음했다.
“흐음… 뭐,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리고… 마지막 문제인데.”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아버지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보연사는 왜 데리고 온 거냐? 네가 단순히 다섯번째 부인을 만들기 위해서 얻은 것 같지는 않구나.”
보연사를 내가 데려 온다는 거.
그 뒷배경을 모른다면 나에 대해 아는 이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아버지에게 노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를 죽였고, 그가 유산을 남겼고.
그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보연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녀를 그냥 내버려 뒀을 때 생기는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보연사가 없어도 연구에 성과를 낼 수는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렇죠.”
성과는 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연노나 유리의 제작에 대한 문제는 특히 더 그렇다.
“연노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유리는 저희 쪽에서도 최대한 빨리 얻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게 있으면 망원경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망원경을 바탕으로 해외 무역에 손을 뻗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재료적인 문제도 그렇습니다. 노숙의 연구에는 목재에 탄력을 주고, 또 강도와 내구성을 올리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그걸 이용한다면 범선을 만드는데도 큰 도움이 될 거다.
모가와 함께 보연사가 연구를 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범선 제조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해외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을 수도 있었다.
“큰 도움이 되겠지.”
“그렇죠.”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냐?”
“어… 그건 아닙니다.”
보연사를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그녀와 결혼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잘 구슬릴 생각이 더 강했다.
내 대답에 아버지는 잠시 신음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솔직히 네 아비로서는… 욕심이 생기는구나.”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영이나 청이, 희, 완이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진가가 좀 더 커지기를 바랬다.
성이와 석이, 유가 있지만 좀 더 아이를 낳아 진가가 세를 넓히기를 원한다.
“명가 같은 경우는 계승권의 안정을 위해서 자식을 적게 낳는게 낫다고 하지만. 결국 믿을 것은 피붙이 뿐이다. 그건 너도 알지?”
“음. 예.”
그 피붙이가 이악물고 덤벼드는 경우도 있지만.
하지만 성이가 진가 소가주로서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는만큼 계승에 대한 것은 큰 문제가 없을거다.
“솔직히 욕심이 생기는구나.”
“성이가 잘 자라고 있고, 또 석이와 유도 문제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욕심이 생기십니까?”
만약 가문에 대를 이을 사내아이가 없다면 여지가 있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 질문에 아버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알다시피 진가는 손이 귀한 집안이다. 그런만큼 많은 진가의 피를 받은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아내가 많다면 그만큼 더 많은 아이가 생길테니까.”
“글쎄요. 이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려무나. 내가 며느리들이 싫어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와의 만남을 마치고 내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영이만 앉아 있었다.
“다른 애들은?”
“저에게 양보했어요.”
생긋 웃으며 영이가 나를 반겨주었다.
영이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 살며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달콤한 창포향이 좋다.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에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영이는 내 손을 잡았다.
“고생 많았어요.”
“그러게.”
정치가인 내가 왜 전쟁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끝났다.
그럼 된거다.
영이의 손을 잡은 채 꼬물거렸다.
그녀는 쓰게 웃으며 날 끌어안았다.
“보연사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으음.”
바로 시작하는군.
난 고민하다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노숙의 유산.
그리고 보연사가 가지고 있는 지식.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보연사를 가족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것.
“물론 받지 않아도 상관없어. 연구 기간이 좀 길어질 뿐이니까.”
“얼마나 예상하시는데요?”
“길어야 십년 정도겠지…? 지금 모두와의 계획상으로는 적어도 십년 안에 우리는 천하를 통일할 수 있어.”
노숙의 유산 없이.
순수하게 우리의 힘만으로도 천하를 잡고 천하를 안정시키는 시간은 그정도면 가능했다.
“막말로 보연사의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지. 중요한 것은 보연사를 다른 이가 잡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거니까. 아니면…”
“아니면?”
“다른 방법도 있고. 솔직히 말하자면 보연사를 고문해서 정보를 털어내게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런 짓은 하지 말아요. 당신답지 않아.”
“아니 나 다우려면 차라리 고문을 하는게 맞는데?”
“후후후. 그런 소리 말아요. 당신은 항상 쉬운 길을 선택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쉽고 간편한 길.
가장 만만한 것은 보연사를 내 다섯번째 처로 받아들이는거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난 솔직히 당신들이 싫다고 한다면 그녀를 받아들일 생각 없어.”
보연사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게 낫다.
그깟 지식 얻겠다고 가정파괴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말에 영이는 볼에 손가락을 가져간 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개인적으로는 싫네요.”
그럼 됐네.
답은 나왔다.
“그럼 여관으로 보내놓고 철저하게 감시해야겠군. 천하만 잡고나면 그녀의 지식도 큰 의미가 없을테니까. 어디보자… 적당히 괜찮은 놈 하나 붙여서 관리하게 시켜야겠군.”
내가 보연사의 옆에 붙여 줄 상대를 생각하는 동안 영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진가의 며느리로서는…”
내 품에 안긴 채 영이는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다가 내 볼을 쭉쭉 늘렸다.
“아니 도대체가. 당신이라는 사람은 왜 이렇게 여기저기 여자를 늘리는거에요? 예? 등짝 대요.”
“어어… 아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 아흑!”
결국 한대 맞았다.
화끈거리는 등짝에 내가 아파하자 영이는 한대 더 때린 후 그 자리를 슬슬 문질러주었다.
“진짜 저번에 했던 화장을 연구해볼걸…”
“무슨 화장? 아. 나 못생기게 하는거?”
“그래요! 으으… 진짜.”
어쩌겠냐.
이 몸의 매력이 넘쳐흐르는 것을.
영이는 뚱한 눈으로 날 보며 씩씩거렸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녀를 끌어안아 준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알잖아. 나 완전 철벽남이었다고. 엄한 애들이 계속 접근했는데 다 막았어. 그건 칭찬해줘.”
“후… 소문은 들었어요. 천신장이 된 이후 많은 여인들이 당신에게 접근했다죠? 주제를 모르는 날파리들이…”
싸늘히 중얼거리는 모습에 움찔했다.
내가 당황하자 영이는 생긋 미소지었다.
“그저 당신의 씨앗을 얻어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는 것이라면 그냥 짓눌러버리면 되지만…”
“으음.”
“보연사의 문제는 솔직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네요.”
만약 내가 보연사에게 반한 것이나 여색에 미쳐 날뛰는 것이라면 영이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겠지.
“안되겠어요.”
“…응?”
“당장 아이만들기를 하죠.”
“…예?”
아니 갑자기 왜!?
내가 당황하자 영이는 내 옷을 벗겨나갔다.
“자, 잠깐만!”
“일단 성이랑 휘 동생부터 만들어야겠어요. 당신의 첫번째는 나니까.”
영이는 요염한 미소를 지은 후 나를 침상에 눕혔다.
“싫은 건 아니죠?”
“그럴리 있겠습니까요.”
좀 갑작스러운데다가 대낮이라 당황스러울 뿐이다.
싫냐고?
그럴리 있나.
당연히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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