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승태는 제갈근이 가져온 소식을 들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청주 내부에서 난이 일어났는데, 원담파인 왕수와 관통 등이 제남 쪽으로 도망갔고, 저수는 원상을 지지하겠다며 선언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순심의 말을 통해 그리될 거라 짐작하기는 했으나, 설마 그게 이렇게 빨리 현실로 이루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유엽과 노숙이 걱정한바 또한 이러한 것이었다. 어차피 저수가 돌아서면 끝나는 일인데, 굳이 주변에 무엇을 약속하여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걸 우려했으리라.
승태는 어차피 여러 방법을 통해서 영향력을 늘리는 것은 나쁘지 않으니, 제갈근이 하는 일에 대하여 별달리 거부를 하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갑작스레 청주의 상황이 요동칠 줄은 미처 예상을 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원담의 잔당들이 제북으로 도망갔다고 하니, 그곳을 먼저 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패의 제안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원담을 지지하는 잔당들이 세를 모으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과연 저수를 믿을 수 있겠는가?”
노숙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유엽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비록 순심의 언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완벽히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수를 불러들이시지요. 그리하면 모두 해결될 일 아니겠습니까?”
“저수가 우리의 말을 듣겠는가? 그래도 명색이 원소의 수족 중 하나였는데 말이야.”
그러자 장합이 나서 지도 위의 고밀을 가리키며 말했다.
“만약 저수가 저항한다면 우리에게는 더욱 좋습니다. 북해의 각 현들을 하나씩 점해 나가는 것이 차라리 안전하니 말입니다.”
그러자 장료가 탁자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고밀보다는 안구나 팽수까지 진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저수도 손을 들고나올 테니까요.”
“그러다가 괜히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습니까?”
승태는 장수들의 강경 발언에 약간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저수가 원상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것은 조정과 함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조정에서 이 일을 가지고 문제 삼으면 답이 보이지 않았다.
‘순 사공도 나를 손안에 넣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데, 괜한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냔 말이다.’
승태의 고민을 알아차렸는지, 태사자가 나서서 말했다.
“제가 주변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아직 공 대부(공융)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고, 작금의 상황에 반기를 든 이들도 소신이 나서면 귀부 의사를 밝힐 것입니다.”
승태는 태사자의 제안이 굉장히 솔깃하였다. 하기야 태사자는 본시 청주 인물이니, 많은 인물이 그에 따를 수도 있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야 승태는 손도 대지 않고 쉽게 청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제갈근의 구상보다는 좀 더 과격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는데 어쩌겠는가.
‘원상이 등을 돌려도 그들은 우리를 따를 수밖에 없을 테지.’
마음을 정한 승태가 침착하게 결론을 내렸다.
“좋습니다. 우선 저수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태사 도독은 서둘러 움직여 주십시오. 다른 이들은 태산을 넘어 제북을 공격하지요.”
승태의 지시에 고순을 대장으로 장패, 장료, 장합이 일군을 이끌고, 태사자는 일백의 병사만 대동한 채 술수를 건넜다.
승태 역시 본군과 함께 술수를 건너며 저수에게 서신을 보내었다. 항복 의사가 있다면 당장 뛰쳐나와 향도를 맡으라 한 것이다.
물론 저수는 예상대로 받아들이지 아니 하였다.
* * *
[당장 청주의 인수를 내놓지 않는다면, 귀부한 것을 믿을 수 없다. 하여 강제로 무릎 꿇리기 전에 순순히 죄를 청하라.]저수는 서신을 한 번 훑어보고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마구잡이로 구겨 바닥에 내던졌다. 그런 후, 서신을 전한 전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것이 진짜 수춘후가 보낸 것이 맞느냐?”
“…그렇사옵니다.”
“하, 일부러 나를 도발하여 전투를 벌이겠다는 건가?”
저수도 승태의 노림수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항복을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다 조정에서도 딱히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자신을 쫓아내는 것이 승태로서는 오히려 이익이었다. 빈자리에 자신의 사람들을 채워 넣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는 동안 태사자는 청주 곳곳을 방문하며 사람들을 설득해 나갔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태사자에게 귀부하여 군에 참여하였고, 태사자의 고향인 동래군에서는 아예 성이 포위되어 태수가 인장을 넘기는 일마저 일어났다.
제남과 동래가 넘어간 상황에서 저수는 한시라도 빨리 조정의 사자가 오기를 바랐다.
“수춘후의 군세가 어디까지 왔는가?”
“팽수현을 점하였습니다.”
“바로 코앞이군.”
저수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도저히 멀쩡한 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수춘후에게 전해라, 내가 항복하겠다고. 무릎을 꿇을 것이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 달라 전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전령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현의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라 하였습니다.”
뿌드득.
저수는 더없는 모욕에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아붙였다. 차라리 목을 매 이러한 수치를 겪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었다.
“내 이 굴욕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불타는 눈빛으로 설욕을 다짐한 저수는 고개를 돌려 전령에게 답하였다.
“병사들에게 그리하라 일러라. 나는 수춘후를 영접하러 나갈 테니.”
저수는 분기를 쏟아 내며 상석에서 내려와 그대로 회장을 나가 버렸다. 전령은 그 뒷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 * *
승태는 저수의 서신을 받아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수의 서신에서 꽤나 울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나와서 인장을 바치라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억울한 일인가? 그리고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성 밖으로 나와 달라고 했을 뿐인데 말이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툴툴거린 승태는 옆에 있는 장합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기주의 선비들은 원래 다 이렇습니까?”
장합도 당황스러운지, 입술에 침을 바르면서 승태에게 답하였다.
“저수는 워낙 고고한 인물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원가에서도 그런 태도 때문에 번번이 책안이 거부되었으니 말입니다.”
승태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태도 때문에 책안이 거부된다는 게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승태의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장합이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저수는 고고한 자존심 때문에 무슨 일이든 원칙을 내세워 정의롭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기주계나 영천계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였지요. 또한, 아랫사람들에게도 엄하게 대하다 보니, 그를 진심으로 따르고자 하는 인물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 승태는 느낌이 딱 왔다. 능력은 뛰어난데 라인을 잡지 않아 만년 과장에 머무는 인물. 그게 바로 저수인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닙니까? 제가 무슨 모두가 보는 곳에서 무릎을 꿇으라는 것도 아닌데…….”
장합도 그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지 더는 말이 없었다.
‘음, 사서에 보면 대단했다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결국 능력 부족으로 원소를 설득하지 못해서 같이 분사한 인물이 아닌가.’
승태가 저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노숙이 다가와 조정에 보낼 서문을 확인차 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안전한 것이 제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주공께서도 성 밖으로 나오라 한 것일 테고요.”
승태는 문서를 쭉 훑어보고는 노숙에게 다시 돌려주며 답하였다.
“혹여 앙심을 품을까 하여 그런 것이지요. 저수가 본시 권모술수에 대하여 능하다고 하는데,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요.”
“아니, 패전지장 주제에 무슨 앙심을 품는단 말입니까. 만일 이런 일로 앙심을 품고 주공을 해하려 한다면 그의 소양이 작은 것이니 높은 자리에 못 앉을 것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인물일 것입니다.”
노숙이 단호하게 말하자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저수가 악의를 품는다 해도 이제 와 어쩌겠는가. 설령 얄팍한 수를 쓴다 해도 그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성 가까이 다가가니, 머리를 풀어헤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저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수는 승태를 보고는 그대로 머리를 조아리며 대례를 표하였다.
“아니, 저건 대체 무슨 짓입니까? 제가 저런 것을 바란 적은 없는데요. 그리고 병사들은 왜 죄다 나와 있는 것입니까?”
노숙도 이해가 되지 않아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호위들과 같이 가시지요.”
옆에 있던 유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리하시지요. 뭔가 수상합니다.”
조운과 조랑이 호위들을 이끌고 곁을 지키자, 승태는 천천히 말에서 내려 저수에게 다가갔다.
저수는 병사들까지 대동한 채 다가오는 승태의 모습에 더욱 큰 굴욕감을 느꼈다.
“죄인 저수! 조정에 죄를 청하고, 인수를 받치나이다!”
승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 순간, 병사들 사이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호위 몇이 급히 승태의 앞으로 달려 나가 대신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그에 조운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기습이다! 주군을 호위하라!”
이변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병사들 사이에서 검을 뽑아 든 이들이 승태를 향하여 달려든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다수 병사들이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이들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둘러 댔다. 그에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승태는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일단 저수를 수습하라! 그리고 내게도 창을 다오!”
호위 중 하나가 창을 건네주자 승태가 말했다.
“적을 처단하라! 저수를 제압하고, 죄는 나중에 물을 것이다!”
한편, 저수는 어이가 없어 소동을 벌이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작금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를 깨닫고는 분기를 내뿜었다.
“왕수! 네놈이 기어이 나를 기망하는구나!”
하지만 저수의 발악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승태의 호위 중 하나가 저수를 후려쳐서 기절시킨 것이다. 의식을 잃은 저수는 그의 손에 질질 끌려갔다.
* * *
제남에서 병사를 모집한 왕수는 관통과 함께 원담을 구하기 위해 제수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 전령 하나가 달려와 죽간을 건네었고, 내용을 살핀 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군. 청주라는 방패를 이용해 숨을 좀 돌릴 수 있겠습니다.”
“그거 잘되었군요. 이참에 고간하고 원희도 쳐 내야겠지요?”
“물론이지요. 주공의 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그리해야지요. 다만, 지금은 주공을 구하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니, 거기에 집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