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301
(301)
이민호의 사촌 형인 이인석은 병원을 찾아갔다가 저녁까지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민호가 연락도 받지 않고 문자에 답도 없자 결국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마다가스카르로 발령 난 사실을 털어놨다.
“뭐어? 마다가스카르? 그게 어디 있는 거냐?”
“아프리카 옆에 있는 섬이에요.”
순간 어머니 장윤희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아, 아프리카? 미친, 널 그런 곳으로 발령을 냈다고?”
“응. 엄마, 나 민호 그 새끼 때문에 열 받아서 미쳐 버릴 것 같아.”
“희정이는 뭐라고 하더냐?”
심희정은 얼마 전에 결혼한 이인석의 부인 이름이다.
“아직 와이프에겐 말 안했어요.”
“잘했다. 발령 났더라도 안 가고 어떻게든 해결하면 될 일이니 굳이 말할 필요 없지.”
“해결한다고요? 어떻게요?”
“민호 그 싸가지 없는 새끼가 널 마다가스카르로 발령 낸 거니, 그 새끼가 원하는 대로 땅을 좀 떼 주고 달래야지.”
“네에? 어, 엄마. 내가 왜 그 새끼한테 땅을 떼 줘요?”
“응? 그럼 마다가스카르로 갈 거야?”
“마다가스카르로 갈 바엔 차라리 사표를 쓰고 말죠. 그딴 회사 때려치워도 갈 회사 많아요.”
“흐음! 하긴 저번에 증여세 낼 때 보니 시골 땅값이 전부 합치면 2억이 넘던데…… 그중 일부를 떼 주긴 아깝지.”
“엄마, 그게 공시지가라 실거래가는 두 배가 넘을 거예요.”
“그래! 그럼 4억이 넘는다는 건데, 그러면 절대 떼어 줄 수 없지. 차라리 직장을 때려치워라.”
그때 부인과 아들이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버지 이영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직장 그만두면 다른 직장을 구하기 쉬운 거냐?”
“아버지, 저 고급 인력 중에서도 고급 인력인 HS케미칼 연구원이에요. 경쟁 업체 연구소에 이력서 넣으면 바로 채용될 거예요.”
“그래. 크흠, 그렇다면 다행인데…… 어째, 나는 조금 미심쩍은 기분이 드는구나.”
“뭐가 미심쩍다는 거예요?”
“아무리 민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해도 네 말대로라면 고급 인력 중에서도 고급 인력인데 그렇게 쉽게 오지로 발령 낼 수 있는 거냐?”
“아버지, 제가 아무리 연봉 1억이 넘는 고급 인력이라고 해도 오너 일가의 눈에는 수십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일 뿐이에요. 조 단위의 돈을 주무르는 재벌들의 눈에는 그리 대단치 않은 거죠.”
“하긴,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눈에야 연봉 높은 연구원이 대단하지 재벌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구나.”
“내일이라도 사표 쓰고 다른 자릴 알아볼게요.”
“그렇게 해라. 그리고 집에 가서 안사람 잘 다독여 주고.”
“네.”
“여보, 그나저나 민호가 인석이 사표 쓰게 만들었는데, 가만 있을 거예요?”
“흐음,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뭔가 뾰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당신이 그래도 꽤나 고위직에 있었잖아요. 병원을 압박해 민호를 자르게 하든지, HS케미칼을 세무조사 하게 할 수 없나요?”
“내가 비록 고위직에 있었지만, 대학병원을 압박할 정도의 힘은 현직 때도 없었어. 그리고 재벌 세무조사는 현 정권의 실세들이나 할 수 있는 거야.”
“당신 옛날 공직에 있을 때 친했던 후임들에게 부탁할 수 없어요?”
“여보, 퇴직한 공무원은 그냥 끈 떨어진 연이야. 후임들도 퇴직 준비할 텐데 미쳤다고 대학병원이나 재벌을 공격하겠어?”
“그, 그런가요? 나는 옛날처럼 당신이 힘을 쓰면 민호 정도는 혼낼 수 있을 줄 알았죠.”
부인의 말에 이영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진 이후부터 왠지 부인이 철이 없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민호가 평범한 의사였다면 나도 친했던 후임에게 전화했겠지만, 곧 재벌가의 사위가 될 놈이야. 더럽고 아니꼬워도 참아야 해.”
이영한은 문득 이런 상황에 아버지가 자신의 집에 계속 머물고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 봤다.
장손이 할아버지에게 하소연하면 아마 당장 동생을 불러 불호령을 냈을 거고 그 결과는 장손의 오지 발령이 아닌 승진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만약을 생각하니 떫은 감을 씹은 듯 입맛이 썼다.
* * *
오금희를 수련한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을 하고 있던 펑이첸은 어느새 자신의 기운이 한층 농밀해졌음을 깨달았다.
‘언제 내 기운이 이렇게 변한 거지?’
그간 빼먹지 않고 오금희를 수련하고 운기행공을 했지만, 여러모로 바빠 오늘처럼 여유 있게 내부를 관조하고 기운의 성질을 살필 겨를은 없었다.
오늘 이렇게 여유가 있는 것은 어제 왕주정 의원의 어머니 옥소화가 퇴원을 해 중국으로 돌아갔고, 스미스 교수도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자신도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민호에게 좀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남아 있는 거였다.
‘십여 년 전부턴 아무리 수련을 해도 기운의 변화가 없었는데…… 스승의 오금희를 수련하고 있어서 기운이 변한 건가?’
펑이첸은 자신이 추측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운기행공을 멈추고 일어나 이민호가 가르쳐 준 오금희를 한번 시연해 봤다. 그리고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행공을 해 봤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기 힘든 작은 변화지만 분명 오금희를 수련하기 전과 후의 기운이 달랐다.
‘여, 역시 스승의 오금희로 인한 변화였군!’
펑이첸은 자신의 변한 기운을 더욱 집중해서 살펴보다가 지금 자신의 기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이렇게 계속 농밀해지다 보면 나중엔 거의 스승의 기운과 흡사해질 것 같은데?’
순간 머릿속에서 벼락이 친다고 느낄 만큼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평생 수련하며 축적한 내기의 양은 옛날 계산법으로 하면 거의 일갑자에 달한다.
그 일갑자의 내기가 시간이 지나 변화를 마치면 모두 이민호의 그것처럼 진기에 가까운 기운이 되는 것이다.
무려 일갑자의 진기.
그 정도면, 어쩌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실제로 살려 낼 수 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방대한 양이라는 거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승님께 실로 엄청난 은혜를 입었구나!’
* * *
“왕주정 의원의 어머니가 치료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간 지 얼마나 됐지?”
박진상 장관의 물음에 보좌관이 서둘러 메모장의 날짜를 확인한 후 대답했다.
“저번 주 화요일에 돌아갔으니까 이제 일주일 됐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 내가 그 건방진 의사 놈을 손봐도 왕주정 의원이 관여하지는 않겠군!”
박진상 장관의 눈이 마치 개구리를 앞에 둔 살모사의 눈처럼 번들거리자 보좌관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의사가 왕주정 의원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연락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이란 본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쯧, 답답하기는. 왕주정 의원이 이제 더 이상 그 의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장 실장도 작년에 어머니 암 수술했지만, 그 수술했던 의사를 지금도 작년처럼 각별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잖아?”
“어! 그, 그러네요. 작년에 어머니 수술할 때는 의사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었는데 퇴원한 이후론 잘 생각지도 않게 됐네요.”
“사람이란 본시 그런 거야. 가족 중 누가 아프면 그 의사에게 환자를 고쳐만 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것처럼 하지만 막상 치료 끝나고 병원 갈 일이 없어지면 그 의사의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법이지.”
“그렇다면 장관님께서 그 의사에게 제재를 가해도 왕주정 의원이 움직이지 않겠군요.”
“그렇지. 사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그렇긴 하죠.”
“우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연락해서 S대학병원에 지원하는 보조금부터 끊으라고 해야겠어.”
박진상 장관이 핸드폰을 꺼내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름을 검색하자 그걸 보고 있던 보좌관이 약간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장관님, 그런데 그 의사가 그때 중국 교도소에 갇혀 있던 우리나라 국적의 정치범과 사상범들을 모두 우리나라로 송환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줬지 않습니까? 그 정도 공을 세웠으면 너무 과한 처벌은…….”
“장 실장!”
핸드폰으로 이름을 검색하고 있던 박진상 장관이 인상을 쓰며 보좌관의 말을 끊어 버렸다.
“네, 장관님.”
“그 의사 때문에 내가 왕주정 의원에게 얼마나 개쪽을 당했는지 잊은 거야?”
“하, 하지만…….”
“하지만은 뭔 하지만이야? 그깟 범죄자들이 우리나라 재판부에서 재판받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해. 죄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 거지. 그런 죄인들에게 줄 혜택을 경제제재를 푸는 일에 사용했으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됐겠어?”
“그, 그렇긴 하죠.”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돈도 안 되는 범죄자들 우리나라 교도소에 수감시켜 국민들 혈세로 밥 먹여 주고 잠재워 주는 일밖에 더하게 만들었어? 혈세를 쓰게 만들었으니 오히려 국익에 손해를 끼친 거야.”
“…….”
보좌관이 차마 그렇다는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박진상 장관은 혀를 차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화를 해서 S대학병원에 지원하고 있는 지원금을 모두 끊으라고 했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치고 난 장관이 후련한 표정으로 보좌관을 보더니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장 실장은 다 좋은데 독한 면이 조금 부족해. 모름지기 사람이 독할 줄 알아야 큰일도 하는 법이야.”
“독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후 스케줄이 어떻게 돼?”
“아! 1시에 소녀상 철거 문제로 일본의…….”
띠리리리릭…….
보좌관에게 오후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박진상 장관은 핸드폰이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했다가 화들짝 놀라 보좌관의 말을 중지시켰다.
“장 실장, 대통령께 전화 왔으니까 잠깐 조용히 해.”
“네? 아, 네.”
“네, 대통령님.”
―박 장관! 도대체 중국 정부에 무슨 결례를 저질렀기에 부주석이 갑자기 내게 전화해서 박 장관을 사퇴시키지 않으면 일본의 기술이 들어간 모든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는 거야?
순간 박진상 장관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네에? 사, 사퇴요? 중국 부주석이 저를 사퇴시키라고 했습니까?”
―그래, 박 장관을 딱 집어서 말했어.
“저는 최근 중국 부주석을 만난 일도 전화 한 통 한 일도 없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부주석이 박 장관을 사퇴시키라고 내게 압박을 넣는다고?
박진상 장관은 통화를 하던 도중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왕주정 의원과 부주석은 의형제를 맺었단 말이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만약 부주석을 움직인 사람이 왕주정 의원이라면 짐작 가는 사람은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시켜 지원금을 틀어막은 그 병원의 의사밖에 없었다.
“대통령님, 제가 잠깐 확인할 것이 있는데 잠시 후에 다시 전화 드려도 되겠습니까?”
―뭘 확인한다는 거야?
“저를 사퇴시키라는 압박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짐작이 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어서 확인해 봐.
“네.”
박진상 장관은 전화를 끊은 후 먼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박 장관님.
“전 장관, 난데 혹시 S대학병원의 지원금을 끊으란 명령을 부하 직원에게 내렸어?”
―네. 박 장관님의 전화를 받고 바로 행정부처의 장에게 전화를 해서 S대학병원의 지원금을 모두 지급 정지하라고 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행정부처의 장에게 전화해서 그 명령 이행하지 말라고 해.”
―네? 갑자기 왜 말을 바꾸시는 겁니까? 아까는 병원장뿐만 아니라 이사장까지 무릎을 꿇게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무릎은커녕 내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으니까 당장 전화해서 명령 취소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