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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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명 교수와 통화를 마친 이민호는 소아 정신과를 향해 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폐 증상이 호전됐다고 한 것으로 봐서는 온기를 주입해 신경다발의 경직된 부분을 풀어 준 것이 최상위 신경 줄기세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건데, 왜 다시 악화된 걸까?’
자주 온기를 주입해서 최상위 신경 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줘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경직된 신경다발을 풀어 준 후 얼마 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지 체크를 해 봐야겠군.’
만약 온기를 주입한 효과가 갈수록 길어진다면 계속 치료를 하는 것이 좋고 그 반대의 경우 치료를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한 후 소아 정신과에 도착하니 한소명 교수와 자폐 증상을 보이는 차수민 환자 그리고 보호자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응, 어서 와. 바쁜데 불러서 미안해.”
“아니요. 괜찮습니다.”
“수민이 어린이의 보호자분께는 이 선생이 미국의 교수도 와서 배움을 청하는 카이로프랙틱 전문의라고 알려 드렸어.”
“아! 그, 그래요.”
한 교수가 보호자에게 이민호를 소개하자 아이의 엄마가 의자에서 일어나 허릴 굽실거렸다.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저번에 수민이가 의사 선생님의 치료를 받고 난 후 여러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고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도 놀기 시작했는데…… 그게 며칠 전부터 안 좋아지더니 지금은 예전으로 돌아왔어요.”
“아, 네. 한 교수님께 수민이의 상태에 대해서는 들었습니다. 제가 오늘 다시 한 번 더 치료를 해 본 후 경과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참, 저번에 멸치 잘 먹었습니다. 한 교수님이 나눠 주셨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아! 네. 제가 건어물 장사를 하는데 좋은 물건 들어오면 또 가져다드릴게요.”
“아니요. 이제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어머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그렇게 비싼 선물을 받으면 법에 걸리거든요.”
순간 보호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 제가 일부러 일반 멸치 상자에 담았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멸치 보면 알죠. 제가 남쪽 바닷가 출신이거든요.”
“아! 그냥 좋은 멸치 정도로 알고 드셨으면 됐는데…….”
“그 멸치 손님에게 파셔야 돈 벌죠. 수민아, 의사 선생님 기억 나? 선생님이 예전에 수민이 ‘아야’ 하던 목 만져 줬었는데.”
이민호가 가까이 다가가자 자폐증인 아이가 신기하게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반겼다.
“손! 따뜻한 손. 좋아.”
“선생님 손이 따뜻해서 좋았어?”
“좋아, 좋아!”
“그럼 오늘도 선생님이 따뜻한 손으로 수민이 목을 만져 줄게.”
“따뜻한 손. 좋아.”
이민호가 목을 만지자 아이는 지그시 눈을 감더니 1분 정도가 지나자 마치 잠이라도 든 것처럼 숨을 새근새근 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보호자뿐만 아니라 한소명 교수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지?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아이나 지을 법한 표정인데?’
두 사람이 놀라는 것과 상반되게 이민호는 아이의 목 신경다발을 만지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저번에 주입했던 기운이 아주 미약하게 남아 있었네!’
기운의 양이 너무 미약해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수준이 됐지만, 그 기운이 그동안 아이의 몸 안에 머물며 기운의 원주인과 본능적인 친밀도를 높여 놓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증 아이인데도 이민호를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민호는 저번에 만졌을 때 경직되어 있던 신경줄기를 찾아냈다.
분명히 풀어 줬는데 그때처럼 다시 경직되어 있었다.
‘저번에 다섯 호흡 정도의 기운으로 경직된 신경을 풀었으니 이번엔 일곱 호흡 정도의 기운을 써서 경과를 봐야겠군.’
신경다발 속의 수많은 신경줄기이기 중에 경직된 신경줄기와 경직되지 않은 신경줄기를 구별해야 했다. 만약 경직되지 않은 신경줄기를 풀어 버린다면 신경이 흐물흐물해져 뇌에서 내린 명령이 장기나 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민호는 대략 10분 정도 온기를 주입해 아이의 경직된 신경줄기를 풀어 준 후 손을 떼었다.
아이는 어느새 엄마 품에 안긴 듯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수민이 어머니, 오늘 치료는 끝났습니다. 만약 수민이의 자폐 증상이 호전된다면 며칠 정도 그 상태가 유지되는지 체크를 좀 해 주시고 증상이 악화됐을 때 병원으로 데려오십시오.”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 * *
띠리리릭…….
핸드폰이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한 이민호는 전화를 건 상대가 장경례 회장인 것을 보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며칠 전 회수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양미령의 부탁을 받고 장 회장에게 진짜 엄마가 필요하단 말을 했지만 결국 설득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만약 설득에 성공했다면 지금쯤 여동생의 카페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이 모두 팔리고 빈 공간만 남았을 것이다.
돈을 못 번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발신자를 확인하고 인상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리 인상을 쓰는 것은 그날 장 회장의 아집과 고집에 질렸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이 선생, 날세.
“아 네, 회장님.”
―회수가 나와 있을 때는 얌전한데, 내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버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전화를 했네. 어렵게 구한 언어치료사와 심리치료사도 또 모두 그만뒀어.
이민호는 장 회장의 말을 듣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설득하면서 해결책을 말해 줬지만 전혀 듣지를 않았고, 그런 사람에게 또다시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했던 이야기를 또 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그러니까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이에겐 아빠도 필요하지만 엄마 또한 필요하다고요. 만약 회장님께서 회수와 하루 종일 놀아 주고 잠도 같이 자 주면서 엄마가 줘야 할 사랑까지 다 줄 자신이 있다면 엄마가 필요 없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으면 하루라도 빨리 회수의 진짜 엄마를 설득해서 데려 오셔야 합니다.”
장 회장은 80이 넘은 노인이라 7살 아이와 30분은커녕 10분도 놀아 주기도 힘든 체력이었다.
―엄마에 대해서는 내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아이의 엄마는 돈 때문에 나와 잠자릴 했고 애를 낳아 줬을 뿐 키울 생각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고. 그런 여자에게 어떻게 자폐증까지 있는 아이를 맡기란 말인가?
“회수가 회장님과 있을 때 자폐 증상을 안 보였던 것처럼 진짜 엄마의 사랑을 받으면 똑같이 자폐 증상을 안 보일 겁니다.”
―그 여자는 이 선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니까.
“회장님, 그 여자분의 마음에서 사랑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돈으로라도 엄마의 역할을 연기하게 하십시오.”
―돈? 흐음! 예전이라면 그런 방법이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그녀도 돈을 제법 벌어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걸세.
이민호는 장 회장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회장님, 저를 설득하려 하지 마시고 어떻게 해서든 엄마를 설득하셔야 회수가 자폐증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이 선생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런 것을 어떡하란 말인가? 엄마 말고 다른 방법을 좀 강구해 주게.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다른 방법이…….
이민호는 한참 동안 장 회장을 설득한 후 지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에휴, 분명 사모님은 회수의 엄마를 설득하면 충분히 데려올 수 있다고 했는데…….”
장 회장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의 내면에 아이의 엄마에 대한 무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면 때문에 설득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들으니 어쩔 수가 없네. 더 이상은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띠리리리릭…….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민호는 모르는 번호이기에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민호 의사 선생님이시죠?
“아, 네.”
―저는 장회수의 엄마 임미소예요.
순간 이민호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치 못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전화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본인을 가수라고 소개하지 않고 아이의 엄마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아! 네. 안녕하세요.”
―양미령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연락처를 받아 의사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사모님을 만나셨다면……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겠네요.”
―네, 그래서 제가 의사 선생님을 좀 뵙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제가 조금 바빠서 그러는데 전화로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전화로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래서, 따로 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이민호는 잠시 고민했지만 상대의 처지가 이해가 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오늘 오프니 저녁에 잠깐 시간을 낼 수 있겠네요.”
―그럼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제가 차를 보내 드릴 테니, 타고 좀 와 주세요.
“차요?”
―네, 제가 조금 유명인이라 구설수에 올라선 안 되거든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 좀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7시에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민호는 통화를 마친 후 양미령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짐작을 해 봤다.
* * *
“안녕하세요, 이민호 의사 선생님.”
앉아 있던 임미소가 일어나 인사를 하자 이민호는 마주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고갯짓을 하자 자신을 안내했던 매니저는 밖으로 나갔고 레스토랑의 룸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식사 안 하셨죠?”
“아, 네.”
“이 집 스테이크 괜찮은데, 스테이크 드시겠어요?”
“네.”
잠시 후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가자 이민호는 슬쩍 시간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임미소 님, 제가 퇴근하긴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 부르신 용건을 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아! 네. 그, 그게…… 사실은 아까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양미령 씨에게 제 아들 회수에 관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임미소의 말은 길었지만 결론은 자신이 지금이라도 아이의 엄마 노릇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녀의 말을 다 들은 이민호는 잠시 고심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사모님에게 들으셨겠지만 저도 장 회장님께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하단 말을 수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완고하게 거절하시더군요.”
“하아! 아마 그럴 거예요. 그 영감은 저를 돈으로 산 여자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으니까요.”
“네, 거의 그렇게 취급하며 아이에게 맞지 않은 여자임을 강조하더군요.”
“그때 당시는 제가 너무 절박해서 몸이라도 팔아 돈을 구해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아마 그런 제가 그 영감의 눈에는 천박하게 보였던 모양이에요.”
“본인이 돈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돈에 팔린 상대만 천박하게 보는 게 이기적인 거죠.”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 주니 조금 위로가 되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돈에 몸을 팔았다고 해도 굳이 아이까지 낳을 필요가 있었습니까? 비록 불법이긴 해도 낙태를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 그게…… 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았어요. 그리고 낙태를 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갔다가 아이의 심장 소릴 듣고 내 인생을 위해 배 속에 있는 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낳기로 결정했던 거고요.”
이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문제였고 어떤 선택을 했든 그걸 어리석었다 말할 권리가 자신에겐 없었다.
임미소가 말을 이었다.
“양미령 씨에게 들으니 그 영감의 옹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의사 선생님밖에 없다던데……. 제가 충분히 사례할 테니 영감을 설득해 주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