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42
(42)
“널 보고 나도 욕심이 생긴 거야.”
“그럼 나랑 TS(외상외과)를 지원하는 건 어때?”
“TS? 난 예전부터 CS(흉부외과)라고 이야기했잖아. 아까는 네가 부러워서 TS를 지원할까, 라고 이야기한 것뿐이야.”
“같은 외과 계열이면 TS가 더 낫지 않아? 듣기론 신설과라 이런저런 혜택을 많이 줄 거라던데. 나중에 임용되기도 쉬울 거고.”
“너 혹시 장 교수님께 동기라도 영입하라는 부탁을 받았냐?”
“그럴 리가 있냐. 그냥 순수하게 TS가 더 낫지 않냐 싶어서 하는 말이야.”
“더 나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네가 갈 거라서 싫어.”
“나 때문에? 왜?”
“내가 아무리 잘해도 너와 비교될 텐데…… 그걸 어떻게 견디냐?”
“나보다 더 잘하면 되잖아.”
이민호의 말을 들은 변희웅은 쓴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너보다 잘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 그냥 CS(흉부외과) 갈 거야.”
우르르르…….
그때 당직을 서던 외과의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교수님, TA환자 온다면서요.”
“응, 어서들 오게. 가슴이 함몰된 환자는 CS 쪽에서 맡아 주고,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환자는 O(정형외과)쪽에서 맡아 줘.”
“알겠습니다.”
“유홍식 선생. 버스 기사의 머리 쪽 출혈이 심하다니까 버스 기사는 유 선생과 내가 콜라보를 해야 할 것 같아.”
유홍식은 NS(신경외과) 펠로우다.
“알겠습니다. 환자 오면 헤드 CT부터 찍겠습니다.”
삐뽀삐뽀삐뽀……
저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의사들이 응급실 문 쪽으로 몰려갔다.
* * *
스트레처카에 실려 온 버스 기사의 이마와 복부가 피투성이였고 유리 파편이 얼굴과 머리에 박혀 있었다.
간신히 숨을 쉬고 있지만, 수축기 혈압이 70대로 낮았고 맥은 100을 넘어갈 정도로 빨랐으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이민호가 기관내삽관을 하는 동안 장태주 교수는 환자의 옷을 가위로 잘라 내고 머리와 복부에 소독약을 들이부으며 상처를 살폈다.
“김길수 선생, C-line(중심정맥)잡고 노말셀라인 풀드랍해.”
“네.”
“이민호 선생, intubation(기관내삽관) 아직 멀었어?”
“방금 끝났습니다. 청진기로 확인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얼른 확인하고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달아.”
“네.”
“변희웅 선생은 뭐 하고 있어? 포터블 가져오지 않고!”
“네, 지금 가지러 가고 있습니다.”
“교수님, 방금 버스 기사 황태선 씨 가족과 통화가 돼서 전화로 수술 동의 받았습니다.”
“오케이, 바로 준비하고. 이민호 선생하고 변희웅 선생, 이 환자 CT 찍고 수술실에 넣어.”
“네.”
이민호는 인공호흡기를 달자마자 변희웅과 함께 스트레처카를 밀고 영상의학과로 달렸다.
영상의학과에는 이미 응급환자가 올 거라 통보를 했기에 CT를 바로 찍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로 CT를 찍을 수 없기에 엠부를 쥐어짜 인공호흡기를 대신하며 CT를 찍고 장태주 교수에게 연락을 했다.
“교수님, 헤드 CT 찍었습니다.”
―알았어. 확인해 볼 테니 1번 수술 방으로 환자 옮기고 수술 준비해 놔.
“네.”
이민호는 변희웅과 함께 환자를 수술실로 옮긴 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환자의 포지션을 잡고 출혈 부위들을 살폈다. 장태주 교수가 임시로 출혈 부위를 막아 놨지만 출혈 양이 많은지 옆으로 줄줄 흐르고 있었다.
‘피의 색깔로 봐서 동맥이 끊어진 것 같은데…… 위배벽동맥인가?’
위배벽동맥은 속가슴동맥부터 배꼽 옆으로 흐르는 아랫배벽동맥까지 연결된 긴 배벽동맥이다.
손끝에 신경을 집중해 출혈 부위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배꼽과 명치 중간 왼쪽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끊어져 말려 올라간 위배벽동맥이 여기서 피를 분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송 선생님, 메스하고 포셉 좀 주세요.”
“네? 뭐 하시려고요?”
“이 환자의 superior epigastric arterial(위배벽동맥)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조치를 좀 취하려고요.”
“출혈을 잡는다고요? 가능하겠어요?”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간호사가 메스와 포셉을 건네자 이민호는 위배벽동맥이 흐르는 길을 따라 근육을 가르고 핏속을 더듬었다.
동맥은 고무줄 같은 탄력이 있기에 끊어지면 근육 속으로 말려 들어가 찾기 힘들어진다. 이민호는 이미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포셉을 근육 속 깊숙이 넣어 동맥의 잘린 부분을 잡아끌 수 있었다.
끊어진 동맥이 밖으로 돌출되자 변희웅의 눈이 동그래졌다.
“우와! 그걸 어떻게 찾아낸 거야?”
“그냥 이쯤 말려들어 갔겠다 생각했어. 반대편도 찾아야 하니까 이쪽 결찰해 줘.”
“알았어.”
변희웅이 클립으로 위배벽동백을 결찰하는 동안 이민호는 반대편 근육도 메스로 가르고 배벽동맥을 찾아내 결찰했다.
그렇게 위배벽동맥의 출혈이 잡히자 복부의 출혈 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수술준비 다 했어?”
잠시 뒤 장태주 교수와 신경외과 의사들이 들어왔다.
“네, 포지션 잡아 놨습니다.”
“수고했어. 이 선생님, 환자 마취해 주십시오.”
“네, 마취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마취의가 환자의 마취가 끝났음을 알리자 장태주 교수가 메스를 들고 환자의 복부를 가르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혈관을 결찰해 놓은 클립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민호 선생이 출혈을 잡은 거야?”
“네. superior epigastric arterial(위배벽동맥)이 끊어진 것 같아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민호의 대답에 환자의 머리를 열 준비를 하고 있던 신경외과 의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민호 선생은 인턴 아닌가?”
“인턴 맞습니다.”
“그런데 끊어진 superior epigastric arterial을 찾아내 출혈을 잡았다고?”
“아, 네. 상처 부위가 superior epigastric arterial의 경로인지라 쉽게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찾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실력 좋네.”
“아, 네.”
그때 뒤쪽에서 보고 있던 마취과 의사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유홍식 선생은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이민호 선생. 수술방에선 이미 유명인사야.”
“네, 유명인사라고요?”
“이미 장 교수님께 혈관문합을 받았을 정도라고.”
“네? 자, 장 교수님! 정말입니까?”
“응, 역대급 인턴이라 내가 기회를 많이 주고 있지. 그만 신경 쓰고 환자 헤드에 집중하지 그래.”
“아, 알겠습니다. 후와, 대단한 인턴을 내가 모르고 있었네.”
유홍식은 이민호가 결찰해 놓은 위배벽동맥을 잠시 본 후 다시 자신의 수술에 집중했다.
“석션, 이리게이션! 변희웅 선생, 집중 안 하냐?”
“아! 죄, 죄송합니다.”
변희웅은 장 교수를 보조하는 이민호의 손을 보다 흡입기를 제대로 가져다 대지 못해 혼이 났다.
* * *
근육과 복막을 가르자 간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 보였다.
“석션, 이리게이션, 석션.”
흡입기로 피를 흡입하고 생리식염수를 부어 간을 씻어 내자 간에 박혀 있는 유리 파편이 드러났다.
장태주 교수는 조심스럽게 간을 들어 유리 파편이 박힌 부위를 살폈다.
대략 5cm 길이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넓이인 유리 파편은 우엽 전분절 부위에 박혀 문맥정맥을 잘라 놓은 상태였다.
“다행히 Large bowel(대장)은 피해 갔네. anterior segment(전분절) 절제하고 portal vein(문맥정맥) 문합하면 되겠어. 클립.”
“여기 있습니다.”
장태주 교수는 간의 아래쪽에 위치한 우엽문맥을 클립으로 결찰하고 전분절에 박혀 있는 유리 파편을 뽑아냈다.
“절제할 부위도 크지 않으니 이쪽은 빨리 끝나겠군. 보비(전기소작기).”
장태주 교수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소작기로 간을 절제하자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민호는 흡입기를 연기가 피어나는 위쪽에 대어 매캐한 냄새를 최소화했다.
대략 한 시간 정도가 걸려 간을 절제하고 잘린 문맥을 문합하고 나니 복부 쪽 급한 수술이 끝났다.
“이리게이션. 석션.”
생리식염수를 부어 핏기를 씻어 내고 유리 조각이 더 있는지, 출혈 부위가 더 있는지 확인했다.
“더는 없는 것 같군. 이민호 선생이 보기엔 어때?”
“제가 봐도 출혈 부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배액관 달고 마무리하면 되겠군.”
장태주 교수는 간엽의 절제 부위에 배액관을 단 후 다시 이민호를 불렀다.
“네, 교수님.”
“내가 이쪽에서 마무리해 갈 테니까 이민호 선생은 반대쪽에서 마무리해 와.”
“알겠습니다.”
장태주 교수가 환자의 우측에서 복막을 봉합하기 시작하자 이민호는 좌측에서 복막을 봉합하기 시작했다.
따가닥. 푹. 푹. 푹…….
두 사람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자 복막이 순식간에 닫혔다.
가위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변희웅은 이민호의 입에서 컷이란 말이 먼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서둘러 봉합사를 잘랐다.
‘미, 미친, 교수님보다 빠르잖아!’
이민호가 봉합하고 매듭을 지어 놓은 복막은 전체 복막의 삼 분의 이 지점이었다.
이민호가 손을 옮겨 복근을 봉합하기 시작할 때 장태주 교수는 이민호가 복막 매듭 지어 놓은 곳에 도착했다.
“컷.”
“컷.”
장태주 교수도 매듭을 지어 봉합사를 자른 후 이민호가 봉합해 놓은 부위를 보고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나 빨랐던가? 아니 저번보다 더 빨라진 건가? 아주 괴물 같은 놈이네.’
서둘러 복근을 봉합하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이민호의 손이 복근의 삼 분의 이 지점에서 매듭을 지은 후에 도착했다.
장태주 교수는 복근을 이민호가 봉합한 부위까지 봉합한 후 매듭을 짓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이민호 선생이 나머지 마무리를 다 해.”
“알겠습니다. 교수님.”
잠시 후 이민호가 빠른 속도로 피부까지 봉합해 버리자 장 교수는 여유를 가지고 천공술로 두개골 안 경막 쪽에 고여 있는 혈종을 제거하고 있는 유홍식을 바라봤다.
신경외과 쪽은 절단기로 두개골을 동그랗게 잘라 내 경막 아래쪽까지 절제해 들어가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혈종을 제거하던 유홍식도 장 교수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가 복부가 닫혀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버, 벌써 끝내신 겁니까?”
“응, 보다시피. 워낙 손이 좋은 선생이 있어서.”
유홍식은 힐끔 고개를 돌려 수술실 벽에 걸려 있는 전자시계를 봤다.
23시 10분.
수술 시작한 지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간엽을 절제하고 끊어진 네임드 혈관들을 모두 이은 후 복부를 닫은 것이다.
못해도 세 시간은 넘게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끝나다니.
“대단하십니다.”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이민호 선생이 잘한 거지. 먼저 나갈 테니 수고들 하게.”
“네.”
“이민호 선생하고 변희웅 선생은 유홍식 선생의 수술이 끝나면 환자 회복실로 옮기고 보호자에게 연락해.”
“네, 교수님.”
장태주 교수가 나가자 이민호와 변희웅은 유홍식이 하고 있는 수술을 참관했다.
‘그러고 보니 이 몸의 주인은 신경외과 턴을 돌지 않았네.’
이민호는 수술을 참관하다 자신이 신경외과는 수련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