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 베세르크의 심장(2)
“이게···.”
전신으로 흘러넘치는 압도적인 힘.
류진철은 양 손을 펼쳐 내려다보았다.
내려다본 양 손에는 검붉은 마력이 스물스물 새어나오고 있었다.
류진철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쓰러진 암성(暗星)을 바라봤다.
암성은 정신을 잃은 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류진철은 S급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를 다투는 실력자였다.
그것도 대격변의 영웅에 근접한 실력자.
그러나 한없이 근접했을 뿐.
결코 다다를 수는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 발악을 했음에도 류진철은 대격변의 영웅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류진철과 대격변의 영웅 사이의 격차는 언급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격변의 영웅인 암성(暗星)이 상대가 되질 않았다.
다름 아닌 자신에게 말이다.
“이것이 종말의 힘인 건가···.”
류진철은 전신으로 느껴지는 힘에 전율했다.
하지만 동시에 류진철은 알 수 있었다.
베세르크의 심장이 가진 마력.
그 마력이 자신의 존재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정제되지 않은 베세르크의 마력은 하나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드래곤의 심장은 드래곤의 전부라 할 수 있는 것.
그 심장을 아무런 정제의 과정없이 흡수했으니,
류진철의 마력과 베세르크의 마력이 서로 상충되어 반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승자는.
“쿨럭···!”
당연히 베세르크의 마력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억눌린 마력은 해방된다.
그리고 류진철의 몸은 갈가리 찢겨진다.
예정된 죽음.
힘을 취하는 그 순간,
류진철의 파멸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애시당초 이 힘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었다.
취할 수 있으나,
취할 수 없는 힘.
류진철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류진철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긴 로브를 눌러 쓴 존재, 위대한 목소리가 서있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지?”
그러자 위대한 목소리가 답을 하듯 의지를 내뱉었다.
【네가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류진철은 실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제 와 회피하는 건가? 웃기는 군. 무엇보다 너는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위대한 목소리가 살짝 고개를 들어보였다.
그 때문에 로브의 후드로 가려진 어둠이 살짝 드러났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위대한 목소리는 류진철을 말없이 바라봤다.
이윽고 고개를 천천히 허공으로 돌렸다.
【지금은···.】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종말로 예정되어있던 차원의 운명.
그 운명이 어느 순간 불투명해졌다.
정확히는 엘드리치의 소멸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위대한 목소리는 가만히 허공을 바라봤다.
류진철은 그런 위대한 목소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것이 어떤 의미인지.
류진철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애초에 위대한 목소리는 존재 자체가 미스테리했다.
숨기는 것도 많았고,
어디 하나 수상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렇기에 위대한 목소리가 접근했을 때 류진철은 위대한 목소리를 믿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류진철은 위대한 목소리를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진철은 끝내 베세르크의 심장을 취했고,
위대한 목소리의 계획에 동참했다.
그 이유는 별반 특별하지 않았다.
아무렴 상관없었으니까.
한국에서 쫓겨나다시피 도망쳐나온 이후.
류진철의 목적은 언제나 하나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간 김서준의 파멸.
김서준에게 파멸을 줄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설령 자신이 제물이 된다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묻지.”
위대한 목소리가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는 모습.
류진철은 가슴께로 손을 얹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하필 나였지?”
【네가 의식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존재였으니까.】
“의식의 조건이라··· 칼리아로는 안되었던 건가?”
위대한 목소리는 답이 없었다.
류진철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사실 이제 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류진철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이걸로 김서준. 그 놈을 확실히 파멸시킬 수 있는건가?”
두근!
그와 동시에 베세르크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마치 김서준이라는 이름에 반응이라도 하듯.
이어 위대한 목소리가 의지를 내뱉었다.
【아마도.】
그리고 위대한 목소리는 자신이 내뱉은 의지에 순간 멈칫거렸다.
아마도.
단정할 수 없는,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추정하는 단어.
위대한 목소리는 자신의 의지로 이 단어를 내뱉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미래였건만···.
그 순간.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문득 들려온 류진철의 말에 위대한 목소리는 상념을 털어내었다.
【의식이 시작되면 네 육체는 베세르크의 심장을 받아들일 것이다. 허나, 너의 자아는 완전히 붕괴된다. 너는 그 격의 차이를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지. 즉, 너의 존재는 소멸한다.】
죽음도 아닌 소멸.
그러나 류진철은 담담하게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를 듣고 있었다.
위대한 목소리의 계획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처음엔 믿지 않았다.
지금도 믿는 것은 아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한다고 전해줬으면 좋겠군.”
허나, 후회하지 않는다.
김서준의 파멸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류진철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두근!
베세르크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검붉은 마력이 터져나오며 류진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취할 수 없는 힘을 취한 대가였다.
류진철의 전신으로 검붉은 마력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그런 류진철의 모습에 위대한 목소리는 품 속에서 성구(聖球)를 꺼내들었다.
과거, 베세르크를 봉인하는 데 사용했던 진리회의 성물.
위대한 목소리는 백색의 마력과 함께 성물의 힘을 이끌어냈다.
파지지지직!
백색의 마력에 의해 터져나오던 검붉은 마력이 점차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 검붉은 마력이 류진철의 몸으로 전부 흡수되었다.
그리고 찰나.
류진철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런데 어째서 일까.
“······ 생각보다 좋은 육체잖아?”
방금 전의 류진철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있는 듯한 모습.
류진철은 자신의 몸을 연신 내려다봤다.
“게다가 지금 이 마력··· 엄청난데? 이러면 내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겠는 걸? 그런데 어떻게 이 육체가 이 힘을 버틸 수 있는 거지?”
이윽고 류진철의 두 눈이 위대한 목소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위대한 목소리가 들고 있는 성물에 이르러 시선이 멈추었다.
“초월급 장비?”
류진철이 눈을 크게 떠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걸로 억눌렀구나?”
류진철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력을 정제한 것이 아니라, 억누른 것이었다.
그렇기에 심장은 신체에 흡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큰 상관없었다.
심장이 가진 마력을 끌어다 쓰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까.
“어··· 그런데 그거 부서졌네. 초월급 장비면 인과가 정말 어마무시할텐데··· 아까워서 어째?”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자 위대한 목소리가 싸늘한 의지로 일갈했다.
류진철은 양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말했다.
“워워. 진정하라고. 아무리 내가 인과 때문에 왔다지만, 그래도 초월자랑은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는 씨익, 웃어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제 난 뭘 하면 돼?”
위대한 목소리는 그런 류진철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의지를 내뱉었다.
【네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육체를 빌렸으나 넌 이곳 차원의 존재가 아니니, 관조자가 널 추방할 방법을 찾아낼 거다.】
“관조자? 그게 누군데?”
류진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위대한 목소리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위대한 목소리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우우웅.
그러자 백색의 마력이 터져나오며 바닥에 쓰러진 암성에게로 향했다.
곧 암성의 몸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 위대한 목소리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 등 너머로 위대한 목소리의 의지가 들려왔다.
【그러니 곧 무대를 만들어 주지.】
종말의 마지막 무대를.
위대한 목소리는 그렇게 자리를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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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3개로 나뉘어진 파편 중 하나라고요?”
화타의 말에 서준은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드래곤 하트는 드래곤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
그 드래곤 하트를 쪼갤 수 있다는 것을 서준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아니, 설령 쪼갤 수 있다치자.
그럼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대충 이런 형태로 찢겨져 있어야 하지 않나?
물론 드래곤 하트의 구조는 인간과 다를 순 있었다.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찢겨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베세르크의 심장.
이건 온전한 심장의 형태였다.
[나도 믿을 수 없지만 확실하네. 이 용의 심장은 완벽하나, 완전하지는 않네.]하지만 화타는 의술로서 초월의 반열에 오른 초월자.
화타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사실이라고 봐야했다.
[대체 누가···? 아니, 이 완벽한 심장을 어찌?]그리고 그런 화타조차 그 사실을 좀처럼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초월자마저 믿기 힘든 현상.
그 말은 즉.
최소한 화타와 같은 초월의 경지에 들은 존재의 짓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흐음···.’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존재는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화타에게 물었다.
“그럼 그 심장을 복용해도 용언을 사용할 수 없는 건가요?”
[그건 아닐세. 이 용의 심장은 이 자체로서도 완벽하네. 분리가 된 것은 이 안에 담긴 힘뿐이네.]한 마디로 마력만 1/3로 나뉘어졌다는 뜻.
그런 화타의 말에 서준은 살짝 놀라보였다.
‘이게 고작 1/3에 불과한 마력이라니.’
그럼 온전한 베세르크는 대체 어느 정도였던 걸까.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만, 그만큼 일이 더 까다로워졌다네. 아무래도···. 두 분을 초청해야할 것 같네.]이어진 화타의 말에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나 저러나.
베세르크의 심장을 흡수해야 함은 변하지 않았다.
서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멘토를 바라봤다.
그러자 멘토가 자신있게 손을 들어보이며 소리쳤다.
이윽고 멘토가 서준의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만나서 반갑소이다. 편작이라 하오.] [파라켈수스다.]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동양풍의 노인과 서양풍의 중년 남성이 서있었다.
다름 아닌 편작과 파라켈수스.
인상이 뚜렷한 탓에 둘을 구분하기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음?] [뭐지?]순간 편작과 파라켈수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곳에 세 명의 초월자가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게 말이죠···.”
서준은 편작과 파라켈수스에게 현 상황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주었다.
[용의 심장을 말이오?] [드래곤 하트를?]이어진 두 사람의 물음에 서준은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돌려 화타를 바라봤다.
그러자 화타가 한 발 나서며 손에 든 베세르크의 심장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일순간 반짝이는 편작과 파라켈수스의 눈빛.
[호오···?] [맙소사, 이런 완벽한 드래곤 하트라니?]역시나 편작과 파라켈수스 또한 화타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타는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편작과 파라켈수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이런 영광스러운 일에 초대해주어 오히려 내가 고맙구려.] [재미있겠군. 한 번 해보지.]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편작과 파라켈수스가 베세르크의 심장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마력 자체에 생명력이 깃들어 있군. 이대로 흡수했다가는 복용자의 내부에서 충돌이 일어날 거다.] [그럼 마력을 억누르거나, 자연의 마력으로 환원해야겠소이다.] [흡수가 목적이니 마력을 억누르는 것보다는 자연의 마력으로 환원하는 쪽이 좋겠습니까?]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정제 과정에서 마력의 손실이 조금 걸리는 군.] [음··· 그건 어쩔 수 없이 감안해야겠지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자연의 마력으로 환원하면서도 총량을 증폭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으니.] [호오, 연금술에 그런 방법이 있었나?]셋은 그렇게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토론을 시작했다.
서준은 대충 듣다가 금방 신경을 꺼버렸다.
저들은 각자의 분야에 정점을 찍다 못해 초월의 반열에 든 인물들.
서준이 신경쓰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해줄 터였다.
‘애초에 신경쓰고 싶어도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멘토가 깜빡했다는 듯 서준에게 말을 걸어왔다.
서준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대충··· 300억 정도 되나요?”
그도 그럴 것이 화타의 프리미엄 강의가 시간당 100억이었다.
여기에 편작과 파라켈수스, 두 명이 추가되었으니 대충 계산하면 시간당 300억 가량이 나왔다.
그런데.
어째 멘토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멘토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흠칫.
그런 멘토의 말에 서준은 몸을 떨어보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300억은 훌쩍, 넘긴다는 말이었다.
서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 그래서··· 어, 얼마죠?”
멘토는 검지 손가락 하나를 펼쳐들며 크게 소리쳤다.
“······”
서준은 순간 말 문이 막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