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9
9화 – 성장(3)
“아고고··· 나 죽겄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서준은 쓰러지듯 침대에 드러누웠다.
꼼짝도 하기 싫은 나른함과 피로감. 전신을 옭아매는 그 감각들에 서준은 저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졌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어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중량을 짊어지고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효율적인 것과 힘듦은 별개의 개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효율적으로 운동한다 함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조진다는 뜻.
무엇보다 세상천지 어느 누가 몬스터 사체를 들고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를 한단 말인가.
서준은 돌이켜 생각한 본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서준은 스마트폰을 들어 과제 목록을 확인했다.
-20km 구보. [20km/20km] (달성!)
-스쿼트 500회. [500/500] (달성!)
-팔굽혀펴기 200회. [200/200] (달성!)
-윗몸 일으키기 300회. [300/300] (달성!)
-턱걸이 150회. [150/150] (달성!)
그리고 모두 달성한 과제에 서준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윗몸 일으키기와 턱걸이 같은 경우에는 따로 수행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애써 번 시간인데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서준은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웠다.
그도 그럴 것이 과제를 수행하는 이유가 바로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과제를 수행하느라 피곤해서 강의를 듣지 않는다?
본말이 전도되어도 정도가 있었다.
서준은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밀어올리며 초월자 학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케이론과 석가모니 순서로 강의를 차례로 들었다.
.
.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두 강의를 모두 들은 서준.
서준은 화면에 비친 강의 진행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석가모니의 강의는 진행률이 진짜 더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은 케이론의 강의를 석가모니의 강의보다 1주일을 더 늦게 시작했다.
그럼에도 케이론은 9.1%인 것에 비해 석가모니는 고작 2.5%.
“괜히 SSS가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서준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 프로 헌터 시험까지 1년이란 시간이 있었고, 무엇보다 석가모니의 부동심(不動心)은 초월자 과정을 위한 강의였다.
어쩌면 꼭 100%가 아니어도 프로 헌터시험은 물론, S급 헌터까지는 씹어먹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럴 것이라 서준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보다 시간이 남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서준은 스마트폰 화면에 비치는 시간을 보며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석가모니 강의가 끝날 때 쯤이면 자정을 넘어 새벽을 향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작 오후 10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미친 짓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강의를 다시 한 번 들을까.”
서준은 금방 고개를 저었다. 무작정 강의를 반복해서 듣는다고 진행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강의 진행률은 내용에 대해 확실히 이해해야지만 올라갔다. 석가모니의 강의 같은 경우는 작더라도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했다.
반복해서 듣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시간 낭비일 수도 있었다.
“차라리 다른 강의를 하나 들어볼까?”
문득 떠오른 생각이긴 했지만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현재 서준이 듣고 있는 강의는 엄밀히 따지고 보면 심신(心身)의 단련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본격적인 수련에 앞서 준비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준이 꿈꾸는 프로 헌터는 단순히 심신만 단련하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흉포한 괴물들과 싸워야하고, 어쩔 때는 같은 헌터들과도 싸워야 했다.
멘토는 자신이 다시 올 때까지 일단 두 강의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어차피 수련은 본인이 하는 것 아닌가.
서준은 결국 다른 강의를 하나 듣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무기와 관련된 즉, 창술에 관한 강의였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제천대성이 창술을 가르쳤었지.”
서준은 기억을 더듬어 제천대성의 강의를 찾았다.
[봉술과 창술의 기본. (강사:제천대성)]이어 망설임 없이 해당 강의로 들어가 수강버튼을 눌렀다.
(수강료는 차후 회원님의 상황과 인과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일, 십, 백··· 270억? 이런 미친.”
그런데 수강료가 말이 안되었다. 말이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 초월자 학원인건가?
서준은 저도 모르게 실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이건 프로 헌터가 되어도 장담할 수 없겠는데…”
물론 S급 헌터가 되면 억단위는 금방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270억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인과율을 계산하여 적정 수강비를 측정한다는 저 글귀.
누가 수강하느냐에 따라 수강 비용이 다르게 청구된다는 뜻인가?
“무슨 기준이나 조건이 있는 건가…”
서준은 초월자 커뮤니티와 함께 강의료에 대해서도 멘토가 오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서준은 프리패스 강의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뒤적였고, 딱히 이렇다 할 강의를 찾지 못했다.
지금 서준의 수준에서는 아무 강의나 들어도 다 도움이 될 테지만 서준은 신중하게 골랐다.
현재 서준에게 남는 시간은 한 개의 강의를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
하나를 듣더라도 제대로 된 강의를 듣고 싶은 건 당연한 생각이었다.
“커뮤니티 카페에서 한 번 찾아볼까.”
초월자 커뮤니티, ‘초시생들의 수다수다’는 초월자 준비생들이 서로 좋은 강의들을 추천해주고 고민을 푸념하며 서로 위로를 받는 그런 공간이었다.
분명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수강생들이 있었을 터.
글은 남길 수 없었지만 게시글 확인은 가능했으니 확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서준은 곧바로 초시생들의 수다수다로 접속했다.
그렇게 한참을 찾기를 계속.
『[창귀] – 프리패스 강의 중 창술 관련 괜찮은 강사님 있나요?』
“있다!”
서준은 곧장 해당 게시글을 눌렀다.
『제목 그대로 프리패스 강의 중 창술 관련 괜찮은 강사님 있나요?
제가 프리패스 말고는 개별 강의를 들을 처지가 안돼서요.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래도 초월하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딱 서준과 비슷한 처지였다.
서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쭉, 내려 댓글을 확인했다.
ㄴ[이번엔 꼭 초월한다!]: 흠, 프리패스에는 그닥··· 프리패스는 사실상 석가모니 강사님 강의 때문에 구매하는거라.
ㄴ[창귀]: 오딘 강사님도 있던데. 오딘 강사님은 어때요?
ㄴ[어둠을 거니는 자]: 오딘 강사님은 비추. 제가 들어봤는데 그 분은 궁니르만 다룰 줄 아십니다. ‘던져라, 그럼 맞을 것이다.’ 이러길래 그냥 꺼버렸습니다. 오딘 강사님 들을 바에는 힘들어도 인과 모으셔서 개별 강의 듣는 게 좋아요.
ㄴ[창귀]: 그렇군요 ㅠㅠ.
ㄴ[무쌍패왕]: 현재 경지가 어디신지 모르겠지만 창을 처음 입문하시는거면 항우 강사님 강의도 나쁘지 않아요.
ㄴ[창귀]: 항우 강사님이요?
ㄴ[무쌍패왕]: 네. 역발산 안되시는 분이라면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다들 잘 모르시는데 역발산의 시초이신 분입니다.
“항우?”
설마 패왕 항우를 말하는 건가?
항우는 초한지에 등장하는 이로서 압도적인 무력의 소유자라 알려진 인물이었다.
만인지적(萬人之敵).
한 사람이 1만명을 대적한다라는 말이 항우 때문에 나온 말이니 할 말 다한 시점이었다.
이후로 항우와 대적할 정도의 인물들은 있었으나 그를 뛰어넘는 인물은 동양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항우라···”
서준은 다시 초월자 학원에 들어가 프리패스 검색 란에 항우를 입력했다.
[역발산(力拔山)은 이렇게 하는거다. (강사: 항우)]그러자 떠오르는 강의 하나.
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수강 버튼을 눌렀다.
서준이 알고 있는 패왕 항우라면 믿을 만했고, 어차피 프리패스 강의였기에 수강료가 청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꾹.
.
.
화면에 등장한 이는 커다란 덩치의 우락부락한 근육의 소유자였다.
투박하면서도 괄괄한 눈빛은 마치 맹수의 그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
[창을 배우고 싶다고? 크하하하하! 이 강의를 들으려는 너희들은 아마 대부분 쓰레기들일테지! 쓰레기들이 창을 배운다라! 크하하하하!] [좋다! 가르쳐주지! 하지만 니들한텐 란나찰 그딴 거 다 필요없어! 창을 제대로 휘두를 줄도 모르는 놈들이 무슨 란나찰이니, 기본을 지껄이는 것이냐!] [일단 휘둘러라! 네 몸에, 네 감각에 창이라는 개념을 새겨! 그리고 나서 다시 와라!].
.
그렇게 갑작스럽게 강의가 끝이 났다.
“뭐야, 이게 끝이야?”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일일 과제가 도착했습니다.] [인과율을 계산하여 현재 수강생의 수준에 적합한 과제가 부여됩니다.]-창으로 분류되는 무기를 5,000번 휘두르기 [0/5,000]
갑자기 과제가 도착해있었다.
그리고 5천 번 정도 휘두르는 것은 크게 어렵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케이론의 일일과제를 미루어 저것도 단순히 휘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닐 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왜 하나같이 일일 과제들이냐고···”
서준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 서준이 항우의 강의를 듣기 시작한지 1주일이 흘렀다.
그간 서준의 일상은 이러했다.
사체 운반 일을 하면서 케이론의 일일 과제를 수행.
집으로 돌아와 케이론과 석가모니의 강의를 우선적으로 듣고, 남는 시간에 항우의 과제를 수행하고 강의를 듣는다.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서준은 즐거웠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비교도 할 수 없이 성장하고 있는 자신.
그럴 때마다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프로 헌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래서 서준은 오늘도 어김없이 사체를 등에 짊어지고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여! 역시 오늘도 미쳐있구만!”
그리고 1주일 동안 서준은 단연 인기 스타가 되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 혼자서 거의 다섯 사람이 할 분량을 해내니 다른 사람들이 해야하는 작업량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퇴근도 빨라졌다.
“둘! 부지런히 해야죠. 하루라도 쉬면··· 셋! 몸이 굳어버리거든요.”
“햐···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남자는 주섬주섬거리더니 품에서 작은 초코바 하나를 꺼내 서준에게 건넸다.
오늘 간식으로 나온 것이었는데 서준을 주려고 아껴둔 모양이었다.
“자, 이거. 별 거 아니지만 먹고 하라고.”
“감사합니다!”
이제 현장에서 서준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렇게 초코바를 받고 다시 움직이려는 그때, 만철이 서준에게 다가왔다.
“얼씨구. 아주 스타가 다 되셨어.”
“만철 아저씨··· 넷!녕하세요!”
“넷녕하세요는 염병.”
만철은 한껏 못마땅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털었다.
“그 지랄은 대체 언제까지···”
바로 그때였다.
“걱정하지 마십쇼! 헤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업반장, 김태수의 목소리.
서준과 만철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고 그곳에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김태수가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누군가를 향해 굽신거리고 있었다.
“정말 문제 없는 거겠죠?”
이어서 들려온 청아한 목소리. 자세히 살펴보자 김태수 앞으로 긴 흑발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가 서있었다.
청순함과 어딘가 차분한 매력이 돋보이는 그녀.
김태수는 그녀에게 연신 굽실거리며 말했다.
“저희 업체는 철저한 관리와 안전 수칙으로 단 한 번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죠. 걱정하시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얼마 전, 베히모스 사건 알고 계시죠? 제가 확인은 했지만 그래도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철저하게 검수해주세요.”
“옙! 물론입죠! 헤헤.”
마치 높으신 분에게 아부하는 하청 업체같은 모습.
만철은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 툭, 말을 내뱉었다.
“나 참. 간이며 쓸개며 다 줄 생각이네.”
서준은 하던 미친 짓을 멈추고는 만철에게 다가가 물었다.
“누구길래 반장이 저래요?”
“검성의 손녀랜다.”
“검성의 손녀···? 설마 박서윤?”
“아는 사람이야?”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검성(劍星) 박민철.
그는 100년 전, 게이트라는 개념이 처음 생성되었을 때 활동한 각성자였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각성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없었다.
괴물들은 지금보다 더 흉포했고, 길거리에는 그런 괴물들이 돌아다녔으며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였다.
박민철은 그런 세상에서 각성자로 활동하여 현재의 문명으로 돌려놓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한 마디로 인류를 구원한 영웅으로 평가받는 사람.
지금은 완전 할아버지가 된 그였지만 여전히 한국을 넘어 세계권을 다투는 최고의 실력자였다.
그런 검성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역시나 만철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아니, 검성을 모르지는 않는데 그 손녀는 잘몰라.”
“아··· 그건 그렇죠.”
서준은 그때서야 만철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성의 명성과 달리, 그의 손녀는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니까.
되려 외모 때문에 유명해졌달까. 그래서 서준도 이름 정도만 아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뭐, 그럼에도 프로 헌터인 건 변함없지만.’
서준은 다시 만철에게 물었다.
“그런데 검성의 손녀가 여기에 왜 있어요?”
“네가 매고 있는 그거 때문에.”
서준은 잠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등을 바라봤다.
축 늘어진 4성급 몬스터 만티코어. 서준은 다시 물었다.
“이게 왜요?”
“그거 쟤가 레이드한 거라는데?”
서준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서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예쁘긴 예쁘다는 것뿐이었다.
“왜. 관심있냐?”
“설마요.”
놀리는 듯한 만철의 말에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서준은 더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고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딛으며.
“하나!”
스쿼트!
오늘 할당된 일일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하는 사람이야?’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서윤은 어이가 승천했다.
사실 아까부터 시선이 느껴져 의식하고 있긴 했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서윤은 그런 시선들을 많이 받아왔고 또 이제는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엮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둘 이유는 없었다.
“둘!”
그런데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서윤이 김태수에게 물었다.
“저 분은··· 뭐하는 사람이죠?”
김태수는 잠시 서준 쪽을 바라보다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쯧. 여기서 일하는 잡부입니다. 서윤님이 신경쓸 필요가 없는 놈이죠. 병원에 다녀오더니 갑자기 저런 미친 짓을 하는데, 일은 잘하고 있는 터라 두고 있긴 합니다만··· 어떻게 주의를 줄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서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다녀오더니’ 라는 말이 뇌리에 콱! 박혔기 때문이었다.
“셋!”
‘정신이 안좋은 사람인건가.’
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금방 관심을 떨쳐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서준은 계속해서 스쿼트를 이어갔다.
사실 알고 있다해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을 테지만.
“기사님. 여기, 3마리요.”
“어이쿠. 혼자서 만티코어를 3마리나 가져왔어? 대단허이.”
감탄하는 기사의 말을 배경으로 서준은 트럭 위에 사체를 올려놓았다.
그런데.
꿈틀.
그런 사체들 사이로 문득 기이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뭐지?’
서준은 물끄러미 사체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사체들.
‘방금 이거 움직인 것 같은데···’
평소라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초월자 학원의 강의로 단련된 감각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서준아! 쉬는 시간이다! 쉬었다 하자!”
‘에이, 기분 탓이겠지.’
현재의 서준은 그것을 단지 기분 탓이라 정의내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