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13
아르노강은 피사와 피렌체라는 이탈리아의 값진 진주들을 내륙 수운으로 꿰어 넣는 튼튼한 비단실이었다.
강 위로는 두 부유한 도시의 인력이, 가축이, 그리고 부가 흘러다녔다.
피렌체는 아르노강을 통하여 지중해를 만나니, 번영과 영광을 위해서라면 피사는 마땅히 공화국에 복속되어야만 했다. 아르노강은 피렌체 공화국의 척수였다.
아무튼 그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점차 피렌체 시내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말한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것만 같은 집입니다. 마지막으로 피렌체를 방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모든 게 달라졌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드는군요.”
“도시는 여전합니다. 거리는 여전히 활기차고, 시민들 역시 그러합니다.”
“하하하….”
사보나롤라의 말에 잠시 씁쓸하게 웃으며 아메리고는 고개를 내젓는다.
“제가 떠나왔을 때는 로렌초 각하도 살아 계셨지요. 정말, 도시는 여전합니까?”
“….”
“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가족과 벗들이 그 난리 동안 무사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소원이 적다고 해서 그것이 이뤄지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저는 몇몇 그리운 얼굴들을 영원히 잃어버렸을 겁니다.”
“시뇨레 아메리고 베스푸치?”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얼굴을 바꾼다. 우수가 지워지고 긴장이 감돌았다.
“예. 안녕하십니까, 스파냐 공화국 대사 각하?”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귀하의 ‘사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잠시 당황한 듯 몸을 굳히더니, 곧 사보나롤라를 급히 돌아본다. 눈빛으로 무언갈 묻는 듯하다.
내가 아는 ‘그걸’ 아는 게 맞냐고.
사보나롤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메리고는 한숨을 쉰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아마 처음부터일 겁니다. 소련의 신대륙 계획에서 해적의 발생 요인은 철저히 통제되었던지라.”
“맙소사. 그렇다면 어째서 잡지 않았… 아닙니다. 무의미한 질문이군요. 사과드립니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러 한 나라의 지도자와, 대사, 해적 조합장 각하가 모인 게 아니니 화제를 옮기기로 하죠.”
이게 어떻게 ‘사소한’ 화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아메리고의 얼굴에 떠오르다 이내 사라진다.
그 역시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가 방향을 틀자 바닥의 뭔가와 부딪힌 듯 덜컹, 소리가 나고 세 사람의 몸이 흔들린다.
“…일단은 곧 도시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도록 하지요. 여긴 너무 불안정하고, 또 듣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노잡이들과 키잡이를 슬며시 훑어보더니, 로밀리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의 말대로 이야기는 그들이 시뇨리아 궁전에 당도하고 나서야 다시금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의 내밀한 회의실에서 아메리고는 익숙한 얼굴 또한 발견한다.
“…형님? 무사하셨군요!”
“아메리고! 네가 어쩐 일로 이 자리에….”
나스타조 베스푸치의 장남이자 아메리고의 큰형, 안토니오 베스푸치.
본래 역사에서는 1478년에 나폴리와의 전쟁에 지원을 얻기 위해 프랑스로 향해야 했다.
물론 지금 피렌체는 나폴리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시뇨레 안토니오 베스푸치께서 최근에 저와 공동 곤팔로니에레로 선출되셨습니다.”
사보나롤라의 얘기처럼, 피렌체 국내가 훨씬 중요했다.
사보나롤라와 공화당이 아무리 피렌체를 장악했다고 한들, 당장 반대파를 모조리 추방하거나 살해할 여력도 되지 않는데 타협을 하지 않을 순 없었다.
고로 반(反)메디치 성향이면서 지난 난리에 가담하지 않았던 프란체스코 소데리니를 공동 곤팔로니에레로 세우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머리가 두 개인 뱀은, 특히 두 머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니.
해결책은 한 가지뿐이었다.
2명이 안 된다면, 곤팔로니에레를 3명으로 늘린다.
“형님께서도 지금 피렌체의 경제를 책임지게 된 베스푸치가의 일원이시니, 친(親)메디치 인사였음에도 반대파들이 뭐라 저항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공화당은 형님과의 조력을 통하여 새로운 공화국 정부를 꾸려 가고 있으시죠.”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그러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니, 사보나롤라는 더 깊은 속사정까지 파고들어가지 않는다.
사보나롤라 1인의 독주가 이어지면 메디치 가문으로서는 언제 쓸모가 다해 버림받고 숙청될까 두려워하니, 마찬가지로 메디치의 가신이던 배스푸치의 일원을 지도자로 함께 세웠다고.
메디치가를 보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어찌 되었건 당장 그런 세부 사항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사업이 더 중요하다.
“소련 정부는 해적 조합의 여러분들이 ‘해상 물류 사업’이라 부르든 ‘중개 무역 사업’이라 부르든 하는 그 사업에 저희 역시 힘을 보태 드리겠습니다.”
로밀리의 말에 아메리고는 눈을 꿈뻑인다.
“대체 어떻게….”
“저희는 대서양을 떠다니는 거의 모든 포르투갈 함대의 항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자료의 일부를 넘겨드리죠. 또한 그 호위를 담당하는 것 역시 우리입니다. 우리의 경계가 언제 합류하고 빠지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포르투갈 쪽이 정보 유출을 의심치 않을 정도로만 털어갈 정도의 자제심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무, 물론입니다.”
아메리고는 로밀리에게 간단히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서도 로밀리의 말이 어떻게 이어질지, 조심스럽게 살피는 듯하다.
“대신….”
이제 대가가 나올 차례다.
“베스푸치가 새 정부의 돈줄이 될 겁니다.”
공화당 정부가 파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어질 전쟁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적 조합은 피렌체 공화당의 정치 자금을 제공하고, 피렌체 공화당은 해적 조합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승인한다.
거부할 수도, 거부할 필요도 없는 제안에 형제는 둘이서 무언가 상의하는 듯하다 곧 대답한다.
“좋습니다. 공화당 정부에 저희의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메디치가에도.”
“…메디치가에도. 맞습니다. 일 마니피코를 위하여.”
사보나롤라가 덧붙이자, 형제는 아련한 얼굴로 읊조리더니 방을 떠났다.
이제 시뇨리아 궁의 창문 좁은 방 안에는 사보나롤라와 로밀리, 두 사람뿐이었다. 방음을 고려하여 두 겹으로 된 문 너머에는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잘되었으니 다행입니다.”
“그렇습니다. 일 마니피코께서 이루셨던 무역 사업도 저희가 성공적으로 계승하였고, 이제 메디치가를 지켜 낼 기반이 하나 더 생겼군요.”
사보나롤라의 말을 들으면서, 로밀리는 이전부터 품고 있던 궁금증이 커져 가는 것을 느낀다.
로밀리는 베스푸치 형제들이 짓던 그 씁쓸함 가득하던 표정을 짓고 있는 사보나롤라를 마주 보았다.
“당신은 로렌초 일 마니피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보나롤라는 매우 강경한 공화주의자다. 로렌초가 그의 후원자이기는 했으나, 다름 아닌 로렌초 그 자신이 피렌체 공화정의 가장 큰 위협이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다.
그렇기에 원역사에서 사보나롤라는 메디치가를 추방하고, 격하시키는 데 열중하였고.
그런 인물이 이렇게 메디치 가문에 신경 쓴다면, 아마 로렌초를 진심으로 공화정의 수호자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만일 그리 생각할 정도로 나이브한 인간이라면… 그 정치 감각이 의심된다. 로밀리는 일종의 ‘투자자’로서 그의 자질을 확인해야 했다.
사보나롤라는 답했다.
“독재자입니다.”
‘1+1=’이라는 수식에 대한 대답을 내뱉듯, 한 줌 의심도 없는 대답.
“그렇다면 어째서 그렇게 그를 존중하십니까? 단순히 정치적 거래 이상의 태도를 당신은 보여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어쩐지 처연하게 가라앉은 얼굴.
“제 가슴속에는 주님께서 양심을 심어 두셨고, 그 양심이 가리키기를 신의를 지키라 하셨습니다.”
모순이다.
정말 모순되기 짝이 없다.
분노에 찬 시민들을 열광시키기 위하여, 사보나롤라는 많은 파치가 일원들의 감방을 의도적으로 허술히 관리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본래 올라야 할 교수대에 오르지 못했고, 감옥에 난입한 시민들의 손에 처참히 그 몸이 부러지고 찢겼다.
산 채로.
그렇게 잔혹하던 인물이, 권좌에 오르기 위해 ‘독재자’라던 로렌초를 위해 일하던 공화주의자가, 어떻게 저리 굳건하고 단호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가?
그에게 신념은 무엇이고, 충섬심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욕의 화신 같으면서도, 굳이 제 권력을 나누어 메디치를 위한 신의를 지킨다.
단지 보여 주기 식으로 친메디치 인사 하나를 허수아비로 세워 놓는 게 아니라 자신과 관계없던 베스푸치가를 정권 파트너로 세운 것처럼.
…모르겠다.
어느새 사보나롤라의 눈은 이전에 소련의 공화정에 대해 설명받던 그때처럼 빛나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불태울 어떤…
불꽃으로.
무장한 예언자 (4)
로마는 엉킨 실타래다.
그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과감히 베어 넘기던 바오로 2세는 쓰러졌으니, 이제 그 꼬여 있던 실들은 뱀들이 되어 서로에게 독니를 드러내며 사방으로 맹독을 튀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한 가지 외교 노선을 채택하고 밀고 나가던 것이 기적이었다.
―“프랑스를 끌어들입시다. 대대로 프랑스의 왕들은 이탈리아에 눈독을 들였으니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터!”
―“…저기, 루이 11세에게서 답신이 오지 않고 있소만?”
―“피렌체와 밀라노를 들쑤셔 봐야 합니다! 북이탈리아의 두 맹주가 우리에게 적대하는 상황은 어떻게든 타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보… 나롤라? 이게 누군지들 아시오?”
다 망해서 그렇지.
프랑스는 깜깜무소식에, 피렌체는 지금 복수의 화신이 되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하다.
밀라노는 아예 괴뢰 정부를 세울 틈도 없는 난장판이 되었고.
로마의 추기경단과 그 밖의 귀족들이 바보는 아니었다.
단지, 서로가 서로를 지독히도 불신하는 가운데 누구도 다른 이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견제만 이어졌을 뿐.
단결되지 못한 교황령의 계획과 실행은 언제든 손발이 서로 어긋나고 망가졌다.
프란체스코 델라 로베레의 걱정도 바로 그런 데서 온 것이었다.
탁자 위에는 와인이, 손에는 편지가, 입에는 한숨이.
―“친애하는 추기경 예하, 제가 보건대 시에나 공화국은 절대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참전한다면, 오히려 피렌체의 편에 설 게 분명합니다.”
당연하다. 자국 지도자를 암살하고, 내전을 획책했으니 피렌체의 전쟁 명분은 너무도 정당하다.
게다가 당장 이 ‘교황 없는 교황령’이라는 정통성이 사도 베드로의 발톱의 때만큼도 없는 정권을 도와서 추후 어떻게 될지 알겠는가? 신뢰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돕든 말든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델라 로베레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 이탈리아의 유일한 돈줄이 되어 가는 해적 조합의 맹주가 피렌체이니. 굳이 그 경제 공동체를 위협해 제 밥그릇 걷어찰 이유가 시에나 공화국의 수뇌부들에게는 전혀 없었다.
즉, 교황령은 다시금 외교적 대재앙에 놓였다는 뜻이다.
“…주님 맙소사.”
와인 한 잔 더. 어째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타고 속앓이가 심해지는 듯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추기경이 술에 취할 때까지 마셔 대면 죄가 아닌가 싶지만, 이미 몰래 정을 통하여 낳은 사생아로 군대도 만들 수 있으니. 고작 폭음 정도는 주님도 눈감아 주시리라.
다시 한 잔. 머리가 아파 오다가 걱정이 씻겨 간다. 분명 모든 게 좆 되어 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거기서 오는 고뇌와 고통만큼은 사그라들었다.
이러니 다소 죄를 짓더라도 술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리라.
델라 로베레의 개인적인 끄나풀들이 이렇게 시에나의 소식을 전해 왔으니, 이제 곧 시에나가 보낸 공식 답변 역시 로마로 도착하리라.
델라 로베레는 그 전에 자신의 공모자들에게 이 첩보를 알릴까 잠시 고민하였다.
그리고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의자에서 일어난 델라 로베레는 타고 있던 벽난로 속에 편지지를 집어 던져 버렸다.
…이 귀한 정보를 누구 좋으라고 공유하겠는가? 아직 모르는 놈들에게 무기로 쓰기도 좋고, 정치적 거래에 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로마 내부로 전달된 시에나의 최신 정보는 델라 로베레의 뇌리에 꽁꽁 숨겨졌다.
이 귀중한 정보가 다른 이들에게도 공식적으로 전달되기까지는 델라 로베레의 예상처럼 이레는 더 걸렸다.
이레, 그러니까 일주일이 지나가도록 로마는 시에나 공화국의 대처에 대응할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피렌체와의 전쟁을 목전에 둔 바로 지금에.
이것이 로마가 엉킨 실타래인 이유였다.
* * *
시에나 공화국이 그저 중립을 취하며 사태를 관망하는 이유가 피렌체의 정당한 명분, 교황령의 정통성 없는 정권, 이탈리아를 둘러싼 해적 경제 공동체 때문이라면.
이는 다른 대부분의 이탈리아 국가들에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제노바, 베네치아, 시칠리아, 모데나, 페라라 등등.
그들은 이 전쟁에 대한 개입을 포기했다.
또한 바깥에서는 프랑스가 제국의 설득에 넘어가 관망세로 태도를 전환했고, 카스티야는 여전히 남부에서 버티고 있는 무어인들과 대치하기 바쁘니.
온전히 피렌체와 로마를 위한 대결의 장이 열린 것이다.
제국의 영향력 증대와 해적 조합의 성립 이후 한동안 이탈리아에서 일자리 잡을 일은 없겠다 생각하던 용병들은, 모조리 붉은 백합과 삼중관 사이에서 편을 골랐다.
그동안 양국에 쓰일 데 없이 쌓여 있는 금들이 아낌없이 풀어지며 이들의 급료로 지불되었으니, 두 나라의 시민들은 정말 오랜만에 도시 근방을 행군하며 껄렁거리는 용병 무리를 보게 되었다.
피렌체는 거기에 더 나아갔다.
“시민들이여! 무장하시오!”
“만세! 공화국 만세!”
“공화국의 영웅 사보나롤라를 위하여!”
“로렌초의 복수를 위해!”
사보나롤라가 일으킨 공화 혁명과 로마를 향한 적개심으로 활활 타오르던 피렌체인들은 자발적으로 무장하여 시민군으로 나섰다.
이는 사보나롤라가 참정권의 단위를 민병대 부대로 설정했을 때부터 예견되었고, 의도된 상황이었다.
시뇨리아 광장은 자원한 시민군의 무리로 곧 가득해졌고, 전쟁을 부르짖으며 피묻은 메디치가의 깃발을 휘날리는 일군의 연설가들이 거리 곳곳에서 나타났다.
바야흐로 투쟁심이 끓는점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남하해서 진군할 수 있겠군요.”
“아마 진군 속도만 따지자면 2주 안이면 로마에 닿을 겁니다. 승리만 한다면, 한두 달 안에 로마를 해방하고 교황 성하를 구출해 낼 수 있겠지요. 어디까지나, 살아만 계신다면 말입니다.”
사보나롤라는 이탈리아 전도에서 다른 공화국들을 가리킨다.
다행히 해적 조합에서의 회의 결과를 통해 시뇨레 아메리고가 알려 준 바에 따르자면… 다른 공화국들과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공산이 더 큽니다.”
“온전히 로마를 타격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뇨리아 궁에 방문한 로밀리를 돌아보며, 사보나롤라는 말한다.
“저희가 로마에 당도한다면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겁니다.
교회의 땅은 그 공동체의 것이 될 것이고, 그 영지의 관리 역시 민주적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성직자들은 사치와 부패를 금해지며, 추기경이란 작자들이 사생아를 낳아 제 자리를 그들에게 물려주는 일도 영원히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인상 깊군요.”
“아닙니다. 공화국을 도와주신 분께 이 정도 계획은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보나롤라는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로밀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메디치 궁 근처, 공화당 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