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14
깃발과 창대를 높이 들며 행군하는 당원들이 이곳을 둘러싸고 있다.
토지 개혁이나 민주주의의 확대 등 이들의 사상에 공감한 몇몇 공산주의자들의 자발적인 입당 덕분에 흔치 않지만 붉은 깃발도 드문드문 휘날렸다.
“참, 저들도 기묘하지 않습니까? 토지와 공장을 공유해야 한다니, 저희보다도 급진적입니다. 동업 조합들의 비위를 맞춰야 할 상황만 아니라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군요.”
“아… 그렇습니까?”
“파문당한 자이지만 영국의 존 볼(John Ball, 영국의 대규모 농민 봉기인 와트 타일러의 난 당시 사상적 지도자가 된 신부. 봉건제의 철폐를 주장.)인가 하는 사람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담이 밭 갈고 이브가 길쌈할 때 귀족과 농노가 어디 있었겠느냐고 말입니다. 그가 죽은 지 1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곱씹어 볼 만한 구호입니다.
…뭐, 이런 거야 먼 훗날에 논해야 할 일이겠지요. 로마에 맞서 승리한 뒤, 저희 공화국이 유럽 곳곳을 개혁하는 시발점이 된 뒤에야 생각할 문제입니다. 그저 지금은 구미가 당길 뿐입니다.”
사보나롤라는 탁자에서 손을 떼서 탁자 팔걸이에 가볍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로밀리는 가슴속으로 한참 동안이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다행히, 아직까지도 사보나롤라는 공산주의자들과 소련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쓸지 모르는 양반이니 모르는 게 나았다.
“서기장 각하? 지금 용병대장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략 회의에 들어가야 할 듯합니다.”
“아, 알겠네. 대사 각하를 초청해 놓고 참 실례가 되겠지만…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저는 시간도, 자원도 많으니 언제든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사보나롤라가 나서자 응접실에는 로밀리와 로밀리의 수행원 몇몇만이 남았다.
“…지금 밀라노 쪽은 어떻습니까?”
“성공적으로 사보나롤리스타(Savonarolista, 사보나롤라주의자)들의 조직이 급속히 커 가고 있습니다. 우리 측의 자금 지원도 도움을 주긴 한 것 같습니다.”
“그 정돕니까? 놀랍군요. 그닥 많은 자원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아무래도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혼란스러운 정국이다 보니 조금의 지원 사업만으로도 쉽게 사람들이 움직이나 봅니다.”
“하지만 소련의 지원이 아예 없었다더라도 사보나롤리스타들의 세력 확대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이 비밀스러워야 할 이야기를, 로밀리와 수행원들은 밖에서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조선어였으니까.
수행원들의 보고를 들은 로밀리는 대강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한 뒤, 소련 당국에서 요구한 바와 맞추어서 생각해 보았다.
“밀라노는 결국 첫 테스트 보드입니다. 이 종교 개혁 의제로서 우리가 얼마나 유럽에 큰 격변을 이끌어 올 수 있을지 가늠해 볼 귀중한 기회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대사 동지.”
“명심하겠습니다.”
로밀리의 당부에 사회혁명당원 동지와, 소련 정보총국 국원 동지가 한 사람씩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러면 개괄은 되었고… 이제 곤팔로니에레 각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만 회의를 해 보죠.
밀라노의 상황은 어떻답니까?”
* * *
“전부 죽여 버려라!”
“우와아아아! 스포르차 만세!”
“저 바보 같은 새끼들, 스포르차 공작가의 적녀가 뒈진 지 언젠데!”
“진 갈레아초 스포르차께서는 살아 계신다! 단지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 숨어 계실 뿐!”
수차례의 테러와 암살과 쿠데타가 이어지다 보니, 이제는 혼란스러운 중에 아버지와 함께 죽고 사라진 갈레아초 마리아의 딸, 잔 갈레아초를 옹립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파벌까지 반란을 일으켰다.
“크헉… 커허억….”
“섭정께서 돌아가셨다!”
“다, 다들 침착해라! 섭정께선 견뎌 내신다. 잔 갈레아초께선 살아 계신다! 공국은 견뎌 낼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끄륵….”
밀라노의 공작궁이자, 지금은 공화국 정부 청사로 쓰이는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
그 대문 앞까지 쳐들어와 공성전을 벌이던 스포르차 가문의 지지자들은 결국 수 시간에 걸친 전투 끝에 모두 소탕되었다.
“휴, 드디어 미친놈들은 다 죽였군.”
“그래 봐야 스포르차 복벽주의자들은 또 튀어나올 텐데?”
“뭐, 일단은 진정되지 않았….”
“지금의 공화국은 비스콘티 가문이 공작위를 되찾으려는 음모의 시작일 뿐이다! 정부를 쳐부숴라! 우리 오르시아티 가문을 믿어라!”
“와아아아아!”
“제기랄.”
야심가들이 무슨 밭에서 자라나는 듯 끊이질 않고 튀어나온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와 로마 교황령이 동시에 영향력을 미치기 너무도 좋은 입지 조건 덕분에 정치적 분쟁이 멈출 수가 없다.
심지어 이탈리아엔 관심을 끄겠노라 선언하던 프랑스도 몰래몰래 친프랑스 세력을 후원하는 참이다.
닷새 이상 지속되면 안정적인 정권이었고, 열흘을 넘기면 사실상 왕조에 가까웠다.
시민들은 환멸에 차 있었다.
이제는 교황령도, 제국도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다.
누구의, 어느 가문의 깃발을 들고 튀어나오든 얼마 안 가 뒤져서 저 궁의 장대에 머리가 매달리는 것은 똑같았다.
밀라노의 지도자 자리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경쟁자가 많은 교수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절찬리에 흥행하고 있었으니 이 도시의 상황은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민들이 다른 방향에 눈을 돌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필연이었다.
똑같이 교황령이 사주한 쿠데타를 겪고 나서도 이 꼬라지인 밀라노.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고, 도리어 교황령에 복수를 나선다는 피렌체.
나름 밀라노 역시 위대한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째서 피렌체와 다르게 밀라노는 이런 연옥(Purgatorium)에 빠져들고 말았는가?
피렌체는 뭐가 달랐기에?
그 답은 눈 한 번 깜짝하고, 고개 한 번 돌리고 나면 주인이 바뀌어 있는 스포르체스코 성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결국 귀족들끼리 권력을 탐하여 정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옳소! 우리에게도 피렌체와 같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달라!”
“공화정을 달라!”
“다 같이 행진합시다! 대의를 함께할 이들을 모읍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남은 해답은, ‘사보나롤라’다.
민주정을 세우자. 건강한 공화정을 세우자.
도탄에 빠진 불신자들과 이단자들의 공화국과 공국을 무너뜨리고 진실된 공화국을 건설하자.
그리하면 밀라노 역시 부활할 수 있으리니!
고작해야 작은 사교도(邪敎徒) 무리라 모두들 생각했던 사보나롤리스타들의 수는 점차 늘어난다.
팻말을 들고 있던 두세 명이, 횃불을 든 수십 명이 되며, 이제는 쇠스랑과 낫을 빼 든 수백 명이 도시를 공공연히 행군한다.
그제야 도시의 위정자들은 모든 것이 망가졌음을 깨달으나…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이미 늦었다.
“공화국 만세! 사보나롤라 만세!”
“성전이다! 스포르체스코 성으로 돌격!”
“우와아아아아아!”
느슨해지던 밀라노에 긴장감을 주는 또 한 번의 쿠데타.
밀라노는 다시금 정부가 뒤집힌다.
무장한 예언자 (5)
무기를 든 민병대가 발을 맞추며 나아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 고용된 용병대장들이 구령을 외치고, 대열의 선두에서 깃발을 휘날리자 거기에 박자를 맞춰 민병대는 전진한다.
처음에는 그저 꼴사나운 폭도 무리와도 같았던 꼴이, 이제야 ‘피렌체 자유 공화국의 시민군’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 되어 간다.
저들이 얼마 전에 피사에서 일어난 소규모 반란을 진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하였으니. (대규모 반란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피사 시민들은 사보나롤라가 가져온 경제적 안정에 만족한 듯싶었다.)
이제 무장을 갖춘 시민들은 정녕 자신의 공화국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가고 있다.
“하아… 주님… 부디 지혜를 주시기를.”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사보나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함을 느낀다.
재수가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밀라노에도 어찌 되었건 피렌체 시민들의 대의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체(政體)가 들어섰다.
시민들은 감격에 겨워 서로 얼싸안았고, 자부심에 찬 공화당원들은 며칠 내내 가두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베키오 다리를 지나가면 고기를 손질하는 정육업자들 사이에서 콧노래가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위대한 시민정(Governo civile)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확신이, 피렌체의 허파에 자부심을 불어넣었다.
시민들은 공화당의 노래를, 사보나롤라와 로렌초의 이름을 드높이는 노래를 불러 대었다.
허나, 단 한 사람만은 흉중이 근심으로 가득했으니.
“이 공화국이 시련을 견뎌 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반드시 이겨 낼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기장 각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보나롤라였다.
공동 곤팔로니에레가 된 안토니오 페스푸치와 산 로렌초 대성당에 들러 헌화를 마친 뒤에도, 사보나롤라는 마음에 낀 먹구름을 떨쳐 내지 못한다.
사보나롤라가 지나갈 때마다 그를 향하여 환호하며 손 흔드는 시민들이 그런 암운을 더 짙게 드리우게 만드는 원인이었으니 말이다.
사보나롤라는 막 꽃을 바친 로렌초 데 메디치의 영묘를 올려다보며 읊조린다.
“분명 우리의 이상이 널리 퍼짐은 복된 일입니다. 주님께 또 하나의 왕국이 봉납되었으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밀라노의 시민들을 위하여… 아멘.”
“…아멘.”
그런 말을 꺼냄에도 사보나롤라의 심각한 표정은 풀리지 않으니, 안토니오는 가만히 사보나롤라의 눈치를 볼 따름이었다.
그래도 사보나롤라가 입을 꾹 닫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자, 결국 그는 조용히 첨언한다.
“하지만 역시 걱정되는 것은 외교적인 문제이겠지요.”
“맞습니다. 이제 저희는 이탈리아 전역의 패권을 쥐고 흔들게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황제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밀라노에….”
안토니오의 말에 한숨 섞인 답변이 돌아온다.
“이런 생각은 죄악과도 같겠으나, 저는 내심 밀라노의 공화국이 멸망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밀라노로 인하여 우리는 모두의 견제를 받을 만큼 강대해졌으니.”
피렌체는 이제 이탈리아반도의 작은 공화국이 아니다.
언제 전 유럽으로 불꽃과 열기를 튀기게 될지 모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쇠기름과도 같다.
밀라노의 급작스러운 정치적 격변에, 중립만을 지킬 줄 알았던 이탈리아 각국의 태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다.
“피렌체는 로마를 정화한 뒤에 조용히 신앙의 성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일신된 로마와 함께 전 유럽의 타락하고 부패한 교회를 개혁하는… 아닙니다. 이제는 불가능한 꿈인 걸 압니다.”
“각하, 마음 단단히 잡으셔야 합니다. 전쟁이 가까워 오지 않았습니까?”
안토니오는 사보나롤라의 팔을 잡는다. 사보나롤라는 성호를 그으며 그의 부축에 힘겹게 걸음을 걷는다.
사보나롤라는 안토니오를 흘깃 바라본다.
딱히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 걱정에 찬 얼굴, 사보나롤라의 근심을 먼저 알아챌 만큼의 수완, 그러면서도 적당히 애국적인 신념.
앞으로 함께 갈 수 있을 사람이다.
그게 짤막한 분석의 결괏값이었다.
사보나롤라는 대성당을 나서며, 슬그머니 안토니오로부터 무게 중심을 옮겨 제 발로 일어선다.
입구 바깥의 계단을 내려갈 때, 일부러 안토니오의 조금 뒤에서 걸었다. 마침 바깥에는 지지자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공화당 만세!”
시민들이 보기에 자신의 우위가 확실해야 한다.
먼저 계단을 내려가는 안토니오, 그 옆에서 찬찬히 따라 내려가는 사보나롤라.
안토니오보다 더 위쪽에서, 더 느긋하게 움직인다.
모두에게 피렌체의 지도자가 흔들리지 않음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사보나롤라와 공화당과 피렌체는 패배하지 않으리라.
이 자유로운 공화국에는, 예언자가 있으니까.
* * *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다섯 강대국.
밀라노, 피렌체, 교황령, 베네치아, 나폴리.
그중 두 곳에 사보나롤리스타들의 정부가 세워졌다.
다섯 국가들의 동맹과 견제로서 이루어지던 이탈리아의 오랜 평화가 무너진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냐?
이제야 교황령에서 다른 도시 국가들에 비벼 볼 구석이 생겼다는 것이다.
“시칠리아가 저 공화주의자들의 준동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볼수록 참으로 모든 것이 명백합니다. 저들이 외치는 모든 문장이 불온하고도 이단적이나, 특히나 ‘지상의 왕은 주님뿐’이라는 구절이 가장 그러합니다.
제 주군을 섬기기를 곧 하느님께 그러하듯 하라는 말씀이 성경에 나와 있지 않습니까? 주님께서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바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저들은 피렌체를 넘어 밀라노까지 소위 ‘주님의 왕국’으로 선포하고 말았습니다. 찬탈자들 주제에 말입니다!”
“스포르차는 이미 다른 귀족 가문들에 암살당한 것이 아니오? 듣기로는 로마에서 그 암살자들을 사주했….”
“시칠리아의 국왕께서 부디 정의로운 결단을 내리시어, 로마의 사도좌를 도와 이단의 무리를 벌하는 전장에 함께해 주시기만을 바라겠습니다.”
로마에서의 사절은 혹여나 정치적 꼬투리라도 잡힐까 빠르게 인사를 올린 뒤, 무례를 무릅쓰고 궁정에서 벗어났다.
그의 빠른 걸음을 종종걸음으로 따라잡으며 보좌관이 옆에서 묻는다.
“어떤 것 같습니까? 저렇게 공식 석상에서 굴욕을 주다니, 동맹은 그른 게 아닙니까?”
“모르는 소리일세. 반도 쪽 시칠리아(Sicily citra Farum, 시칠리아 왕국이 1282년에 분열된 이후 각각 나폴리와 시칠리아에 있던 두 왕국 모두 ‘시칠리아’라는 국명을 썼다. 이탈리아반도 남쪽의 왕국은 오늘날 편의를 위해 ‘나폴리 왕국’으로 불린다.)의 왕이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보지 못했더냐?”
프란체스코 델라 로베레의 조카로서 사절로 파견된 피에트로 리아리오는 시종에게 핀잔을 주며 말한다.
나폴리를 지배하는 국왕 페르디난도는, 분명 웃고 있었다. 로마의 사절이 오자마자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저들 또한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게다. 로마의 편에 서서 피렌체를 견제할 순간을.”
‘서지중해 무역 조합’이 성립하고 이탈리아 여러 국가들 사이에 대강 평화가 찾아왔다.
베네치아의 선원이 나폴리 선박에 승선해 함께 정착지를 개척하러 떠나고, 시에나의 해적 떼가 피렌체로부터 정보를 받아 무역선을 털려면 어느 정도의 양해와 협력은 필수였다.
그러나 이 평화는, 당연히 설립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와 그의 조국 피렌체가 주도하는 평화였다.
피렌체가 로마의 손에 혼란으로 빠져들었을 때, 인근 국가들은 속으로 모두 기뻐했으리라.
이내 피렌체의 영향력이 조합에서 빠져나가면 자신들이 해적 업계의 새로운 맹주가 되리라는 단꿈에 젖었으리라.
그런데 사보나롤라가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피렌체의 영향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도리어 요사이엔 피렌체의 해적단들만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며 제 지분을 늘려 간다.
“결국 이 왕국은 우리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지금 로마로 전달하거라. 동맹이 성사될 듯싶다고.”
그의 서신은 빠르게 교황령으로 전달된다. 추기경들은 실로 오랜만의, 아니 교황 암살 이후 처음으로 맞는 승리의 순간에 모두들 반가워하였다.
“보이시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 낸 가장 거대한 외교적 성과요!”
“드디어…!”
“만일 나폴리가 움직인다면, 아라곤과 카스티야 역시 우리의 등 뒤에 서 주리라 생각해도 되겠소?”
“어쩌면. 만일 그렇게까지 된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오.”
얼마 전까지 시에나 공화국에 무시당하자 피렌체군이 오기 전에 혼자 야반도주할 생각만 가득하던 이들이, 이제 마치 동지가 된 마냥 서로들 미소 지으며 기뻐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로마를 향한 ‘피렌체’의 전쟁은 정당한 복수다. 로마와 피렌체 둘 중 하나는 승리하고 하나는 패배하리라.
그게 전부다. 두 도시의 대결.
그러나 거기에 밀라노가 끼어든다면. 그리하여 이념적 싸움이 된다면.
이제 이 전쟁은 이탈리아 전체를 불사를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소. 만일 밀라노의 사보나롤리스타(사보나롤라주의자) 정권이 곧 무너진다면 어떻게 되겠소? 다시 도시 국가들이 미적거리다 신경을 끌 수도 있지 않소?”
“그런 걱정 마시오. 지금 사보나롤리스타들의 정부는 이제껏 있던 밀라노의 여느 과도 정부보다도 더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피렌체와 밀라노가 한 편이 되어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제외한 온 이탈리아를 끌어들여 막을 것이오!”
“옳소! 이단자들에게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