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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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멘테스는 하운과 리엘라에게 매달리는 이네나를 보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만 해, 이네나.”
“하지만…!”
“그만 하라니까!”
네멘테스가 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치자 이네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네멘테스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큰 소리를 내고 있다는 충격과 함께 붙잡힌 어깨에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네나?”
“흐…흐윽….”
“이네나!”
네멘테스는 놀라 이네나를 불렀다. 이네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변을 알아챈 누얀이 재빨리 다가와 네멘테스의 손에서 이네나를 빼앗고 급히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을 문질렀다.
누얀의 품 안에서 헐떡이던 이네나는 곧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누얀이 급히 안아 들었기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혈색 없는 얼굴과 계속 흘러내리는 식은땀은 그녀가 좋지 못한 상태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어서 의사를 부르고 방을 준비해요!”
누얀이 지시하자 플라워 컷의 하인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네멘테스는 업혀 가는 이네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참 후, 리엘라와 하운 그리고 네멘테스는 응접실에 앉아 누얀이 가져온 과일차를 받았다.
쓰러졌던 이네나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의사가 말하길 단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 어린 정신이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라고 했다. 게다가 네멘테스가 저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에 서러움까지 폭발해 제 화를 누르지 못한 것뿐이라고.
다만 잠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탓에 방에서 이네나를 돌볼 한 명의 하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야 했다. 물론 리엘라와 하운, 네멘테스까지 전부 다. 그러고 나서야 응접실로 온 것이다.
네멘테스는 잠시 유리잔을 바라보다 곧 고개를 저으며 과일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아무래도 꽤나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다 마신 유리잔을 내려놓은 그는 리엘라와 하운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동생이 폐를 끼쳤군.”
리엘라는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보다 이네나를 너무 혼내지 말았으면 하는데요….”
“물론이야.”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방은 조용해졌다.
리엘라는 더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고 하운은 처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멘테스 역시 가만히 유리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침묵이 흘렀다.
리엘라는 흘끔 네멘테스를 살폈다. 그는 뭔가 망설이고 있는 태도였다. 그것이 신경 쓰인 리엘라가 말하려는 순간 하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도록 하게.”
“……!”
하운의 말에 네멘테스는 들켰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몇 번이나 숨을 고르더니 곧 힘겹게 말했다.
“이네나가 했던 제안… 혹시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 말에 리엘라는 입술을 물었다. 확실히 지금 상황이라면 낙찰받았던 보석을 자신들에게 넘기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면 타격을 줄이고 오팔의 일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제값을 받는 것은 포기하겠습니다. 이네나가 상황을 다 설명해 버렸으니 그건 불가능하겠지요. 지금 곤란한 처지인 것은 이쪽이니까요. 그만큼 낮은 가격으로 넘기겠습니다. 제가 구입했던 가격의 7할에 가져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7할이라는 말에 리엘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네멘테스가 낙찰받았던 금액은 6370만 길더였다. 그 금액의 7할이라면 대략 4460만 길더. 물론 네멘테스가 발끈해서 엄청나게 올려 놓은 가격이었기에 7할이라고 하더라도 엄청난 금액이긴 했지만 네멘테스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엄청난 양보일 것이다.
“7할도 힘들다고 하시면… 조금 더 내려 보겠습니다.”
리엘라와 하운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네멘테스의 목소리가 조금 다급해졌다. 네멘테스의 제안에 리엘라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저 보석이 자신들에게는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려 주려면 네멘테스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리엘라는 고개를 돌려 하운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리엘라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려고 한 순간 하운은 고개를 돌리더니 네멘테스에게 말했다.
“그대가 낙찰받은 보석은 우리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보석이야.”
“……!”
조금도 돌려서 말하지 않은 하운의 말에 놀란 것은 리엘라였다. 이렇게 바로 말해도 되는 건가?
리엘라와 함께 놀랐던 네멘테스 역시 커진 눈으로 하운을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에르첼라의 보석인 것들이….”
“물론 에르첼라의 보석이 그 세트들 중 섞여 있었지. 하지만 진품은 전부 우리가 낙찰받았어. 자네가 받은 것은 그 모조품일 뿐이야.”
하운의 말에 네멘테스의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했다. 유리컵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이 떨렸다. 그는 힘겹게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서, 설마… 거짓으로….”
“그래, 일부러 가치가 없는 것들이 진품이라 믿게 하도록 연기했을 뿐이야.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자네의 동생은 안정을 되찾으면 곧바로 라자르 컷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
“…….”
네멘테스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에 리엘라는 지금 자신과 하운이 세상 제일 야비하고 비열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렇게 민망하고 얼굴을 들 수가 없는지.
‘어쩌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네멘테스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이제 네멘테스가 어떻게 나올지도 두려웠다. 소리를 지를까? 화를 낼까? 자존심이 강하니 앞에서 울지는 않으리라. 그래도 분명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릴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리엘라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알겠습니다. 늦은 시각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곧바로 우리 쪽 사람들을 보낼 터이니 염치없지만 이네나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만 잠시 이곳에 머물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네멘테스는 힘 빠진 목소리로 인사하더니 곧바로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던 리엘라는 시무룩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왜 그래?”
“그게 그냥… 뭐랄까… 가해자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잘못한 것은 없다. 카드 게임에서 원하는 패가 들어왔을 때 표정을 관리하는 것처럼 경매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숨기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많은 돈이 오가는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일부러 헛소문까지 만들어서 퍼트리기도 하는데 자신들은 표정 연기를 좀 한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충격이 클 텐데 조금 돌려서 말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아니, 그럴수록 네멘테스는 헛된 기대를 품다 대처할 시간이 사라졌겠지. 차라리 빨리 설명하는 게 나은 일이었어.”
“그것도 그렇네요.”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이것은 네멘테스의 실책이야. 그는 자신의 한도와 다른 위험성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무리해서 입찰했어. 전부 그가 책임져야 할 문제야.”
하운의 말이 맞았다. 분노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입찰한 네멘테스가 잘못한 일이었다.
‘그래도….’
리엘라는 여전히 찝찝함을 지우지 못한 채, 창문 너머에 있는 라자르 컷을 바라보았다.
***
변화는 당장 다음 날부터 찾아왔다.
“네멘테스의 사정이 생각보다 빨리 알려진 모양이에요. 아침부터 라자르 컷에는 미수금을 받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더군요.”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누얀이 새벽부터 라자르 컷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하운과 리엘라에게 상황을 알려 주었다.
“아무래도 카지 영감이 일부러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부추긴다니요?”
“네멘테스의 사정이 심각하다, 지금 돈을 받지 않으면 날릴 수 있다 하고 말이죠. 소르디아의 거래는 신용을 바탕으로 나중에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요. 보석 세공과 거래의 특징 중에 하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보통 어음을 지급하고 나중에 처리하는데… 지금처럼 그 어음들이 한 번에 몰리면 곤란하겠지요.”
누얀이 설명해 주고 있을 때 현관이 소란스럽더니 경비병들이 어린아이 두 명을 끌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벽에 낙서하다 잡힌 아이들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경비병들 손에 잡힌 아이들은 이미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
“안 할게요! 다시는 안 할게요!”
“전 형이 하자고 해서 따라왔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용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용돈?”
낙서를 하는데 용돈을 벌 수 있다니? 리엘라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운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경비병들에게 아이들을 넘겨받더니 한 손으로 그대로 집어 올렸다. 어리다고 해서 예닐곱 살 정도는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하운이 나뭇가지를 집어 들듯 자신들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아이들은 그대로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용돈이라니. 무슨 말이지?”
“으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잘못했어요!”
“어서 대답하도록.”
“어, 그게! 그게! 어떤 아저씨가 와서! 시키는 대로 낙서하면 돈을 주겠다고! 우리는 어리니까 걸려도 조금만 혼나면 된다고 해서!”
“…….”
아이들의 외침을 듣던 리엘라가 경비병에게 물어보았다.
“뭐라고 낙서가 되어 있던가요?”
“그게….”
경비병은 리엘라의 눈치를 살피더니 가까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어린아이치고 꽤나 성적인 저속한 욕설을 적었다고 말했다. 리엘라는 싱긋 웃더니 하운에게 아이들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하운이 물러서자 아이들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리엘라는 인정사정없이 아이들의 귀를 붙잡고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당한 아이들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매서운 손에 질질 끌려갈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귀를 잡고 빙빙 돌린 리엘라는 아이들이 울며 빌기 시작하자 그제야 손을 놔 주고 말했다.
“일단 너희들의 부모님 부를 거고, 벽에 쓴 낙서 다 지우기 전에 집에 돌아갈 생각도 하지 마.”
살기등등한 리엘라의 얼굴과 목소리에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지만 리엘라는 내가 알게 뭐냐는 표정으로 손을 털고 응접실을 나왔다. 그리고 뒤따라온 누얀에게 말했다.
“아이들이 쓸 만한 내용과 단어가 아니에요. 아무래도… 그 카지라는 사람이 시킨 것 같은데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네멘테스의 가문은 소르디아에서 존경받는 가문이에요. 그런 가문을 홀랑 가로채려고 하면 사람들의 반발도 클 터이니 그 원망의 화살을 리엘라 님께 돌리려고 하는 것 같군요.”
리엘라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이 쓴 낙서만 보면 네멘테스가 망한 것이 전부 자신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카지는 듣던 것보다 더 교활한 사람인 것 같았다. 네멘테스에게 사기를 치고 욕은 이쪽으로 돌리려 해?
“일단 아이들에게 돈을 주겠다 한 사람을 찾아봐야 할 것 같으니 부탁해요, 누얀.”
“걱정 마세요. 곧 알아 오겠습니다.”
그렇게 부탁한 지 네 시간 후.
“안녕하시오. 소르디아의 상인인 카지라고 하오.”
가는 눈을 번뜩인 채, 여러 명의 호위를 끌고 카지가 플라워 컷을 찾아왔다. 그는 플라워 컷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부하가 실수를 한 것을 사과도 할 겸, 이제 곧 이웃이 될 터이니 인사나 하러 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