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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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왜 다시 찾아왔나 생각하던 리엘라는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기억났다. 맞다. 다른 보석술사들이 찾아오지 않도록 당분간 찾아온다고 했지.
“수고가 많으시네요”
“수고랄 게 있습니까. 어차피 같은 수도의 거리고, 저는 이 일을 핑계로 원탁회의장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기만 한 걸요.”
루시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온 작은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일하시는 데 드실 간식거리를 좀 사 왔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어, 이거 꽃 사탕이네요? 인기 좋아서 줄 서서 사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루시안이 내민 작은 종이 가방을 받아 든 리엘라는 안을 보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네아가 중얼거렸다.
“와, 선수네. 선수. 아가씨가 좋아할 것으로 잘 사 왔잖아?”
네아는 슬쩍 하운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얼굴이 더욱 굳어 있었다. 누가 보면 앞에 드래곤이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야, 표정 풀어. 그런 얼굴로 있으니 리엘라 아가씨가 널 꺼리는 거야. 덩치도 큰 게 인상까지 무서워서 원.”
그 말에 하운은 손가락으로 제 미간을 눌렀다. 그렇다고 해도 굳은 얼굴이 쉽게 풀어지지는 않았다.
“네아도 하운 대공님도 반갑습니다. 저도 이쪽에 좀 앉아도 될까요?”
“인사 끝났으면 원탁회의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 그쪽에 밀려 있는 일이 많을 텐데.”
“많기야 많습니다. 이게 다 어떤 분께서 원탁회의 의장을 하기 싫다고 계속해서 전쟁터로 가 버리시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수도로 돌아오신 다음 도와주시는 것도 아니고.”
루시안이 그렇게 말하며 보란 듯이 한숨을 쉬었다. 하운은 루시안의 말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보석술사들의 협회이자 그들을 관리하는 기관인 원탁회의. 그 원탁회의의 의장은 대대로 가장 강한 보석술사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호슨 공작은 나이를 핑계 삼아 그 의무에서 도망갔고, 하운은 언제나 변경으로 도는 자신의 입장 때문에 불가하다며 의장직을 피했었다.
그러다 보니 의장직은 현재 이 나라에서 하운 다음으로 강한 것이 아닌가 말이 나오는 루시안이 맡게 되었다.
“대공님께서 의장직을 맡으면 멍청한 인간들이 들러붙으려고 꼬리 친다는 것을 알긴 합니다. 그래도 몇 가지 일 정도는 도와주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됐어. 아예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좋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내가 지금 원탁회의 의장을 한다고 하면 자네가 물러날 건가?”
“그럴 리가요.”
루시안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하운의 옆에 앉았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종이를 향했다. 그러더니 눈이 가늘어지며 조금 진지한 목소리가 되었다.
“설마 이것들 보석의 방에 대한 겁니까?”
“훔쳐보지 마.”
하운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종이들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미 루시안은 재빠르게 훑은 후였다. 루시안이 이미 다 파악했음을 깨달은 하운은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그림이라기보다는 색깔이 모여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루시안은 그것이 보석을 뜻한다는 것을 알았다.
“옆에 적으신 것들은….”
“저번에 잠시 카밀라 때문에 보석의 방이 열렸을 때 보았던 색과 힘으로 입구를 막고 있는 보석들이 무엇인가 추측해 본 거야.”
하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볼 테면 보라는 듯 그림을 루시안의 앞으로 밀었다.
하운이 그린 것은 카밀라가 문을 열었던 날 보았던 보석의 방이었다. 정확히는 보석의 방 안에 몰아치고 있던 온갖 색깔의 힘의 소용돌이들.
“호슨 공작 성격 알지? 그냥 곱게 간 게 아니야. 아주 골치 아픈 숙제를 남기고 갔어. 제 보석의 방을 열어 볼 테면 열어 보라는 숙제를.”
하운은 호슨 공작에 저에게 남겼던 유언을 떠올렸다.
“나는 내 보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호슨 공작이 남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보석의 방이 보석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관리를 위해서다. 그렇기에 잠든 보석들을 하나씩 따로 놓아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열린 방의 안쪽에서 제대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것을 보고 하운을 알 수 있었다. 그 보석의 방에는 잠들지 않은 채, 통제되지 않고 있는 보석들이 있다는 것을.
“공작이 만든 보석의 방은 세 개로 이루어져 있어. 예전에 들었지. 가장 깊숙한 곳에 놔둔 보석을 보려면 문을 세 번 열어야 한다고.”
하운의 설명에 루시안은 질렸다는 얼굴이 되었다.
“저택의 상황은 전해 들었을 뿐이긴 합니다만, 첫 번째 문이 열린 것만으로도 엄청났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 안쪽에 또 다른 방이 있다면… 가장 깊은 곳에는 도대체 어떤 보석이 있는 겁니까?”
루시안의 눈이 빛났다. 호슨 공작은 누구보다 많은 보석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네이판타가 갖고 있던 보석은 물론 소르디아 경매장에 나왔던 강한 보석은 분명 전부 저 보석의 방 안에 있을 터였다. 그것들은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보석일까.
루시안은 안에 있을 것들을 상상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종이를 보았다.
“여기 적으신 이름을 보니 첫 번째 방부터 만만치가 않겠군요. 질풍(疾風)의 파이로프가 있다니. 그거 엄청나게 난폭한 보석 아니었습니까? 호슨 공작님도 처음 그 보석을 얻으셨을 때 꽤 고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질풍의 파이로프. 이름대로 엄청난 바람의 힘을 갖고 있는 보석이었다. 그렇기에 카밀라가 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과 장식품들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불었던 것이었다.
“그건 제압할 수 있어.”
“아, 예. 대단하십니다.”
루시안이 어련하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처음 그 보석이 힘을 발휘했을 때, 거대한 강이 그 바람에 밀려 거꾸로 흘렀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는 보석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별문제 없이 제압할 수 있다니.
“문제는 다른 보석이야. 방문이 일찍 닫힌 덕분에 힘을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안쪽에서 분명 심야의 옵시디언을 보았거든”
그 말에 루시안이 벌떡 일어났다.
“방 안에 그게 돌아다닌단 말입니까?”
심야의 옵시디언. 그것은 밤을 불러오는 보석이었다. 아무리 밝은 낮이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 제 손조차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그저 시야를 어둡게 만드는 보석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 할 수도 있지만 심야의 옵시디언에게는 그런 보석들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다.
옵시디언이 불러낸 어둠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호슨 공작이 그 보석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그녀와 함께했던 보석술사들 모두 별자리를 보는 법을 배워야 했었다. 그래야 그 보석이 불러온 암흑 속에서 길을 찾을 수가 있으니까.
“문제는 심야의 옵시디언이 힘을 쓰게 될 때… 그곳은 보석의 방 안이라 고개를 들어도 별을 볼 수가 없지.”
“그 말은 방향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갇힌다는 이야기군요.”
“그래. 그리고 내가 아는 호슨 공작이라면 옵시디언 옆에 분명 공간을 확장시키는 힘을 가진 보석을 두었을 거야. 그래야 제대로 헤맬 테니까. 호슨 공작이 갖고 있는 보석 중에 그런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은….”
“무한의 스피넬이겠네요.”
루시안은 탄식을 뱉었다. 이야기하는 모든 보석들은 대륙의 보석술사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역사책에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보석들이었다. 그런데 입구부터 그런 보석들이 힘을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풀어 두었다고? 루시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사실 호슨 공작님은 아무에게도 보석을 넘기실 생각이 없으셨던 것 아닙니까?”
“…….”
“그런 보석을 상대하려면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보석들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대공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네아가 옆에서 혀를 내밀며 말했다.
“공작님은 걔네들 전부 잘 제압하셨는데.”
“공작님의 위대함은 잘 알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줄래, 네아?”
루시안의 말에 네아는 먼 곳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하운은 제가 적은 종이를 보다가 루시안에게 말했다.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어. 좀 귀찮겠지만 제압은 가능할 테니. 자네는 그만 돌아가 봐. 방문 목적은 이미 이루지 않았나? 어차피 자네는 여기서 할 일도 없을 텐데.”
그때 골목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허겁지겁 리엘라의 꽃집으로 뛰어왔다. 그 순간 하운이 움직였다. 소리도 없이 일어나 보석을 준비해 전투 태세에 들어간 그의 모습에 루시안과 네아 역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들어온 사람을 노려보았다.
“리엘… 헉!”
달려온 사람은 리엘라의 이름을 부르려다 살기 등등한 세 명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 뒷걸음질쳤다.
“엘빈? 무슨 일이야? 세 분 다 그러지 마세요. 무서워하잖아요! 제 친구예요!”
엘빈은 같은 나이의, 브릭스 거리의 서점에서 일하는 리엘라의 친구였다. 그는 경계를 푸는 세 사람을 본 후에 숨을 고르더니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리엘라! 나 꽃! 급해! 어서! 최대한 많이! 예쁘게!”
“자, 잠깐 진정하고 말 좀 해. 무슨 일이야?”
언제나 서점에서 조용히 책을 정리하던 엘빈이었다. 그런 엘빈이 갑자기 달려와 이런 주문을 하다니. 갑자기 리엘라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엘빈, 설마….”
“그래! 샤를이 돌아왔어! 북부 전선의 플레노트가 수면기에 들어갔다고 했잖아!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후방을 정리하고 오늘 돌아왔대!”
샤를은 브릭스 거리 정육점의 딸로 부모님에게서 이어받은 재능을 조금 다른 쪽으로 발휘하고자 마음먹은 다음 기사가 되었다. 그리고 엘빈은 그럴 샤를을 동경하면서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그래서 샤를이 북부 전선으로 간다고 했을 때 엘빈이 얼마나 눈물로 밤을 지새웠는지 브릭스 거리의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다. 물론 신발 가게 주인이 신나게 떠벌리고 다니기도 했지만.
“샤를이 저번에 곧 돌아가겠다 편지를 보냈었어. 그게 오늘일 줄이야! 내가 여기 있는 꽃 전부 다 살게! 그러니까 빨리! 예쁘게!!!”
“아, 알았어. 잠깐만!”
“어떻게 하지? 오늘 고백을 할까? 그게 좋겠지?”
닦달하는 엘빈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만 리엘라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어쨌거나 이 꽃을 전부 다 예쁘게 포장해야 한다. 제 친구의 고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