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
◈ 20화 아브라함 반 헬싱 (1)
오늘도 헤실헤실 해맑게 웃고 있는 셀리나 선생님은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퍼졌어요. 도시 괴담 정도로만 존재하는 늑대인간이라니. 웃기죠?”
“…….”
“아무리 천재들만 모였다 해도 역시 학생들이구나 싶다니까요. 그런 괴담 같은 거에 은근하게 신경 쓰다니.”
셀리나 선생님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참 귀엽다며 배시시 웃었지만, 나는 오히려 웃을 수 없었다.
소문의 첫 발원지는 전날 인근의 도시 레더벨크까지 외출을 갔다 온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해가 저문 레더벨크의 어두운 밤.
은근하게 내려앉은 밤안개의 사이로 건물 옥상을 누비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는 것이 최초의 목격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이들이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그래도 도시 바깥에서 보던 늑대인간이, 세오른에서도 봤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신기하기는 했어요.”
“세오른 내부에서도 말입니까?”
도시에서 본 아이들이 소문을 내서 학교 내부의 학생들이 헛것이라도 본 것일까.
“세오른이 워낙 넓어야죠. 그리고 온갖 마법이 판치는 곳이다 보니 마력으로 인해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실제로 7대 괴담이 존재하잖아요?”
“7대 괴담 말씀이십니까?”
“네. 모르셨어요?”
“셀리나 선생님은 괴담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군요.”
“네, 네?!”
그저 칭찬하려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셀리나 선생님은 어째서인지 조금 과하게 반응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양 뺨이 분홍빛으로 상기된다. 그녀의 머리카락도 조금은 부풀듯이 곤두섰다.
대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그녀가 황급히 변명하듯 말했다.
“따, 딱히 저라고 세오른의 학교 괴담 같은 게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세심하게 찾아본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학생들이랑 대화를 하려면 무슨 주제가 좋을지 고민했을 뿐이고,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요!”
“알겠으니 진정하시죠.”
갈 곳을 잃은 두 팔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니, 자칫 잘못하면 접시와 부딪쳐 음식을 쏟을 것만 같았다.
“아니이. 정말 아닌데에.”
그러나 셀리나 선생님은 내 태도에서 무언가 조급함을 느낀 것인지 더 필사적으로 변명을 이어 나갔다.
이대로는 식사가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 때 보다 못한 메릴다 선생님이 끼어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루드거 선생님, 첫 수업 때부터 꽤나 화려하게 저질러 주셨다고 하던데, 그거 정말이에요?”
“무얼 말입니까.”
“그거 있잖아요. 마법의 발현 속도를 줄여 주는 획기적인 마법을 보이셨다고. 이름이 그, 뭐라고 했지?”
“소스코드!”
셀리나 선생님도 당황하던 것을 잊고 눈에 불을 켜며 그렇게 외쳤다.
그 외침이 얼마나 컸는지, 교사 전용 식당에 순간이지만 침묵이 맴돌았다.
셀리나 선생님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분홍빛 머릿결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귓불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자 사방에서 시선이 날아와 꽂혔다.
그건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던 교사들의 시선이었다.
왜 그런가 하고 의아해하고 있자, 메릴다 선생님이 상반신을 쭈욱 빼서 내게 들리게끔 설명해 줬다.
“다들 루드거 선생님의 마법에 관심이 있어서 그래요.”
“제 마법에 말입니까?”
“어머. 모른 척 잡아떼시는 거예요? 이미 루드거 선생님이 첫 수업에 보여 준 마법은 세오른 내에서 소문이 퍼졌다고요?”
“흠.”
나는 고기 한 점을 입안에 집어넣으며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했다.
‘관심인가.’
첫날 수업을 할 때부터 어렴풋이 이렇게 될 거라고 짐작하기는 했다.
이쪽 세상 사람들의 입장에서, 21세기 컴퓨터 프로그래밍 방식을 차용한 소스코드는 그야말로 혁신적이겠지.
그 파급력 자체는 분명 다른 교사들에게도 닿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다.
“듣자 하니 엄청 획기적으로 술식 발현 속도를 단축시켰다고 하는데, 그걸 여기서 털어도 되는 거예요?”
“맞아요. 그 정도면 마탑에서 특허를 내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구요.”
셀리나 선생님도 호응하고 나섰다.
뭐, 굳이 말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소스코드라는 마법은 정체된 지금 마법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될 테니까.
실제로 마법 특허 제도가 존재하는 마탑에 이런 마법을 제공한다면 그야말로 돈방석 위에 앉을 수 있을 테고.
물론, 그건 표면상으로 알려진 일반적인 상식이다.
“저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나는 겸손을 떨며 아닌 척했지만, 특허 신청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아직 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 개발한 마법을 마탑에 제공하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좀 많이 다르다.
마탑에는 분명 마법 특허 제도가 존재한다.
돈이 부족한 마법사들은 그런 특허 제도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그런 허울 좋은 모습은 단지 표면적인 것일 뿐.
특허라는 것도 마탑에서 제대로 인정을 해 줘야만 특허가 된다.
문제는 보통 특허로 제출하는 여러 마법은 마탑에서 온갖 핑계를 대면서 낮게 후려치는 것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그냥 그런 핑계만 대는 거면 모를까, 이걸 악용하는 놈들이 있다는 거지.’
다른 신임 교사들은 아직 마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있겠지만, 마탑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 곳인지 나는 이미 겪어 본 적이 있어서 관점 자체가 다르다.
정말 마탑의 그 꼰대 심사 위원들이 트집 잡을 여지가 없는 새로운 마법을 개발했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는 후원자나, 혹은 귀족 가문의 뒷배가 없다면 말 그대로 특허로 낼 마법을 강탈당하고 말지.’
혹은 이쪽이 그에 불만을 품고 특허 신청을 하지 않으면 뒷골목 같은 데에 끌려가서 강제로 마법을 토해 내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고.
즉 마탑에서 사용하는 특허 제도란 유명무실한, 그저 허울만 좋은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내 마법을 돈을 벌기 위해 마탑에 바치는 짓은 하지 않았다.
해도 돈은커녕 백이 없어서 쫓겨나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니까.
‘그나마 지금 루드거의 신분은 낫지.’
몰락 귀족이지만, 세오른에서 현역으로 교사 일을 하고 있으니 인지도적인 부분에서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런 루드거의 신분으로도 자칫 방심하면 눈뜬 채로 코 베여 가는 것이 지금의 마탑이다.
고이고 정체되고, 늙은이들의 치기 어린 탐욕이 끈적거리는 진흙처럼 만연한 곳.
아무리 나라도 그런 곳은 질색이다.
그리고 세오른에서 일부러 소스코드를 보인 것은 어느 정도 계산이 들어간 행동이었다.
일단 학생들에게 소문을 내서, 소스코드라는 획기적인 마법이 루드거 첼리시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흘리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의 소문은 퍼지고 퍼져 교사에게로, 교사들의 사이에서도 소문은 퍼지며 세오른의 바깥까지.
그렇게 마탑의 귀에 들어가게 되겠지.
이쪽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며 특허 신청을 하는 것은 스스로 목을 들이미는 짓.
그러나 저쪽이 새로운 마법의 등장에 안달이 나서 내게 접근하면, 그때는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루드거라는 신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겠지.
아무것도 없는 세오른의 신임 교사보다는, 상당한 재능을 지닌 세오른의 교사로.
이런 명함 하나를 지니고 있다면, 주위에서 나를 쉽게 무시하지 못할 거다.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내 위치를 확고히 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다만, 문제는 다른 교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노린다는 것이려나.’
지금도 그렇다.
그나마 셀리나 선생님과 메릴다 선생님은 성격이 좋아서 넘어가지만, 다른 교사들은 내게 노골적인 질투심을 보내오고 있었으니까.
특히 이번에 나와 함께 부임한 교사 중 하나인 크리스 베니모어의 눈빛은 그야말로 들끓고 있는 마그마를 보는 것 같다.
저러다 눈빛으로 사람도 죽이겠군.
“그래도 아쉬운데…….”
“학생들에게 먼저 선보이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죠.”
나는 적당히 그렇게 둘러댄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여기에 있다가는 시선 때문에 체할 것 같아서였다.
“전 이만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다음 수업이 있어서.”
“아, 네! 수고하세요!”
“잘 가요~.”
인사를 건네는 두 선생님에게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답한 뒤, 빠른 걸음으로 교사 전용 식당에서 벗어났다.
* * *
메릴다는 떠나가는 루드거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대단한 남자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조금 전 대화를 나누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루드거 첼리시. 저 남자는 다른 교사들조차 눈독을 들이는 그 소스코드라는 마법을 정말 학생들을 위해 선보인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마탑에 공개하기는커녕, 지금까지 꽁꽁 감추고 있다가 첫 수업 때 보여 줬을 리가 없지.’
메릴다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루드거의 행동은 요즘 마법사 같지 않았다.
요즘 마법사라 하니 조금 표현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마법사들은 예전부터 그랬다.
지나치게 냉철하다 보니 공감 능력이 많이 결여되어 이기적이고, 타인을 향한 배려가 부족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훨씬 더 심해졌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스승조차 제자를 믿지 못해 자신의 비전을 절대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지금 마법계다.
그녀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루드거는 어떤가.
그는 저 대단한 마법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주위에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마법을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마법을 사용하는 걸 그렇게 보여 주면, 눈치 있는 몇 명은 그 가닥을 잡을지도 모르는데.’
저 남자는 자신의 마법이 빼앗긴다는 그런 걱정조차 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뿐.
하나는 봐도 모를 정도로 마법이 어려운 것이거나.
‘혹은.’
빼앗겨도 상관없다는 각오가 돼 있거나.
‘에이, 설마.’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야 조금 전 식사를 할 때 보여 준 그 당당한 태도.
그게 설명이 될 리가 없다.
‘저런 사람이 나와 같은 신임 교사라니.’
그렇게 생각할수록 괜히 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메릴다는 한숨을 내쉬며 옆을 돌아봤다.
그녀의 동기이자 친한 친구인 셀리나는 떠나간 루드거의 자리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이쪽도 적잖게 푹 빠졌네.
메릴다는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저은 뒤, 바로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손끝으로 셀리나의 목덜미를 툭 건드렸다.
“히야악!”
“셀리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왜. 루드거 선생님이 먼저 가서 섭섭해?”
“메, 메릴다 선생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에요!”
역시 셀리나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메릴다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동안 셀리나를 골려 줬다.
물론, 도중에 토라진 셀리나를 달래 줘야 하는 것은 덤이었다.
* * *
이론 수업이 끝난 다음 날 토요일.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정오부터 나는 세오른의 인근 도시인 레더벨크에 와 있었다.
일단 명목상 인근의 도시를 둘러보기 위한 간단한 산책, 이지만 실상은 선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약속은 저녁이고, 시간이 꽤나 남았지만.
나는 일단 레더벨크가 어떤 곳인지 둘러보기 위해서 더 일찍 나왔다.
‘도시 자체는 꽤나 멋들어지게 생겼군.’
마공학이 발달한 도시 레더벨크는 500km가 넘는 렘지어 강이 중앙으로 흐르는 거대한 도시다.
흐르는 강과 땅 위에 놓인 무수한 철로는 도시의 생명력을 심어 주는 혈관이었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활기가 가득하다.
온갖 상업과 마법, 공학의 중심지가 되어 있는 레더벨크는 세오른 아카데미와 맞닿아 있어서 가장 발달한 도시라는 명성까지 거머쥐었다.
나는 레더벨크의 중심가인 ‘센터포드’를 걸었다.
다른 구역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들이 조용히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레더벨크의 부흥을 상징하는 장소인 센터포드.
부자들이 거주하는 주택 단지인 이곳은 가로수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고 도로마다 증기차와 골렘 마차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한적한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주말임에도 조용한 카페에 배인 은은한 원두의 향과 내가 마시는 커피의 향이 섞이며 묘한 정취를 일깨운다.
‘멋지군.’
아름다운 곳이고 이런 곳에서도 한 번쯤은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어렴풋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터다.
‘집값 하나는 확실히 비싸겠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값을 계산한 나는 이번에 다음 구역으로 향했다.
레더벨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인 ‘그랜드채플’.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거대한 백색 성당이 우뚝 서 있는 곳이었다.
괜히 번화가가 아닌지, 그곳에는 정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온갖 것들이 가득했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외연 기관에서 새하얀 증기를 내뿜는 기계들과 그런 기계들을 만지는 정비공들.
자그마한 태엽 기계 장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아코디언, 첼로, 바이올린을 켜며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과 그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시민들까지.
“…….”
그렇게 도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며 노을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댕. 댕. 댕.
도시 곳곳에 솟아 있는 거대한 시계탑이 6시가 됐음을 알리며 종소리를 울렸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초봄이다 보니 해가 일찍 저물고 피부로 닿는 공기는 빠르게 싸늘해졌다.
나는 걸치고 있는 검은 코트의 앞섶을 여미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레더밸크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았지만, 이번에 향해야 할 곳은 그 반대.
강렬한 빛의 아래에 선명하게 드리워진 그림자.
이 도시의 추악한 민낯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머리에 쓴 챙이 넓은 모자를 더욱 깊이 눌러 쓰며 나는 렘지어 강의 수면에서 일어나는 뿌연 물안개 사이를 걸었다.
타오르는 주홍빛 불길의 구름마저 서쪽 너머로 떠내려가고 짙푸른 하늘이 레더벨크 도시 전역을 뒤덮었을 때.
나는 짙은 안개가 일어나 있는 공장 지대의 골목길 앞에 섰다.
사람은 없다.
길거리 부랑자들도 구걸을 포기하고 골목길 깊은 곳으로 돌아갔고, 거친 기침을 토하면서 일당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꼬마들도 집으로 갔다.
이곳에 있는 건 오직 나 혼자뿐.
가로등의 주홍색 빛이 안개와 맞닿아 뿌옇게 흩어진다.
그 공허한 고요 속에서, 나는 매연의 때가 잔뜩 낀 벽돌에 등을 기댄 채로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렸다.
‘일찍 온다더니 늦는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가 등을 기대고 있는 골목길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릉.
그것은 인간의 성대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소리.
나는 벽에서 등을 뗀 뒤 골목길 안쪽을 응시했다.
회색의 안개와 검은 어둠이 반쯤 뒤섞인 미지의 공간 안쪽에서 붉은 눈동자 한 쌍이 떠올랐다.
‘이거 참.’
나는 전날 셀리나 선생님이 식당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학생들이 늑대인간을 봤다는 그 소문.
그녀 본인은 그저 괴담 같은 거라고 넘어갔지만 글쎄.
지금 저걸 보면 과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녀석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움직임.
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뚫어져라 보다가.
바로 주먹을 들어 올려 녀석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쿠웅!
“크악!”
굵은 비명이 안개 사이로 짧게 울려 퍼진다.
나는 한심하다는 얼굴을 숨기지 않으며 내 앞에 주저앉은 녀석을 내려다봤다.
“왜 늦었나 했더니 이런 장난질을 하려는 거였나.”
“이런 제길. 그래도 오랜만인데 좀 놀라면 어디 덧나오?”
그렇게 말하며 아픈 머리를 손으로 슥슥 매만지는 녀석은 내가 만나기로 한 지인이자, 내 부하라 할 수 있는 녀석.
“오랜만이다. 한스.”
“오랜만이오. 형님.”
학생들 사이에 늑대인간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