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3
◈ 233화 불의 자국 (3)
가면의 뚫린 눈을 통해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푸른 시선.
한쪽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
알베르트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았다.
아버지도 다른 누구도 아닌, 얼굴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남자에게.
그것도 모자라 자신과 절대 눈을 마주할 수 없어야 할 녀석이 이쪽을 깔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개자식이!”
알베르트가 일어나려는 순간 루드거의 손이 움직였다.
짜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알베르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멀쩡했던 반대쪽 뺨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비올레타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오, 오너!”
말려야 한다.
아무리 루드거라 하지만 파블로 가문의 사람을 건드리면 안 됐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그 이상 하면 문제가……!”
“비올레타.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이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나.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하, 하지만 여기서 끝낸다면 무마할 수 있습니다. 손찌검 정도는 어떻게든……!”
“손찌검? 아니. 내가 이 망나니 녀석을 때린 것은 문제가 아니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고?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거지?
그 말을 미처 이해하지 못해 의아해할 때 루드거가 고개를 돌려 비올레타를 응시했다.
“이 녀석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우스의 지배인인 너를 욕보이려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보다 더한 문제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지?”
“그……!”
비올레타는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온 까닭이었다.
루드거가 저렇게까지 말해 주니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자신을 신경 써 준 루드거의 행동에 감사함마저 느꼈다.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애초에 저는 그런 모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처지잖아요. 시궁창 바닥에서 나고 자란, 태생부터 더러운 사람이니까요.”
자기 때문에 오너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루드거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비올레타. 처음부터 깨끗하고 더러운 사람은 없다.”
“적어도 저는 제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을 비웃으며 짓밟으려 드는 짓을.”
루드거가 알베르트의 머리채를 말아 쥐고 그의 고개를 위로 당겼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짜악!
알베르트의 고개가 옆으로 휙 꺾였다.
으어어.
알베르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청한 소리를 냈다.
얼마나 뺨을 세게 후려쳤는지 그의 볼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니 내가 이 녀석에게 내리는 처사는 합당한 것이다.”
“그, 그렇다 해도 뒷감당은……!”
“뒷감당? 뒷감당이라 했나?”
루드거의 시선이 이쪽을 돌아보자 비올레타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비올레타. 나는 너에게 말했을 거다. 이 로얄 스트리트는 우리의 성이 될 거라고. 그 누구도 감히 우리에게 뭐라 할 수 없으리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백이 루드거로부터 흘러나왔다.
“아니면, 너는 내 말을 믿지 못했나? 내가 말을 허투루 던지는 사람이라 생각한 건가?”
“그건 아닙니다.”
비올레타는 황급히 답했다.
루드거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남들이라면 믿지 않을 허황된 소리조차 현실로 만들어 낸 남자다.
버려진 거리를 도시에서 최고로 유행하는 거리로 탈바꿈시킨 것은 그가 아니었던가.
“알았다면 잊지 마라.”
루드거는 비올레타의 불안을 종식시킨 뒤 알베르트를 응시했다.
“알베르트. 알베르트 파블로.”
“으으으.”
“대답.”
루드거는 알베르트의 고개를 뒤로 휙 젖혔다.
알베르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루드거를 올려다봤다.
루드거를 죽일 듯 노려보던 표정은 사라지고, 그의 눈동자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하나. 아직 못다 한 이야기는 끝내고 봐야지.”
“나, 나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무사하고 말고는 당장 신경 쓸 일이 아니지.”
루드거는 알베르트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중요한 건 이거야. 너는 우리 가게에서 난동을 피웠고, 영업을 방해해 가게에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끼쳤다. 그걸 어떻게 책임을 질 거지?”
“고, 고작 그딴 거로…….”
“고작? 아무래도 우리 사이에 대화가 부족했나 보군.”
루드거가 손을 들어 올리자 알베르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뭘 원하는데! 말해 봐!”
알베르트는 생각했다.
이 오너라 불리는 인간은 미친놈이 분명하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파블로 가문의 사람인 자신을 이렇게 대놓고 때릴 리가 없었다.
항상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괴롭히기만 하던 알베르트였기에, 자신이 당해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주한 폭력의 상황은 그를 겁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픈 건 싫다.
또 맞고 싶지 않았다.
알베르트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뭘 원하냐고?”
“그, 그래. 뭘 원하는지 알아야, 내, 내가 들어줄 수 있잖아.”
“좋은 대답이군.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와 줘야지.”
루드거는 들어 올렸던 손을 내리며 알베르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알베르트는 맞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루드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역시 돈이겠지? 돈으로 지불하라는 것만큼 쉬운 것은 없으니까.
그의 가문은 돈이 많다. 상대가 얼마를 부르더라도 충분히 지불할 수 있었다.
지불한 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나를 이 꼴로 만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나 보지? 내가 무사히 돌아가기만 하면 네놈들을 전부 다 죽여 버리겠다.’
그때가 되면 얼굴을 가리는 그 가증스러운 가면을 벗기고 전신을 태워 주리라.
그러니 알베르트는 지금 순간의 굴욕 정도는 참고 넘길 수 있었다.
“조건을 말하지.”
루드거는 알베르트가 비올레타를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 주었다.
“네가 모욕했던 우리 지배인에게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 그러면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 주지.”
“뭐?”
“금전적 손해 배상도 청구하지 않겠다. 그저 말 한마디면 이 모든 문제가 변제되는 간단한 일이지.”
알베르트는 눈을 부릅떴다.
사과하라고? 누구. 비올레타에게? 귀족인 자신이?
해일과도 같은 굴욕감에 알베르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루드거에게 맞은 것에 대한 공포도 두려움도 없었다.
“이……!”
뜨겁게 차오르며 남는 것은 오로지 분노뿐.
“이 빌어먹을 새끼가! 내가 오냐오냐 해 주니 그렇게 우습게 보였냐! 뭐? 나더러 사과하라고?”
“싫다는 건가?”
“지금 귀족 마법사인 내게, 몸이나 팔던 년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네놈이 진짜 정신이 나가 버렸구나!”
역린을 건드린 알베르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네놈들을 모두 죽여 버리겠다! 이제 다 필요 없어! 전부 다, 네놈들과 관련된 자라면 우리 가문의 힘으로 다 없애버리겠다고! 그리고! 그리고 너!”
알베르트가 희번덕 한 눈으로 비올레타를 노려보았다.
“이번엔 또 어떤 대어를 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처럼 가벼운 화상으로 넘어갈 수는 없을 거야. 네년은 특히 내가 정성을 들여서 손을 봐주지.”
비올레타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소리 지르는 알베르트의 모습에서 과거의 악몽이 겹쳐 보였다.
-네년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각인을 새겨 주지. 기뻐하라고. 내 손을 탔다는 증거니까. 하하하!
불러 자신의 얼굴 반쪽을 지지며 폭소를 터뜨리던 알베르트.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를 보며 비웃음을 날리던 그날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했다.
“앞으로 어딜 가서도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도록 얼굴 자체를 뭉개 주마! 어디 이번에도 치료를 잘하는지 보자고!”
머리에 가득 찬 분노를 무작정 토해 내던 알베르트.
결국, 그는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
“평생 따라갈 ‘낙인’을 새겨 줄 테니까!”
그 순간.
주변의 기온이 확 내려갔다.
‘뭐지?’
비올레타는 순간 느껴지는 싸늘한 한기에 몸을 떨었다.
누군가 마법이라도 사용했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춥다고 느낀 것은 단순히 느낌이 그랬을 뿐, 실제로 가게 내부에 찬바람이 불었다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춥다고 느낀 이유는 단 하나.
루드거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 때문이었다.
“오너?”
루드거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비올레타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전에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그날 실버 선에 의해서 데온이 상처 입었을 때 이후로 2번째로 보는 모습이었다.
“낙인이라 했나.”
“뭐, 뭐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것은 알베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루드거는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기백에 알베르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낙인. 좋은 생각이야.”
“뭐, 뭐?”
알베르트가 뭐라고 되묻기도 전에 루드거의 손이 알베르트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마법이 발동됐다.
화륵!
루드거의 손바닥을 통해 일어난 화염이 알베르트의 얼굴을 뒤덮었다.
“끄아아아악!”
루드거가 손을 떼자 알베르트가 바닥을 뒹굴었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불꽃은 금방 꺼졌다.
알베르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다가, 가게 내부에 마련된 거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내 얼굴! 내 얼굴이!”
잡티 하나 없던 그의 얼굴에는 끔찍한 화상이 자리 잡았다.
알베르트는 거울 속의 자신이 진짜 자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으아아아! 안 돼! 어,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왜 그러지? 네가 좋아서 한 행동 아니었나?”
“사제! 사제를 불러 줘! 어서! 화상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알베르트가 루드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빌었다.
루드거는 그 모습을 보다가 알베르트를 향해 다시 팔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따스한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알베르트의 비명이 멈추었다.
얼굴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사라진 것이다.
“어, 어?”
알베르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본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화, 화상이, 사라졌어?”
알베르트는 공포 어린 시선으로 루드거를 돌아봤다.
“다, 당신 뭐야. 당신 대체 정체가 뭐냐고!”
알베르트는 화상이 말끔하게 지워진 자신의 얼굴에 놀랐다.
화상이라는 것은 고위 사제가 아니면 고치기 힘들다.
그런데 루드거는 그것을 즉석에서,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고쳤다.
환각?
아니다. 얼굴이 불에 타는 그 끔찍한 고통은 절대로 환각이나 꿈같은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꽤나 실력이 있는 마법사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치유 능력은, 마법사가 보일 수 없는 것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나.”
“뭐?”
“이제부터 시작인데.”
엄습하는 불안감에 알베르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시, 시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네가 화상을 입힌 사람의 숫자가 몇 명이나 됐지?”
“…….”
알베르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루드거가 뭘 하려는지 깨닫고 말았다.
“숫자를 정확히 세기 힘든가 보군. 그래도 10번은 넘었겠지.”
“아, 아아. 안 돼.”
“그러니 너도 똑같이 느껴 봐.”
알베르트가 저항하려 했지만, 언제 마법을 발동한 것인지 그의 손과 발은 마력의 쇠사슬에 고정되어 있었다.
루드거의 손길이 다시 알베르트의 얼굴에 닿았다.
치이이익.
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다시 불꽃이 피어올랐다.
자국을 새기기 위해서.
* * *
“으으. 머리야.”
“대체 무슨 일이…….”
기절했던 알베르트의 호위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혹이 난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다가, 뒤늦게 알베르트를 떠올리고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알베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헉! 도련님! 정신 차리십시오!”
알베르트의 상태를 살핀 호위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었지만, 눈을 까뒤집은 채로 기절한 모습이 필시 무슨 일을 겪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일어났나.”
오한이 절로 드는 목소리에 호위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손님을 위해 마련된 소파에 가면을 쓴 루드거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이 상황을 지켜보던 판토스와 비올레타가 서 있었다.
호위들은 루드거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에 입을 식은땀을 흘렸다.
본능적인 위기감.
그들은 심장을 졸이며 루드거의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망나니 챙기고 여기서 나가라.”
“……가주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오.”
호위는 알베르트를 둘러업으며 경고했다.
이대로 무턱대고 떠나기엔 파블로 가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마지막까지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는 모습에 루드거는 가면 너머에서 피식 웃으며 답했다.
“고작 그런 것이 무서웠다면 이런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지.”
“…….”
“꺼져라.”
호위들은 루드거를 찌릿 노려보고는 가게를 떠났다.
루드거는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괜찮나?”
혹시라도 호위들이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 것을 고려하던 판토스가 도망치는 자들을 눈에 담으며 물었다.
“뭘 말이지.”
“보아하니 놈들은 이번 일을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겠지. 아마 공식적으로 압박을 넣거나, 그게 안 되면 뒤에서 몰래 수작을 부릴 거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
“이런 상황을 바라던 거 아니었나?”
루드거의 말에 판토스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나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런 거다. 게다가 한 번은 보여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뭘 보여 준다는 거지?”
“권력과 위세를 앞세워서 우리를 핍박하려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무엇보다 파블로 가문은 공식적으로 그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못할 거다.
일단 알베르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으니까.
이쪽은 적당히 둘러댈 핑계가 있었다.
파블로 가문이 굳이 선택한다면, 아마 몰래 사람을 보내서 처리한다거나 할 터.
오히려 레더벨크 시에는 자신들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겠지.
“심판도 없는 개싸움이 벌어질 거다. 판토스. 할 수 있겠지?”
그 말에 판토스의 머리에 달린 짐승 귀가 쫑긋 섰다.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지만, 그가 지금 매우 솔깃해하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오히려 판토스는 지금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당신을 따르기로 선택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칭찬으로 듣지. 그리고 비올레타?”
“예. 오너.”
“망나니 하나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가게 문 열고 다시 영업을 시작하지.”
루드거는 가면을 벗었다.
바깥에서 사람들을 물리던 직원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하우스 오브 베르디에 다시 손님들이 찾아오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루드거는 그 사이에 2층의 지배인실로 향했다.
“그보다 오너께서는 여기에는 어쩐 일이세요?”
“오랜만에 생긴 휴일이라 옷을 새로 맞추려 했다.”
그 말을 들은 비올레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풋 하고 웃었다.
“왜 그러지?”
“아뇨. 그냥 시키기만 했으면 알아서 제가 만들어서 보내 드렸을 텐데, 직접 찾아오셨다는 것이 마냥 신기해서요.”
“온 김에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그랬다. 그래서 내게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나?”
“물론이죠. 사실 이전부터 오너를 위한 옷들을 생각해 둔 것이 있거든요.”
“……전부터?”
비올레타는 그렇게 말하더니 한쪽 옷장을 열어 보였다.
안에는 온갖 고급스러워 보이는 남성용 의복이 가득했다.
“전부 제가 만든 것들이에요. 오너에게 어울릴 법한 것들이죠.”
“……옷이, 엄청 많은데.”
“혹시라도 기회가 생길지 몰라서 이렇게 쌓아 뒀는데, 다행히도 그 기회가 찾아왔네요.”
루드거는 비올레타의 눈동자가 어딘가 위험하게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위험하다.
“……아무래도 지금은 바쁜 거 같으니 나중에 오겠다.”
“어머, 어디 가세요? 일단 이거부터 입어 보실래요?”
루드거는 자연스럽게 도망치려다 붙잡히고 말았다.